감독 없는 시험, 그리고 불펌

대학교 3학년 때, 퇴적암석학이란 전공 시험이 있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험 감독'이 없는 시험이었습니다. 시험 전에 '감독이 없다.'라고 교수님께서 예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시험 전에는 '감독이 없으면 부정행위의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을 보는 날...

정말 조교가 들어와 시험지를 나눠주고는 나갔습니다. 교실에는 40명 남짓한 학생만 있었고, 감독 없는 시험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고, 시험은 그렇게 감독 없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서로 '부정행위를 하면 안 된다.'라는 약속을 하고 이를 지켰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부정 행위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학생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험장의 분위기가 이를 억제한 것은 아닐까요?

이런 덧글이 있었습니다.

ⓐ 퍼가는 것이 싫으면, 퍼가기를 불허하고, 저작권을 주장하려면 퍼가는 것에 대한 방어 의무를 다해야 한다.
ⓑ 복사하는 것을 허용했으면 퍼가도 좋다는 묵시적 허용이 아니냐.
ⓒ 예의 바르게 가져오고,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도 블로깅이며, 예의 바른 펌질은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 '불펌을 금지한다.'란 말이 퍼가기를 불허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퍼가는 것에 대한 방어 의무와 저작권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떤 가수가 노래를 발표한 후, 음원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것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면 작곡자는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 걸까요? 사실상 불펌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뚫고도 퍼가는 것은 '양심'에 맡길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드래그 금지 태그를 달아도 퍼갈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퍼갈 수 있습니다. 결코, 복사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 '퍼가도 좋다.'란 묵시적 의미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 예의 바르게 가져오는 것이 어떤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예의 바름이란 그 블로그의 블로거에게 이야기해서 동의를 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퍼가요~'란 한마디가 예의 바름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자 한다면 '링크'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확실히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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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7/11/27 23:55 | RES PROBLEMATICA | 트랙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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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y Starlight.. at 2007/11/28 00:28

제목 : 요즘 여러가지 생각이 많습니다만..
그 중에 하나가 '사람이 모든 것을 학교에서 배워야만 아는 것은 아닐텐데'..라는 것입니다. 흔히 자신의 무지를 '그런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서 몰라'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으로 합리화를 시켜버리곤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을 가르쳐주지 않은(!) 학교에게 대개 책임을 돌려버리지요. 그러나 도덕, 윤리,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배려나 상식까지 학교에서 가르쳐주길 원한다면 그건 넌센스겠지요. 오히려 가르친다고 해......more

Commented by Frey at 2007/11/27 23:57
전공이 40명이나 되는군요; 저도 시험 감독 없이 시험을 쳐본 적이 있긴 합니다만, 서로의 눈이 무서워서 아무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히려, 감독이 있을 때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더 많지요.
Commented by 산왕 at 2007/11/28 00:09
하하; 웹에 공개한 것 자체가 퍼가도 좋다는 암묵적 허락이라는 주장은 한참 전에 폐기된 주장인 줄 알았는데 요즘도 말하는 사람이 있어 놀랐습니다^^:
Commented by 황진 at 2007/11/28 00:09
이세상에 짜맞추기만 잘 하면 안되는말이 없다죠..;ㅂ;
Commented by Mizar at 2007/11/28 00:16
문을 열어놓던 열어놓지 않던 남의 집에 가서 물건들고 나오는 것은 범죄행위겠지요?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11/28 00:18
캡스가 안 달렸으면 가게를 털어도 되는 것이었군요. -_-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7/11/28 00:39
가져갑니다 라는 쪽지를 남기고 물건을 들고가면 범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Commented by Mizar at 2007/11/28 00:42
그러고보니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으면 화간!'이라는 이야기도 이런 논리로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00:48
Frey님// 아하하 본래 제가 입학할 당시 서울대 지질학과는 18명, 연대 지질학과는 44명 (졸업정원제였습니다.)였답니다. 퇴적암석학이 전공필수였으니 40명 가까운 인원이 시험을 봤지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00:48
산왕님// 오~ 그런 주장이 있었군요. :) 아하하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00:49
황진님// 아하하 그렇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00:49
미자르님// 제가 하고싶은 비유였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00:49
BigTrain님// 오호~ 미자르님 비유의 업데이트 버전~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00:50
제갈교님// 이건 패치로군요. :) 아하하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00:50
미자르님// ㅠ.ㅠ 그렇군요...
Commented by 쿠로바 at 2007/11/28 09:52
인천의 제물포고등학교는 예전부터 모든 학력고사(중간고사/기말고사)를 무감독으로 치루었다죠. 하지만, 컨닝 등 부정행이는 별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NoSyu at 2007/11/28 09:53
견물생심...인가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확실히 기술보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다만, 그 문화를 만드는 교육이 진행되는지가 의문...;;;
(가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예전에 다양한 문물을 배워야 하는데 공자왈맹자왈만 서당에서 가르쳤다고 비판하듯이
미래에는 현 시대를 보고 Hi~ Hello~만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비판하는 주장이 나올지도..;;)

=> 이상 관계없는 헛소리였습니다.OTL...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15:56
쿠로바님// 오~ 그렇군요. :) 그러니까요. 의외로 자발적인 것이 저런 좋은 문화를 만들 수도 있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28 15:57
NoSyu님// 흠... 견물생심이라.. 이 역시 적절한 표현 같으십니다. 저 역시 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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