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의 추억

지질학과 관련된 공부를 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품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망치랍니다. 일명 돌 깨는 망치라 부릅니다만 일반적인 망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일반 망치와는 달리 한 덩어리의 쇠를 깎아서 만든 망치입니다. 머리와 자루가 일체형이라 충격이 별로 없고 상당히 강한 노두(노출된 암석)도 쉽게 깰 수가 있지요. 그러나 물론 힘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고요, 상당한 요령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어느 부위를 어떻게 타격하느냐에 따라서 얻을 수 있는 샘플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지질학과에서 사용하는 망치는 거의 예외 없이 미제 estwing이란 제품을 사용합니다. 생긴 모양에 따라 2가지로 구분이 되는데요. 암석학 또는 광물학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사용하시는 Hard part 망치(끝 부분이 뾰족)와 고생물학이나 퇴적학 쪽 전공하시는 분들이 사용하시는 Soft part 망치(끝 부분이 넓적)가 있답니다. 하드 파트용은 끝 부분을 이용해서 그 암석이나 광물의 경도를 거칠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겉보기에 비슷한 석영(quartz)과 방해석(calcite)을 구분하는 데는 정말 그만입니다. 석영은 안 긁히고 방해석은 쉽게 긁히거든요. 반면 소프트 파트 망치는 넓적한 뒤쪽을 이용해서 퇴적층과 층 사이를 깨끗하게 절개할 수 있답니다. 화석을 발견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망치겠지요~^^ 
▷ 하드 파트용 해머
▷ 소프트 파트용 해머

전 2개의 망치가 있었습니다. 첫 째 망치는 일제였는데 일체형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충격 흡수가 약하며 가격이 쌌지요. 그러나 실습 도중 가장 단단한 변성암 노두 샘플링을 하다가 그만 '모가지'가 부러져 버리는... 그래서 그 이후 좀 더 비싼(15년 전 당시 약 35,000원 상당, 일제 망치는 20,00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stwing 망치를 샀습니다. 첫 망치보다 작으면서도 충격흡수가 뛰어난 제품이더군요.^^ 게다가 케이스(가죽)가 있어서 허리에 차고 다닐 수가 있지요.
 
그런데 96년경 이 망치 때문에 골치 아플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학교 졸업 후 망치를 자동차 트렁크에 가지고 다녔었는데, 어느 날 저녁 경찰들이 검문하더라고요. 음주 단속이겠거니 했는데 트렁크를 열라고 하는... 그리고 경찰이 망치를 발견한 후 어디에 쓰는 것이냐는 둥 꼬치꼬치 캐묻더라고요. 2명의 의경이었는데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하자, 한 의경이 나서더군요~!!!
 
의경 A : 이거 돌 깨는 망치죠?
꼬깔 : 예
의경 B : 이게 돌 깨는거야?
의경 A : (신이 나서) 어~ 내 친구가 야외 실습 나갈 때 저런 거 가지고 다니더라고~
의경 B : 저거 완전 흉기 같은데?
의경 A : 아니야 실습용 망치야..
의경 B : (못마땅하다는 듯) 실례했습니다.
꼬깔 : 예 수고하세요~!
 
이렇게 상황이 종료되었답니다. 실제 그때 시국이 좀 어수선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라고 고민 중이었는데~!!! 키야~! 역시 이럴 때 '나서기씨' 때문에 도움을 받다니~!!^^ 제가 룸미러로 힐끗 바라보니 의경 A는 열심히 의경 B에게 뭔가를 설명해주고 있더군요~!^^ 아무튼, 그 이후부터는 자동차 트렁크에 망치를 가지고 다니지는 않았답니다.
 
망치의 머리 부분을 찍은 후 갑자기 'Parasaurolophus(파라사우롤로푸스)'라고 하는 공룡 얼굴이 생각이 나서 잠깐 장난 좀 해봤습니다. 역시 형편없는 그림 실력입니다.^^ 

by 꼬깔 | 2007/12/18 22:29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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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메르키제데크 at 2007/12/18 22:35
다른 메이커는 돌깨는 망치가 없나보네요. 신기한 망치 잘봤습니다.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7/12/18 22:45
한 의경이 그나마 관련된 일을 하는 친구를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겠어요. 망치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Frey at 2007/12/18 23:23
지금도 옆에 그 망치가 있지요. 하나 살까 하는데, 가격이 6~7만원 정도라 고민하고 있습니다. 보니까 크기도 제각각이더라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8 23:24
Frey님// 요즘은 그 정도 하나요? 아마존으로 검색하니 30불 선이던데, 혹시 어디서 구입하시나요?
Commented by 우미 at 2007/12/18 23:27
우훗 파라사우롤로푸스 망치 귀여운데요? 제가 좋아하는 공룡이라 더욱 호감도 상승♡
Commented by Frey at 2007/12/18 23:28
http://www.kmining.or.kr/ 대한광업협동조합에서 팔더라고요. 다시 생각해 보니 4만원인가 5만원인가 했던 것 같기도 한데; 가격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게 아니라 잘 기억이 안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8 23:35
제갈교님// 그런 거 같아요. 사실 데모할 때 보도 블럭을 깰 때 유용하게 썼던 - 전 아닙니다. :) - 일이 있고요. 다용돕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8 23:36
메르키제데크님// 가장 유명한 메이커일겁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8 23:36
우미님// 아하하 그런가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8 23:36
Frey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Mizar at 2007/12/19 00:04
망치에 대한일은 아니지만 저랑 완전히 똑같은 경험을 하셨군요..OTL
년도마저 동일..
저는 대상이 망원경이었습니다.. 조만간 관련 포스트 하나 올려야겠군요..-_-;
Commented by Leonardo at 2007/12/19 02:25
저 학교다닐땐 저거 살뻔 했죠.
다른과로 가버려서, 실패.
한 5만원대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가격이 그새 올랐겠죠? <- 나서기씨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9 03:07
Leonardo님// 아하하 :) 그렇군요. :) 의외로 저 망치를 아는 분이 계시네요. 지금은 아마존에서 알아보니 대략 30불쯤 되는데 구입하면 얼마정도나 될까 고민 중입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9 03:07
Mizar님// 그렇군요? :) 기대해볼게요~
Commented by Frey at 2007/12/19 08:06
E3-20PC 를 사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 저 제품은 아마존에 없네요. 광업협동조합에서 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7/12/19 12:08
파라사우롤로푸스라 그럴듯 하네요 낄낄

P.S.:두개골 부러진 디플로카울루스로도 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9 14:53
Frey님// 그렇군요. 저도 그 녀석을 찾는데, 없더라고요. 그런데 광업협동조합에서도 낱개로 구입할 수 있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19 14:53
트로오돈님// 아하하 :)
Commented by JOSH at 2007/12/20 16:11
일반인들에게는 영화 쇼생크탈출에 나왔던 망치로 익숙하겠네요.
딱 사진을 보는 순간 그 지질학자용 망치라고 알 수 있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20 17:47
JOSH님// 아하하 :) 그렇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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