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오인되었던 선배

미자르님의 '시위용품으로 오해받은 망원경 이야기'이란 포스트를 보니 대학 시절 선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지금은 HAM이 많아지고, Morse 부호에 의한 CW 교신이 아주 신기한 것이 아닙니다만, 80년대 초반에만 해도 HAM 자체가 적었고, 반공 교육이 투철한 시기였지요. HAM은 1년에 한 번씩 '보안 교육'이란 것을 받아야 했고, 미수교국(사회주의 국가)과 교신이 금지되었던 때였으니까요.

개인국이 있었던 선배가 집에서 교신했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음성으로 교신했는데, 점차 상태가 나빠지자 서로 CW(Morse code에 의한 교신)로 전환해서 교신했다고 하더군요. 비교적 늦은 시간이었고, 부모님의 취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선배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교신을 했다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 경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몸을 제압당한 것입니다. 정황상 간첩 같은 상황이었지요. 야심한 때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모스 부호를 똑딱거리는 젊은 대학생... ㅠ.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서야 겨우 사태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HAM이 교신하다 보면 전기 기기에 간섭을 일으키곤 합니다. 특히, 전화선에 잘 타고 들어가는데, 아마도 전화를 하던 아줌마가 이상한 소리에 신고했던 것 같다더라고요. 아마추어 천문이나 아마추어 무선이나 오해받지 않고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시절이 있었나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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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7/12/21 11:41 | HAM 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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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zar at 2007/12/21 11:44
그러고보니 꼬깔님께서 묘사하신 장면이 소시적에 간첩드라마에서 보던 바로 그 장면이군요...OTL
이불 뒤집어쓰고' 또또따따-' -_-;;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21 16:37
미자르님// 거의 그 상황이었답니다. 사실 당시 CW는 간첩이 사용하는 기기로 인식되었으니까요. 아무튼 꽤나 고생했다고 얘길 들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7/12/21 19:56
1. 간첩 식별 요령 첫머리가 바로 "이불쓰고 단파방송"이었지요. 저는 무려 그 시절에 집 라디오로 "난수표 불러주기"를 들은적이 있습니다.

2. 보안교육의 압박은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이지요. 80년대 회사일로 두달동안 "유럽"에 다녀올 부친께서는 한 일주일동안 소양교육을 받았답니다. 뭐 "전두환 만세" 운운이지만 -_-;;; 나중에는 "귀순용사" 강연으로 마무리 다시 말해 "동시 수교국에 가도 북조선에 의거입북하지 말라는 스토리입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2/21 20:05
이준님// 그렇습니다. :) 보안교육은 정말 재미도 없고, 별 내용도 없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아마추어 무선국은 3번 경고를 먹으면 운용 정지, 그리고 얼마 넘으면 폐국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감리국이란 곳이 있었고요. ㅠ.ㅠ
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7/12/21 22:22
당시에 학생시절을 보내신 교수님들의 무용담이 꽤 재미있더군요... 아무래도 사학과의 특성상 북한에서 발행한 역사서적이나 논문들을 참고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일본에서 발행된 북한 서적 영인본들을 몰래 복사해서 밀반입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인용했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지가 발각돼서 고문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 교수님도 강사 시절에 북한에서 발행한 서적을 무심코 가방에 넣고 있다 과천 청사에 볼일이 있어서 그냥 가게 되었는데 딱 걸렸던 일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개인이 북한서적을 직접 구입, 소지하는 것은 불법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상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이공계열 쪽 서적이나 논문은 큰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서적은 여전히 단속의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단속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요...

그리고 예전에 북한서적을 볼 필요가 생겨서 광화문 우체국에 있는 북한자료센터에 가봤는데, 거기 올라가려면 신분증을 맡기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책을 대출하려면 대학 학장 이상의 추천서와 통일부장관 명의 앞으로 되어있는 각서를 제출해야 하더라구요...

여전히 우리나라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망령으로부터 완벽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28 00:46
불멸의 사학도님// 이런이런... 덧글을 이제서야 발견했습니다. ㅠ.ㅠ 정말 당시의 상황은 그럴 수 있었겠습니다. :) 그리고 켱숙리에 의하면 이데올로기라고 하면 알아듣지 못하니, 아이디알러지라 해야 합니다. :) 좋은 꿈 꾸세요.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8/11/12 01:20
요즘도 CW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워낙에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어서... 어떤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2 01:45
organizer님// 사실 당시에도 RTTY라는 교신방법이 있었습니다. 키보드로 타이핑하면 CW로 송신되고 반대쪽에서 CW를 수신해서 글씨로 바꾸는... :) 그리고 간혹 RTTY와 CW 크로스 교신이나 phone과 CW 크로스 교신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아직도 CW는 당연히 합니다. :) 그리고 생각보다 아주 재밌답니다. :)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8/11/12 02:44
아,, RTTY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는데 - 처음 글을 올릴 때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ㅎㅎ ;; 컴퓨터로 문장을 이걸 자동으로 morse code로 만들어 타국으로 보내고, 타국에서는 이걸 받아서 컴퓨터로 해석해서 다시 답하고... 정말 해 보고 싶었는데.....^^ <--- 아주 아주 옛날 이야기군요....

아무래도 CW가 장치 구성이 간단하지요... 요즘도 하고 있다니,,, 신기하군요..

(정말 HAM 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놈의 시간이..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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