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의 법칙(Dollo's law)이란 무엇일까?

자주 들르는 카페에서 "역진화,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란 주제의 토론글이 올라왔더군요. 그리고 내용에 "돌로의 법칙"이란 것이 나오고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 간략하게 돌로의 법칙에 관해 적어 봤습니다. 물론, 제가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답니다. :) 

우선 돌로의 법칙을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돌로의 법칙을 얘기할 때 이렇게 표현합니다.

"진화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진화는 역행할 수 없다."

의미대로라면 역진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겠죠? 문제는 여기서 역진화의 정의인 것 같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예시하는 것처럼 고래는 분명히 물에 살던 조상으로부터 육지로 올라왔고, 다시 바다로 돌아갔으니 역진화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또한, 동굴 물고기는 눈이 있던 조상으로부터 진화되었지만 눈을 잃었습니다. 이 역시 역진화라 할 수 있을까요? 돌로의 법칙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표현한다면 이렇습니다.

"진화 과정 중에서 버려진 구조나 기능은 그 생물 계통 내에서는 재현되지 않는다."

어떻습니까? 앞에서 간단하게 표현한 것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 아닌가요? Heilmann이 공룡이 새의 조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할 때 Dollo의 법칙을 위배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즉, 공룡의 조상인 원시적인 파충류는 쇄골이 있었다.
공룡은 쇄골이 없다.
새는 쇄골이 융합된 차골이 있다.
따라서 공룡과 새가 같은 계통이라면 한번 잃어 버렸던 쇄골을 다시 진화시켰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돌로의 법칙에 위배된다.

좀 더 살펴볼까요? 도킨스는 돌로의 법칙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아주 단기간을 제외하고, 진화 경로를 정확하게 똑같이 역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똑같이 역행한다."라는 것입니다. 즉, 지나온 경로를 정확하게 되돌아가서 원시적인 상태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앞에서 예를 들었던 고래는 어떨까요? 과연 정확하게 경로를 되돌아간 걸까요? 만약 고래가 정확하게 경로를 따라 되돌아갔다면, 현생 물고기와 모든 면에서 같은 생리적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즉, 폐로 호흡하지 않고 아가미로 호흡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고래는 단지 외형이 물고기를 닮은 것이지 조상의 형태로 돌아간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고래가 바다로 돌아간 것은 돌로의 법칙을 위배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눈을 잃은 동굴 물고기는 눈이 진화한 과정을 정확히 되돌아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돌로의 법칙은 물리학의 열역학 제2법칙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닫힌 계에서 무질서도(엔트로피)는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은 어떤 물질이 무질서한 방향으로 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질서있는 방향으로 갈 확률보다 무질서한 쪽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확률이 0%는 아닙니다. 돌로의 법칙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즉, 어떤 시점에서 100개의 가능성이 있는 경로 중에서 한 가지 경로를 택했다면 그 경로를 따라 되돌아올 가능성보다는 나머지 99개의 경로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정확하게 현재 걸어온 진화의 경로를 역행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울 겁니다. 또한, 도킨스가 정의한 것처럼 "아주 단기간을 제외하고"란 관점에서 본다면 아주 짧은 경로는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충분히 긴 경로를 정확히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Heilmann이 주장했던 내용으로 돌아간다면 만약 공룡이 새의 조상이라면 반드시 쇄골이 있어야 하며, 만약 쇄골이 없다면 예전과 같은 진화 과정을 통해 다시 쇄골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공룡에게서 쇄골이 발견되지 않았을 당시에 Heilmann의 주장은 새의 공룡 기원을 주장하는 학자들을 침묵하게 한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쇄골 뿐만 아니라 차골까지 발견되어 Heilmann의 올가미(?)로부터 벗어났지만요.

횡설수설했나요? :) 아무튼, 돌로의 법칙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몇 자 끼적여 봤습니다. 혹시라도 내용상의 오류가 있다면 지적해주시기 바랍니다.

by 꼬깔 | 2008/01/20 01:16 | SCIENTIA | 트랙백 | 핑백(1)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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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Frey at 2008/01/20 01:18
역진화라는 것의 기준이 조금 애매모호하긴 하죠. 뭐, 기능 상실의 측면이라면 유전자 레벨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0 01:30
Frey님// 예~ 그런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Lee at 2008/01/20 01:48
열역학에서의 비가역 반응을 연상케 하는군요.
공룡대탐험에서 저 부분 관련 내용을 보다가 무심코 들어왔는데 딱 관련 포스팅이 있어서 놀랐습니다.ㅋㅋ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1/20 07:03
뭐랄까 퇴화라는건 그냥 만들었던 집이 폐가가 되거나 철거되는거고, 역진화란 집이 없던 시절로 돌리는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걸까요.
Commented by DOSKHARAAS at 2008/01/20 09:51
저는 과학에 관한 상식이 짧습니다. 그런 저의 생각으로는, 퇴화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판단하기에 퇴화라고 보이는 것은 사실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진화한 것 아닌가요?
Commented by 비버 at 2008/01/20 11:27
DOSKHARAAS님//
퇴화를 진화의 반대 라고 생각하는건 한자의 어폐때문에 그렇습니다. 진화라고 하면 앞으로 나아가는것, 퇴화라고 하면 뒤로 돌아가는것 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원래 evolution이라는 단어엔 변화라는 뜻이 있지, 앞으로 나아간다(발전한다)는 뜻은 없거든요. 일본사람이 번역을 할때 進化라고 번역을 한것이 모든 오해의 근원이라고.. 일본사람이 쓴 책에서 봤습니다. 즉 퇴화⊂진화 라는 것이지요

꼬깔님 안녕하세요. 언제나 재밋는 포스팅 감사합니다! :D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8/01/20 14:35
어쨌거나 돌로는 차골도 발견하지 못해놓고서 자기한테 낚인 셈이군요 ㅋ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8/01/20 15:04
열역학 제2법칙이 가장 핵심을 찌른 것 같습네다.
진화는 수많은 가능성 중에 어느 한쪽을 택하는 거니낀.
물론 개체에 따라선 다른 쪽을 택했다가 멸종하기도 할 것이고...

결론!
헬리만 : 아쉽게도(!) 공룡계에는 쇄골미인이 없었다. (큰일났군! S라인의 차기 유행어가 없어졌으니...)
그 말 도로(Dollo) 물러!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0 22:47
Lee님// 오~ 그렇습니까? :) 재밌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0 22:47
제절초님//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개념일 것도 같아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0 22:49
DOSKHARAAS님// 비버님께서 잘 설명해주신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0 22:49
비버님// 반갑습니다. :)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0 22:50
트로오돈님//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0 22:50
박코스님// 아하하 :)
Commented by DOSKHARAAS at 2008/01/21 10:12
역시 그렇군요. 번역술어 탓에 생긴 오해군요.

예전에 도올선생이 쓴 글에서, 이런 걸 격의라고 부르더라구요. 좀 의미가 드리지만요.
중국 철학, 특히 불교는 이 용어의 번역을 통해 독자적으로 발달했다구요.
확실한 기억은 아니라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네요. :-)
오해 때문에 발전하기도 하는 것이 철학이라니, 참 재미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1 10:57
DOSKHARAAS님// :) 격의란 표현도 있군요.
Commented by aa at 2008/01/26 13:12
진화라는건 환경에 맞게 변해가는거지
무조건적인 향상이라는 뜻이 아닌걸로 알고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6 14:30
aa님// 그렇습니다. 무조건적 향상은 아니고 그 상황에서의 최적화가 적절한 개념인 듯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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