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rannosaurus가 Manospondylus로 바뀔 수 있을까?

학명을 명명하는데 있어 선취권 우선의 원칙(Principle of Priority)이란 것이 있습니다. 즉, 동물이명(synonym - 같은 표본에 다른 이름을 부여한 것)이나 이물동명(homonym - 다른 표본에 같은 이름을 부여한 것)이 있을 때, 공식적인 명칭은 먼저 명명한 쪽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1913년까지는 이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Manospondylus gigas Cope, 1892
Tyrannosaurus rex Osborn, 1905

Manospondylus는 1892년 Cope가 명명한 공룡입니다. 다공성 조직의 척추뼈 2점을 발견한 후에 명명한 것입니다. 의미는 이렇습니다.

Mano-spondylus
mano : manos(Gr. μανος, porous)
spondylus : sphondylos(Gr. σφονδυλος, vertebra)

말 그대로 "구멍이 있는 척추뼈"란 의미입니다. 그런데 처음에 Cope는 이 공룡이 Ceratopsian(각룡류)이라 생각했고, 더이상의 정확한 기술과 표본이 없어 의문명(nomen dubium)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20년 후에 Osborn에 의해 거대한 수각류의 화석이 발견되었고, 이 것이 바로 가장 유명한 공룡인 Tyrannosaurus rex입니다. Manospondylus는 각룡류로 잘못 분류되었었고, Tyrannosaurus는 슈퍼스타가 되어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에 Manospondylus의 것으로 생각되는 다른 표본이 발견되었고, ManospondylusT. rex와 같은 공룡이란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렇다면 T. rex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불운한 Brontosaurus처럼 유명한 이름을 잃게 되는 걸까요?


비록 Manospondylus가 티렉스보다 13년이나 먼저 명명되었기에 선취권이 있음에 틀림 없지만, 안타깝게도 티렉스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Manospondylus가 명명 후 50년 동안 거의 학술지에 인용되지 않았고, Tyrannosaurus는 50년 동안 엄청난 인용으로 그 이름이 알려졌기에 ICZN의 전권(Plenary Power)에 의해 그 지위를 유지하게 됩니다. ICZN에 의해 Manospondylus는 nomen oblitum(forgotten name)이 되며, Tyrannosaurus는 nomen protectum(protected name)이  됩니다. 티렉스는 명명 후 50년 동안 10명 이상에 의해 25건 이상의 연구가 이뤄진 '스타 공룡'이기에 그 지위를 유지해 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도 Tyrannosaurus는 영원히 그 이름을 유지하고, 인구에 회자할 것입니다. 정말 대접 받는 공룡 아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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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8/01/23 11:41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핑백(2)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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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 Stella et Foss.. at 2008/04/16 12:42

... 예전에 글을 썼던 것처럼 Manospondylus가 13년이나 먼저 명명되고도 표본이 완전하지 않고 정확한 기술이 없어 그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Tyrannosaurus가 Manospondylus로 바뀔 수 있을까?) 그런데... 또다른 일화가 있습니다.1900년대 초 Osborn은 동시에 두 가지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1900년에 발굴하기 시 ... more

Linked at ★ Stella et Foss.. at 2008/04/18 21:12

... .dinohunter.info/images/Babytrex2.jpg)Manospondylus와 Dynamosaurus는 이미 얘기했고요, (Tyrannosaurus가 Manospondylus로 바뀔 수 있을까? Tyrannosaurus는 Dynamosaurus가 될 뻔 했다.) 스티기베나토르나 디노티란누스는 확실히 Tyrannosaurus의 동물이명 ... more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1/23 13:42
역시 뜨고 볼 일이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3 14:43
슈타인호프님// 말씀처럼 그런 것 같습니다.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이름이 바뀌면 엄청나게 혼란스럽겠죠. :) 그래서 만든 안전 장치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코아틀 at 2008/01/23 16:58
너무x1000000 신기하군요. protected name이라는 개념은 처음 들어봐요 >_<
Commented by Lee at 2008/01/23 19:44
잘 쓰이고 있는 학명을 하루아침에 바꾸면 혼란이 대단할 테니 만들어둔 안전장치 같은 거로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3 20:25
보름달님// :) 사실 재밌는 방법이지요. 식물분류학에서는 nomen conservandum이라 합니다. 보존명이라고나 할까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3 20:25
Lee님// 그런 개념입니다. :) 나중에 좀 정리해 볼께요. :)
Commented at 2008/01/24 14: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4 19:06
비공개님// 오~ 이제서야 덧글을 확인했습니다. ㅠ.ㅠ 무엇때문일까요? :)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말그대로 공포의 도마뱀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거대한 이빨, 그리고 덩치가 포악함이나 '악'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사람들은 크고 거대하고 기이한 것에 열광하니까요. 그리고 노멘 프로텍툼은 티렉스만 누리는 특권은 아닙니다. :)
Commented by 뽀실이스 at 2008/01/26 03:10
아... 저도 이곳저곳 자료에서 참고하고 이번 '티라노사우루스'책에도 실었는데 진작 꼬깔님 조엄좀 들어볼 걸 그랬습니다. 저는 처음엔 위의 척추표본(AMNH 3982)이 티라노사우루스로 '정정'된줄 알았습니다만(저도 몇 년 전, 코프가 발견한 화석표본과 동일한 개체로 보이는 화석이 발견되었고 그것이 티렉스였다는 소식을 접했었습니다), 미국자연사박물관 표본 리스트엔 여전히 '마노스폰딜루스'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폐기된 학명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위에서 '마노스폰딜루스'가 nomen oblitum(fogotten name)이라 하셨는데,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의미인 것인지요. 아니면, 그저 Tyrannosaurus의 학명을 유지해주기 위해 우선권만 막아두고 그 학명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이번에 쓴 책에서 '이 표본이 티라노사우루스 표본이긴 하지만 코프가 마노스폰딜루스라고 처음엔 명명했고 아직 이 학명이 유효하다'고 언급을 했는데, 실언을 한 것은 아닌지...
Commented by 꼬깔 at 2008/01/26 14:37
뽀실이스님// 본래 nomen oblitum이라면 잠정적으로 유효하지 않은 학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노스폰딜루스는 1999년까지는 문제 없이 nomen dubium으로 discription이 부족한 상태였답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유효한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2000년에 새로운 표본이 발견되었는데 명확하게 티렉스와 같다는 결론이 내려진 모양입니다. 그러다 보니 선취권(20년이나 먼저 명명되었으니까요.)이 문제가 되었고, 2000년에 바로 ICZN에서 plenary power하에 nomen oblitum으로 처리한 듯합니다. 그리고 티렉스는 nomen protectum이 된 것 같고요. 그러니 현 상황에서는 실질적으로 유효하지 않은 학명이 된 것 같습니다. ㅠ.ㅠ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일이라서 혼동하실 수 있는 부분이었네요. ㅠ.ㅠ 에구...

모쪼록 주말 잘 보내시고요.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

P.S.) 정말 언제고 꼭 다현이 데리고 박물관에 놀러갈게요. :)
Commented by 카놀리니 at 2008/05/12 00:32
예상했던대로 티렉스의 지명도가 큰거였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2 01:44
카놀리니님// 말씀처럼 티렉스의 지명도는 엄청나 보호받는 학명이 된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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