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표기할 것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외래어의 표기, 특히 학명의 표기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전문적인 공부를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흥미를 가지고 있는 두 분야가 모두 외래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지라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저도 그랬었지만 새로운 알파벳으로 표기된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우리는 대개 '영어 발음'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영어식으로 표기가 되어버린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고요. 국립국어원에 '외래어 표기'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혹자는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곤 합니다. 서핑 중에 이런 글귀를 읽었습니다.

소행성 Ceres는 '케레스'로 읽지 않고 '세레스'로 읽습니다.

전 기본적으로 '케레스'로 쓰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을 합니다. Ceres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곡물의 여신입니다. 東京은 '동경'보다는 '토쿄'로 표기해주고, 北京을 '베이징'으로 표기해주듯 로마의 신이니 라틴어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같은 연유로 Ceres로부터 유래된 소행성(지금은 왜행성이라고 부르더군요.) Ceres도 '세레스'가 아닌 '케레스'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저 문장에서 제 눈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으로 읽지 않고 ~로 읽는다'란 단정적인 표현입니다. 이런 원칙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비슷한 예가 또 있지요. 명왕성(지금은 왜행성으로 행성의 지위를 잃었지만)의 위성인 Charon을 어떻게 표기할 것이냐입니다. 제 기준으로 본다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녀석이니 카론(Χαρων)으로 표기하는 것이 적절해보입니다. 그러나 간혹 '샤론'이라 표기한 것들이 등장하고는 합니다. 예전 어떤 프로그램에서 들은 영어 발음은 '채런'에 가깝더군요... 그러데 Merriam-Webster Online 사전에서의 발음은 '캐런'에 가깝네요.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요? 일단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외래어 발음을 정확하게 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기하는데 있어서는 서로의 합의와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세레스로 읽는 근거가 뭘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세레스는 '같기도'와 같습니다.

'이건 영어도 아니고 라틴어도 아니야'

영어 발음상으로는 세레스가 아닌 '시리즈'에 가까우니 말입니다. 기왕 불리우는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려 했다면 '시리즈'로 표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젠가 아마추어 천문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의 '별이름'을 '가당치 않고, 눈에 거슬려서' 자신만의 표기를 사용했다는 분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분은 아마추어가 아닌 학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학식이 수십년 표기되어 온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표기할 수는 없는게지요. 예전 엠파스 블로그에는 이에 대한 패러디성 글도 올렸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끝나지 않은 시리즈(Ceres 절대 아님 - 그 분이 자주 쓰는 표현)랍니다.

제 기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별자리의 이름, 생물의 학명은 발음은 모르겠지만 표기상으로는 '라틴어식' 표기에 가깝게 쓰는 것이 적절하다. 영어 발음을 우리 실정에 맞게 표기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요. 언젠가 버나드 쇼가 'ghoti'를 어떻게 읽게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고 하지요. 그리고는 'fish'로 읽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쇼는 이렇게 얘길 했다고 하지요.

"tough의 gh, women의 o, nation의 ti을 합치면 fish가 된다"라고

그렇다면, 백악기 말 공룡 최후의 날 풍경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어거지로 만든 문장입니다.

백악기말 오후 강력한 소행성이 떨어졌고, Tyrannosaurus, Triceratops 등의 공룡은 최후를 맞이했다. 처참한 죽음을 뒤로 하고 하늘에는 Ceres가 빛나고 있었다.

백악기말 오후 강력한 소행성이 떨어졌고,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의 공룡은 최후를 맞이했다. 처참한 죽음을 뒤로 하고 하늘에는 케레스가 빛나고 있었다.

백악기말 오후 강력한 소행성이 떨어졌고, 티라노사우러스, 트리세라톱스 등의 공룡은 최후를 맞이했다. 처참한 죽음을 뒤로 하고 하늘에는 세레스가 빛나고 있었다.

백악기말 오후 강력한 소행성이 떨어졌고, 티래노소어스, 트라이세라탑스 등의 공룡은 최후를 맞이했다. 처참한 죽음을 뒤로 하고 하늘에는 시리즈가 빛나고 있었다.

읽고 표현하는 것이야 자유겠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고 국립국어원의 표기 원칙대로 한다면 첫번째가 적절할 것입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by 꼬깔 | 2007/04/11 20:41 | RES PROBLEMATICA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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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4/11 22:35
전 계속 세레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발음이란게 꽤나 어렵네요.
Commented by 우미 at 2007/04/11 23:21
어머나 이런...
저는 단순히 어렸을때 읽은 책에 표기되어 있었던 대로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세라톱스, 세레즈' 인데 그럼 이것은 첫번째도 아니고 두번째도 아니여~(썰렁~)
Commented by Mizar at 2007/04/12 00:37
꼬깔님의 이번 포스트에 적극적인 찬동을 보냅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라틴어를 자기마음대로 읽어제끼는 미쿡인들과 라틴어식 학명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이름을 붙이는 쭝꿔인들의 성향이 참 일맥상통하다는 느낌이군요..
Commented at 2007/04/12 00: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2 01:14
날씨좋다님// 대개 예전의 학생백과나 기타 책에 '세레스'로 표현된 적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사실 발음이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고 봅니다.^^; 어렵게 만드는 것 같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2 01:14
우미님// 음... 정말 영어도 아니고 라틴어도 아니여...^^ 좋은꿈 꾸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2 01:16
미자르님// 그 부분은 전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약속은 약속이라 생각을 합니다. 발음을 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약속대로 해야지요. 말씀처럼 쭝꿔와 미쿡은 일맥상통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2 01:16
비공개님// 그렇답니다. 관련글이랍니다.^^
Commented by laurel at 2007/04/12 01:49
뭐..본문과 관련이 아주 없진 않으나 그래도 뭐 주제에는 벗어난 얘기지만(죄송해요 ㅎㅎ)
그저께 여권 재발급하러 갔었는데요, 창구에 붙은 로마자 표기법을 보면서
이따구 엉터리같은 표기법 어떤 멍청이가 만든거야! 라고 막 짜증을 부렸더랩니다.
저는 성을 sung로 쓰고 싶은데 seong 이라고 써야 하니까요 ㅠㅠ
그 여권 들고 미국 갔더니 다들 저를 씨옹 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흑흑흑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2 10:04
로렐님// 에구... 씨옹... 예전에 그런 얘기도 있었지요. Geobukseon을 '져벅션'이라고 읽을 것이라는...--; 그런데 이름은 고유명사라 로마자 표기를 할 때 자기 임의로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o_o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7/04/12 10:45
거북선이 져벅션.......쓰러집니다 OTL 아이구...

"tough의 gh, women의 o, nation의 ti을 합치면 fish가 된다" <-아, 이 말 아침 관리자인 안드레아에게 들었어요'ㅁ'* 안드레아는 유태계 아주머니인데 학생들에게 히브리어를 처음 가르칠 때 꼭 이 이야기를 해준대요..^^ 창작이 아니라 버나드 쇼의 말이었군요.

잉글리쉬는 힘있는 자의 언어지요.'ㅅ' 부정하고 싶어도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가 없네요... 개인적으로 학명을 라틴어로 하기로 한 이상, 라틴어 발음대로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로렐님// 씨옹이라니 ;ㅂ; 엑, 로마자 표기법이 따로 있었나요? 저는 서경인데 suhkyung으로 쓰거든요.. 어 발음을 살려주길 바라면서 일부러 h를 넣었는데 정작 이 애들은 수켱이라고 부르더군요 -_- 실패 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2 11:11
후유소요님// 오호~ 확실히 자주 인용되는 말이로군요. 전 책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존 맨이란 사람의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이란 책이거든요. 말씀처럼 영어는 힘 있는 자들의 언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학술적인 약속이 된 이상 라틴어 발음을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수켱... 헉... 암튼 미쿡 살람들이란...
Commented by laurel at 2007/04/12 14:21
아, 물론 임의 표기도 가능한데요, 문제는 제가 '재발급'이라는거.
처음 여권을 만들 때 순진하게도 로마자 표기법 그대로 써야하는줄 알았거든요.
이미 영문 이름을 등재했기 때문에 추후 재발급이나 갱신 시에는
영문 성명을 변경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와 지더라고용. 흑흑. 그리고 후유소요님은
영문 표기법대로 하면 seokyeong 가 됩니다. 와! 모음이 두개나 더 생겨요 ㅠ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7/04/12 23:49
흑, 사오켱 수켱 석켱 스켱 뭐.. 나올 수 있는 발음은 다나왔어요 ㅠ_ㅠ 이십여개국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제 이름을 제대로 불러준사람은 하나 뿐이었어요 ;ㅅ; 저 표기법대로 하면... 사오캬옹이나 사오켸옹 정도로 불리지 않을지 ㅇ>-< 두렵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3 01:30
로렐님// 아~ 그러셨군요... 저런...ㅠㅠ 언제나 이름을 바꾸는 것은 까다롭기 그지 없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3 01:30
후유소요님// 허걱... 그래도 제대로 불러준 사람이 있긴 했군요?^^; 좋은꿈 꾸세요~
Commented by daewonyoon at 2007/04/14 14:25
ㅓ,ㅡ 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게 항상 문제죠. 그런데, 메쿤라이셔로 표기하면 반달표를 써야 하는데, 그걸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계속 문제죠. song은 송인지 성인지를 주변에 오는 것에 따라서 구분해 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음운 중에서 "ㅗ와 ㅓ", "ㅜ와 ㅡ"가 매우 자주나오는 음운이고, 이 두가지 혼동이 단어의 뜻을 매우 다르게 한다는 게 문제죠. 반달표를 없애고 독일어 움라우트를 oe, ue, ae 로 표기하는 거랑 비슷하게, e를 (앞에) 붙이도록 한 것이 현재 표기법이 나오게 된 논리라고 생각되는데요. 이정도까지 이해해 주면 꽤나 합리적인 표기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Geo를 지오라고 읽는 영어발음관습과 "거"의 로마자 표기가 겹쳐지는 게 문제이긴 한데, 이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요? geo에서 ㅈ발음을 유추하는 화자는 영어에 익숙한 사람들이겠고, geo에서 g발음을 유추하는 발음관습을 가진 언어들도 있거든요. 중국어 병음의 x, q발음에서 ㅅ, ㅊ 발음을 유추할 수 있는 영어사용자가 얼마나 될까요? 중국에서 그런 표기법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많이 눈에 띄기 때문에 중국을 알려는 사람들은 그런 발음관습을 학습할 수 있는거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7/04/17 13:11
daewonyoon님// 에구 댓글이 많이 늦었네요.^^; 저도 중국어 병음의 q를 츠로 유추해서 읽지는 못했습니다. 한글의 표기 문제는 차치하고 제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학명의 표기와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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