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성금, 독립 기념관, 평화의 댐, 그리고 숭례문

반공 교육이 투철하던 초등학교 시절(국민학교였지요.) 정기적으로 방위성금이란 것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방위성금을 가져오지 않으면 선생님께 야단맞았던 기억도 나고요. 그렇게 걷힌 성금으로 자주국방을 위한 국산 무기를 만든다고 하니 어린 마음에 뿌듯함이 느껴졌습니다. 때가 되면 반공 포스터를 그리고 표어를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이승복 어린이를 죽인 북한 괴뢰군이 미웠습니다.

그렇게 꾸준하게 방위성금을 내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니 독립기념관 건립을 위한 성금 모금이 있었고, 역시 돼지 저금통 깨뜨려 성금을 가져갔습니다. 우리나라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 건립에 일조했다니 기뻤습니다. 당시 독립기념관이 맞네, 광복기념관이 맞네 말도 많았는데 두환넨시스께서 '인디펜던스, 독립이야'라고 하면서 독립기념관이 되었다고 국어선생님께서 분통을 터뜨리면서 말씀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독립과 광복은 다르다고 하시면서...

고등학교에 오니 어느날 뉴스에서 금강산 댐 이야기가 나옵니다. 200만톤, 서울 수몰 등의 끔찍한 이야기가 오갔고, 뉴스에서 63빌딩만 남고 잠긴 여의도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보여주더군요. 다시 돼지 저금통을 깨뜨려 금강산 댐으로부터 수도 서울을 지켜낼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해 보탰습니다. 평화의 댐을 만들어 수도 서울을 지킬 수 있다고 하니 기뻤습니다. 당시 물리 선생님께서는 상세하게 수량과 이 물이 서울에 들어와 한강이 범람했을 때의 상황을 얘기해주셨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고, 숭례문의 복원을 위해 성금 모금을 하자는군요. 그렇다면... 전 또 돼지 저금통을 깨뜨려 보태야 하는가요? 그럼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에 일조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걸까요? 국민이 십시일반해야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대로' 강제는 아니라고 켱숙리께서 말씀하셨습니다.

by 꼬깔 | 2008/02/17 02:09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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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2/17 02:27
교는 성금을 모은거라곤 IMF 당시 가족들이랑 금 들고 은행에 찾아갔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 (학교에서 성금 모금한 건 그닥 기억이 없는데, 북한 괴뢰군을 명분으로 정권을 유지하던 군부독재 시절이 아닌 때에 학교를 다녀서 그런가봅니다.)
Commented by 산왕 at 2008/02/17 02:36
별로 내고싶지 않습니다 --; 저도 비슷하게 내 왔군요 orz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2/17 05:54
그나마 다행히도(?) 전 저중에 어떤 성금도 내 본적이 없군요...<- 반공포스터는 통일포스터라는 이름이 되어 종종 그렸습니다만..;
솔직히 성금이 얼마나 성금혜택자(?)에게 돌아가는지도 의문이구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2/17 10:06
수많은 성금 납부의 와중에서 배를 갈렸을 애꿎은 돼지저금통들의 명복을..
지못미 돼지저금통..;ㅅ;
다행히 저희 집 돼지는 제가 사리사욕(?)을 채울 때 빼곤 갈라본 적이 없군요..

그러고보니 거창한거 말고도 방위성금이라는 것도 시시철철 걷곤 했죠..
Commented by killroo at 2008/02/17 11:10
이제는 국가단위로 주관하는 모금행사는 참여하기가 싫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놈과 그걸 복구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느낌이라서 말이죠.
Commented by 닥슈나이더 at 2008/02/17 13:16
쩝... 저는 박통내 내던 성금 빼고는 다 내봤군요......
제가 국민학교 들어갔을때는 전통때여서리...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26
제갈교님// 오~ 그러고 보니 IMF가 있었군요. 금반지...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26
산왕님// 아하하 그러십니까?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26
ranigud님// 그래요? 오호~ 그러게나 말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26
미자르님// 지못미 돼지 저금통... ㅠ.ㅠ
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8/02/17 14:27
모든 문화재는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가 소유한다고 배웠습니다. 당연히 국가가 이를 관리해야 할 것이고, 그것의 복원 역시 국가예산으로 해야겠죠... 문화재청이 괜히 200억이라고 설레발을 쳐서 성금이야기를 꺼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성금 모금한다면 200억이든 300억이든 우습죠... 연말연시에 걷히는 성금이 각 방송사마다 십수억은 되는데다, 구세군 모금은 그 이상이고, 각종 재해때마다 모금하는 액수 역시 이에 못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왜 해야하는가는 의문입니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토지 소유주나 개발중인 건설사는 일단 공사를 중지하고 자신의 비용으로 발굴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 발견된 문화재는 국가로 귀속되고, 보존 가치가 있는 유적의 토지는 국가가 강제적으로 매입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미 국가는 자신들의 편의대로 발굴비용 등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관리 소홀로 소실된 문화재를 복원하는데 국민성금이라니, 기가 찹니다. 그게 국민이 자발적으로 시민단체나 지역사회나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모를까, 사건의 일각을 이루고 계신 당선자분께서 입을 다물고 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그런 소리를 하니 노무현대통령 이상으로 생각 없이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유일하게 불만인 점이 조금 경솔해보이는 발언이 많다는 것이었는데, 2MB는 버퍼용량이 그것밖에 안되니 심사숙고란게 어려운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27
killroo님// 에휴... 저도 그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27
닥슈나이더님// 그렇군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28
불멸의 사학도님// 말씀처럼 국민의 자발적인 의지였다면 모를까 이렇게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의 성금은 탐탁치 않네요. ㅠ.ㅠ
Commented by 措大 at 2008/02/17 14:35
우헐헐헐 렉스 두환넨시스입니까. 크게 웃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7 14:39
措大 님// 그렇습니다. :) 렉스 두화넨시스와 레기나 순자나입니다. :) 렉스 두화넨시스에 관한 학술적 명칭은 여기에(http://conodont.egloos.com/398594) 있습니다. :) 반갑습니다. :)
Commented by 룰루랄라 at 2008/02/17 15:42
방위성금은 100원씩 내다가
독립 기념관부터 해서 평화의 댐 성금은
금액 자체가 엄청 커졌었던 기억이 나네요.
다 부질없는 짓..
도대체 그 성금들은 어디로 간 건지..
숭례문은 차기 대통령께서
꼭 복원시켜 놓으시길..
국민한테 성금 내라 마라 하시지 마시고..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8/02/17 16:09
방위성금을 낸 기억이 가물가물...
그 이름은 참으로 잘 기억하고, 텔레비전에서 F-4 팬텀 전투기 5대의 조종석 옆에
'방위성금 헌납기'라고 쓰여 있는 뉴스도 보곤 했디만,
정작 제가 낸 기억은 정말... 냈나? 낸 적이 있었나? 있었엇엊엋엍얻나...
아무래도 안 낸 듯합네다.
어쩌면 한두 번은 냈을지도 몰갔디만 정기적으로 내진 않았을 겁네다.
아니면, 혹시 공납금에 포함되어 있었나? 이런런런 이런런!

성금을 공식적으로 내라고 한 것은 박정희 각하, 전두환 각하 같은 '각하' 시절의 발상이었는데,
2메가바이트의 사나이 역시 '각하' 소리를 들으니 공통점이 나타나는가 봅네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8 00:15
룰루랄라님// 그러게요. 그 돈이 다 어디 갔을까요? 모르긴 해도 두화넨시스가 평화의 댐 성금 건으로 비자금 꽤나 마련했을 것 같은데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8 00:15
박코스님// 그러게나 말입네다. 각하... ㅠ.ㅠ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8/02/18 15:44
금강산 댐을 막기 위한 '평화의 댐' 이야기는 국사쌤에게 들어본 기억이 있습니다.국사쌤이 그때 국민학교 다니셨을 때라던데 그때 일로 인해 땅거지(전문용어로 전두류)를 싫어하게 됐다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2/18 16:49
트로오돈님// 그러셨군요. :) 아무튼 당시 금강산 댐은 공포의 대상이긴 했어요. :)
Commented by 가눔 at 2008/02/18 22:03
저도 얘기만 들어봤지 저런 성금은 내본 적은 없네요...^^
근데 이번에 성금을 걷는다면 좀 다른 이유로 안 낼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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