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주어, 판피어, 그리고 갑골어

고교 지구과학 교과서의 갑주어에 대한 모호한 사용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교과서 상에서 갑주어는 갑주어와 판피어를 구분없이 사용한 것 같습니다. 또한, 금성 지구과학Ⅰ에는 갑골어란 표현까지 나옵니다.

"데본기에는 삼엽충과 필석류가 쇠퇴하고...(중략)... 이 시대를 어류의 시대라고 한다. 어류에는 연골어류, 경골어류, 갑골어류가 있고, 폐가 발달하였다." (금성 교과서 67쪽)

갑골어류란 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혹시 갑주어류에 속하는 osteostracan을 직역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혼용은 이렇습니다.

"오르도비스기에 최초의 척추동물인 갑주어가 등장했다." (갑주어)
"고생대 데본기에 갑주어가 크게 번성했다." (판피어)

즉, 최초로 등장한 척추동물이다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 "갑주어"이고, 그 밖의 것들 - 그림, 사진, 그리고 번성 - 은 판피어를 말하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주로 Pterichthyodes의 그림을 사용했는데, 요즘은 Dunkleosteus의 두개골 사진을 인용합니다.
또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백과사전에서 갑주어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갑주어 (甲胄魚)
[-쭈-]
「명」『동』 고생대의 데본기에 번성했던 원시 어류의 하나. 그 후 멸종하여 현재는 화석으로만 남아 있다. 몸의 길이는 30cm 정도이며, 입에는 이가 없다. 머리와 몸통의 앞 부분은 골판이라고 하는 석회질의 단단한 판으로, 뒷부분은 비늘로 덮였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백과사전에서 판피어를 검색하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역시 혼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네요. 특히 "고생대의 데본기에 번성했던"이란 표현이 좀 걸립니다. 물론 갑주어는 데본기까지 생존했고, 데본기말의 멸종을 견디지 못한 것은 맞지만 단순히 "데본기에 번성했다"란 표현은 오히려 판피어에 어울릴 듯하거든요. 그렇다면 좀 더 전문적인 사전에서는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다음은 양승영 교수께서 편찬하신 "지질학 사전"의 내용입니다.

갑주어
무악류(無顎類, Agnatha)에 속하는 가장 오래된 척추동물. 오르도비스기에서 데본기까지 살았다. 갑피어는 동의어.

판피어 → 플라코더미(Placodermi)의 동의어
척추동물문, 어류상강(魚類上綱)에 속하는 하나의 강(綱). 이들은 가장 원시적인 어류로서 갑으로 둘러싸인 머리와 동체는 관절로 연결되어 있다. 데본기 초기에 출현하여 크게 번성하였으나 데본기 말에 소멸되었다. 판피류(板皮類)는 동의어.

갑주어를 이름 그대로 - ostracoderm - 갑피어(甲皮魚)로 사용했지만, 갑골어란 용어는 나오지 않는답니다. 그냥 편안하게 지구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물고기는 갑주어와 판피어를 포함하는 녀석이라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ㅠ.ㅠ

by 꼬깔 | 2008/03/05 22:25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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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쟈쟈 at 2008/03/05 22:59
고생물분야에서도 국어원이 문제를 일으키는군요^^...
Commented by Lee at 2008/03/05 23:03
도맡아서 저런 궂은 작업을 하시는 분야의 사람들에게는 물론 고마워하고 있습니다만, 과학 같은 전문지식이 필요한 특수 분야에 있어서는 정확함을 위해서 충분한 자문을 구하는 것을 부탁드리고 싶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06 03:37
R쟈쟈님// 사실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아요. :) 장경룡을 공룡으로 표현한 정도는 아니니까요. :) 좋은 꿈 꾸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06 03:38
Lee님// 더 정확한 자문을 얻어 더욱 정확한 국어대사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03/06 07:57
그러니까 갑주어랑 판피어는 완전히 다른 놈이네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3/06 08:18
대충 봐도 그놈이 그놈 같으니 대충 넘어가자- 라고 하는 것 같은데 턱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굉장히 큰거 아닌가요;;;? 칠성장어랑 갯장어가 그놈이 그놈이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9 22:19
꼬깔님, 갑주어도 판피어에 속하는게 아닌가요. 몇군데 찾아보니 한통속으로 Placodermi라고 분류했습니다.
http://www.palaeos.com/Vertebrates/Units/Unit060/060.100.html#Arthrodira
http://www.devoniantimes.org/who/pages/phyllolepis.html
http://www.ucmp.berkeley.edu/vertebrates/basalfish/placodermi.html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24
새벽안개님// 링크해주신 곳의 녀석들은 모두 판피어류인 악구류입니다. 갑주어는 Osteostraci로 무악어류를 묶어 칭하는 명칭입니다. 판피어는 턱이 있지만, 갑주어는 턱이 없는 원시적인 어류입니다. 또한, 꼬리지느러미를 제외하고 지느러미 자체가 없는 녀석이지요.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9 22:30
그.... 그렇군요. 하지만 너무 어려워요.ㅠ 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32
새벽안개님// 어렵지요.. ㅠ.ㅠ 판피어나 갑주어나 아주 원시적인 녀석들이니까요. ㅠ.ㅠ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9 22:35
그러니까 위에 사진에 있는 두놈 모두 판피어 이군요. 이해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38
새벽안개님// 넹... :) 요즘은 갑주어를 분류계급으로 취급하지 않는 경향이 있답니다. 다계통이거나 측계통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ㅠ.ㅠ 그러나 판피어는 계통이 명확한 녀석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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