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行星), 유성(遊星), 그리고 혹성(惑星)

직역체가 난무하는 번역서의 문제는.. by 미자르님

오랜만에 미자르님의 혹성, 행성 관련 글을 읽으면서 예전에 써놓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JOSH님께서 남긴 덧글을 보고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덧글에서 논쟁의 시작은 미자르님의 적절한 지적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더군요. (정작 미자르님께서는 이후의 상황을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ㅠ.ㅠ 덧글에 나온 것처럼 혹성은 국어사전에도 나오는 말이긴 합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 나오는 말이기에 써도 괜찮다는 논리는 좀 이상하고요. 물론 '뜻만 통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순화해서 사용할 용어를 자주 언급하고, 또한 이 용어의 탄생 배경을 모르는 상황에서 인구에 회자하는 것이 좋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많은 일본식 용어가 우리말에 파고들었고, 우리말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도 많다고 압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우리말이 있는 것만이라도 올바른 우리말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글을 쓰긴 했지만 다시 살펴보면, 혹성이란 용어의 등장 배경은 이렇다고 합니다.


일본 사람은 恒星과 行星을 모두 코오세에(>こう-せい)로 발음합니다. 그러니 음으로 구분을 할 수가 없었고, 새로운 용어인 惑星(わく-せい - 와쿠세에)이란 용어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행성과 혹성 모두 "떠도는 별"이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遊星이란 표현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도 두 용어의 발음 문제가 있다면 혹성이 적절한 표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겠죠. 그러나 혹성과 행성의 문제는 일본인의 발음 문제이기에 우리는 당연히 더 오래 전부터 사용한 '행성'을 쓰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추정컨대 혹성은 일제 때 들어온 것이겠죠.

이는 부주의의 소치일 수도 있고 - 惑星을 단순히 혹성으로 표현한 - 무지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학교에서도 혹성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행성을 사용하고 있고, 직역과 의역의 문제를 떠나 완전히 같은 용어를 굳이 일본식 표현으로 쓸 이유가 있을까요?

모쪼록, 앞으로는 혹성이란 용어보다는 행성으로 번역해주는 것이 어떨까요?

by 꼬깔 | 2008/03/18 13:46 | 별의별 이야기 | 트랙백(2) | 덧글(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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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y Starlight.. at 2008/03/18 23:24

제목 : 항성, 행성, 위성, 혹성 그리고...
관련글 : 행성(行星), 유성(遊星), 그리고 혹성(惑星) (by 꼬깔님) 꼬깔님께서 포스팅하신 글에 달린 덧글들을 보니 읽어봤습니다.. 굳이 천문관련이라고 할 수도 없는 기초적인 용어를 모르거나 혼동하시면서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경우가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덕분에 아무래도 이 자리를 빌어서 해당 용어에 대한 설명을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내용을 모르고 계신 분들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more

Tracked from ★Stella et F.. at 2008/03/21 16:36

제목 : 항성, 행성, 혹성과 관련한 수정의 글
행성(行星), 유성(遊星), 그리고 혹성(惑星)얼마 전에 올렸던 글에서 제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일본 사람은 恒星과 行星을 모두 코오세에(>こう-せい)로 발음합니다. 그러니 음으로 구분을 할 수가 없었고, 새로운 용어인 惑星(わく-せい - 와쿠세에)이란 용어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행성과 혹성 모두 "떠도는 별"이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遊星이란 표현도 있습니다.)그런데 이후 익명의 덧글이 하나 붙었습니다.여러 경로로......more

Commented by 샘이 at 2008/03/18 13:54
ㅡ,.-) 혹성..이란 말은 80년대 일본애니매이션에 많이 나와요. 아무래도 그걸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Commented by Dasein at 2008/03/18 14:02
아...좋은 것 익히고 알고 갑니다.
Commented by ZAKURER™ at 2008/03/18 14:04
이쪽 서브컬처(특히 만화 아니메 등 일본 계열)에서 '어지간하면 혹성이라 쓰지 말자'고 하면 난리나지 말입니다. 아니 실은 행성은 교과서와 일부 언론매체에서만 쓴다고 봐도 되려나요?
50년대 영화 '금단의 혹성'이래 대중매체에선 줄곧 혹성일 겁니다. 그만큼 일어 영향이 심하다는 소리겠죠.
(이건 뻘플인데: 현대 한국어의 70%는 일어에서 왔다고 주장하면 큰일나겠죠? -_-;)
Commented by Ha-1 at 2008/03/18 14:31
'동아시아' '현대어' 의 상당수는 일어에서 왔고 그건 난학 시대 일본 학자들의 피땀의 결과물들이죠 ;;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3/18 15:47
1. 혹성 사건이라면 유명한게 찰턴 해스턴이 나온 영화-그러니까 원숭이 인간이 나오던-에 대한 떡밥일겁니다. 그게 박정희때 상영제목이 "혹성탈출"이고(사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탈출실패 -_-라는게 정확한거지만) 그런 탈출극으로 아는 분이 많았지요. -_-;;; 이게 상영때는 아무 말 없다가 전두환때 국영방송에서 시리즈 방영때 말이 많아진겁니다.

"왜 좋은 우리말놔두고 일제의 잔재를 쓰느냐"
"일본 번안판 제목 규탄"
"일본의 역사왜곡을 규탄한다"
"너희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한을 모르느냐" -_-;;

그래서 2편격인 지하도시의 음모 tv 방영때부터 "항성 대탈출"이라는 제목으로 개명했지요

..근데 나중에 팀버튼판 개봉 제목도 "혹성탈출"이더군요. 아무래도 입에 익는거라서 그런가 봅니다.

ps: 흔히 "혹성탈출"이 일본 제목으로 아시는 분은 많은데 찰턴 해스턴 영화의 일본 상영제목은 "원숭이들의 별"이었습니다. 예, 영어 원제 그 자체입니다.

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8/03/18 17:42
행성...떠돌이별. 얼마나 좋습니까 :3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8/03/18 18:23
요즘 제대로 된 영화 번역에서는 '혹성'이라는 말을 접할 수 없는데,
싸구려(즉 비디오로만 출시) 같은 경우 여전히...
아무래도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지는 번역가(알바?)를 쓰기 때문이갔디요.
근래 <스타쉽트루퍼스> 제2편이라고 나온 싸구려 영화를 봤는데 거기서도 '혹성'으로 썼더만요.
Commented by windily at 2008/03/18 18:42
전 혹성이라는 말을 영화 '혹성탈출'에서 처음 봤습니다.
'어라? 내가 저런 단어도 몰랐었구나' 하고 부끄러워했던 적이 있었죠;;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8/03/18 18:51
저는 어린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떠도는 곳곳마다 혹성이라고 불러서 알게 된 게 처음입니다.; 요즘에 새로 책들은 어린 왕자가 사는 곳이 혹성이 아니라 행성이라고 써줄까 모르겠네요.
Commented by 지나갑 at 2008/03/18 19:12
근데 행성탈출은 분위기 좀 깨지 않나;;
Commented by Find at 2008/03/18 19:24
지나갑/혹성탈출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끼는 걸겁니다.
"혹성탈출"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저같은 경우에는
"행성탈출"도 전혀 거리낌없게 받아들여지거든요.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3/18 19:59
어렸을 때 우주 관련 어린이용 책들은 전부 혹성이라는 말을 사용했었죠. 중학교때부터는 [행성]이라고 썼지만 일본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0
샘이님// 그렇긴 합니다. 저도 어릴 적 구분하지 않고 배웠던 기억이 있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0
Dasein님// 별 말씀을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0
ZAKURER™님// 한숨 밖에 나오지 않네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2
이준님// 리메이크가 혹성탈출로 한 것은 의도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처럼 원제는 "유인원의 행성"이지요. 그런데 우째 혹성탈출이란 제목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어릴 적에 고릴라처럼 생긴 아이들의 별명이 흔히 혹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2
엘레시엘님// 그러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3
박코스님// 혹성이란 말이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모양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4
Ha-1님// 에휴... 그렇군요. 그런데 행성이란 용어는 동아시아 쪽을 비롯해 모든 한자권에서 사용한 용어라고 합니다. 단지 일본에서 발음의 문제로 말미암아 혹성이 등장한 것이라고 해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4
windily님// 헉... 그러시군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4
파김치님// 요즘은 거의 소행성 B612(맞나?)라고 하는 것 같아요. 하긴 예전 번역서에는 소혹성이라고 나왔군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5
지나갑// 그런가?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5
Find님// 말씀처럼 혹성탈출이 입에 익어 그럴 겁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0:36
ranigud님// 문제는 초등학교나 미취학 아이의 책에 무분별하게 나오는 것이겠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다현이 책부터 뒤적여 봐야겠군요.
Commented by ㅁㄴㅇㄹ at 2008/03/18 20:41
>일본 사람은 恒星과 行星을 모두 코오세에(>こう-せい)로 발음합니다. 그러니 음으로 구분을 할 수가 없었고, 새로운 용어인 惑星(わく-せい - 와쿠세에)이란 용어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행성과 혹성 모두 "떠도는 별"이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遊星이란 표현도 있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카더라 통신인 것 같네요.
혹성이라는 단어는 모토키 료에이가 1792년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변역하면서 처음 사용된 단어입니다. 항성이나 행성은 더 늦게 만들어진 단어구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8 22:17
ㅁㄴㅇㄹ님// 제가 조금 더 확인해 보고 올바르지 않으면 본문을 수정하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행성과 항성은 더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기왕이면 로그인하시거나 정확하게 자신을 밝히고 덧글을 달아주셨으면 하네요.
Commented by 양깡 at 2008/03/18 23:21
음~ 그렇군요.
Commented by Fedaykin at 2008/03/19 01:01
사실 혹성하면 혹성탈출과 원숭이들밖에 생각이 안납니다.

어느쪽이 입에 익냐면....원숭이가 나올때는 혹성, 나머지는 행성이 더 입에 익군요. 저만그런가.

뭐, 근대과학용어중 대부분이 일본어에서 왔으니 크게 구분이 가능할꺼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완전히 우리말로 바꾸지 않는 한자어의 경우엔 어느게 더 맞는지 가리는건 꽤나 어렵겠네요. 자동차 같은 것도 일본사람이 만든 말이지만 한국에서도 잘 쓰이지 않습니까?
Commented by Mizar at 2008/03/19 01:19
참고가 될만한 글을 작성해서 트랙백을 보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9 10:03
양깡님// 에구 별 말씀을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9 10:04
Fedaykin님// ㅠ.ㅠ 일본에서는 혹성과 유성이 같이 쓰이다가 혹성으로 정착된 것 같더군요. 그러나 다소 미스터리한 것을 표현할 때는 아직도 유성이란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네요. 우리도 이와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도 같고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19 10:04
미자르님// 와~ 잘 읽어봤습니다. :)
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8/03/19 21:13
저도 지금 대충 구글링으로 찾아보고 있는데, 그동네에 떠도는 속설로 동대는 혹성, 경대는 유성이라고 했는데, 조사해봤더니 다이쇼 시대 일부 동대 교수가 유성이란 용어를 사용한 예가 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페이지에는 '행성이란 표현도 사용하기도 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거기에 쓰여있기로는 安政시대(1854~1859) 중국에서 만든 책의 번역판이 들여오면서 행성이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되어있네요... 일본에서는 혹성이란 용어가 가장 먼저 사용되긴 했지만, 중국에서 행성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더 오래됐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용어 결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느 용어가 먼저 만들어졌느냐'가 아니라, '국내에서 최초로 사용된 것이 어떤 것인가' 인것 같습니다. 국내의 용례를 찾아보려면 역시 먼지나는 옛날 책들을 뒤져봐야 하는 걸까요?
Commented by Dataman at 2008/03/19 22:02
http://ja.wikipedia.org/wiki/%E6%83%91%E6%98%9F#.E6.83.91.E6.98.9F.E3.83.BB.E9.81.8A.E6.98.9F.E3.81.A8.E3.81.84.E3.81.86.E5.91.BC.E7.A7.B0.E3.81.AE.E7.94.B1.E6.9D.A5

...이거군요. 한편 중국의 '행성'은:

http://zh.wikipedia.org/wiki/%E8%A1%8C%E6%98%9F#.E5.90.8D.E7.A7.B0.E5.8F.8A.E6.9D.A5.E5.8E.86

1859년에 번역된 문헌에 가장 먼저 나온다고 되어 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20 00:25
불멸의 사학도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전 혹성이 그렇게 오래된 용어라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아무튼, 저도 좀 뒤적여 봐야겠습니다. 여러 경로로 좀 알아보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3/20 00:43
Dataman님// 예~ 저도 그 두 가지를 위키에서 확인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확인해보고 있습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었을 수도 있을테니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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