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Tyrannosaurus를 티렉스라 할까?

언제부터인가 Tyrannosaurus라는 명칭보다 티렉스가 익숙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다른 공룡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속명만으로 부르는데 유독 티란노사우루스만은 티렉스라 표기하는 것이... 이는 우리나라에서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야 당연히 T. rex로 표기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부르는 것일 테니까요.

어릴 적엔 티렉스가 아닌 Tyrannosaurus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선가 티렉스가 Tyrannosaurus를 대체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면, 언제부터일까요? 조심스럽게 추정해보면 이는 쥐라기 공원의 상영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Tyrannosaurus는 이미 T. rex로 불렸으니까요.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ㅠ.ㅠ)

그렇다면, 과연 T. rex로 표현하는 것은 올바른 것일까요? 제가 아는 한 원칙적으로는 적절한 표현은 아닙니다. 학명은 원칙적으로 줄여 쓸 수 없습니다. 단, 예외가 있는데 이는 같은 속(genus)에 포함되는 다른 종이 한 보고서나 논문에서 인용될 때나 동일한 학명이 반복되어 사용될 때입니다. 물론, 이때도 첫 번째 표기는 모든 철자를 다 쓰고, 이후 속명은 약어로 표기하되 종명은 줄여 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알로사우루스(Allosaurus)와 관련한 어떤 논문에 여러 종이 인용된다면 가능하겠죠? 즉,

Allosaurus fragilis
A. ferox
A. maximus
A. jimmadseni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학명 중에서 관용적으로 약자를 쓰는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T. rexE. coli입니다. 사실 E. coliT. rex보다도 더 심하죠? :) E. coli는 알아도 Escherichina coli는 익숙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T. rex의 변형된 형태가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T.rex
T.Rex
T-rex
T-Rex

기왕에 쓰는 거 정확하게 사용하면 어떨까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요. 속명과 종명을 붙여 쓰지 않기에 약자로 표기해도 역시 속명과 종명은 붙여 쓰면 안 됩니다. 그리고 종명은 물론 소문자로 시작해야 하며, 학명에는 그 어떤 기호도 사용할 수 없기에 하이픈을 쓸 수 없답니다. 물론 이탤릭으로 표기해야 합니다.

만약 T.rex라고 쓰게 되면... 이런 공룡이 탄생하는 겁니다. 새로운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렉스(Tyrannosaurusrex)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왜 티란노사우루스만 유독 티렉스라 부를까요? 제목을 붙였지만 저도 궁금해서 적어본 것입니다. :) 절대 낚시는 아니고요. 개인적으로는 종명의 의미가 rex(왕, 군주)이기에 그랬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명법으로 - 풀네임으로 - Tyrannosaurus rex로 부르다가 줄여서 T. rex로 부른 것이 아닐까요? 알로사우루스처럼 썰렁한 종명 - fragilis(깨지기 쉬운) - 이었다면 어땠을까요? Allosaurus fragilis로 표기하고, 이를 줄여  A. fragilis로 쓰고 "에이프라길리스"라고 부를까요? :)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by 꼬깔 | 2008/04/08 00:04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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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4/08 00:17
일단 한국에서는 쥬라기공원 영화 탓이 클 겁니다. 그 이전에는 저도 티렉스라고 적은 표기를 본 적이 없거든요. 미국에서 줄여 쓴 이유는...글쎄요, 옹스트롬 같은 양반들에게 물어봐야 할까요?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4/08 00:17
교는 쥐라기공원을 봤어도, 꼬깔님 블로그에 와서야 티렉스=티란노사우루스(교에겐 티라노사우루스가 익숙하더군요.)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 아에 티렉스란 용어 자체를...)
Commented by ZAKURER™ at 2008/04/08 00:18
미국 쪽에선 그 이전부터 T. rex로 쓰인 듯 한데, 한국은 확실히 [쥐라기 공원]을 기점으로 널리 퍼진 듯 합니다(더구나 T-Rex 등으로 말이죠).
저도 그 영화 개봉 무렵 군 복무 중이었고 제대하고 나서 다들 "티렉스" "티렉스"하기에 "대체 뭔가?"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Commented by Lee at 2008/04/08 00:21
줄여 부르기에 어감이 좋아야 그 명칭이 널리 퍼지게 되는게 아닐까요. 에이 프라길리스보다는 티렉스가 훨씬 입에 잘 붙는거 같긴 합니다. 글자수도 작고..
Commented by R쟈쟈 at 2008/04/08 02:35
쥐라기 공원1 이후로 티렉스라고 많이 부르더군요^^

뭐, 일단 티렉스가 티라(란)노사우루스보다는 부르기 쉬워서가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이상한앨리스 at 2008/04/08 07:40
저도 궁금했던 부분중 하나 였는데 이름이 길어서 말하기 곤란해서 그런줄 알았습니다. 아..니 다른 공룡중에도 긴 이름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
Commented by 해빛☆ at 2008/04/08 08:04
T. rex 그러고 보니 그냥 통상적으로 불렀지 왜 인지는 생각안해봤네요. 꼬깔님 말대로 쥐라기 공원 방영(?)이후로 널리 퍼진거 같아요. 그전에는 티라노사우르스, 라고 불렀던 기억이 나가든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04/08 08:28
어, 알로사우루스가 저런 요상한 종명이 붙은 이유가 '허망한 최후' 때문인가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46
슈타인호프님//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도 줄여 부르기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 콤프소그나투스 역시 콤피로 줄여 쓰니까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47
제갈교님// 아~ 본래 우리나라 어문규정으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맞답니다. 관용에 입각한 것이라는군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48
ZAKURER™님// 그런 것 같아요. 저 역시 쥐라기공원 개봉 이전에 티렉스란 표현은 들어본 기억이 없는 듯하거든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48
Lee님// 크크크 그렇기는 하죠?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49
R쟈쟈님// 맞습니다. 말씀처럼 일단 부르기 편하니까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49
이상한앨리스님// 아하하 :) 긴 이름 무지하게 많지요. 일단 속명으로는 Micropachycephalosaurus란 녀석이 제일 길 겁니다. :) 미크로파키케팔로사우루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50
해빛☆님// 그렇죠? :) 저도 그런 기억이거든요. :)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0:50
어부님// 아~ 알로사우루스의 종명과 관련해서는 따로 포스팅할게요. :)
Commented by 쟤시켜 알바 at 2008/04/08 11:20
전 원래 이름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보네요^^;
Commented by Draco at 2008/04/08 11:36
계기야 주라기 공원이었겠지만...
일반인이야 정확한 학명을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당연히 부르기 쉬운 이름을 쓰게 되겠지요.(먼산)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3:04
쟤시켜알바님// 그렇지요. :) 맞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입니다. 그런데 이를 티렉스로 부르면서 심지어 티라노사우루스렉스의 과정을 통해 Tyrannosaurusrex까지 등장...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13:05
Draco님// 아마도 그런 이유로 T. rex가 쓰이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8/04/08 19:32
오래돼서 좀 기억이 가물거리디만, 쥐라기공원 원작 소설에도 티렉스라고 부르는 듯했습네다.
아무튼 영화건 소설이건 저도 그때 처음 기런 표현을 들었디요.
제 생각엔 학문보다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어떨까 합네다.
뭐든지 줄여서, 편하게 부르기 좋아하는 미국,
기런데 공룡(뿐 아니라 거의 모든 동물, 괴수까지 통틀어) 하면 역시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닙네까?
미국을 상징하는 공룡처럼 아주 대중적이니 말이디요.
기래서 아무나 흔히 입에 올리다 보니 또 편하게 줄여서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08 20:02
박코스님// 확실히 미국 쪽에선 예전부터 티렉스로 불렀던 것 같습네다. 기런데 우리는 쥐라기공원의 영향으로 그리 부르게 된 것 같고요. 확실히 그렇군요.
Commented by almaren at 2008/04/10 14:26
60년대 말~70년대 초반에 미국서 인기높았던 영국출신 글램록그룹 이름이 Tyrannosaurus Rex, 즉 "T. Rex"였습니다. Marc Bolan이 보컬이자 리더였는데 T. rex의 "Bang a gong Get it on"이란 노래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좋았습니다. 꼬깔님 세대라면 팝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이노래 들어보면 아실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인기그룹 T. rex란 이름이 Tyrannosaurus의 관습적 이름인 T. rex의 유래가 되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지요. ^^* 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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