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ambrian을 어떻게 표현할까?

해빛☆님댁에 들렀다가 러시아 자연사박물관전에 있던 지질시대 전시에 "선캄브리아누대"란 표현이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리신 것을 봤습니다. 확실히 지질시대와 관련해서는 명칭을 한 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은 선캄브리아는 이렇습니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당연히 선캄브리아대(代)로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질학과에 입학해서 층서학을 배우는데 당시 故 이하영 선생님께서 선캠브리아이언으로 가르쳐주셨습니다. 사실 대학교 입학 후에는 괜스레 "프리캠브리언, 캠브리언, 오오도비션, 사일루리언, 데보니언, 카보니페러스, 퍼미언, 트라이아식, 쥐래식, 크레테이셔스, 터셔리, 쿼터너리" 등의 용어를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경숙이"스러웠던 것 같아요. :) 아무튼, 그렇게 대학 시절엔 층서학과 지사학 시간에 선캄(캠)브리아이언으로 배웠답니다. 그리고 일부 학자가 이언(eon)의 우리말 표현으로 누대(累代)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 아이들을 처음 가르치면서 고등학교 교과서의 선캄브리아대가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선캄브리아대가 아니고 선캄브리아이언이 적절하다고 가르쳤습니다. 94년 일입니다. 당시 고교 지구과학 교과서에는 대부분 선캄브리아대란 용어가 사용되었고, 故 이하영 선생님께서 집필하신 지학사 교과서만 유일하게 "선캄브리아이언"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정창희 교수께서 쓰신 중학교 교과서에 "선캄브리아 시대"란 용어가 나왔고, 저 역시 처음으로 선캄브리아 시대란 표현을 접했습니다.

이후 여러 자료를 뒤적이면서 Precambrian time이란 표현을 보게 되었고, 이후 전 선캄브리아 시대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교양 서적에서 다양한 표현을 봤습니다.

선캄브리아대, 선캄브리아누대, 선캄브리아이언, 선캄브리아기, 선캄브리아 시대

어떤 것이 적절할까요? 해빛☆님께서 말씀하신 선캄브리아기는 만약 紀가 아닌 期라고 한다면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일본에서는 세보다 작은 단위인 절을 期로 사용합니다만) 그렇지만, 한자로 표현하지 않고 단순히 선캄브리아기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선캄브리아대, 선캄브리아누대 등은 어떨까요? 이 역시 선캄브리아가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기에 대, 누대 등을 붙여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스미스소니언의 오류를 지적한 초등학생도 Precambrian era(선캄브리아대)로 표현한 것을 지적한 것이었지요.

전 개인적으로 선캄브리아 시대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 명칭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Precambrian이란 표현이 여러 가지를 내포하기 때문이지요. 공식적인 명칭인 Cambrian, Jurassic 등은 Cambrian period(캄브리아기), Cambrian system(캄브리아계)등을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period나 system은 생략하고 상황에 따라 둘 중 한 가지로 사용합니다. 고생대를 뜻하는 Paleozoic도 Paleozoic era(고생대), Paleozoic erathem(고생대층)을 나타냅니다.

문제는 비공식적인 명칭인 Precambrian입니다. Precambrian time은 캄브리아기 이전의 모든 시기를 뜻합니다. 즉, 원생이언, 시생이언, 그리고 하데스 시대까지를 포함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일반적으로는 선캄브리아 시대란 표현이 적절한 듯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Precambrian이라 사용하는데, 이는 굉장히 포괄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 Precambrian eons
☞ 캄브리아기 이전의 모든 이언 - 누대 - 을 뜻함. 즉, Archean eon(시생이언), Proterozoic eon(원생이언) 등이 Precambrian eons에 속하며, Archean eon은 Precambrian eon이 될 수 있습니다. 시생이언은 선캄브리아 이언들 중의 하나니까요. 그러나 이는 포괄적인 의미로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Precambrian eras
☞ 캄브리아기 이전의 모든 대를 뜻함. 즉, Neoarchean era, Neoproterozoic era 등이 포함되겠지요. 또한, Neoarchean era는 Precambrian era가 될 수 있습니다.

☆ Precambrian periods(systems)
☞ 같은 개념으로 캄브리아기 이전의 모든 기(계)를 뜻함. 따라서 Ediacaran period(system)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Ediacaran system은 Precambrian system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Precambrian이란 표현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Precambrian time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GTS 2004에는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A ‘natural’ geologic Precambrian time scale is going to replace the current artificial scale.
그렇다면, 어떤 용어가 적절할까요?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래도 선캄브리아 시대가 무난하며, 그냥 "선캄브리아"라고만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1994년경에 나온 양승영 교수님의 지질학사전에는 "선캄브리아누대"란 표현이 나옵니다. 그렇기에 러시아 자연사박물관전에 나온 선캄브리아누대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면 "권위"를 이용해 방어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란 걱정이 됩니다.

그냥 선캄브리아라고 쓰는 것은 어떨까요?

P.S.) 국제층서학 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 홈페이지를 뒤적이다가 GTS 2004에 Hadean도 비공식적인 용어로 나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예전에 위키를 참조해 Hadean을 Hadean eon(하데스이언)으로 표기했는데, 이 부분은 수정해야 할 것 같네요. Hadean도 일반적인 Hadean time이라 생각되어, 그냥 하데스 시대라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P.S.2) 제가 선캄브리아대란 용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선캄브리아 시대란 표현을 주장한 것은 단순한 태클이 아닌 10년 이상의 고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고등학교 지구과학 교과서에 선캄브리아대라는 용어가 더 적절한 용어로 바뀌기를 바랄 뿐입니다.

P.S.3) 해빛☆님의 판게아와 선캄브리아 관련 지적이 적절하다는 뜻으로 트랙백합니다. :) 정말 좋은 선생님 되실 겁니다. :) 그리고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잘못된 것을 올바르게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P.S.4) 혹시 위 그림에서 GSSP와 GSSA란 용어가 궁금하신 분이 있을까봐 - 어이... - 몇 자 적어 보면, GSSP(Global Standard Section and Point)는 세계 표준 지질시대의 경계를 기준으로 나눴다는 뜻이고, GSSA(Global Standard Stratigraphic Age)는 이런 표준 단면이 없는 선캄브리아 - 유명한 에디아카라기를 빼고 - 시대는 절대연대를 이용해 나눴다는 뜻합니다. 그래서 기호도 핀과 시계로 달리한 것이랍니다.

by 꼬깔 | 2008/04/22 01:17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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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주니스프리 at 2008/04/22 06:05
다시 생각해도 지질시대 용어구분은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흑흑....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4/22 07:26
전 고등학교때 선캄브리아- 는 영어표현과 期라는 한자표현을 둘 다 배웠는데요, 당시 선생님은 [선캄브리아기]의 '기'와 [캄브리아기]의 '기'는 다르다는 걸 말씀해주셨었죠. 여하튼 과학용어는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오류도 많고 논란이 있어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은 거 같아요.
Commented by 해빛☆ at 2008/04/22 08:03
와아,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까 보기 좋네요, 주먹구구 식으로 적은 제 몇마디를 이렇게 ㅠㅠㅠ

아직도 지사학 교수님이 세미나 한번 열어서 용어정리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던게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04/22 08:54
고 이하영 교수님이 누구신가 해서 찾아봤더니 연세대 지구과학과 교수님이셨군요. (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지구시스템전공)

조금 다르지만 어제 밤에 달아주신 댓글의 답변입니다.

트로오돈의 최종 진화 형태로 디노사우로이드가 나오더군요. (그 앞 장면에선 트로오돈이 고양이 정도 크기로 작아진 형태가 나와서 '도둑고양이' 짓 - 런던 시내에서 쓰레기통 뒤지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Commented by Mizar at 2008/04/22 13:30
선캠브리아이언..하니.. 하긴 뭐 제 분야에서도(저 자신도) 그런 식으로 많이 읽곤하군요..
미사일을 미슬, 마하 수를 마크 넘버라고 하듯이 말이지요.;;
물론 일반적인 대화를 할 때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만..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22 13:56
주니스프리님// 아하하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22 13:57
ranigud님// 오~ 그러셨군요. 훌륭한 선생님께 배우셨네요. 문제는 紀와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단순히 선캄브리아로 부르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22 13:57
해빛☆님// 별 말씀을요. 한번 쯤은 정리해보고 싶었던 내용이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22 13:58
아브공군님// 당시 지질학과였지요. :) 지금은 지구시스템과학과인가로 명칭이 바뀌었을 겁니다. 그리고 디노사우로이드... 아하하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22 13:58
미자르님// 아무래도 입에 익어 그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미슬, 마크 넘버... 아하하 재밌네요. :)
Commented by 뽀실이스 at 2008/04/23 13:49
허... 저두 선캄브리아 '누대'라는 표현으로 익숙하게 (라고 썼지만 별 생각없이...) 있었는데... ㅡㅡ;; 뭔가 표준안 없이 표류하는 시대명칭이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습니다. 공룡의 해부학적인 명칭이나 분류명에 대한 국내표준안도 필요하겠구요... 다들 뒤죽박죽이라...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23 15:29
뽀실이스님// 말씀처럼 상당수가 선캄브리아누대란 표현에 익숙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공룡의 해부학적 명칭이나 분류명 등의 국내 표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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