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과학 사기 사건이라??

MBC에서 20일에 방영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 "사우루스의 비밀"이란 제목의 방영분이 있어 봤습니다. 사우루스란 말이 절 이끌었지요. 그런데 시작부터 심상치 않더니... 이런이런...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909년 미국 동부의 유타에서 거대한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 발굴을 책임진 미국의 Douglass는 이 공룡이 브론토사우루스라 주장했는데, 브론토사우루스는 1879년 Marsh가 발견한 것이었다. 그런데 두 브론토사우루스는 두개골의 모양이 달랐다. 여러 학자들은 Douglass의 것이 진짜 브론토사우루스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Marsh가 최초 발견했을 때는 두개골이 없었지만, 카마라사우루스의 두개골을 얹어 브론토사우루스로 발표했다. 이는 고생물학계에 씼을 수 없는 오점이었다. 또한, 브론토사우루스는 나중에 아파토사우루스와 같은 공룡이란 것이 밝혀졌는데, 이 중심에도 Marsh가 있었다. Marsh가 1877년에 명명한 아파토사우루스와 1879년 발견한 브론토사우루스를 혼동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브론토사우루스는 불운하다. Marsh는 파렴치한 학자이다. 등등...

MBC의 홈페이지에 나온 미리보기엔 이렇게 나옵니다.

1879년 미국. 한 학자가 1억 5천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공룡, 브론토사우루스의 화석을 발견했는데.. 30년 후, 다른 학자에 의해 발견된 또 다른 공룡 화석 역시 브론토사우루스의 화석이었다. 그런데! 확연히 생김새가 다른 두 공룡 화석! 과연 이 화석들에는 어떤 놀라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던 것일까..

보면서 느낌은 "이뭐병"이었습니다. Marsh를 완전히 파렴치한 학자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Marsh가 Cope의 경쟁심으로 발견되지 않은 두개골을 카마라사우루스의 것으로 대신해 발표했다.
☞ 분명히 Marsh가 브론토사우루스의 두개골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을 기만해 카마라사우루스의 두개골을 이용해 전시한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제가 썼던 글(브론토사우루스의 굴욕)에 쓴 것처럼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두개골을 선택해 전시한 것 뿐입니다. 논문에 두개골을 발견한 것처럼 발표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용각류는 두개골이 분리되어 발견되거나 여러 종이 섞여 발견되었기에 두개골을 복원하기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Marsh 역시 나름대로 가장 가까운 공룡의 것으로 추정해 복원한 것입니다.

☆ Douglass의 브론토사우루스가 진짜 브론토사우루스이다.
☞ 이미 명명된 브론토사우루스에 진짜와 가짜가 어디에 있습니까? 마치 Marsh의 발견이 조작되고 모두 가짜인 것처럼 표현했더군요. 만약 이거 미쿡에서 방영했다면 소송당했을 겁니다. Douglass는 단지 두개골이 있는 브론토사우루스를 발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 Marsh는 어이없게 자기가 명명한 브론토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루스를 구분하지 못했다.
☞ 학명은 여러 가지 정황 증거에 따라 분류가 달라지고 재명명되는 것이 흔합니다. 또한,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또한, 브론토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루스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천골(척추와 골반이 합쳐진 뼈)을 이루는 뼈의 개수였습니다. 그런데 마치 두개골이 달라 다르게 명명한 것처럼 얘기하더군요. Marsh의 브론토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루스는 모두 두개골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아파토사우루스라 명명했다.
☞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그리스어로 '속임수'를 뜻하는 apato(απατω)란 표현을 썼다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어휴... 정말 잘도 끼워 맞추는군요. 이미 제가 예전 글에 올린 것(브론토사우루스인가 아파토사우루스인가?)처럼 미추(꼬리뼈)의 혈관궁이 모사사우루스의 것과 비슷해 동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현혹하다, 속이다, 혼동하게 하다'란 뜻이 있는 그리스어 apataon(απαταον)이란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엮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 한 학자의 조작과 실수로 인해 탄생했고, 사라져야 했던 비운의 공룡 브론토사우루스.
☞ 나쁜 Marsh, 불쌍한 브론토사우루스로 써놓았네요. ㅠ.ㅠ 도대체 뭐가 조작이라는 겁니까? 심지어 희대의 과학 사기 사건의 희생양으로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하는 브론토사우루스란 표현까지 쓰는군요. 제가 아는 것이 짧은지는 모르겠지만 브론토사우루스의 두개골이 카마라사우루스의 것으로 잘못 복원된 것이 "희대의 과학 사기 사건"이란 오명까지 뒤집어 써야 하는 건가요?

사실 그 밖에도 많은 오류가 있었습니다. 생각나는 것만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1) 모든 공룡 이름을 자체 이명법으로 썼군요. 즉, 아파토 사우루스, 스테고 사우루스, 브론토 사우루스 등...
2) 아파토사우루스를 설명하는 과정에 공룡 골격 그림이 배경으로 깔렸는데 카마라사우루스의 것입니다.


혹시 보신 분 계시면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 카마라사우루스
(출처 :
http://www.wvup.edu/ecrisp/imageR9P.JPG)

누군가 제보해서 프로그램을 구성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문가의 고증은 거치고 방송에 내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설마 고증한 내용이 이런 것은 아니겠죠? 괜히 "희대의 과학 사기 사건"이란 표현으로 낚시질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정말 미쿡에서 방영했다면 유족에게 고소당했을 것으로 생각되네요.

지못미 마시, 지못미 브론토사우루스, 지못미 아파토사우루스...

by 꼬깔 | 2008/04/30 00:45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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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8/04/30 01:17
어차피 거기는 프로그램의 공신력을 잃은 지 오래죠... 고증은 안드로메다쪽에다 맡긴 채로 방영에 들어가니 뭐 하나 믿을 수가 있어야죠... 그냥 황색지 가십란의 스캔들 기사쪽이 훨씬 사실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http://comicmall.naver.com/webtoon.nhn?m=detail&contentId=22052&no=368&page=1
이런 류의 방송이란 게 왠지 이 웹툰하고 비슷한 것 같네요... 뭔가 크게 뻥 터지는 게 없으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Commented by Lee at 2008/04/30 01:47
오트니엘 마시 박사가 공룡 연구의 선구자란 걸 알긴 알까요?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4/30 01:54
사실 그 방송이 모 책-그러니까 그런류의 이야기만 모아 놓은-을 그대로 배끼고 자기기 편집해서 벌어진 일이죠. -_-
Commented by Gnossienne at 2008/04/30 04:16
우와... 이러한 오점들을 보실 수 있는 식견이 있으신거네요. 이런거 알 수 있는 사람도 몇 안될탠데... 대단하시네요. ;;
문외한들은 보면서 그냥 '아... 그렇구나... 나쁜넘이네?' 할수밖에 없죠. 그만큼 방송사의 책임이 큰건데...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04/30 05:37
지못미..... 확실히 그런 프로그램은 영양가가 정~~~말로 없죠. 그러면 필트다운인은 어떻게 표현 할까요?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4/30 07:10
그러잖아도 브론토사우루스와 아파토사우루스에 좀 더 포스팅해주세요~ 하고 부탁드리려고 했었는데, 딱 올라왔네요.
지못미 브론토사우루스, 지못미 아파토사우루스... 브론토는 특히나 인기가 정말 많은 공룡이었는데...
Commented by devestator at 2008/04/30 07:31
오점이라니...이구아노돈의 손가락을 이빨로 생각한 것도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될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어부 at 2008/04/30 08:19
MGCus, et tu?

그러니 마봉춘이야 더 말할 수준도 안 되겠죠.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4/30 08:41
프로그램 성격상 고증은 애초에 신경도 안썼겠죠....
그저 자극적이면 그만이랄까요. OTL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6
불멸의 사학도님//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우루스가 나와서 그만... 흥분했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6
Lee님// 모를 겁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7
이준님// 그 모책이 궁금해요. :) 마르지 않는 샘~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7
Gnossienne님// 사실 별 것은 아니고요. ㅠ.ㅠ 관심이 있다보니...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8
아브공군님// 그러게 말입니다. 필트다운인이나 아르카이오랍토르는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하더라고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8
ranigud님// :) 서프라이즈가 놀랍게도 눈치를 챘는가 보군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9
devestator님// 그러게요. 그 밖에도 많지 않습니까?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19
어부님// 아... 그렇다면 유재석은?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0:20
풀잎열매님// 그런 것 같습니다. 애당초 '시청률만 높이면 되는 거지 뭐."로 시작했을 테니까요. 대부분 "~카더라"를 각색한 것에 불과하더군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4/30 11:10
저 방송이야 말로 희대의 '과학사기'로군요...
Commented by Frey at 2008/04/30 12:00
희대의 사기라고 하기에 저는 필드다운인을 생각했습니다;
Commented by 날거북이 at 2008/04/30 12:45
원래 서프라이즈는 오류투성이 방송입니다. 과학만이 아니라 자주 써먹는 역사적 내용을 다룰때도 항상 오류에 과장투성이로 악명높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8:01
미자르님// 그런 것 같죠?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8:01
Frey님// 그러게요. 일반적으로 희대의 과학 사기라고 한다면 필트다운인인데...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18:01
날거북이님// 맞아요. 본래 그랬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ㅠ.ㅠ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8/04/30 18:22
와 아주 우리나라 고생물학계를 울릴 작정인건가요 서프라이즈 제작진;;(다시는 서프라이즈를 보지 않으리라 다짐한 구 서프라이즈 애청자 우주괴물 트로군)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8/04/30 20:04
아주 딱 눈요깃거리 기사로 만들어 버렸구만요.
마치 '필트다운의 가짜 화석' 정도 수준으로 난도질을 해 버리고.
학계에서는 문제시하지 않은 이야기를 마구마구 부풀려 제멋대로 쿵짝짝!
결국은 마시가 졸지에 도슨으로 전락해 버렸구만요.

엊그제는 뭔가 검색하다가 보니 어린이 대상의 기독교 사이트인데
공룡을 창조하신 하나님 어쩌고 하면서 노아의 홍수 이후 기온이 어쩌고 전멸...
예전에는 공룡의 존재조차 부정하더이만 이제는 더 그럴 수도 없고 또한
어린이덜이 좋아하니까 또 하나님의 위대한 능력으로...

성경에 나오는 고대 괴수덜이 바로 공룡이랍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육상괴물 베헤모스는 하마, 바다괴물 레비아탄은 고래일 것이라는
기사를 본 듯한데, 이제는 공룡으로 둔갑해 버렸습네다.
(아무래도 그 옛날 중동에서는 하마나 고래를 접할 수 없었을 테니 기럴 수도 있디요.
근데 이젠 공룡까지.)

아무튼 그때그때 갖다 꿰어맞추는 기독교,
당신을 '서프라이즈'의 일촌으로 인정합네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22:28
트로오돈님// 에휴...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4/30 22:29
박코스님// 기렇습네다. ㅠ.ㅠ 졸지에 마시가 도슨이 되었습네다. ㅠ.ㅠ 그리고 기독교 사이트의 아전인수와 감탄고토야 뭐... ㅠ.ㅠ
Commented by croydon at 2008/05/01 00:11
정말 어이 없네요. 유언비어나 음모론을 재생산하고 거기에 일종의 권위(?)를 부여하는 서프라이즈가 나름 인기 프로라는게 좀 의아해요..
Commented by SilverRuin at 2008/05/01 00:38
전 그날 프로그램 보면서... 지식이 짧지만 느낄 수 있는 위화감보다, 서프라이즈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_-;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01 09:16
croydon님// 저 프로그램이 벌써 5년 되었던가요? 아무튼, 꽤 오래된 프로그램일 겁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01 09:17
SilverRuin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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