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cules자리에 대한 단상


얼마 전 다현이에게 사준 책에 헤르쿨레스자리가 허큘리스자리란 이름으로 나온 것을 보고 솔직히 기겁했습니다. 예전 한국천문학회의 천문용어 검색 엔진에서 허큘리스자리를 봤을 때는 피식 웃고 말았지만요. 책의 상당 부분에 허큘리스자리로 표현되며, 친절하게 헤르쿨레스자리가 용어 표준화작업으로 허큘리스자리로 바뀌었음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위키사전과 국립국어원의 대사전을 뒤적였습니다.
위키는 어느 순간 허큘리스자리로 바뀌었더군요.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아시겠지만, 기존에 "헤르쿨레스자리"로 써놓은 것에 제목을 허큘리스자리로 바꾸고, "표기에 따라 헤라클레스자리라고도 한다."에 허큘리스를 추가한 것에 불과합니다. 헤르쿨레스자리와 관련한 별의 이름을 봐도 이런 "조잡한 수정"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바꾸시는 김에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os, Πτολεμαιος)도 영어식으로 Ptolemy로 바꿔 "톨레미"로 쓰지 그랬습니까?
별자리 이름은 허큘리스자리로 바꿔놓고 별을 부를 때는 "헤르쿨레스자리 α"라고 하는군요. 현재 국어사전에 나오는 이름은 헤르쿨레스자리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헤라클레스자리로 부르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 책에 헤라클레스와 허큘리스자리가 구분되어 등장하면 아이들이 올바르게 이 두 관계를 결부지을 수 있을까요? 당장 다현이부터도 "헤라클레스가 나오는데 왜 허큘리스자리야?"라고 묻습니다. 아마도 이런 질문은 흔히 나올 가능성이 높답니다. 그렇다면 그 때마다 김광태 교수께서는 "얘야, 그건 천문용어 표준화 작업의 일환으로..."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실겁니까? 아예 바꾸시려면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고역도 "허큘리스의 12가지 고역"으로 바꾸시지요?

학술용어의 표준화 작업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표준화 과정에서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광태 교수에 이해 "자행된" 표준화 용어는 제 짧은 지식으로는 규칙성이나 원칙을 찾기 어렵네요. 또한, 별과 별자리 관련 용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학회에서 저렇게 뚝딱 만들어 놓았을 때, 많은 아마추어가 "오~ 오늘은 날씨도 좋은데 허큘리스자리 M13을 볼까?"라고 얘기해줄까요? 기왕에 영어식으로 바꾸고 싶으시면 다 바꾸시지요? 헤라클레스와 쌍벽을 이루는 용사인 오리온과 페르세우스의 별자리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

Orion - 어롸이언자리
Perseus - 퍼시어스자리

제가 책에 나오는 88가지 별자리 이름을 몇 번이고 훑어 봤지만, 대부분 기존의 용어를 쓰면서 유독 몇 가지만 특이한 표현을 썼더군요. 혹시, 작업을 했다는 표시라도 내고 싶으셨던 겁니까? 아니면....

혹시 이런 마음에 허큘리스로 바꾸신 것은 아닙니까?

"제가 미쿡에서 공부할 때 헤르쿨레스라고 했더니 알아듣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허큘리즈라 했더니 알아 듣더라고요."
"제가 미쿡에서 공부할 때 오리온이라고 했더니 알아듣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어롸이언이라 했더니 알아 듣더라고요."

P.S.) 어릴 적 학생백과에서 프톨레마이오스란 이름을 처음으로 접한 후, 다른 책에서 프톨레메우스, 톨레미 등으로 표기된 프톨레마이오스로 말미암아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용어란 것은 그렇게 쉽게 뚝딱해서 고치는 것은 아니란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헤라클레스 또는 헤르쿨레스자리로 표기한다고 학회에서 그렇게 발표하지는 않을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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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8/05/14 10:27 | 별의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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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AISON at 2008/05/14 10:57
대학 시절 한참 공부하던 중 어떤 책을 읽다가 "레알레즘"과 "레알레떼", 그리고 "시뮬라시옹"과 "시뮬라르크"라는 용어가 나와서 뭔지 알기 위해 진땀을 빼던 생각이 나더군요. 나중에 보니 유럽쪽에서 공부한 분이 쓴 책인지라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바꾸니 리얼리즘, 리얼리티, 시뮬레이션, 이렇게 되더군요.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8/05/14 11:11
근데 사실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는 영어의 시뮬레이트..와는 상당히 다른 용법으로 쓰이는 하나의 '철학 용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무조건적인 영어식 표기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8/05/14 11:14
비슷한걸로 국어책에도 등장하는 기의와 기표를 나타내는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도 있군요. 물론 이걸 영어로 쓰면 '시그니쳐' 쪽이 되죠.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5/14 11:26
톨레미는 정말 못알아먹겠습니다... 결국 어느쪽이 대중에게 더 익숙한 용어인가가 문제가 되려나요?
Commented by Mizar at 2008/05/14 12:41
Tolerance를 톨러런스로 발음하느냐 톨레랑스로 발음하느냐에도 차이가 있겠죠..^^;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5/14 14:07
미술용어도 대거 수정해야 하려나요(...). 아르누보같은거. orz 마티에르 라던가. orz
Commented by 몰핀중독 at 2008/05/14 14:10
허큘리스, 어롸이언 에휴 -_-; 전문용어로 이야기하고 통합하자는 이야기 인듯하군요. 뭐 전문적인사람들이야그러지만 일반인 기준으로는 헤라클래스자리, 오리온자리가 더쉽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4 15:35
RAISON님// 에구... 그런 어려움도 있군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4 15:35
가고일님// 흠... 어렵군요. ㅠ.ㅠ 역시... 시니피앙이란 말은 아주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 잊고 싶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4 15:36
ranigud님// 흑흑...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4 15:36
미자르님// 그렇겠군요. 아무튼, 참 어려움이 많습니다. 전 별자리 이름과 관련해서는 어떤 규칙을 적용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4 15:37
제절초님//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4 15:39
몰핀중독님// 일상생활에서 과연 허큘리스나 어롸이언같은 표현을 얼마나 쓸까라는 것이겠죠? ㅠ.ㅠ 흠..
Commented by SgtA at 2008/05/14 15:55
나트륨과 소디움이 생각나는군요. 바이러스와 비루스,에네르기와 에너지도 그렇구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5 06:48
SgtA님// 휴...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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