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의 자세

블로그는 분명히 1 : 1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트랙백이나 덧글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서로의 의견을 접근해갈 수도 있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 역시 그런 부분을 원하고 있고요. 그런데 간혹 이런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특정 블로거를 지칭하는 것은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어부님께서 가고일님의 요청에 따라 척추동물의 눈과 관련한 글을 올리셨습니다. 어부님께서 올리셨던 척추동물의 눈은 흔히 지적설계를 부정하는 측면에서 불완전한 설계로 많이 인용되는 내용입니다. 판다의 엄지, 척추동물의 눈 등...

그런데 익명의 덧글 하나가 이후 많은 글을 쏟아 냈고, 덧글로 시작한 논쟁에서 결국 이글루를 개설하면서까지 트랙백으로 논쟁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주된 논쟁의 주장은 차치하고서라도 왜 이런 논쟁이 일어났을까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 덧글의 방식이 좋지 않았다고 봅니다. 익명의 덧글이 빈정대고 무시하는 느낌으로(제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붙었을 때 과연 정중한 답글이 붙을 수 있었을까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고운 법입니다.

진행되는 논쟁이 눈에 대한 지식을 풍부하게 한 부분은 있지만, 논쟁 자체가 한쪽이 주장하고 다른쪽이 자신의 입장에서 반박하고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익명의 덧글을 붙인 분께서는 대부분의 글이 - 스스로 덧글을 읽어 보세요. - 상대방을 자극하고, 무시하는 형태였다는 점입니다. 또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드러내지 않았고요. 심지어 (스스로 오해라고 얘기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쳐 덧글을 달고 의견을 개진하면 꼬맹이부하란 표현까지 썼습니다.

양쪽이 모두 전문가가 아니라면 깊은 쪽의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척추동물의 눈과 관련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관점은 "치명적인 단점도 없지만, 합리적인 장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논의의 시작점인 신경절과 혈관에 의한 차폐는 설계 후 점차 개선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럼에도 덧글자께서는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상대방에게 심한 표현을 많이 썼다고 생각합니다. 어부님께서 진화생물학을 전공한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참고문헌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안과의사인 친구분과 전화통화를 하실 정도였고요. 물론, 상대방도 논쟁을 위해 이글루스를 개설할 정도까지 되었지만요.

S님께서 첫 덧글에 도발하는 표현이 아닌 정중한 표현으로 논쟁 또는 의사소통을 시도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부님께서 마지막 글에 써놓은 신 것처럼 척추동물의 눈과 연체동물의 상사적인 카메라눈과 관련한 주제는 웹상에서 지적설계를 믿는 자들과 진화론을 믿는 사람들 사이에 갑론을박하는 주제로 알고 있습니다.

설사 - 전 어부님께서 완전히 잘못된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 상대방이 잘못된 글을 올리거나 했다손 치더라도 익명의 덧글자가 접근한 방식은 상당히 뇌입원스러웠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제 의견과 다른 내용을 보고 덧글을 달았다면 비공개로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고 논쟁에 임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블로그는 참 매력적인 의사소통 시스템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이를 합리적으로 이용하려는 마음이 결여된다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겁니다. 제 블로그의 글 역시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에 100% 맞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의견도 있을 것이고, 객관적으로 검증된 사실을 적은 것도 있으니까요. 훈수 두는 것은 쉽지만 스스로 행하는 것은 어려운 것처럼 덧글은 쉽게 쓸 수 있지만 글은 쉽게 쓰기 어렵습니다. 모쪼록 다시는 이런 무례한 덧글로 시작되는 논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by 꼬깔 | 2008/05/16 12:18 | QTC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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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05/16 12:23
댓글도 일종의 의사소통인데..... 사람들은 그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Commented at 2008/05/16 13: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5/16 13:29
저야 과학이야 교양정도만 아니 전부는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이건 정말 논쟁을 떠나 기본적인 예의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상대쪽에서 이정도에 문제가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인터넷이란 애매한 매체로 연결된 사람들은 서로 더 조심할 필요가 있는데 말입니다...음;
Commented by 어부 at 2008/05/16 14:18
이렇게까지 논쟁 외 사항에 대해 언급을 친절하게 해 주시니, 제가 감사드린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부디 건필하셔요 ^^
[ 물론, 끝이 그다지 유쾌하지 못해서 찝찝하긴 합니다만.... -.-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6 22:11
아브공군님// 요즘은 그런 분이 많은 듯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6 22:12
비공개님// 그러셨군요. 말씀처럼 포괄적 의미로 그렇게 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기본적으로 첫 단추가 자극적으로 끼워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6 22:13
풀잎열매님// 말씀처럼 기본적인 예의의 문제입니다. 저 역시 논쟁의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얼굴을 맞대고 논쟁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5/16 22:14
어부님// 사실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저 역시 공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쪼록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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