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이리,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일요일이면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인 "환상의 짝꿍"이란 것을 봤습니다. 2명의 최후의 대결이었는데, 한 여학생(초등학교 2학년)에게 주어진 문제는 "난이도 하"의 문제였습니다. 문제는 "개와 비슷한 포유류 동물로 ... 10마리 정도씩 무리지어 사냥하며... 양치기 소년과... "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현이에게 물어보니 "늑대"라고 얘기하더군요. 그리고 그 여학생은 "이리"라고 답했습니다.

다현 - 저 언니 틀렸어. 이리래
꼬깔 - 아냐, 늑대와 이리는 같은 말이니까 맞게해줄 것 같은데
TV 진행자 - 이리, 틀렸습니다. 늑대였지요. 안타깝습니다.
꼬깔 - 오잉??

이런... 정답이 늑대라고 이리를 틀리게 하다니... 전 통상적으로 이리와 말승냥이, 그리고 늑대를 같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뒤적였습니다. 그랬더니
헉...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요? 국어대사전의 내용만으로 본다면 이리는 Canis lupus, 늑대는 Canis lupus coreanus로 나옵니다. Canis lupus coreanus를 찾아보니 Canis lupus laniger의 동물이명으로 나옵니다. - Canis lupus chanco라고도 하는데, 명명 연도가 Canis lupus laniger는 1840년대, Canis lupus chanco는 1860년대로 나옵니다. 그리고 Canis lupus coreanus는 1923년이군요. - 어쨌든,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바대로 한다면 이리가 늑대보다 포괄적인 개념이 되는군요. 옛날 사람들이 늑대와 이리란 용어를 구분해서 썼다고 칩시다. 답을 하는 대상은 누군가요? 바로 초등학교 2학년이며, 문제 난이도가 '하'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여학생은 최종 대결에서 졌습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를 떠나서 과연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늑대와 이리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쓰지 않았다고 틀리게 했어야 하는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하신 분께서는 아십니까?

별자리 이름 중에 Lupus란 것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흔히 이리자리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녀석도 "학명을 까보고" 늑대자리인지 이리자리인지를 구분해줘야겠군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이리도 융통성이 없다니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절 바라보는 다현이의 눈빛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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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8/06/15 12:53 | RES PROBLEMATICA | 트랙백 | 핑백(2)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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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 Stella et Foss.. at 2008/06/17 12:52

... 사실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올리려 했던 글인데, 어제의 기차여행으로 말미암아 늦어졌습니다. :) 일요일에 올렸던 글인 "늑대, 이리,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과 관련해 환상의 짝꿍 시청자 게시판엘 갔더니 시종일관 자신의 주장을 하는 자가 있더라고요. :) 이 사람의 주장은 간단합니다.1. wolf는 늑대이다.2. ... more

Linked at ★ Stella et Foss.. at 2008/06/25 10:25

... 열흘 전 '환상의 짝꿍'이란 프로그램(MBC)에서 '이리와 늑대'관련 글 - 늑대, 이리,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 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정답이 늑대였고, 어린이는 이리로 대답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답처리 했었지요.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한 ... more

Commented by Frey at 2008/06/15 13:27
이리와 늑대는 같은 말일텐데, 안타깝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5 16:03
Frey님// 그러게요. 사실상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6/15 13:43
저거 정말 미묘하군요. 그나저나 아버지의 전능함(?)이... 지못미....(어라)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5 16:03
풀잎열매님// ㅠ.ㅠ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8/06/15 16:56
늑대와 이리를 구분하는 이덜은 거의 없을 듯합네다.
저는 어릴 적에 '느낌'으로 서로 다르다고(이리가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리'라는 말이 거의 안 쓰이는 세상이 되면서리, 또한 영어 번역과 관련해서도
같은 것으로 쓰고 있어서 거의 같다고 생각했디요.

몇 년 전에야 인터넷을 뒤져 두 동물의 차이를 알아내려 했는데,
사전류를 봐서는 정말 헷갈리더만요. 이것저것 읽을수록 뒤엉켜서 더 아리송해지고요.
사실상 이미 자연에 남아 있지 않아서리 구분 자체가 힘들다는 생각입네다.
기러니 어린애덜에게 그 차이로 답을 매긴다는 건 사실상 문제가 있갔디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5 17:59
박코스님// 이리란 말보다 늑대란 말이 나중에 등장했고, 사실상 두 가지는 구분이 어려운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네다. 무엇보다도 초등학생을 위한 난이도 하의 문제에 이런 정답이 있었다는 것...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8/06/15 17:30
저는 자꾸 Canis lupus coreanus를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드는건 뭘까요;;이제는 동물 가지고 자기네 꺼라고 우겨대다니;;(뭐랄까 짱깨집 애들이 고구려 역사를 자기네 꺼라고 우겨대는거랑 비슷하게 보이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5 18:00
트로오돈님// 한국호랑이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6/15 17:40
늑대는 우리나라에 살았죠.. (....) (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쿨럭.)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5 18:00
홍월영님// 이리의 특정한 집단을 늑대로 칭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요즘은 이리란 말보다 늑대란 표현을 더 자주 쓰니... 사실상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Fedaykin at 2008/06/15 18:21
여담이지만, 늑대의 학명중에 coreanus가 꼬레아에서 나온 말이 맞는겁니까?
흠, 한국 늑대는 미국 늑대랑 뭔가 다른건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00:29
Fedaykin님// 그렇습니다. coreanus, coreana, coreensis등은 모두 Corea로부터 유래한 것입니다.
Commented by 호앵 at 2008/06/15 18:57
저도 전에 방돌이와 '개'와 '늑대'가 같은 거냐 다른거냐... (단지 개는 집에 있는 늑대다... 라는 주장이 있어서) 를 찾아보다가.. 헷갈려 죽는줄 알았어요 =_=
몰랏던 단어인 승냥이, 말승냥이에... 무슨 붉은 머시기 그런것도 있었던거 같고 =_=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00:30
호앵님// 개와 늑대는 같은 종, 다른 아종의 관계입니다. 말씀처럼 사실상 길들여진 늑대겠지요. 길들여진 이리라고 해도 무방하긴 하겠네요. :)
Commented by ranigud at 2008/06/15 19:05
늑대, 이리, 승냥이, 코요테... 그러고보니 어렸을 적에 시튼동물기라든지... 이것저것 동화책에서 나오던 늑대, 아니 이리, 아니 늑대.. 에라 모르겠다; 늑대종류는 참 헷갈렸어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00:30
ranigud님// 아하하 :)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6/15 20:26
늑대와 이리는 다른 동물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어요.(...) 저걸 보니 문득 극장에서 저 새가 학이다, 아니다 두루미다 하고 싸우던 커플이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00:31
제절초님// 학과 두루미는 같은 말이지요? :) 늑대란 말보다 이리란 말이 더 먼저 쓰였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at 2008/06/15 20:5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00:34
비공개님// 그러게요. 말씀처럼 이리란 표현이 요즘은 늑대로 바뀌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15 22:24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그런 융통성으로 분명히 틀린 답을 옳게 처리해 주어야 하는 것도 잘못된 일 아닐까요? 학과 두루미는 분명히 같은 동물이지만, 이리와 늑대는 그것이 모집합과 부분집합의 관계라고 해도 엄연히 다른 종류가 되니 말입니다. 물론 학명까지 까보며 실생활에서 일일이 따지는 거라면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분명히 "누가 더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나를 가리는 상황"에서는 정말로 너무너무 안타깝더라도 정확히 기준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융통성은 원리원칙을 정확히 지킬 줄 알고 난 다음에서야 중요해지는 것 아닐까요?

사족입니다만, "양치기 소년과~"라는 힌트를 주었다면 이리는 완전히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도 싶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00:36
Lucypel님// 그런데 얘기가 그리 간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뒤적여봤는데, 늑대란 단어는 19세기에 등장했고, 이전부터 狼을 지칭하는 말로 이리(일히)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 PD가 그 두가지를 구분할만큼 똑똑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 틀린답을 옳게 처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전적으로 본다면 늑대는 아주 한정되어 우리나라에 서식했던 이리의 일종을 말하는 것이고, 이솝우화의 동물은 통상적으로 이리라 칭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리고 아이들 이솝우화에 이리와 양치기 소년이란 제목의 책도 있거든요.
Commented by Lucypel at 2008/06/16 17:43
흠, 그런 문제라면 확실히 사전 조사가 부족한 부분을 생각해 보아야 하겠네요. 사실상 같은 단어라면 융통성 문제보다도 애초에 답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방송국의 책임이니까요.

괜히 심려케 해서 죄송합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22:35
Lucypel님// 에구... 심려케 하시다뇨? :) 그렇지 않습니다. :) 단지 전 방송국의 PD가 다소 쉽게 생각하고 답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국립국어원의 문헌에 늑대는 19세기에 등장한 단어라고 하니 늑대란 녀석이 그 때 갑자기 나타났을리는 만무하니 이전에는 이리란 단어가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거든요. ㅠ.ㅠ 모쪼록 좋은 저녁 시간 되시고요. :)
Commented by 바보온달.net at 2008/06/16 08:57
머리아픈 내용이군요 쿨럭..
Commented by 꼬깔 at 2008/06/16 09:43
바보온달.net님// 그런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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