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대한 단상

비가 많이 왔네요. by 늑대별님

유난히 크게 들리는 빗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사실 전 엄청나게 쏟아지는 장대비를 좋아합니다. 우산을 써도 맞는 이슬비보다는 그야말로 시원하게 들리는 빗소리를 즐기는 편이지요. 비가 내리면 주위가 조용해지는 듯하고, 세상의 소음이 빗소리에 파묻히는 듯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 1976년쯤으로 기억합니다. - 안양의 모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엄청난 비가 왔던 적이 있습니다. 어릴 적의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겠지만, 며칠간 계속 비가 내렸던 것 같았습니다. 당시 비교적 저지대였던 초등학교 - 당시엔 국민학교라 했습니다. - 가 물에 잠겨 휴교령이 떨어졌고, 어떤 여학생이 익사했다는 괴담도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우산을 뒤집어 배를 만들어 친구와 놀았던 기억도 나네요. 그러다가 불현듯... '비가 많이 오면 교실도 잠기고, 화장실도 잠기고, 화장실이 잠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란 생각이 들면서 무릎까지 차올랐던 흙탕물과 '분뇨의 역류'가 교차하였던 기억도... ㅠ.ㅠ

1987년 여름에도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교 동아리 친구와 개포동 쪽을 어슬렁거리다 거의 무릎까지 차오른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경험했던 기억도 나네요. 전 비를 좋아하지만, 처는 비를 싫어합니다. (제 처가 좋아하는 비는 가수 비일 뿐...) 그래서 비가 오는 날에 처가 심통을 내면 저도 심통을 내면서 속으로는 흐뭇하게 웃곤 합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빗소리를 듣는 것은 행복합니다. 그럼에도, 비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현실이 잠깐의 추억을 방해합니다. 모쪼록 큰 비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늑대별님 댁에서 비와 관련한 글을 읽곤 몇 자 끼적였습니다.

by 꼬깔 | 2008/07/26 01:29 | 옛이야기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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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무피리 at 2008/07/26 01:40
오아 꼬깔님도 이 글에 엮어 글을 쓰셨군요. 저도 생각나는 일이 있어 이 글에 엮었답니다.
전 비가 많이 쏟아지면 잠을 못 자요. ㅠㅠ 그래서 지금도 깨어있고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7/26 13:17
나무피리님// 그랬답니다. :) 저도 한번 가서 읽어봐야겠네요. :) 저 역시 새벽에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잘 잠을 이루지 못하는 편이랍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Commented by 누리 at 2008/07/26 07:26
저도 제 블로그에서 중랑천 이야기 하면서 큰 비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제 기억에 있는 큰 비는 84년 9월과 90년 9월이죠. 특히 84년 9월은 정말 심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안양과 서울이 그리 멀지도 않은데 비에 대한 경험의 년도가 다르니 그것도 참 희안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7/26 13:19
누리님// 오~ 그러시군요. 확실히 누리님의 기억과 제 기억이 조금은 다른가봐요. :) 90년 9월이면 제가 군에 있던 때인지라 잘 모르는 듯하고요. :) 또한 84년이라면 제가 고1일 때인데 큰 기억이 없어요... ㅠ.ㅠ 정말 희한한 일입니다. 아하하 :)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07/26 07:58
1976년, 1987년..제 기억과 일치하는데요? 1987년에 반포지하상가 침수가 있었지요..저도 쫙쫙 쏟아지는 빗소리와 그 느낌은 좋아합니다만..역시 물난리를 맞은 사람들의 현실은...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7/26 13:20
늑대별님// 와~ 기억이 일치하는군요? :) 87년은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였고, 당시 친구와 도곡동 근처를 방황할 때였으니 비슷한 시점과 장소인 듯합니다. :) 그리고 76년 기억은 상당히 공포스럽게 각인된 듯합니다. :)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7/26 09:07
제 친구 중에 끝없이 쏟아지는 비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지요. 전 그런 비보다는 여우비나 가느다랗게 내리는 비를 좋아하고요^^ 뭐랄까, 비는 그 자체도 좋지만 비가 온 뒤 숲으로 들어가면 그 향긋한 공기가 특히 매력적이라는 좀 삼천포 같은 매력 포인트가 있다죠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7/26 13:20
풀잎열매님// 그러시군요. :) 전 사실 비가 시야를 가리는 것과 - 운전할 때는 아니지만요. :) - 빗소리가 참 좋답니다. :)
Commented by 해빛☆ at 2008/07/26 12:03
아, 저도 비가 쏟아지는거 굉장히 좋아해요- 비 쏟아 지는 소리가 좋거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7/26 13:21
해빛☆님// 오~ 그러시군요. :) 저와 같네요. :) 주말 잘 보내세요. :)
Commented by The Nerd at 2008/07/26 13:40
저도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낍니다.

하지만 눅눅해지는 건 싫어요. 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8/07/26 14:29
Lee님// 확실히 비가 인기스타인 것 같죠? 아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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