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농도가 35%가 된다면?

요즘 닉레인의 '산소 - 세상을 만든 분자'란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산소의 농도가 지질시대 동안 일정했다는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 러브록의 주장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요. 즉, 지질시대 동안 산소 농도는 어느정도 피드백 되어 조절되었지만, 가끔 한계를 넘어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각설하고, 기불이님 댁에 갔다가 어부님의 이런 댓글을 봤습니다.
실제 이런 비슷한 내용이 책에 있더라고요. 1970년대 러브록은 "산소 농도가 25% 이상이면 현재의 육상 식물들이 거의 살아남지 못하며, 극 지방, 툰드라, 열대 우림 가릴 것 없이 모두 태워버릴 정도의 화재가 있을 것이며, 심지어 젖은 식물들도 탈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지질시대 동안 현재 산소 농도보다 높은 시기가 있었다면 화재로 말미암은 재앙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요.

확실히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화재의 위험은 증가하지만, 산소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식물 역시 이에 대한 방어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이산화규소 성분처럼 불에 타지 않는 물질 함량을 높이거나 리그닌 성분을 증가시켜 화재에 대비한다고 합니다. 실제 지질시대 동안 가장 높은 산소 농도를 기록한 석탄기 - 35%로 추정 - 와 페름기 초의 식물은 화재에 적응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즉, 가지가 높은 곳에만 있거나 이산화규소 성분이 많은 석송과 현재의 양치식물과 달리 목질의 거대한 양치식물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또한, 현재의 늪지와 달리 석탄기 늪지 환경에서는 화재가 빈번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물이 화재에 적응하여 모든 식물이 타버리는 참사는 없었습니다. 이는 쥐라기와 백악기 초도 비슷했을 것이라 추정합니다.

결론적으로 만약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갑작스런 산소 함량 증가로 35%에 이른다면 대규모 화재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화재는 늪지 식물까지도 태울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산소 농도가 서서히 증가하고 현재의 식물이 화재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화재 가능성은 높지만 심각한 수준의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by 꼬깔 | 2008/08/01 02:10 | SCIENTIA | 트랙백 | 덧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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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yontae at 2008/08/01 02:23
과연 생물들의 적응력이란! 굉장하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0
byontae님// 그런 것 같아요. :)
Commented by Luthien at 2008/08/01 02:59
그러고 보니 레드우드의 껍질은 탄닌을 포함해서 화재에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일까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0
Luthien님//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나무의 환경과 관련이 있을 듯합니다.
Commented by 기불이 at 2008/08/01 03:04
러브록과 왓슨이 저런 요지로 발표한 논문이

Watson A, Lovelock J E, Margulis L (1978) BioSystems 10:293–298

라고 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0
기불이님// 오~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호앵 at 2008/08/01 04:19
러브록이 그런 얘기를 했던거 같네요 -_-a
고등학교 때 나름 좋아해서 책도 사 보고 그랬었는데...

산소의 출현으로 당시 존재하던 생물들이 대부분 멸종하고,
대신 그게 고등생물의 등장을 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다고 했던거 같습니다.
(맞으려나... -_-; 틀리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산소/산불 얘기도 읽으면서는 그러려니 했는데, 꼬깔 님 글 보니 또 그럴 수도 있을거 같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3
호앵님// 그러셨군요? :) 말씀처럼 산소가 진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할을 했다고 하지요. 즉, 높은 산소 농도는 생물 진화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입니다.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08/01 06:05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저도 그냥 막연히 산소 농도가 현재보다 많이 높아질수는 없을거란 생각을 했는데 식물들의 조성이 바뀌어 화재 내성이 생길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25%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4
새벽안개님// 현재 추정치로는 쥐라기에 25%정도, 석탄기에 35%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Lee at 2008/08/01 06:56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아마 철 같은 금속재료의 산화가 촉진되어서 쌩 쇳덩어리는 거의 쓸모가 없어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저런 건 결과론적이라, 산소 농도가 지금하고 달랐다 해도 다 거기에 맞는 생태계가 생성되었을 것이고, 우리는 지금 35 %의 농도 하에 살면서 산소 농도가 40~50 %가 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 하고 고민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죠. 물론 그 상황에서의 우리 모습은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겠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5
Lee님// 결국 지구는 최대한 피드백 작용을 통해 산소 농도를 조절했지만 이런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 있었고, 이를 통해 생물은 대응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Commented by Frey at 2008/08/01 07:43
러브록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질시대중 산소농도가 25%를 넘었다고 생각되는 때도 꽤 있지 않나요? (중생대만 해도 25%가 넘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탁상공론이 아닌가 싶어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5
Frey님// 25% 언저리까지 갔던 것이 중생대 중기이후 백악기 절멸 전까지였던 것 같고요(맞나?) 고생대 말에 역시 높은 산소 농도를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08/01 08:51
산소 농도가 (갑자기는 아니지만) 높아져서 생긴 유명한 것이 있죠.

호주를 세계적인 철광 산지로 만든 BIF(Banded Iron Formation).

아이스볼 이론을 다룬 사이언스 TV 다큐를 보니까 '광합성 박테리아 증가 -> 산소 증가 -> 대기중 메탄 급격 감소 -> 온실효과 감소 -> 얼어 붙기 시작' 으로 되어 있던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10:43
아브공군님// 그 유명한 호상철광층을 말씀하시는군요? :) 그나저나 제가 아브공군님 답글에 이상한 짓을 했었답니다. ㅠ.ㅠ
Commented by 어부 at 2008/08/01 09:06
하하, 식물도 대응을 했을 거라는 생각을 당연히 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별 생각없이 썼다가 아쿠 싶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09:26
어부님// 가끔 생각하면 우리도 동물 중심의 사고가 있는 듯합니다. :) 아하하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8/01 11:07
덧붙여 그 책에 언급된 것으로 생각해보면...

...곤충도 커지겠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13:50
풀잎열매님// 말씀처럼 특히, 잠자리와 같은 녀석들이 산소 함량이 높은 조건에서 거대화된다고 하지요. :)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8/01 11:25
인간의 수명도 짧아지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13:50
제절초님// 만약 항산화와 관련한 기능의 진화가 없다면 그럴 것이란 생각도 들어요. ㅠ.ㅠ
Commented by 코아틀 at 2008/08/01 12:04
석탄기 식물이 왠지 외계식물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가 그것이었군요...

http://news.nationalgeographic.com/news/2008/07/080730-dinosaur-tissue.html 내셔널에 이런 기사가 떴답니다. 시간나시면 여기에 대해서도 포스팅하실거라 믿습니다. 그만큼 재미있는 기사니까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13:50
보름달님// 와~ 정말 재밌는데요? 전 궁금한 것이 과연 창조주의자들은 또 이 사안에 어떻게 반응할까란 것입니다. 아하하 :)
Commented by 위대한행운아 at 2008/08/01 15:10
페름기말 대기중의 산소농도가 10퍼센트대로 급락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저산소 환경이 쥬라기까지 계속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저산소환경이 포유류형 파충류를 누르고 공룡이 번성할수 있는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 포유류와 달리 공룡은 새와 같이 기낭계라는 호흡기관을 지녔으며 기냥계 자체의 에너지 효율이 일반적인 포유류의 허파기관보다도 2-3배 높은 산소호흡 효율을 발휘한다는 내용을 본적도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페름기말서부터 시작된 저산소환경이 쥬라기까지 계속 유지되었으며 그 시기를 즈음해서 공룡이 번성할수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환경적 요소였다고 perter ward박사팀이 주장했던것을 미디어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생물학 전공은 아니지만 논문받아 보고 지웠던 적이 있습니다. 이 자료가 그때 보았던 그래프와 비슷한것 같아 올려봅니다. http://www.nsf.gov/news/mmg/media/images/permian_o2_f.jpg 위에 댓글중에 중생대시대의 산소농도를 높게 잡은것아서 올려봤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01 17:01
위대한행운아님// 그렇군요?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중생대 말에는 확실히 산소 농도가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룡의 멸종과 결부지어 운석 충돌로 인한 화재를 언급하기도 하니까요. 전 쥐라기 정도부터 산소 농도가 증가했던 것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다른 것 같네요. ㅠ.ㅠ 확실히 페름기 말에는 저산소 환경이 대절멸에 영향을 끼쳤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mmdd at 2008/11/13 03:35
이곳은 학문적인냄새가풍기는군요..
좋은글 잘봤음.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09:25
mmdd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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