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오랜만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란 논쟁과 관련한 글을 읽었습니다. 어릴 적에 친구들끼리 많이 싸우고 논쟁했던 주제인 듯합니다. 사실 이런 논쟁이 철학적인 방식으로 과연 답이 있을까란 생각이 듭니다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히 명확한 답이 있을 듯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진화의 과정이 유전자의 점진적인 변화로 말미암은 것이고, '닭'이라 부를 수 있는 최초의 새를 '조상닭'이라 하고, 그리고 조상닭과 구분되는 새를 '닥', 그리고 '닥'과 구분되는 녀석을 '조상닥'이라 부른다면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결과가 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조상닥이 알을 낳았다.
그 알 중 유전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 있었고, 부화하여 조상닥과 구분되는 닥이 태어났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닥이 알을 낳았고, 역시 유전적인 변화가 있는 알이 있었고 그 알에서 '조상닭'이 태어났다.
우리는 그 알을 '달걀'이라 부른다.


사실 닭은 난생이며, 알로부터 태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일종의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조상과 구분되는 알(달걀)이 생겼고, 이 알이 부화하여 '닭'이 태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닭 이전에 달걀이 있어야 닭이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연에서의 변화가 점진적이고 연속적이라 생각할 때 이렇게 명확한 '닥'과 '조상닭'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점진적으로 변화하여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종분화가 일어날 수 있겠지요. 즉,

A - a - B - b - C - c - D - d - ... - X - x - Y - y - Z - z

A와 a는 교배 가능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고, a와 B 역시 그렇고, ... Z와 z도 교배 가능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A와 z 사이에 충분히 많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A와 z는 교배가 불가능할 수 있으며 우리는 A와 z를 다른종으로 정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X와 z는 교배가 가능할 수도 있고, A와 D도 교배가 가능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닭 역시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한다면 사실상 명확하게 어디부터가 닭이고 어디부터가 조상닥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어쨌든, '닭'이라 부르는 것이 태어나려면 닭의 유전정보를 지니는 알인 달걀이 있어야 하므로, 닭보다 달걀이 먼저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얘기도 창조주의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닭이 먼저라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신이 닭을 창조했고, 창조된 닭이 알을 낳고, 이를 달걀이라 부른다는 논리라면 말입니다.

by 꼬깔 | 2008/08/15 13:37 | SCIENTIA | 트랙백 | 덧글(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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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상 at 2008/08/15 13:57
저도 둘중 뭐가 먼저일까 라는 생각에
위와 유사한 답을 내렸는데요,

제가 학교 논리학 시간에 교수님이 물으시길래
저런식으로 닭이 먼저다! 라고 했거든요.

그러니 교수님께서 '과학적으로 따지면 그렇게 되겠네..'라고 하시며
이러쿵 저러쿵 장황하게 설명을 하시던데
알고보니 자녀 - 부모와 같이 서로 떨어져서 존재할수 없는 개념을 설명하시려고 하시더군요 ^^;;
(부모라는 개념이 없으면 자녀라는 개념도 없겠죠?)

즉 교수님 말씀으론
'달걀'의 정의 자체가 닭이 낳은 알이며,
'닭'의 속성에 달걀에서 태어났다는 것이 포함되어있으니
질문 자체가 함정이라는거죠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14:02
사상님// 이런... 달걀을 그렇게 정의한다면 흑... 그러나 조금 달리 생각해서 닭이 아닌 이전 단계의 새가 낳은 변화가 생긴 알이 있었고, 이를 나중에 '달걀'이라 불렀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실제 이와 관련한 부분을 논리적으로 풀면 해답이 없는 듯합니다. 즉, 달걀 자체를 닭이 낳은 알이란 정의를 내리는 순간 위 질문은 무의미해질테니까요.
Commented by 사상 at 2008/08/15 14:08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잘 알겠어요.
저도 위의 포스팅과 거의 똑같은 논리 전개로 교수님께 대답했거든요 ^^;;

뭐 제말은 이런 말을 듣고는 교수님께서는 저런식으로 말씀하시더라- 정도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엔 사실상 생각하기에 따라 답이 나눠지는 문제인것 같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14:10
사상님// 그렇습니다. 아래 답글에도 말씀드렸 듯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나긔 at 2008/08/15 14:02
읽고보니 닭과 달걀문제는 점진적 진화설과 단속평형설의 문제이기도 하군요. 세상 뭐든지 '어디서 끊어야 할까' 가 참 중요하지만 어려운 문제같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14:09
나긔님// 어려워요... ㅠ.ㅠ
Commented by 사상 at 2008/08/15 14:04
지금 생각해보면
각각의 교배가 되는 연속적인 소진화의 축적으로 대진화가 이루어졌다면
사실상 시간평면상 보는 진화의 흐름속의 종은 교배의 가능 유무로 결정하는 생물학적 종으로는 구분하는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A색과 B색의 그라데이션 효과가 되어있는 그림(A색이 점점 B색에 가까워져 색의 흐름이 연속적인 그림)에서 어디까지가 A색이며 어디까지가 B색이다! 라고 딱 끊을 수는 없잖아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14:07
사상님// 생물학적 종이란 것이 어차피 인간에 의해 정의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과학적 의미의 종 - 학명을 가진 - 과 과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구분하는 종의 개념은 거의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이것은 A이고, 이것은 B이다란 식의 개념은 애당초 사람이 만들어낸 개념이겠지요. 또한, 세상이 연속적인데 이를 불연속적인 무언가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사상 at 2008/08/15 14:06
음 쓰다보니깐 이상하게 꼬여서 결론을 못내리는겠는데,

뭐 대충이라도 내려보자면
사실상 이 문제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원하는 답을 충분히 유도해 낼 수 있다.

정도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14:08
사상님// 그렇습니다. 철학적 답변이 있을 것이고, 다른 측면의 답도 있을 겁니다. 제가 내린 것은 논리적인 답변이기보다는 앞에도 전제한 것처럼 진화론적 관점에서의 결론(올바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입니다. :)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8/08/15 14:08
'난생이 아닌 방법으로 태어난' 최초의 난생 생물이 알을 낳았을테니 닭이 먼저이겠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14:09
나인테일님// 헉... 그러나 모든 것은 알로부터라는 말이 있듯, 태생보다는 난생이 먼저가 아니던가요? :)
Commented by 위대한행운아 at 2008/08/15 14:37
유전적 변이는 한 개체 생애내애서 일어날 수 없으며 다음 세대를 통해서 발현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달걀이 먼저라고 생각해 볼수 있겠군요.

하지만 아무리 단속평형론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 세대와 그 다음 세대간의 유전차이가 심해 교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급작스럽게 유전적 변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게다가 성체냐 유체냐 발생단계냐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닭은 당연히 닭이고 알도 당연히 닭이므로 본질적으로 닭이 먼저라고 보는 것이 맞을수도 있습니다.

A-a를 비교할때는 닭이 먼저고 A-z와 같이 먼 세대를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달걀이 먼저일수도 있는...
아... 머리가 복잡하군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14:43
위대한행운아님// 그런가요? :) 복잡한 문제이긴 하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개념적으로는 달걀이 먼저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Commented by muse at 2008/08/15 17:19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달걀이 먼저인 것은 맞는 것 같군요.
그런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란 질문은 위의 덧글퍼레이드의 봐도 인류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것이 확실한 듯 합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2:41
muse님// :) 말씀처럼 인류 최대의 화두 중 하나일 겁니다. :)
Commented by 좌파논객 at 2008/08/15 17:32
알 단계가 아니라
성체 단계에서는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지요?
만약 일어난다면
닭이 먼저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muse at 2008/08/15 17:41
좌파논객/성체 단계에서 유전적인 변이가 일어나도 발생세포, 즉 그 변이된 닭의 달걀에 변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형질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환경으로 인해 변이된 것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하지용. 그래서 성체가 변이되었다고 그것이 '닭의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거시기한 것이...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2:42
좌파논객님// muse님께서 워낙 꼼꼼하게 답글을 달아주셔서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
muse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Soundwave at 2008/08/15 17:34
갑자기 최초의 닭이 될 귀여운 달걀이 나는 닭들의 조상이라고 외치는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아 근데 창조론에서도 신이 만든게 닭이 아니라 달걀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신이 만든 최초의 닭이 될 귀여운 달걀이...(생략)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2:42
Soundwave님// 아하하 :)
Commented by 회색하늘 at 2008/08/15 19:19
사실 개념상 문제와 생물학적 문제가 충돌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전 닭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타조가 낳은 알에서 닭이 태어난다고 해도, 그 알은 달걀이 아닌 타조알이니까요.(먼산)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2:43
회색하늘님// 그러게요. 그렇기에 철학적 답변과 과학적 답변은 좀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회색하늘 at 2008/08/15 19:21
닭 이전의 생물(1)을 뭐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생물이 낳은 알 안에 '닭이 될 유전 정보를 가진 생명존재' 가 있다 해서, 그 알이 달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먼산)

그 알은 달걀이 아닌 1의 알(...) 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2:43
회색하늘님// :)
Commented by 리카르도 at 2008/08/15 20:10
원래 포유류도 알을 낳았는데, 대량사멸이후에 종족보전을 위해서 뱃속에 태아를 보존했다더군요.
그래서 알이라는게 포유류나 파충류나 상관없이 원래 다 알이었다고 합니다.

행운아님 말대로 그런점에서 본다면 알이 먼저인것같네요. 실제로 알이라는 단세포에서 출발해서
다세포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포유류나 파충류나 서로 비슷한점이 많이 발견된다고 하더군요.
알에서 깨어나기전의 단계를 보면 하나의 진화과정과 비슷하다고...
결국 알이란 태초의 생명체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면이 적지 않으니..
알이 먼저라고 우기고 싶어지네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2:44
리카르도님// 아직도 난생의 포유류가 있지요. 그리고 포유류 역시 파충류의 후예이기에 조상의 번식 방법을 계승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씀처럼 대량사멸과 관련한 얘기는 저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8/15 20:21
논리적으로 '달걀'의 정의를 생각하면 골치아퍼지니 그냥 <알>이라고 치면 전 아무래도 알이 먼저라는 답에 이르더군요;;; (저거 가지고 생각해보면 또 재미있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2:44
풀잎열매님// 아하하 :)
Commented by Mizar at 2008/08/15 23:06
전 달걀 프라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달걀이 먼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5 23:27
미자르님// 전 닭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달걀이 먼저입니다. :)
Commented by byontae at 2008/08/16 11:16
신이 달걀이 아니라 닭을 창조했다는 고정관념이 바로 양계장 집단 폐사를 불러오는 창조론자들의 무심함을 극단적으로 반영하는 하나의 예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6 14:33
byontae님// 흠... 그렇게 되는겁니까? :)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8/17 00:07
점점 닭에 가까워져가는 새가 점점 달걀에 가까워져가는 알을 낳은거군요-ㅂ-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7 12:55
제절초님// 그런 셈입니다. :)
Commented by 외계인마틴 at 2008/08/17 01:08
오.. 흥미로운 글이네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7 12:55
외계인마틴님// 오랜만에 뵙네요. :) 좋은 주말 되세요.
Commented by RAISON at 2008/08/18 01:28
달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닭의 알"로 규정짓는다면 닭이 먼저가 되겠군요.
여튼 국어사전에서는 달걀이 닭보다 앞에 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8 09:29
뢰종님// 오~ 국어사전에는 달걀이 닭보다 앞에 있군요. 아하하 :)
Commented by Dancer at 2010/08/02 13:41
최초의 닭이 될 "알"이 태어났다고 가정해봅시다. 그것도 쌍둥이!!!

아직 세상에는 단 하나의 닭도 없습니다.
"언젠가 닭이 될 알"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을 달걀이라고 부를 것인가?

알 2개 중에 1개가 포식자에게 습격받아 깨졌습니다.

"무엇이 깨졌죠?"....
달걀이 깨진건가요?(앞서 말했지만 세상에 아직 닭이 없던 시절, 달걀 그게 뭐죠? 하던 시절입니다만)


물론 한개 남은 알이 장차 알을 깨고 나올때까지 잘 보호받아 깨고 나와서
병아리로 삐약~~ 하는 날이 오고
잘 자라난다면.. 그것은 분명히 후세에 닭이라 불리우는 생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닭이 낳는 알들은 분명히 달걀이라고 불리우겠죠.



최초에 깨진 저 알은 도대체 무슨 알일까요?
Commented by Dancer at 2010/08/02 13:43
본문대로라면

"닥알이 깨진 것!"
Commented by Dancer at 2010/08/02 13:44
우주 최초의 달걀이 태어났을때...
그것은 아직 달걀이 아닌 "닥알"이라는 정식명칭으로 불리우고 있었습니다.


알을 깨고 나와, 장성해서.. 닭이 될때까지는 말입니다.
Commented by Dancer at 2010/08/02 13:45
물론 후대의 우리가 닥알이라고 불러야하겠지요.




결국은 돌고 돌아... "그 알을 뭐라고 부를래" 정도의 "입큰사람이 누구?" 싸움 밖에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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