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신의 추억 - 아마추어 정신을 잊지마라!!

지금은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87년 당시에는 구소련 붕괴 이전, 독일 통일 이전의 소위 냉전 시대였습니다. 그렇기에 아마추어무선으로도 교신할 수 없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미수교국이란 이름으로 만약 해당 미수교국 -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 중국, 북한, 쿠바 등 - 과 교신하면 벌점을 먹고 당해년도에 3번 이상 걸리면 폐국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벌점은 1년 단위로 관리되어 12월 말에는 작정하고 벌점 먹으면서 미수교국과 교신해서 교신확인 국가를 늘리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날, 유럽 쪽 교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럽 쪽의 전파 상태는 독일부터 트여 영국에 이르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Q를 내자 엄청나게 몰려드는 구소련 HAM, 그리고 파묻혀 미미하게 들리는 서독(당시),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의 국가. 당연히 벌점을 먹지 않고자 신호가 강한 구소련을 외면하고 약한 신호의 서유럽 국가를 걸러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집요하게 부르는 동독의 햄, 몇 번이고 외면하면서 교신했고, 대략 10개 이상의 교신에 성공하고 다시 CQ를 냈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햄과 교신을 시작하는 순간,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 동독의 HAM이었습니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의 한 마디를 던지고 갔는데, 그게 바로 "아마추어 정신을 잊지마라."란 것으로 기억합니다. 순간 멍해져 어떻게 잉글랜드 햄과 교신을 마무리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때는 그런 시절이었고, 88올림픽을 앞두고 헝가리를 필두로 동구권과 수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과 교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편하게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루마니아, 헝가리 등과 교신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아마추어 정신은 정치, 종교, 인종을 초월하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자신과의 교신을 피한 저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아마추어의 본문을 망각하지 말라.'고 일갈했던 것 같습니다.

블로깅을 하면서도 사람을 만나면서도 되도록 정치적인 부분은 표현하지 않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흥미롭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정치적인 미묘함이 어색함을 만들고 선입견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스포츠밸리에 올라온 장미란 선수와 좌빨 운운하는 얘기를 읽으면서 20년 전의 동독 HAM의 일갈이 귓전을 때리는군요.

by 꼬깔 | 2008/08/18 23:15 | HAM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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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교신의추억
교신의 추억 - 아마추어 정신을 잊지마라!!...more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08/18 23:18
아마추어 무선인데도 정치로 막아버렸던 시대..... 휴..... 다시는 그런 세상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8 23:33
아브공군님// 그런 시절이 있었어요. 그리고 말씀처럼 다시는 그런 세상이 없어야겠지요... ㅠ.ㅠ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08/18 23:24
"아마추어 정신을 잊지마라"라는 말이 정말 가슴을 때립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8 23:33
늑대별님// 그 때는 그 소릴 들으면서 심장이 벌렁벌렁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정말 한 방 크게 먹은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니 변명할 수도 없고, 또한 교신상에서 댓구 하는 순간 벌점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ㅠ.ㅠ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8/18 23:34
...강렬하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0
풀잎열매님// 그랬어요... ㅠ.ㅠ
Commented by 낙타친구 at 2008/08/18 23:38
꼬깔님 HAM 지금도 하세요? 다른 나라에선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햄 얘기 또 쓰셨는지, 찾아서 읽고 싶어집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0
낙타친구님// 요즘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시금 하고픈 생각이 간절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08/18 23:42
1, 그런 비슷한 도시 괴담이 김일성이 6.25를 1983년이나 1984년에 일으키려고 했는데 소비에뜨의 만류로 결국 좌절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저는 이 이야기를 "유태인이 세계를 쥐락펴락한다"류의 책에서 첨 읽었습니다. -_-;;;; HAM 이야기를 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그런 "남침" 음모와 소비에뜨와의 알력이 HAM을 통해서 공개되었고 북한이 고첩들에게 지령을 내렸고 소련에서 말렸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지요. 실명(일까요?)을 공개하면서 그때 마포구에 김누구누구가 HAM을 하면서 운운하는 괴담이었습니다.

..전 그때 HAM이 잘못하면 공산권과 연계될수 있다는 걸 알았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1
이준님// 오~ 그런 일도 있었군요... 아무튼, 80년대에는 햄이 간첩과 연관되는 묘한 분위기이기도 했어요... ㅠ.ㅠ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8/11/12 01:07
80 년대에는 단파(?)를 통해서 암호표가 낭독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햄(HAM)이라면 그에 대해서 자유롭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도 여전히 낭독되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인터넷이 이리도 발달했는데, 설마..??)

PS : 몇 시간 동안 단조롭게(!) 암호표(그 때는 아마도 난수표라고 불렀든가 했을 겁니다)를 받아 들을라치면 머리에 쥐가 났을 지도. <--- 하긴 이건 임무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을 지도. ㅎ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2 01:48
organizer님/ 냉전 시대였으니까요. ㅠ.ㅠ 감리국에서 철저하게 감청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Commented by Leonardo at 2008/08/19 00:20
음. 그런일이 있었군요. 저는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세대라서.
들리는데도 응답하면 벌점이니 이거 참...
지금은 딱 한나라만 문제가 되고 있는데 요즘엔 2m에서 들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분들하교 교신하려면 무슨 주민 접촉증인가? 뭔가가 있어야 한다던데...
뭐 그 나라 분들이 자주 나오면 벌점제도 부활할지도...
(참고로 위에 6.25 운운한 나랍니다;;;;)


근데 실제로 생각해보면 내가 벌점먹고 폐국하면 독일사람이 도와줄수도 있는것도 아니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건 좀 문제가 있는데요.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영어가 좀 되셨다면 수교국가인 서유럽국들한테 QSP(중계)해달라고 하시죠.
"만약 당신들과 모두 컨텍하면 난 폐국이다"
음. SSB로는 별로 파일업 받은적이 없네요. 슬픈 기억이 있어서...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ONLY CW...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2
Leonardo님// 아~ 그렇군요? :) 2m에서 들린다~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있는 햄인가봅니다. :) 사실 2m로는 거의 로컬인데 말입니다. 간혹 스포라딕 E층이 생기면 일본과 교신 가능했던 때도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QSP를 간혹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 때는 그랬답니다. ㅠ.ㅠ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08/19 00:28
정치적인 견해 차이를 포함해서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3
새벽안개님// 흑...
Commented by muse at 2008/08/19 01:56
저는 모르는 시절의 이야기군요. 장미란 선수는 아니지만 뇌입원(...)에서 당예서 선수 관련 논쟁을 읽고 와서 읽어보니 그것도 참 신선합니다 :D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3
muse님// 당예서 선수와 관련된 논쟁도 있었습니까? :) 재밌네요. :)
Commented by 올비 at 2008/08/19 08:54
본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교신'이라는 말에 갑자기 요즘 잠수중인 모님이 떠오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3
올비님// 그러신가요? :)
Commented by 觀鷄者 at 2008/08/19 10:37
"아마추어 정신을 잊지마라."

정말 강렬한 말입니다(__)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19 16:03
觀鷄者님// 당시에는 뭔가로 두들겨 맞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ㅠ.ㅠ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8/20 07:49
아마추어 정신을 잊어야 햄을 할 수 있던 시대였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8/20 10:45
제절초님// 흑...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8/11/12 01:09
HAM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습니다.....

>> 88 올림픽을 앞두고

역시나, 우리 나라는 올림픽을 기점으로 모든게 달라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HAM 관련 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2 01:47
organizer님// 요즘은 문득문득 HAM을 다시 하고픈 마음이 들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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