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의 기원

예전에 엠파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인데, 이 곳에는 올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  저는 타이밍의 둔재입니다. ㅠ.ㅠ - 올리지 못했던 글입니다. 예전 글을 다시 읽어 보고 조금 이상한 부분은 수정해서 올려 봅니다. 척추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재밌는 사건이라 하면

1) 턱의 획득
2) 사지의 획득
3) 날개의 획득

정도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은 '2) 사지의 획득'이라 생각하지만, 날개의 획득보다는 턱의 획득이 정말 중요한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아래 캡처는 2004년 당시 미자르님께서 제 엠파스 블로그에 남기신 댓글입니다. :) 지금은 화석이 되어 엠파스 블로그에 묻혀 있습니다. :)
▶ 무악어류(Agnatha) - '턱'없이 부족한 녀석들...
☞ 최초의 척추동물이라 할 수 있는 녀석이 포함된 그룹입니다. 크게는 두 부류가 존재하는데요, 한 부류는 항상 벌어진 동그란 주둥이가 있는 원구아강(Subclass Cyclostomata)이며, 다른 녀석들은 그 유명한 갑주어아강(Subclass Ostracodermi)입니다. (주 - 현재는 갑주어를 단계통이나 분류계급으로 보지 않습니다. 2005년 당시 제 지식으로 썼던 글인지라 현재 분류와는 다른 면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녀석들까지는 분명 '턱'이 없는 상태였고, 소극적인 섭식만 가능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부분 걸러 먹는 형태의 섭식 패턴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냥 우리가 빨대로 쪽쪽 빨아먹고 물을 마시는 정도의 생활이라고나 할까요?^^

▶ 적극적인 섭식을 위한 '턱'의 진화
☞ 이런 소극적인 섭식을 극복한 부류로서 최초의 '턱'장착 어류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바로 판피어강(Class Placodermi)입니다. 모두 화석종이며, 고생대 데본기에 가장 번성했던 녀석들입니다. 흔히 고등학교 지구과학에서 '갑주어'란 이름으로 잘못 알려진 녀석이라 할 수 있지요. 데본기 중기에 번성했으며 데본기말에 절멸한 녀석들입니다. 이 녀석들은 좀 더 딱딱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섭식할 수 있는 '턱'을 장착하면서 번성한 녀석들입니다. 그러나 이빨은 없었고 기묘하게 생긴 턱을 이빨대신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단한 녀석들이지요~! 실제 그 크기가 10m에 육박하는 거대한 판피어인 Dunkleosteus란 녀석도 있었답니다. 특이하게도 이 녀석은 턱의 맞모금이 톱과 같아 이빨과 비슷한 역할을 했던 놈들이랍니다.

▶ 어떻게 진화했을까?
☞ 턱의 장착에 대한 이론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전통적이며 아직까지는 정설이라 할 수 있는 '아가미궁(아가미를 지탱하는 골격)'으로부터의 진화란 것과 '연구개 골격으로부터 아가미궁과 동시에 발달'이란 이론이 있습니다. 개략적으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아가미궁(branchial arch)으로부터의 진화
☞ 아가미로 호흡하는 어류는 여러 개의 아가미새(아가미틈)가 있습니다. 경골어류는 아가미개(아가미 뚜껑)가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연골어류는 겉으로 드러나 보인답니다. 인두가 확장되어 외부로 열린 곳으로 우리로 친다면 목에 해당되는 부분 쯤 됩니다. 육상 척추동물들도 배발생 단계에서는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생 어류들은 이런 아가미새를 지지해주는 아가미궁(branchial arch)이 있답니다. 바로 이 아가미궁 중에서 세 번째가 기능적으로 분화되어 두개 쪽으로 이동, 경첩 구조를 가지게 되었으며, 네 번째 아가미궁이 융합되며, 더욱 강화된 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은 연골어류인 상어의 턱구조를 보면 잘 드러납니다. 이 이론은 현생 어류의 해부학적 모습으로 잘 설명이 되지만 화석 상의 기록이 없고, 세 번째 아가미궁이 호흡 기능을 수행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합니다.

ⓑ 연구개골격(velar skeleton)으로부터의 진화
☞ 아가미궁으로부터의 유래설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 바로 연구개골격으로부터의 진화입니다. 즉, 우리의 입천장 뒤쪽에 있는 '연구개(velum)'가 골격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동시 또는 비슷한 시기에 턱과 아가미궁을 형성했다는 학설입니다. 화석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지만, 연구개골격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없으며, 해부학적으로는 난점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첫 번째 이론은 생물학자들이 그리고 두 번째 이론은 고생물학자들이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생물학자와 고생물학자가 새의 기원을 놓고 '지배파충류부터의 진화냐 공룡으로부터의 진화냐'로 맞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현재는 턱발생과 관련한 유전자(Hox 유전자)와 관련한 설명이 있어 사실상 첫 번째 이론이 정설입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3번째와 4번째 아가미궁에 조절 유전자가 없어 턱으로 발달했다는 내용을 본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턱은 과거에 아가미새를 지지했던 호흡기관(엄밀히 말하면 여과섭식 기관)인 아가미궁의 일부가 환경에 적응하여 현재와 같은 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정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by 꼬깔 | 2008/09/11 21:40 | SCIENTIA | 트랙백 | 덧글(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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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크엘 at 2008/09/11 21:48
오호...좋은 지식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1 23:07
다크엘님// 별말씀을요. :)
Commented by 홍월영 at 2008/09/11 21:58
그렇다면 아노말로칼리스의 입은 턱일까요 아닐까요(....) 아마도 아니라고 봐야 할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1 23:08
홍월영님//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사실 척추동물의 턱이고, 아노말로카리스의 턱이나 절지동물의 턱도 넓은 의미의 턱이 되겠지요. :)
Commented by 미스터Boo at 2008/09/11 22:10
곤충의 턱 척추동물의 턱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것도 재밌는 일인데 상하 좌우로 씹을 수 있는 턱을 가진 생물도 있었다더군요. 어쨌든 생물의 진화는 참 신비하고 놀랍습니다.

아 아노말로칼리스가 상하좌우로 씹는다던 녀석이였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1 23:09
미스터Boo님// 아노말로카리스의 턱은 특이하지요. :) 어쨌든, 서로 다른 계통의 동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적응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09/11 22:10
흐음. 이거 재미있네요. 역시 턱이 생김으로서 큰 먹이도 손쉽게 분해 섭취할 수 있게 돼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야 하려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1 23:09
제절초님// 턱이 없다면 단순히 여과섭식자로서 살아갔겠지요. 턱이 장착되면서 능동적인 섭식이 가능해졌다고나 할까요? :)
Commented by hotdol at 2008/09/11 22:38
먹을 수 있는 먹이의 범위가 엄청나게 늘어날테니 필연적인 진화였겠지요.
턱이 아니라면 백상아리도 멸치나 삼키면서 살았을 테니까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1 23:10
hotdol님// 그랬을 겁니다. 말씀처럼 턱이 없었다면 단순한 여과섭식에 의존했을 것이고요. :)
Commented by Mizar at 2008/09/11 23:21
옛날에 제 주문으로 쓰셨던 글이군요.
오래 전의 글이지만 다시 보니 신선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00:38
미자르님// 그랬던 겁니다. :) 사실 미자르님께 주문 받은 후 1년이 넘어 썼던 것으로 기억되는걸요? :) 조금 다듬었습니다. :)
Commented by 태두 at 2008/09/11 23:40
오오 턱이로군요. 여태껏 생물의 진화라 그러면 기껏해야 기다가 걷는[..]거라든가 갑자기 날아다닌다거나[......]하는 것만 생각했었거든요. 저런 걸 놓치고 있었습니다-ㅁ-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00:39
태두님// 어찌보면 턱은 정말 중요한 진화적 사건이라 할 수 있지요. :) 만약 턱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창조주의자들도 떠들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
Commented by shizuki at 2008/09/12 01:27
만약 지금 턱이 없었다면 하고 생각하니까 좀 무섭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10:15
shizuki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croydon at 2008/09/12 01:39
아.. 진짜 경이롭네요. 완전 푹 빠져서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10:15
croydon님// 오~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 딱딱한 얘기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
Commented by The Nerd at 2008/09/12 02:25
턱의 기원에 관해서는 벤톤의 척추고생물학 책에도 설명이 좀 있으니 연휴기간에 포스팅과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10:15
Lee님// 한번 관련해서 읽어 보세요. :)
Commented at 2008/09/12 02: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10:16
비공개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09/12 03:13
동일반복되는 아가미 뚜껑뼈가 턱뼈로 분화했군요.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우리가 갈비를 뜯을수 있게된걸 판피어에게 감사해야 겠습니다. 그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10:16
새벽안개님// 결국 아가미를 지탱해주던 뼈의 일부가 그렇게 분화한 셈입니다. :) 그리고 판피어... :) 그래야겠는걸요? :)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9/12 08:16
역시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
덧. 다윈이 왜 중요한가는 잘 읽어봤습니다. 지름신 만세였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10:16
풀잎열매님// 오~ 그러셨군요. :) 전 이제 막 읽고 있답니다. :)
Commented by 올비 at 2008/09/12 09:38
우와 기대 이상으로 재밌었어요 :)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첫번째 삽화가 너무 귀여워요 >.< (저 이상한 거 아니...죠?;; <- 소심)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2 10:17
올비님// 다행입니다. :) 아하하 :) 첫번째 삽화는 턱이 없는 녀석이 턱을 만드는 장면인데 색깔이 있어 더 귀여워 보이는 걸까요? :)
Commented by Asuka_불의넋 at 2008/09/14 00:06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일반생물학에 나오는 내용이긴 했는데, 왠지 그 때는 별 생각 없이 읽어넘겼던 것 같네요. 생물 진화의 세계는 아무리 파 봐도 정말 흥미롭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09/15 00:55
Asuka_불의넋님// 말씀처럼 일반생물학 책에도 간단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사실 대개 휘릭 읽고 지나가곤 하지요. :) 추석은 잘 보내셨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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