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창조론인가??

우연히 검색 키워드 20을 보다가 '가장 큰 공룡'이란 것이 있길래 눌러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다양한 - 사실 대부분 공룡과 관련 없는 글 - 이 나오더군요. 그 중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글이 있었습니다.

'왜 창조론인가?'

항상 이런 종류의 글을 접하면 '이번엔 어떤 주장일까?'란 생각이 들고 읽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 똑같은 얘기를 되풀이 하는구나.'란 생각을 하곤 하지요. 이 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친구가 창조론이란 것이 표현만 다를 뿐 다른 종교에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고, 이에 즉답을 하지 못하다가 예배 시간에 한 공학박사이자 대학 강단에 서는 분의 강의를 듣고 친구에게 할 말이 생겼다는 겁니다. 이 공학박사는 '왜 창조론인가?'에 대한 교양 강의를 한다고 하더군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공학박사가 무책임하게 일반 신도를 대상으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잘못 이해한' 진화론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심어주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슬라이드를 통해 접근하는 방식과 건축물, 비행기의 프로펠러, 복잡한 사물 등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복잡성이 진화로는 설명이 되지 않으며, 이는 창조의 증거다라는 지극히 단순화한 지적설계적 접근을 한 모양입니다. 늘 그렇듯 몇 가지 보여주고 성경 인용하고 하는 식이었겠지요. 그리고 이 강의를 들은 분은 용감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이 모든 것들을 진화론에 맞춰 생각한다면 풀리지 않는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저 원숭이들은 나중에 사람이 되는 것인가?
많은 생물은 무슨 이유로 각기 다른 것으로 진화되었는가?
중간단계의 화석들은 왜 발견 되지 않는가?
그럼... 우리는 우아한 원숭이 인가요?

그리고 예상대로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창조하실 때에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었고,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과 같은 사람들이었지만 스스로 죄를 짓고 타락하여 이렇게 고통과 번뇌 가운데 살아간다.

뭔가 트랙백해서 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누군가 댓글 단 것에 대한 답글을 보니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아무튼, 글쓴이가 던진 질문은 정말 진부한 것들입니다.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란 질문을 던지며 진화론으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곧 그들의 하나님이 '닭'과 '달걀'을 동시에 만들었다는 얘기겠지요? :) 그러나 오히려 진화론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 철학적 접근이 아닌 - 설명이 되는 내용이고요. (조잡하지만 예전에 쓴 글 -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 이 있습니다.)

'원숭이가 나중에 사람이 될 것인가?'란 것은 진화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사람들의 보편적이고 무지한 물음입니다. 단지, 진화론을 폄훼하고자 공통조상을 '원숭이'라 부른 것이고. 게다가 진화는 원숭이가 변해 사람이 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으니까요. 예전에 쓴 두 가지 글을 링크합니다.

사람=원숭이의 후예??
사람=진흙의 후예??

'생물들이 무슨 목적으로 제각각 다른 것으로 진화했는가?'란 질문... 진화는 어떤 목적으로 바탕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이지요. 이 역시 모든 것을 '목적'으로 생각하는 부류의 흔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중간단계 화석들은 왜 발견되지 않는가?'란 진부한 질문... 시조새마저도 중간단계 화석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들에게 어떤 중간단계 화석을 보여줄까요? 설사 중간단계 화석을 보여준다 해도 다음 질문은 뻔한 것 아닙니까? '이로써 2개의 새로운 공백이 생겼다.'

'우리는 우아한 원숭이인가요?'라는 질문... :) 진화론이 우리를 원숭이와 동급으로 취급한다는 불평이겠지요? :) 사람은 원숭이가 아닙니다. 사람은 사람일 뿐이지요. 우아한 원숭이라니요.

아무튼, 이런 시각이 많은 사람의 관점이라는 것과 위에 언급한 공학박사와 같은 자가 진화에 대한 관점을 왜곡하는 일은 지금도 이제까지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앞으로도 일어나겠지요.

by 꼬깔 | 2008/10/19 09:36 | creatio problematica | 트랙백(1) | 덧글(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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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진리의 길 at 2009/02/17 01:46

제목 : [창조론 VS 진화론] '창조과학'은 과연 '과학'..
창조과학이 탄생하기까지 계몽주의 시대 이후로 과학의 급격히 발달하게 되므로 기독교 진리는 이제 구시대적인 유물처럼 인식되었습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외쳤으며, 많은 이들이 이러한 '신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축제를 벌였습니다.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과도기를 지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무신론적 사관이 주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신은 중세시대 이후로 인류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며......more

Commented by Semilla at 2008/10/19 10:19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닌 데에 괜히 아는척 나서질 말아야 하는데... 그리고 듣는 사람도 저 사람 credential을 보고 권위를 잘못 부여하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16
Semilla님// 그게 가장 큰 문제인 듯합니다. ㅠ.ㅠ 일단 **박사라 해놓고 엉뚱한 주제를 들먹이는데, 주제 따로 권위 따로가 되는 셈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10/19 10:43
확실히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니면 괜히 나서지 말아야 하죠.
그러고보니 창조주의 계열 '과학자' 대부분이 생물학과는 전혀 관계 없는 쪽 사람들이 많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16
아브공군님// ㅠ.ㅠ 생물학과 지질학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Commented by 웬돌 at 2008/10/19 11:05
제 생각에 그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대다수가 어릴 때부터 기독교나 천주교를 믿어 오거나 집안 자체가 종교적 배경을 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그와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100퍼센트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성경의 천지창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반드시 진화와 창조에 관련한 토론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학술적인 측면에는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라 진화의 동인이나 과정 같은 것을 이해할리 만무하다는 것입니다. 오직 창조론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이끌며 끼워맞추기를 하려고만 들지요. 수 년 전에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해봤는데 오로지 창조론이란 생각만 미리 염두에 두고 있어서인지 얘기 자체가 진행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결국에는 창조론을 믿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일 수밖에 없겠구나 했습니다. 벗어나기 힘들 것 같아요, 그 상태로는. 거의 세뇌 수준이라 봐야겠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18
길득이님// 맞습니다. 그런 경우도 있네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God Delusion)에 보면 굴드에게 학위를 받은 지질학자가 결국 신앙으로 말미암아 학문을 던져 버린 슬픈 얘기가 나옵니다. 그 사람 역시 집안이 전통적인 근본주의자였기에 신앙과 학문을 두고 고뇌한 끝에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정말 세뇌 수준이란 표현이 와닿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The Nerd at 2008/10/19 11:19
성경을 한번 읽고는 마치 자신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알게 된 양 으스대는 사람들 같네요.
하지만 결론은 나는 무식하다 라는걸 광고하고 다니는 것밖에 안 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18
Lee님// ㅠ.ㅠ 그러게나 말입니다.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8/10/19 11:28
성경의 창조론과 마크로스의 창조론.
둘 중 어디에 우위가 있다고 말하기 힘든데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 프로토컬쳐와 바쥬라를 숭배하렵니다.(딸꾹)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10/19 11:34
나인테일님 // 스파게티 괴물님도 같이 숭배해야 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18
나인테일님// ㅠ.ㅠ
아브공군님// 흑..
Commented by 칼슷 at 2008/10/19 12:07
태초에 포스가 있었으며 생물은 그 포스의 영향으로(생략)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인류가 포스의 신봉자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19
칼슷님// 오~ 그렇다면 인류는 제다이가...
Commented by Mualsuman at 2008/10/19 12:21
'왜 창조론인가?' 란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꽤 오래된 글이지만 재밌더군요.
역시 "우왕 ㅋ 굳 ㅋ"
의견은 좋다 이겁니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은 가질수 있고 그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지만
그것을 입밖으로 꺼내기전에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라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글의 압권은 역시
"그럼... 우리는 우아한 원숭이 인가요?" 요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20
Mualsuman님// 오~ 찾아 읽어 보셨군요? :) 예 말씀처럼 3년 정도 된 글이더군요. 그리고 그 압권... :) 공감합니다. :)
Commented at 2008/10/19 12: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3:20
비공개님// 헉... 정말입니까? 아아아... 정말 재밌는 세상이군요... ㅠ.ㅠ
Commented by Cuchulainn at 2008/10/19 13:43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생겨났다는 이야기 자체가 오류이므로 성서를 세계창조의 교본으로 삼는건 병신짓.

*빛이 생기게 된 이유는 빅뱅도 있겠지만, 성간물질이 중력에 의해 뭉치면서 핵융합을 거쳐 별이 되기때문에 생겨납니다. 하나님 떨거지가 있으라 해서 생겨나는게 아니라는 말씀.*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6:05
Cuchulainn님// 뭐 어쩌겠습니까? :)
Commented by Cuchulainn at 2008/10/19 18:27
뭐... 혼자 그리 믿고 살다 가겠다면 저도 그냥 그리 살다 가게 둡니다만...
Commented by 필군 at 2008/10/19 14:23
문제는 이공계 전반에 이런 분들이 많다는 거죠 - 창조론은 얌전한(?)편이고, 아예 예전 연구소 팀장은 기(?)로 커피의 카페인 없앤다고 뻘짓한 적도 있다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6:05
필군님// 아... 정말 그런 의사과학도 참 문제네요...
Commented by 어부 at 2008/10/19 15:08
... 개구리에서 원숭이들까지 이어져야 한다면 수많은 '개숭이'들이 있어야 하지 않은가? (from God delusion)

생물학자들 중에 무신론자 비율이 높은 것도 이해할 만 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19 16:06
어부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개숭이라... 흑...
Commented by 깊은숲 at 2008/10/19 19:14
종교가 모든 학문의 우위에 서있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지요.
이미 종교와 과학이 담당하는 범주가 분명하게 나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범주에 속해 있는 과학을 종교적인 논리로
설명하려 한다는 것부터 이미 논리적인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뭐, 수학으로 국어학을 설명하려는 꼴이죠. =_=a;


아,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만...
한참 강의를 하시던 도중 교수님이(참고로 국문학과입니다)
전혀 납득도 안 되는 기묘한 논리로 축구의 우수성을 강조하시면서
은근슬쩍 야구를 계속 까시더군요.

그렇게 약 10분 정도, 일장연설을 펼치시던 교수님이
선진국들은 전부 축구를 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려면
축구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하셨을 때는
정말이지 여러 가지 의미로 난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_=a 후우...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02:15
깊은숲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왜 아직도 이런 일이 팽배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선진국들이 전부 축구를 하니 우리도 선진국이 되려면 축구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는 거참... 요즘 아프리카 국가들 축구 잘하던데 말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Polycle at 2008/10/19 19:28
개숭이 ^^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02:15
Polycle님// :)
Commented by 고르헥스 at 2008/10/19 20:57
.....
그냥 무시하는게 제일입니다만,
무시하면 또 뭐 우리를 절벽으로 아는지 기어오르고,
신경쓰면 피곤하고,
난해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02:16
고르헥스님// ㅠ.ㅠ
Commented by Frey at 2008/10/19 21:45
의외로 생물학을 전공하는 사람중에서도 창조론을 신봉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분자생물학쪽에 그런 분들이 많지요 -_-;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02:16
Frey님// 말씀처럼 분자생물학 쪽과 생화학 쪽에 창조주의 신봉자가 제법 있는 듯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8/10/19 22:14
뭐 일반인들은 영장류 전체를 싸잡아 원숭이라 부르니 그런 관점대로라면 우리도 원숭이의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겠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02:16
트로오돈님// 그렇겠지요. :)
Commented by Asuka_불의넋 at 2008/10/20 07:41
Frey님 말씀대로 저희 학교에도 그런 분이 계십니다ㄱ-; 역시 종교적 배경이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할 수 있다는 걸 여실하게 깨달았지요. 뭐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서 저와 또 다른 한 명이 미묘하게 캐물었더니 '사실은 긴 시간 간격에 대한 사고가 어렵다'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만; 이공계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09:36
Asuka_불의넋님// 그렇군요. 확실히 종교적 배경은 선입견을 만들 수 있고, 이런 것이 실질적인 연구를 방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도킨스나 학자들이 주장했던 것이 바로 45억 년이란 장구한 시간에 대한 감이 없기 때문이란 얘기를 했지요. 확실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어릴 적부터 기르는 것이 중요한 듯합니다.
Commented at 2008/10/20 1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13:22
비공개님// 그러게요. 어릴 적 무슨 박사다라고 하면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으로 인식했는데, 그런 심리와 비슷한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ofspace at 2008/10/20 13:11
카이스트에도 창조과학을 연구하는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껍한 적이 있습니다. 단순한 지식과 스킬로서의 과학과, 합리적 방법론으로서의 과학은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 어머니 따라서 교회 갔다가(집에서 어머니만 기독교인입니다) 어떤 '박사'라는 사람이 이상한 과학 강연을 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재미도 없고 뭔 얘긴지도 잘 모르겠어서 잊고 지냈는데 나중에 창조과학이란 걸 알게 되고 '아 그게 그거였구나' 하고 알게 됐죠. 하는 얘기가 똑같더군요.

창조론이라든지, 환빠들이란지 이런 이상한 망상에 빠진 사람들은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논리가 안 통해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0/20 13:23
sonofspace님// 에구... 그러게나 말입니다. 꽤 유명한가봐요. 카이스트에 창조과학이라니... ㅠ.ㅠ 말씀처럼 환빠나 창조주의나 미스터리 추종자나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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