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쥐로부터 진화했을까?

며칠 전 炎帝님께서 이런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박쥐가 쥐에서 진화한 동물이란 글을 책에서 봤다.'란 말씀이셨습니다. 쥐에서 박쥐가 진화했다라...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포유류의 계통은 다른 어떤 척추동물보다 연구가 잘 된 편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분류 방식(외형에 의한 방식 - morphological tree)이지만,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적 분류(molecular tree)를 병행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분류가 불명확했던 부분이 보완되었다고 합니다. 우선 전통적인 포유류(태반류) 분류를 확인해보겠습니다.

Chiroptera가 박쥐류(익수류), Rodentia가 쥐류(설치류)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볼 때 박쥐는 쥐보다 오히려 영장류와 가깝게 표현됩니다. 특히 날여우원숭이류(피익류, Dermoptera)와 자매군(sister group)으로 표현되지요. 반면 쥐는 이보다 멀리 떨어져 토끼류(토형류, Largomorpha)와 자매군을 형성합니다. 즉, 전통적인 방식으로 볼 때 절대 쥐로부터 박쥐가 진화한 것은 아닙니다. 재밌는 것은 영장류가 날 수 있던 조상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는 겁니다. :) 이는 박쥐의 큰 계통인 큰박쥐류(Megachiroptera)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작은박쥐류(Microchiroptera)와 외형상 다르고, 오히려 영장류와 닮았다는 점으로부터 나온 겁니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결국 큰박쥐류와 작은박쥐류가 단계통이란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보완된 계통은 어떨까요?

분자생물학적 방법은 쥐와 박쥐가 굉장히 먼 관계란 것을 보여줍니다. 박쥐는 쥐보다 고래와 우제류를 포함하는 Cetartiodactyla(고래, 돼지, 소, 기린 등등), Perissodactyla(기제류 - 말, 코뿔소, 맥 등), 그리고 Carnivora(식육류 - 사자, 호랑이, 고양이 등) 등과 가깝습니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박쥐는 '쥐보다 고양이와 가까운 사이'입니다. :)

현재 포유류는 크게 4개의 분기군(clade)으로 분류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Xenarthra (이절류 - 개미핥기, 나무늘보, 아르마딜로 등)
Afrotheria (아프로테리아 - 코끼리, 듀공, 황금두더쥐, 텐렉, 바위너구리 등)
Laurasiatheria (로라시아테리아 - 고래, 돼지, 소, 기린, 말, 코뿔소, 천산갑, 땃쥐, 두더지, 고슴도치, 박쥐)
Euarchontoglires (에우아르콘토글리레스 - , 토끼, 나무땃쥐, 날여우원숭이, 원숭이)


결론적으로 쥐와 박쥐는 아주 거리가 먼 동물입니다. 그렇기에 '쥐로부터 박쥐가 진화했다.'란 말은 올바르지 않고, 오히려 '박쥐는 쥐보다 쥐의 천적인 고양이나 식충류인 땃쥐, 두더지와 가깝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침부터 횡설수설했습니다.

P.S.) 다음엔 옹박 '쥐박'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by 꼬깔 | 2008/11/13 11:00 | SCIENTIA | 트랙백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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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kpil at 2008/11/13 11:02
쥐박은 대체 어디서 발생한 생물체일까요 ... 자연 발생설이 떠오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1:03
akpil님// 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 자연 발생설... 크... 멋진데요? :)
Commented by Frey at 2008/11/13 11:06
분자생물학이 더해지면 확실히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고생물학에는 분자생물학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3:02
Frey님// 그런 것 같죠? :) 물론 분자생물학만으로 모든 것을 다시 분류할 수는 없겠지만 두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훨씬 사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씀처럼 고생물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어렵다는 그런 문제가... ㅠ.ㅠ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11/13 11:22
정말 포유동물의 진화연구에서 형태비교로 풀지 못한 문제를 분자진화로 많이 해결했었네요. 그러고 보니 박쥐가 사람을 포함한 원숭이무리랑 제일 가깝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3:02
새벽안개님// 그런 것 같습니다. :) 전통적인 분류로 본다면 박쥐는 거의 영장류에 가까운 녀석이었습니다만, 분자적 증거는 쥐보다는 사람과 거리가 있는 동물인 듯하더라고요.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8/11/13 13:24
그렇군요. 그리고, 생각보다 쥐와 영장류가 가까운 편이네요. 실험동물로 쥐를 쓰는게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네요.
Commented by 炎帝 at 2008/11/13 11:41
전 쥐박의 존재를 볼때마다 창조론이 정말 있는건지 의심스럽습니다.
신이 창조한건지 악마가 창조한건진 몰라도 자연진화적으론 절대 생길 수 없을거라 생각해서 말이죠.=ㅂ=;;
(진화론에 의하면 저런 존재는 자연 도퇴되는것 아니었나요?=_=;;)

아무튼 제 뻘글에 이렇게 포스팅까지 직접 달아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궁금한게 있어서 질문드리는 것인데,
창조론자들이 신의 개입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근거중 하나로 든 것이,
지금의 과학으로 세포의 그릇까지 만들었지만 그 그릇에 생명을 넣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그릇은 당시 원시지구의 바닷물과 비슷하게 아미노산등의 다양한 물질을 혼합해 만들었는데,
세포와 똑같지만 결정적으로 생명이 없었다더군요.)

그래서 그 그릇에 어떻게 생명이 생겨났는지에 대해 여러가지 논의가 있다고 하는데
(우주에서 온 방사선의 작용일거다, 번개의 영향일 것이다 논란이 많았습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생각하신 것이나 보신 자료 같은 것 없나요?
개인적으로 꽤 흥미있어하는 분야라서....


그리고 신에 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역대 과학자들의 신에 관한 관점 같은 것도 알고 싶습니다.
뉴턴같은 경우 나는 과학자이기 때문에 신에 대해서도 연구하려 한다고 말했다는 기억이 나는군요.
그밖에 신에 대해서 여러 과학자들이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대부분 부정적인 인식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Commented by akpil at 2008/11/13 11:49
과학에 발하나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유신론자이고, 기독교 신자(뭐 개독교라고 욕먹는 게 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로서 적자면 ...
제대로 된 '과학자' 의 소양을 가진 유신론 과학자(말이 좀 복잡하군요..)는 과학 얘기할 때 종교 얘기는 안 합니다. 이런 건 합니다. 어떤 논문을 내거나 결과를 내고 나서 "이런 결과를 낼 수 있게 도와주신 신께 감사합니다." ... 이런 정도죠.
가끔 이걸 혼동하는 ... 과학자(?)들이 많죠. 창조학회 같은 동네 ... 말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3:04
炎帝님// 이 부분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란 책을 읽어보신다면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창조주의자들의 주장은 양자선택의 오류라 부르지요. 현재 진화론으로 설명이 어려운 것이 바로 '강력한 창조의 증거이다.'라는... ㅠ.ㅠ 일반적인 과학자들은 인격신이 아닌 다른 의미의 신을 믿는 것으로 압니다.

akpil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The Nerd at 2008/11/13 11:53
분류학은 위대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3:05
Lee님// :)
Commented by 윙후사르 at 2008/11/13 11:54
혹시 꼬갈님. 개와 늑대의 관계에 대해서도 포스팅할 수 있나요? 보통 개는 인간이 늑대 새끼를 길들인 것이 시초라고 하는데 그렇기엔 의문점이 많습니다. 늑대는 육식인데 개는 잡식성이라는 것도 의문이고요. 체첸인들은 자신들을 늑대로 비유한다는데 이유는 늑대가 쉽게 길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더군요. 실제로 늑대를 길들이는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하고요. 또 개는 품종에 따라선 늑대랑은 모습이 완전히 다른것도 그렇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3:06
윙후사르님// 아~ 개의 기원과 관련해서는 저 역시 궁금함이 많은 편입니다. 비교적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 것 같고요. 나중에 한 번 포스팅 해볼게요. 그리고 품종이란 것은 사람이 인위선택한 것이니 늑대의 모습과 크게 다른 것이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길들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구소련에서 붉은여우(red fox, Vulpes vulpes)를 50여년 동안 길들인 예가 있다고 하고요. :)
Commented by 炎帝 at 2008/11/13 13:44
예전에 유전학 관련 책에서(어린이용입니다.) 멧돼지를 개량해 지금의 돼지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는걸로 봐선
모양이나 습성만 가지고 판단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인간에게 길러지는 동물들은 그 특성이 원래 있던 것과 한참 달라지기 쉽다고 하니까요.
닭도 원래는 날 수 있었는데 날개가 퇴화되었다는 얘기도 들은 기억이 나고...
(지금은 비둘기가 그 전철을 밟고 있죠.ㅠㅠ)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11/13 15:01
그에 관해서는 '영원한 어린아이, 인간' 이라는 책이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있던 말에 의하면, 늑대 새끼를 기르면서 인간에게 순종적이고 어리광 잘 부리는 녀석들만 남겨서 번식을 시키는 방법으로 계속 번식을 시켜나가자, 마침내 성장해서도 여전히 새끼늑대처럼(혹은 개 처럼) 인간에게 달라붙고 어리광을 부렸을 뿐만 아니라 야생 늑대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은 털 무늬가 나타나고 귀가 접히는 등의 변형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 책의 요지는 '인간도, 가축도 모두 유체성숙으로 인해 나타난 존재다' 였거든요. 어디까지 설명이 될 지는 모르지만 참고삼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11/13 13:28
아.... 분류학과 분자생물학은 대단해요.
근데 2MB를 박쥐, 또는 쥐로 분류하면 해당 생명체들이 분기탱천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The Nerd at 2008/11/13 13:45
잡아먹으려 들지 않을런지...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6:56
아브공군님// 재밌어요. :) 흠... 그리고 박쥐, 쥐, 땃쥐... 도대체 어디에 넣어야 할까요? :)
Commented by moba1 at 2008/11/13 14:04
설치류는 일본에서 태어났다던데요 !ㅋ~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6:55
moba1님// 아하하 :)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8/11/13 14:59
과연 땃쥐와 두더지는 포유동물의 오랜 형태군요. 좋은 설명 감사드립니다. :)

블로그 스킨을 바꾸셨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1/13 16:55
제절초님// 초기 포유류의 일반적인 형태가 땃쥐의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두막루 at 2008/11/13 21:20
블로그 스킨을 바꾸셨네요.^^
포유동물의 계통을 잘 모르면 그런 착각하기가 굉장히 쉽죠. 쥐 -> 박쥐... 쉽게 나올 수 있는 추측이니까요. :) 분자생물학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니, 다행스럽습니다. 제가 고생물학 공부를 전문적으로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점점 커져 갑니다. ㅠㅠ

쥐박에 대한 진지한 고찰... 기대됩니다. 쥐의 초특급 진화 형태일까요?(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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