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 씨의 길 잃은 태양 마차 오류

아 그러고 보니 정말 바뀌어야 할 교과서가 생각났다. by 슈타인호프님

사실 전 어릴 적 별자리 얘기에 관심이 많아 개인적으로 그리스 신화를 많이 읽어본 편입니다. 그래서 여러 저자의 그리스-로마 신화 책을 보기도 했답니다. 물론, 이윤기 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란 책도 읽어 봤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중학교 3학년 국어 책에 나온 '길 잃은 태양 마차'란 글을 봤습니다. 이윤기 씨가 쓴 글입니다. 그런데 내용 상 오류가 제법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에 대한 오류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 맘 때쯤 이재호 교수의 '문화의 오역'이란 책을 접했는데, 여기에는 수능 언어영역 복수정답 문제와 이윤기 씨의 길 잃은 태양 마차의 오류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제가 확인한 내용과 거의 비슷한 부분을 지적했더군요. 때마침 ㄷㅎ님께서 여쭙기도 하셔서 짤막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태양신의 아들인 파에톤과 관련한 얘기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파에톤이 태양신의 태양 전차를 폭주하면서 벌어진 얘기지요.

★ 이야기 배경 문제
☞ 교과서에 나온 글에는 배경이 이집트 - 아이깁토스 - 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의 배경은 아이깁토스가 아닌 아이티오페이아입니다. 파에톤의 엄마인 클리메네가 아이티오페이아의 메롭스와 결혼했는데, 엉뚱하게 배경은 아이깁토스로 나옵니다. 그리고 만약 배경이 이집트였다면 태양신은 라(Ra)여야겠지요.

☆ 에파포스의 얘기
☞ 파에톤이 자신의 아빠가 태양신이란 얘기를 엄마에게 듣고 친구인 에파포스에게 했습니다. 그런데 에파포스는 이를 믿지 않았지요. 그런데 이윤기 씨의 글에는 "네가 태양신의 아들이라면, 나는 오시리스 신의 아들이다."란 얘기를 했다고 나옵니다. 오시리스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신인데, 사실 에파포스는 이오의 아들이며, 그 아빠는 제우스입니다.

★ 아이티오페이아의 어원
☞ 이윤기 씨의 글에 아이티오피아와 관련한 이름의 유래가 나오는데, 이윤기 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이티오페이아는 오늘날 에티오피아이다. 아이티오프스, 즉 도덕(에토스)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Aithiopia(Αιθιοπια)는 aithiops란 말로부터 유래한 것이며, 어원은 이렇습니다.


aithein - Gr. αιθειν : to burn
ops - Gr. ωψ : face
aithiops, aithops - "burned face"

즉, '탄 얼굴'이란 말이 어원이기에 당연히 '피부가 까만 사람들이 사는 나라'란 의미가 될 겁니다. 그런데 이윤기 씨는 '도덕 높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란 소설을 쓴 것입니다. 또한, 그리스어의 에토스(εθος)는 custom, habit 등의 뜻입니다. 물론 이 단어가 ethics의 어원이지만요. 그리고 시종일관 쓴 '아이티오페이아'는 '아이티오피아'가 맞고요. ㅠ.ㅠ

☆ 빛나는 별 "루키페로스"??
☞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금성을 당시 루키페로스라고 불렀다. '빛나는 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lucifer란 단어는 라틴어입니다. 그리고 lucifer와 관련한 그리스어는 phosphoros(φωσφορος)가 있지요. 조어 방식이 같습니다. 즉,

lucifer : L. lux(light) + ferre(to bring)
phosphoros : Gr. φως(light) + φερω, φερεω(to carry)


그런데 느낌상 루키페로스란 단어는 그리스어 어원처럼 보이지만 루키페로스란 단어는 없답니다. 이 단어는 이윤기 씨가 지레짐작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그 밖에 몇 가지가 더 있었던 것 같았고, 이재호 교수는 훨씬 많은 부분을 지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년 전 참고서가 있어서 참고했는데, 수정되지 않았네요.) 어쨌든, 이 부분을 이재호 교수가 지적을 했음에도 수정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고쳐졌는지 확인해보지는 못했는데, 확인해봐야겠습니다. :)

P.S.) 문화의 오역이란 책을 참 재밌게 읽었는데, 좀 심할 정도로 이윤기 씨를 비판하는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뭐... 이윤기 씨를 비판하고자 만든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 관심 있으신 분께서는 읽어보시면 재밌습니다. :) 전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

by 꼬깔 | 2008/12/14 02:01 | RES PROBLEMATICA | 트랙백 | 덧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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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14 02:21
에티오피아라는 나라 이름 자체가 파에톤의 태양마차때문에 사람들 피부가 그을어서 생긴 거 아니었나요(...) 에티오"페이"아는 카시오페이아의 이름에서 따다가 그렇겠거니 한 것 같아보이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02:26
슈타인호프님// 그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윤기 씨는 '도덕이 높은 사람들의 나라'라고 했다가 나중에 파에톤으로 말미암아 피부가 까매지고, 사막이 생겼다는 식으로 끼워 맞추기를 했지요... ㅠ.ㅠ 사실 이윤기 씨의 심각한 오류는 모든 그리스인의 명칭을 '-오스'로 썼던 일입니다. :) 단순히 '-우스'는 라틴, '-오스'는 그리스라 생각한 것이지요.

페르세우스 -> 페르세오스
케페우스 -> 케페오스
테세우스 -> 테세오스

흑...
Commented by RAISON at 2008/12/14 04:44
기실 이윤기씨는 소설가셨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22:59
뢰종님//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리스신화 전문가가 되었어요. 그게 좀... ㅠ.ㅠ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8/12/14 07:47
이윤기 오류의 최강은 "지상에서 영원으로" 고려원 번역에 있는 잭 런던의 "바람의 부름"이라는 소설이지요. 예 "야성의 부름"(The Call of wild)을 wind로 본겁니다

ps: 1941년이 무대인 소설에서 미 "공군"을 지칭한건 애교라고 볼까요?

정치적 문구 쓰다가 생략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22:59
이준님// 헉... 그런 일도 있군요... ㅠ.ㅠ
Commented by 措大 at 2008/12/14 09:07
이윤기씨가 적이 많긴 하지요. 본인이 자초한 면이 많으니 딱히 뭐라고 편들어 줄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 (이재호씨 말고도 권 모씨와도 한판 붙었었고 --;)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22:58
措大님// 그러게요. 적이 많은가봐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ㅠ.ㅠ
Commented by 크리스 at 2008/12/14 11:48
우연히 책을 읽다가 무슨 책인가 기억은 안나는데 자기가 라틴어를 모른다는 말을 글머리에서 봤는데 그 책보다 먼저 나온 책이 라틴어 원전이어서 좀 어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 분 책에 대한 신임도 완전 바닥이 됐어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22:57
크리스님// 제가 보기에 이윤기 씨는 라틴어나 그리스어를 거의 모른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그런 일도 있었군요... ㅠ.ㅠ
Commented by 炎帝 at 2008/12/14 13:38
피부색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의문인데,
제가 알기론 인류처럼 지역등에 따라 피부색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생물은 별로 못봤습니다.

혹시 영장류들도 털등에 가려서 그렇지 피부색등이 인종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나요?
그냥 좀 짙고 옅은 수준이 아니라 흑인종 백인종처럼 지역별로 확연하게 달라지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22:57
炎帝님// 유인원도 피부색이 다를 겁니다. 아프리카 유인원인 고릴라나 침팬지는 검은색이고, 오랑우탄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Commented by 천재미소녀 at 2008/12/14 13:43
지금도 안 고쳐졌을걸요.. 교과서가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니;;;
다만 파에톤 친구 '이름'이랑 아이티오페이아의 어원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22:54
천재미소녀님// 그러게요. 확인해보니 여전하네요. 그리고 제가 좀 착각했습니다. 교과서에는 '친구들'로 나오네요. 그러나 아이티오피아와 관련해서는 어원을 써놓았더군요. 도덕(에토스) 높은.. 이런 식으로요.. ㅠ.ㅠ
Commented by 네티하비 at 2008/12/14 21:25
이윤기씨가 쓴 뮈토스나 번역서인 변신이야기, 장미의 이름 같은 서적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언젠가 '장미의 이름'에 나온 수많은 오역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장미의 이름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서적에도 여기저기 오역이 많았었나보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4 22:54
네티하비님// 그러게요. 저도 좀 놀랐고, 이재호 교수의 '문화의 오역'이란 책을 보면서 많이 놀랐지요.
Commented by 9625 at 2008/12/15 12:35
K선생님도 이윤기씨를 잔혹 서평으로 분해하셨지요.
교과서에는 '이윤기씨의 창작이 가미된'이라고 새로 들어간 것으로 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토마스 볼핀치의 희랍,로마신화'는 이윤기 씨의 번역이
그나마 제일 낫다는 사실.

어차피 볼핀치 책 자체가 이제와서는 별로라서 추천하진 못하지만...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5 12:39
9625님// 그렇군요. 사실 전 불핀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지 않는 편입니다. ㅠ.ㅠ 요즘은 다른 저자의 것도 많고 더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교과서에 결국 그런 얘기를 넣은 것이군요. 거참... ㅠ.ㅠ
Commented by 9625 at 2008/12/15 13:06
이윤기씨는 변신이야기를 신화의 대본으로 (?) 삼은 것 같은데, 변신이야기는 오비디우스가 너무 비꼬는 작가라서......개인의 창작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신화집으로는 좀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파에톤'이라는 이름부터가 '빛나는' 이라는 뜻이고 일리아스 11권 735행과 오뒷세이아 5권 479행을 보면 ἠέλιος φαέθων이라고 하니까요.
물론 에우리피데스의 힙폴뤼토스의 739행을 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삽질하다 죽은 파에톤'이 언급되긴 하지만...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파에톤'을 보면 파에톤이 죽지도 않고... (이것은 제가 직접 확인은 안함-_-)
에파푸스와 파에톤이 친구라는 이야기도 변신이야기 말고는 안나오고...

아무튼 이윤기 씨의 창작 능력은 '님좀짱'인듯?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5 13:12
9625님// 그렇군요. 하기야 여러 과정을 거치면 당연히 각색되었을 터... 게다가 오비디우스의 작품 자체가 창작이 많이 들어간 것이군요. 재밌습니다. :) 사실 그리스신화를 뒤적이다보면 특정 인물에 대한 다양한 서로다른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하기야 파에톤이란 것 자체가 shining이란 의미이고, 헬리오스를 수식하는 포이보스 역시 같은 말이고... ㅠ.ㅠ
Commented by Kain君 at 2008/12/15 13:36
라틴어 하고 그리스 어를 모르는 사람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크게 벌리면 저렇게 되는군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5 13:39
Kain君님// 에구... 뭐 꼭 그렇다고 보기는 뭐하지만 오류는 제법 많은 듯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아로 at 2008/12/15 16:01
그렇더라도 이재호 씨가 쓴 문화의 오역에서 이윤기 씨 비판하는 수준이 이재호 씨가 누누히, 곳곳에서 강조하는 '문체는 인격이다'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더군요. 연세가 드셔서 좀 추하다는 느낌이랄까...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5 16:03
아로님// 저도 읽으면서 가려 읽었습니다. 특정 부분은 심할 정도로 사소한 것을 트집잡는 느낌이 강했어요. 뭔가 둘 사이의 감정적인 대립으로 쓴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ㅠ.ㅠ
Commented by buck6 at 2008/12/15 17:23
영어나 일어번역본으로 중역을 하면서 '중역을 함으로써 얻는 이점'운운하는 양반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7 01:34
buck6님// 사실 그 부분이 저도 황당했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카놀리니 at 2008/12/15 21:17
저 교과서 저희 학교 교과서입니다 ㅎㅎㅎㅎ 이윤기씨의 그리스 신화 1부도 저희집에 소장중이고 말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17 01:34
카놀리니님// 그런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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