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고사우루스와 의문명

2001년 백인성 교수와 둥지밍 교수에 의해 명명된 Pukyongosaurus millenniumi는 백악기 전기에 살았던 용각류이며, 1998년부터 발굴 작업을 진행해 2001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발표한 공룡입니다. 이처럼 정식적인 절차를 거쳐 발표해야 비로소 유효한 학명이 되는 겁니다. 반면 김항묵 교수가 명명했었다는 "Koreanosaurus"란 녀석 - 데이노니쿠스와 비슷한 마니랍토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 은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은 학명이며, 이를 nomen nudum(假名 혹은 裸名)이라 합니다. 즉, 애기가 생기면 태명이란 것을 짓는데, 이런 태명은 공식적인 이름이 아니고, 출생신고를 통해 적은 이름이 비로소 유효한 이름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그런데 부경고사우루스가 명명되었을 때 보도자료에는 '931번째로 세계공룡목록에 수록되었다.'란 표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931번째 속이란 것이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더라고요. :) 아마도 잘 정리된 웹사이트의 공룡속 리스트에 931번째로 수록되었다는 얘기인 듯합니다. 문제는 그런 리스트에는 잘못 동정된 것이나 nomen nudum(假名 혹은 裸名)도 수록된다는 겁니다. 지금은 거의 1,000속을 훌쩍 넘어섰을 거고요. (1,000속이 뭐야, 1,300속도 넘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학명의 타당함까지를 발표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즉, nomen dubium은 정식 절차를 거친 유효한 학명이지만, 학자에 따라 합리적인 속으로 인정하기도 하고, 의문을 달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대부분이 인정하는 nomen dubium도 있고, 일부 학자가 nomen dubium으로 치부하는 학명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학명이 nomen dubium이 아니려면 연구를 보완한 표품이 발견되거나 많은 학술지에 얼마나 인용되느냐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후세 학자들이 이 공룡속을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부경고사우루스는 nomen dubium으로 보는 견해가 많답니다. 물론 Ultrasaurus tabriensis처럼 사실상 유효하지 않은 학명과는 조금 다르지만요. 실제 저도 집에 있는 책을 뒤적여 봤는데,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The DINOSAURIA, second edition, edited by David B. Weishampel, Peter Dodson, Halszka Osmolska
chapter 13 Sauropoda (Paul Upchurch, Paul M. Barrett, Peter Dodson), 271p.
 
nomia dubia list
Pukyongosaurus millenniumi cervical and dorsal vertebrae, ribs, limb and girdle elements

그리고 Paleobiology Databse(http://paleodb.org)에서 검색했을 때도 역시 nomen dubium으로 나옵니다. 물론, Holtz의 최신 책에는 nomen dubium으로 나오지 않습니다만, Holtz 박사는 티라노사우루스를 포함하는 수각류가 전공이기에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발견된 표품만으로 새로운 속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되겠지요. 또한, 부경고사우루스의 복원 역시 발견된 표품과 오메이사우루스로 복원했으니, 사실상 오메이사우루스라 할 수 있거든요. 제가 공룡학자도 아니기에 건방지게 뭐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이융남 박사께서도 사실상 nomen dubium으로 보시는 듯합니다. 이융남 박사께서 쓰신
한국에서의 공룡연구를 통한 과학과 문화의 발전란 짤막한 논문에도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More sauropod materials were recently discovered in the Hasandong Formation at an island of Galsari, Geumseong-myeon, Hadong County in 2000. They are seven incomplete cervical vertebrae, a nearly complete dorsal centrum, a cervical rib, an incomplete dorsal rib, a complete chevron, a part of clavicle (?), and other fragments of bones. It was assigned to a new euhelopodid Pukyongosaurus millenniumi gen. and sp. nov. based on somphospondylous vertebrae, high and anteriorly positioned neural spine of the cervical vertebrae, and the parapophyses situated on the lateroventral edge of the centrum [9]. However, it is now a nomen dubium.[10]

[9] Z. Dong, I. S. Paik, and H. J. Kim, “A preliminary report on a sauropod from the Hasandong Formation (Lower Cretaceous), Korea,” Proceedings of the 8th Annual Meeting of the Chinese 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 Beijing, pp. 41-53, 2001.

[10] P. Upchurch, P. M. Barrett, and P. Dodson, “Sauropoda,” The Dinosauria,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Berkeley, pp. 259-322, 2004.

관심 있으신 분께서는 문서를 다운로드 받으셔서 보시면 됩니다. 레퍼런스로 인용한 [10]은 제가 본 책인 'The Dinosauria'란 책입니다. 모쪼록 부경고사우루스와 관련한 더 많은 화석이 발굴되어 찜찜하게 붙은 nomen dubium이란 딱지를 떼고 자주 학술지에 인용되는 공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공룡학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진정한 '코레아노사우루스'가 발견되기를 바랍니다.

by 꼬깔 | 2008/12/22 10:21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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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8/12/22 11:11
좋은 포스팅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학명과 임시명을 잘 구분 못하는 것 같네요. 저도 그랬고.....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22 11:29
아브공군님// nomen dubium과 nomen nudum은 완전히 다른 것인데, 간혹 nomen dubium이 nomen nudum과 같은 취급을 받기도 하는 문제도 있더라고요... ㅠ.ㅠ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8/12/22 14:10
결국 부경고사우루스도 단편적인 잔해만으로 알려진게 우리나라에서 완전한게 발견된것 마냥 부풀려진 셈이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22 16:10
트로오돈님// 뭐랄까 현재는 발견한 척추골 - 경추골 - 의 구조로 오메이사우루스와 근연으로 생각하는데, 시대가 백악기 전기라 다른 속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더 화석이 보완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0% 남짓 - 그렇게 얘기하더군요. - 한 것으로 전체를 동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Commented by 사토오里夫 at 2008/12/22 18:52
제가 부경대 학생이다 보니(그래봤자 전 문과생이지만요;;) 흠칫해서 들어와 봤습니다OTL;; 저 이름이 제대로 된 학명일 것 같지는 않다고 종종 생각하긴 했는데...역시나네요.(저같은 경우는 천년부경룡 같은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만..)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22 19:56
사토오里夫님// 오~ 절대 제대로 되지 않은 이름이란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명명한 학명이며, 부경고사우루스 밀레니우미를 우리말로 굳이 쓴다면 천년 부경룡이 되는 것이고요. 긍지를 가지실 필요가 있습니다. :) 단지 학술적으로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고요. :) 반갑습니다.
Commented by 고르헥스 at 2008/12/22 22:38
..............학술적으로 완벽해지길 바랄뿐,
Commented by 꼬깔 at 2008/12/23 01:59
고르헥스님// 추가 발견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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