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유인원, 원숭이, 그리고 영장류

용어사전 [안고원], [안오원], [안침원], [안보원], [안인원] by 새벽안개님
우리 할아버지 원숭이다 어쩔래 임마? by 아이추판다님

아아아~ 점점 막강해지시는 새벽안개님의 위트에 감탄합니다. :) 새벽안개님께서 제시하신 사람이 원숭이일까 아닐까의 문제는 원숭이의 개념에 대한 재정의만 있다면, 시조새가 공룡일까 조류일까의 문제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현재의 일반적인 정의로 본다면 이런 것 같습니다.

사람 - Homo속의 동물로 현존하는 것은 Homo sapiens 뿐입니다.
유인원 - 사람을 포함해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그리고 긴팔원숭이 등이 포함됩니다.
원숭이 - 분류학적 용어는 아니며, 일반적으로 유인원과 여우원숭이, 안경원숭이 무리를 제외한 영장류를 뜻합니다.
영장류 - 유인원과 원숭이 그리고 여우원숭이와 안경원숭이 등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전통적인 린네식 분류로 본다면 사람(Homo),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그리고 긴팔원숭이 등은 원숭이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유인원에 속합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분류상 인간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와 구분했던 것이 사실이고요. (그럼에도 우리는 다른 유인원과 우리는 구분했고, 이는 인위적인 분류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영장류란 용어부터가 인간중심의 자연의 사다리(Scala naturae)의 개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말의 영장류(靈長類)란 말 뿐만 아니라 분류학적 용어인 Primates 역시 '동물 중의 으뜸'이란 의미가 있으니까요. 즉, 사람이 포함되는 무리가 모든 동물 중 으뜸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유인원이란 용어 역시 비슷한 뉘앙스가 있는 듯하고요. 그런면에서 본다면 새벽안개님께서 제시해주신 [안고원], [안오원], [안침원], [안보원], [안인원] 등은 [유고원], [유오원], [유침원], [유보원], [유인원] 등의 용어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야...)

각설하고, 전통적인 분류와 달리 헤니히의 분기적 사고로 본다면 인간은 영장류 그 자체가 되며, 원숭이란 용어는 파충류처럼 측계통적 개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전통적인 분류로 본다면 파충류와 조류는 다르지만 사실상 파충류는 후손 중 조류가 빠진 측계통에 해당합니다. 마찬가지로 원숭이 - 사실 공식적인 분류계급이 아니기에 무리는 있지만 - 란 용어도 후손 중 유인원이 빠진 측계통에 해당하는 듯합니다. :) 분기적인 관점에서 더이상 Reptilia라는 파충류의 개념을 쓰지 않고 Sauropsida란 개념에 조류를 아우르는 것처럼 우리 역시 '원숭이'란 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만약 새롭게 정의한다면 이런 정도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여우원숭이나 안경원숭이보다 타마린이나 개코원숭이와 가까운 영장류

만약 이렇게 정의된다면 사람은 영장류이자, 원숭이, 유인원, 아프리카 유인원이 되는 셈이 아닐까요? :) 그렇게 된다면 창조주의자들이 얘기하는 '원숭이가 진화해서 사람이 되느냐?'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분기학적 관점에 충실해진다면 결국 사람과 침팬지, 그리고 보노보는 같은 속으로 묶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분류상 선취권 우선의 원칙을 따른다면 - Homo속은 1758, Pan속은 1816년 - Pan troglodytesPan paniscus는 각각 Homo troglodytes, Homo paniscus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사람과는 Homo, Gorilla, Pongo의 3속이 되겠지요.

아무튼, 새벽안개님께서 던져주신 화두로 오랜만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악마의 사도란 책에서 도킨스가 쓴 정신에 만든 틈새들이란 글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종 중심주의적 이중 잣대'를 무의식적으로 들이대고 있었구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모쪼록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by 꼬깔 | 2009/02/07 02:48 | SCIENTIA | 트랙백 | 핑백(2)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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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그런지 다윈에 대한 이웃분들의 포스트가 많이 보인다. 아니다 사람은 원숭이다. by 새벽안개 우리 할아버지 원숭이다 어쩔래 임마? by 아이추판다 사람, 유인원, 원숭이, 그리고 영장류 by 꼬깔 내공이 딸려서 이에 관해서 딱히 포스트 할 게 없지만, 마침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진화론에 대한 국가별 대중 신뢰도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 more

Linked at 새벽안개 : 과학벨리가 진화벨.. at 2009/02/07 11:37

... 니다. - 2009.02.07 새벽안개 드림 덧. 그동안 토론에 참여한 포스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진화론에 대한 국가별 신뢰도 by 추유호사람, 유인원, 원숭이, 그리고 영장류 by 꼬깔우리 할아버지 원숭이다 어쩔래 임마? by 아이추판다용어사전 [안고원], [안오원], [안침원], .. by 새벽안개아니 ... more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2/07 06:10
와우... 이젠 '악마의 사도'가 공격해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잘 정리하셨군요. 캬캬캬. 학술적 용어로는 위에 말씀하신 것처럼 겨우겨우 개념을 정리해서 큰 문제가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중심적 생각을 하는 일반인들은 이런 깊은 뜻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와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다윈혁명은 아직도 진행형인 것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07 13:18
새벽안개님// 하하하 :) 말씀처럼 용어는 학술적으로 사용되느냐 일반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사실 공룡이란 용어도 그러니까요. 이와 관련해서도 짤막하게 얘기를 해볼까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Lee at 2009/02/07 09:34
'어떤 동물보다 어떤 동물에 더 가까운 것' 이라고 정의하는게 참 묘하네요. 근연 관계를 잘 보여주면서도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는걸 명확히 나타내 주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07 13:19
Lee님// 사실 분기군(clade)에 대한 정의 자체가 그런 식이더군요. 아무래도 이런 것이 쉽게 와닿는 것 같고요. :)
Commented by DOSKHARAAS at 2009/02/07 10:13
>창조주의자들이 얘기하는 '원숭이가 진화해서 사람이 되느냐?'는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지적하는 부분이 이 것입니다. 이런 류의 질문은 마치 '소리는 무음인가?' 혹은 '무음은 어떤 소리인가?' 같은 질문인 것이지요.

그의 책에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이 왜 논리적 오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있더군요. 자세한 기억이 안납니다만.(그보다 책의 번역이;;)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07 13:20
DOSKHARAAS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라마르크의 논리적 오류라... 재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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