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대병원을 꺼리는 이유

17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소녀..그리고 그 아이의 오빠. by 늑대별님
여동생을 홀로 두고 떠나는 오빠의 유언 by 한정호님

지금은 이사했지만 예전 집에서는 가장 가까운 응급실이 서울대병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전 그 병원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멀지만 고대병원엘 가자고 했었지요. 그러나 제가 결혼 전 장인 어른께서 췌장장으로 임종하신 곳이 고대 병원이었고, 처 역시 그런 고대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12월 13일, 서둘러 학교에 가려고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자 안방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오늘 학교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옆에서 아버지께서 '학교 늦겠다. 빨리 가거라.'라고 말씀하셔 찜찜한 마음으로 학교엘 왔습니다. 그리고 소위 0교시 수업이 진행되던 중 윤리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불렀고, 나가보니 '집에 빨리 가보거라.'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의 불길한 예감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눈발이 흩날렸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도 없었고, 집에 도착하니 걸려있는 노란 등불... 그렇게 어머니께서는 위암으로 가셨습니다.

사실 어머니께서 위암이셨다는 것을 저만 몰랐습니다.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으셨고, 이미 수술을 하셨을 때는 말기였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께서 알리지 말라 하셨기에 그랬다고 합니다. 복수가 차오르고 야위신 모습을 보고도 눈치를 채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갑갑합니다. 그 맘 때쯤 어머니께서 의대나 약대 쪽의 진학을 넌지시 물으셨던 기억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하니 당신께서 너무나도 힘드셨기에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잊혀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동생과 오빠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 얼마나 애틋했을까란 생각을 하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네요.

전 그래서 아직도 서울대병원이 싫답니다. 아니 영원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장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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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9/02/22 02:58 | 옛이야기 | 트랙백(2)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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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한정호 at 2009/02/22 11:14

제목 : 여동생을 홀로 두고 떠나는 오빠의 유언
화창한 봄날, 친구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후배가 생겼다며 나름 뽐내는 시기인데 이 친구는 6인 병실에 항암제를 맞고 있었다. 하나도 없는 머리는 니트모자로 가리고, 손에는 만화책을 들고, 다리는 흔들며, '선생님 내일은 외출 되는 거죠? 꼭이요. 친구들이랑 영화보러가기로 했어요!!!' 라고 외치는 남학생이 있었다. 180cm 훤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more

Tracked from ★ Stella et .. at 2009/02/24 23:26

제목 : 살고자 개종과 개명하셨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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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늑대별 at 2009/02/22 03:23
그 병원 근처만 지나가도 어머니 생각이 나셨을 테니...저도 그런 병원이 있답니다. 정말 그 후론 한번도 가지 않았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22 13:12
늑대별님// 에구... 그러셨군요. 사실 상관이 없는 일일 수도 있는데, 그리 쉽지 않더라고요.
Commented by 고르헥스 at 2009/02/22 08:45
.......처음엔 거기에 귀신소문이 있다 등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매우 가슴 찡한 이야기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22 13:12
고르헥스님// ㅠ.ㅠ
Commented by 한정호 at 2009/02/22 11:20
친형같은 사춘형도 서울대병원에서 폐암으로 28살때 죽었죠.

서울대병원이 싫다기 보다는 일이 있어 갈 때면, 형 생각이 나더군요.

처음에는 마음이 아파서 싫었는데, 익숙해지니... 그나마 형과의 추억을 잊지않게 해줘서 고맙단 생각도 들더군요. ^^;

트랙백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22 13:13
한정호님// 그러셨군요. ㅠ.ㅠ 별 말씀을요. 저도 감동적인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Niveus at 2009/02/22 11:31
여러모로 병원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을정도로 병원에 자주 다닌 입장으로서는...
중앙대병원이 저 케이스에 들어가네요.
피붙이와는 관계되지 않았지만 당시 자주 소아병동을 간적이 있어서말이죠.
그 어린나이에 병마와 싸우며 몇몇은 이세상과 작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나더군요...
병원이란 장소는... 특히 3차병원급 가면 치료라는 부분 이외에 죽음이라는 부분도 강해지니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22 13:14
Niveus님// 저런... 병원 신세를 많이 지셨는가 봐요? ㅠ.ㅠ
Commented by Niveus at 2009/02/22 17:26
어쩌다보니 병원신세를 많이 지게 되더군요 ^^;;;
친구들 사이에선 '걸어다니는 종합병원' 소리도 듣고 있고 -_-;;;
병원가면 확실히 느끼는거지만 건강이 최고의 재산입니다... ^^;;;
Commented by 솔호 at 2009/02/22 15:33
그런 슬픈 사연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2/22 22:17
솔호님// ㅠ.ㅠ
Commented by 슬픈고모 at 2009/04/02 14:28
친구들한테 이틀후에 보자고 재잘거리고 서울대 병원에 걸어 들어가 30분 집도의 다리수술후
6개월째 식물인간 입니다. 맘. 빠 모두 평온했던 가정이 엉망이고 얼 빠진 사람 같습니다.
서울대의사들 자존심과 명예로 뭉쳐져 있고 의사 위계질서는 군 조직보다도 강하답니다.
흔히 병원과의 싸움을 바위에 계란치기 라고 합니다. 환자가 살아 있으면 간병비가 차지 하는
비중이 높아 보상금이 많아 병원에서는 죽기만 바란답니다. 죽으면 3~4분의 1로 보상금이 줄어드니
슬픔 세상입니다. 사람 목숨 돈으로 계산해서 두번 세번 죽이니....
사고가 발생하면 의사 간호사 공작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의료사고의 유일무이한 차트 잽싸게 변작합니다. 얼마나 여건 좋습니까. 상대는 자료가 하나도 없고 병원안에만 가지고 있는 정보ㅠ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06 17:26
슬픈고모님//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ㅠ.ㅠ
Commented by 돈아돈아 at 2009/04/06 12:03
지금도 환자들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돼 외국의료관광객들이 늘어나면 환자 대충대충 볼테고 그러다 보면
의료사고 부동의 1위는 고수 할테고, 시간은 흘러 봉급도 나올테고, 더러는 촌지도 들어 오고 할만하지 뭐 명예, 돈 다 안고 갈수 있으니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06 17:26
돈아돈아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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