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재수생과의 대화

수업하고 질문 받아주고 보람찬 하루일을 끝마치며 나오려는데, 여학생 하나가 따라나오면서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학생 : 선생님, 혹시 창조과학이라고 아세요?
꼬깔 : (헉...) 창조과학? 그건 왜? :)
학생 : 중학교 때 선생님께서 창조과학회 활동을 하신 분이었거든요.
꼬깔 : 그래?
학생 : 선생님은 진화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꼬깔 : 진화론? 진화는 방대한 증거를 가진 과학적 이론이자, 명백한 사실이라 할 수 있지.
학생 : 진화란 것이 여러 가지로 보아 타당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고 들은 것 같아서요.
꼬깔 : 예를 들면?
학생 : 무생물에서 단세포 생물이 탄생하고, 원숭이가 사람이 되고 어쩌고...
꼬깔 : (음... 역시) 그건 쏼라쏼라... 원숭이는 쏼라쏼라...
학생 : (창조과학회 주장을 그대로 주절이며) 중얼중얼중얼...
꼬깔 : 진화란 것이... 유형론적 사고와 개체군적 사고 어쩌고저쩌고...
학생 : 끄덕끄덕
꼬깔 : 진화란 것이 이러쿵저러쿵... 창조과학회는 과학이 아니라 침대이며 어쩌구저쩌구
학생 : 끄덕끄덕
꼬깔 : 과학과 종교를 혼동하면 안되고 어쩌고저쩌고
학생 : 사실 전 지구과학을 좋아하는데, 제가 이제껏 알고 있던 것과 배우는 내용의 괴리가 너무 커서요. ㅠ.ㅠ
꼬깔 : (역시 세뇌의 힘은 무섭군) 지구가 6천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면 나불나불
         이미 내가 가르치는 지구과학 내용은 뻥인 셈이 되는 것이고 나불나불
학생 : 끄덕끄덕
꼬깔 : 종교와 과학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구분하는 것이 좋겠구나. 나불나불
학생 : 끄덕끄덕

그러다가 다른 학생이 질문을 하는 바람에 대화는 끊겼고, '다음에 또 얘기할게요. 시간 많이 빼앗아 죄송합니다.'란 말을 남기고 그 학생은 사라졌습니다.

이 학생처럼 과학과 종교 - 창조과학 - 의 괴리감으로 고민할 학생들이 꽤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니 씁쓸하기도 하고, 다음에 좀 더 얘길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했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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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9/04/13 22:44 | creatio problematica | 트랙백 | 덧글(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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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G at 2009/04/13 22:48
선생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지구의 나이가 45억년보다 더 오래 되었을 가능성은 없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0
AG님// 현재까지의 과학적 방법으로는 모든 결과가 45~46억 년 전 지구가 생성되었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부전나비 at 2009/04/13 22:49
'과학'과 '과학과 유사해 보이는 사이비'와 '과학이 아닌것'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군요 'ㅅ;
근데 이게 사실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1
부전나비님// 어찌보면 참 어렵고 어찌보면 참 간단한 일인 것도 같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Fedaykin at 2009/04/13 22:57
그래도 다행히 제자 한 명을 구해내셨군요.
어떤 방법으로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세뇌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어휴.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5
Fedaykin님// 뭐 구한 것인지 뭔지는 아직 모릅니다. :)
Commented by Mualsuman at 2009/04/13 22:57
그리고 소녀는 성장했다. 이런 이야기는 바람직한거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6
Mualsuman님// 하하하 :)
Commented by Fatimah at 2009/04/13 23:00
633시스템 내내 창조과학의 그림자를 보지도 못하고 자란 제가 행운아처럼 느껴지는군요

행운아처럼 느껴진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인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6
Fatimah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 역시 그렇답니다. :)
Commented at 2009/04/13 23: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6
비공개님// 흠... 그런 대안학교였군요. ㅠ.ㅠ 에후...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9/04/13 23:05
쏼라쏼라, 어쩌고 저쩌고, 나불나불...꼬깔 선생님의 설명의 표현에서 꼬깔님의 정열이 느껴집니다..^^ 분투해 주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6
늑대별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원래그런놈 at 2009/04/13 23:40
창조과학을 떠나서 사실 사상최초의 생물은 과연 어떻게 나타났고, 오떻게 봐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7
원래그런놈님// 여전히 연구 중 아니겠습니까? :)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9/04/13 23:44
그냥 한마디로
구글에서 "꼬깔"만 치세요

....라고 하면 해결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취월백랑翠月白狼 at 2009/04/14 00:16
헛,명답입니다.
Commented by jick at 2009/04/14 10:48
꼬깔님 블로그는 구글봇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구글에서 검색이 안됩니다. (쳐보니 나오기는 나오네요. 워낙 "꼬깔님 블로그"라고 링크해놓은 데가 많아서 그런가... 글 내용으로 검색하면 안나오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7
나인테일님// 죄송합니다. 구글링을 막아 놓아서... :)
Commented by Skibbe at 2009/04/14 00:30
...가끔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있군요;.... 마치 환단고기처럼 말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7
Skibbe님// 그렇습니다. 흑...
Commented by Nerd at 2009/04/14 01:44
학생 한명 구제하셨군요. -_-乃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7
Lee님// :)
Commented by Niveus at 2009/04/14 09:18
그리고 다른곳에선 '선생님 옛날 우리나라가 몽골을 넘어 터키까지 지배했다고 하던데요?' 라는 질문이(...)
음나ㅣㅎ;ㅁㄴ와니하모니옴닐
Commented by 사유 at 2009/04/14 10:22
환...환빠라니! 무서움;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7
Niveus님// 아아아.... ㅠ.ㅠ
Commented by 맑음 at 2009/04/15 21:28
환단고기엔.. 터키를 지배했다는 내용은 없는데요...
ㅡㅡ;

일부극단론자들이
전세계를 지배한듯 부풀려서
재야학계까지 모조리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군요..
Commented by Niveus at 2009/04/15 22:05
일부 골수들이 우랄산맥을 넘어 아래로는 터키까지 위로는 폴란드까지 점령했다고 우기는 일이 있습니다.
터키와의 문화적 유사점을 그런식으로 설명하더군요(...)
Commented by 카델 at 2009/04/14 09:23
정말 나무아미타불입니다-_-
정말 답답한 일이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7
카델님// :)
Commented by 사유 at 2009/04/14 10:23
그놈의 창조과학이라는 소리도 역겹더군요. 언제부터 창조가 과학이었는지원.... 설화주제에.
사실 진화론vs창조설화 언론플레이는 뭐 한두해 있었던 것도 아닌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조설화가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에휴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8
사유님// 그렇지요. 창조주의가 어느새 창조과학이란 껍데기로 포장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4/14 10:37
아고고 수고하십니다. 한명 한명 구제해서는 끝이 없으니까 이걸 극복 하려면 '논쟁의 복음'을 전파해야 할것 같습니다. 배운자가 다른 사람을 다시 구제할수 있게하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8
새벽안개님// 흑...
Commented by 玉蔚亞育護 at 2009/04/14 11:28
저도 옛날엔(중딩쯤?) 창조구라를 믿었답니다. 근데 결정적으로 회의를 갖게된것이 지구역사가 6천년이라는것... 역사를 꽤나 좋아했던지라 6천년이라는 말을 듣고 이상하다 싶기도 하고 인종의 분화가 4천년만에 그렇게 빨리 일어날 수 있나 궁금하기도 해서 일단 관련과학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어보았지요. 그리하여 창조구라는 말그대로 구라일 뿐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답니다. 저는 누구의 도움도 안받고 스스로 창조구라에서 빠져나왔어요(자랑자랑)^^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8
玉蔚亞育護님// 아아아~ 그러셨군요. 6천 년이야 말로 정말... ㅠ.ㅠ
Commented by 정천양 at 2009/04/14 12:01
커가면서 창조과학에 몸담은 분께 배운게 없어서 다행이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9
정천양님// 그렇죠? :) 저 역시 그렇답니다. :)
Commented by Epik high 메가랍토르 at 2009/04/14 16:35
세뇌의 힘이란..참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9
메가랍토르님// 그거 무서운 겁니다. :)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9/04/14 17:13
크학학!
재미있구만요.
그 무엇보다도 쏼라쏼라 나불나불 중얼중얼이 압권이었습네다. 크학학!

기런데 학생덜이 저런 과정을 거치는 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봅네다. 홍역을 앓듯이.
아무래도 그 시절에는 신비롭고 이상하고 기괴한 것에 먼저 흥미를 가지게 되디요.
안 기런 사람도 있갔디만서리 상당수가 저 은밀한(?) 유혹에 빠져들 겁네다.
꼭 과학이 아닐지라도 나이를 먹으면서 모든 분야에서 공상과 현실을 구분하듯 말이디요.
문제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꼬깔 님 같은 선생님덜처럼)
기리티 않을 경우 마냥 거기 매달려 살 수도 있다는 것.

아무튼 창조에 과학이라는 말을 함부로 갖다 붙이는 자덜은 기냥 계급장 떼고(아니, '과학' 떼고)
조용히 (특정) 종교나 믿었으면 됴캈습네다. 교묘한 수로 사람덜 뇌 혼란시키디 말고서리.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4 19:29
박코스님// 하하하 :) 누구나 한 번쯤 저럴 수는 있겠지만, 결국 빠져나올 것이라 생각합네다. :)
Commented by 아메리칸드림 at 2009/04/14 22:56
'신'이란 보이지 않는 존재가 과거도 지금도 큰 역활을 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이나 유럽(유럽은 많이 나아졌지만)같은 나라에서는 아직 이런자들의 힘이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 상황에 보니 엣날 미국에서 벌어진 창조와 진화론의 싸움을 보는 거 같네요.

근데 제가 진화론을 믿는데 종교도 믿는다면 웬지 저보고 욕할것 같아요,,ㅠ,ㅠ
그냥 순수하게 종교를 믿는 것은 괜찮죠? 예를 들면 힘이 들고 할 때 종교가 큰 힘이 되잖아요..(요새 제가 마이 힘들어서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5 09:59
아메리칸드림님// 아... 그리고 순수하게 종교를 믿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위안이 되고 사이비로 빠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저도 마이 힘듭니다. 흑..
Commented by 온한승 at 2009/04/14 23:05
저 초등학교때도 영어수업 빼먹고 창조론 가르치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왜 인류의 선조인 아담과 이브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자자손손 죄인이 되는건지 참 궁금했었지요. 크리스토교는 분명 사채업자를 신으로 모시는 종교는 아니라고 들엇는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5 09:59
온한승님// 아아아... 그러셨군요.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4/14 23:24
초딩때 선생과 진화론가지고 말싸움을 했던 훈훈한 기억이..

물론 선생님이 창조론쪽. ㅡㅡ;;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5 09:59
이네스님// 하하하 :)
Commented by 메갈로돈 at 2009/04/15 01:31
http://www.cjmuseum.net/

창조자연사박물관이랍니다. -_-;;; 검색하다가 우연히 찾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5 10:00
메갈로돈님// 오오오~ 이거 대박이군요. :) 또 꺼리를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9/04/15 08:30
오오오 한 중생을 지옥불에서 구제하셨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4/15 10:00
제절초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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