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에 대한 단상

나에겐 찾아갈 스승이 없다 by Frey님

5월 15일, 스승의 날이네요. Frey님 글을 읽다가 문득 '내가 찾아뵐 분은 누굴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은사님, 중학교 시절 은사님,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 그리고 대학 시절 은사님... 사실 제겐 정말 소중한 두 분의 스승이 계십니다. 한 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 그리고 한 분은 대학교 은사님이십니다. 그런데 두 분 모두 작고하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이셨던 고 정석용 선생님께서는 무섭지만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무엇보다 반 아이들 모두를 똑같이 대해주셨다는 점이 기억에 남네요. 저녁 시간이 되면 식사하러 가시기 전 반에 들러 당시 60명 아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물 - 난로에 올려 놓아 끓여 놓은 - 주전자를 들고 다니시며 일일이 물을 따라 주시면서 '맛있게 먹으라.' 말씀해주셨습니다. 모든 아이들 어깨 한 번씩 토닥이시면서... 그렇게 1년 동안 변함 없이 아이들 물을 따라주셨습니다. 고2 겨울 어머님이 별세하셨을 때, 문상을 오셨던 고마운 분이시기도 합니다. 그런데 직장암으로 별세하셨습니다. 별세 전 스승의 날 한 번 찾아 뵈었는데, 머리도 많이 빠지시고 여위신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학 시절 은사님이신 고 이하영 선생님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해주신 분이셨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흔히 부처님 같은 분으로 통했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셨지만, 단 한 번도 종교적인 의견이나 얘기를 피력하지 않으셨던 분입니다. 학문적으로도 존경했고, 성품도 존경할 만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간암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이는 한국 고생물학계의 큰 손실이기도 했답니다.

지금은 찾아 뵐 수 없지만,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두 분이 오늘 그립습니다.

by 꼬깔 | 2009/05/15 10:33 | 날적이 | 트랙백(3)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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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5/15 10:53
훌륭하신 선생님들이 셨군요... 교실 안 난로라면 저도 중학교 2학년까지 본 것 같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15 12:27
소시민님// 그렇습니다. :)
Commented by SCV君 at 2009/05/15 11:03
어디에나, 어느 조직에나 역시 존경할만한 인물은 꼭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휴가나오고 했으니 고등학교라도 찾아가보던가 해야겠습니다.
친구녀석들에게 전화라도 좀 해봐야겠네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15 12:27
SCV君님// 어디에나 진정한 스승님은 계시니까요.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9/05/15 11:23
전 고등학교 선생님 이름도 생각 안난다는..... (고 3때 선생님이 차범근 감독 비슷하게 생기셨죠.)
초등학교 2학년 선생님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유가.....

'애들에게 잠언을 외우게 하고 간증을 시켜서, 그것도 자기 수업 시간에'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15 12:28
아브공군님// 헉...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5/15 11:57
이융남 박사님도 자신의 저서 서문에 '이 책을 이하영 교수님께 바친다' 라고 적으실 정도니..잘 알지는 못하지만 큰 분이셨던 걸 느낄 수 있네요. 저도 초등학교 때 이미 연세가 5~60대이셨던 선생님들이 계셨으니..지금쯤은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15 12:28
Lee님// 흠... 이하영 선생님은 고생물학계의 큰 별이셨지요.
Commented by RedMoe at 2009/05/15 15:04
연락이 안되는 은사님이 있어 오늘이 슬프기도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15 17:07
RedMoe님// 그러시군요. 저런...
Commented by Frey at 2009/05/15 22:36
훌륭하신 스승님이 있으시다니 부럽습니다. 저도 졸업하고 나면 지도교수님이라도 자주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17 13:11
Frey님// 꼭 그러시기 바랍니다. :)
Commented by 구이 at 2009/05/16 20:31
뉴스인지는 몰라도 초등학교 학생들을 배려하다 짤린 교사들이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17 13:11
구이님// 에구... 그런 일도 있었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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