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공포새가 멸종하지 않았다면?

역사에 만약이란 있을 수 없다지만, 이런 물음을 던져 봅니다.

"만약 사지 동물의 진화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포유류가 생각보다 방산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은 분명히 주된 포식자와 최상위 포식자는 포유동물입니다. 물론 맹금류와 악어를 비롯한 파충류 포식자도 있지만, 생태계 내에서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점하고 있는 녀석들은 포유류입니다. 그런데... 정말 만약이지만 신생대 초기의 거대한 날지 못하는 새들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중생대 동안 포유류는 목숨을 부지하고자 숨죽여 살았습니다. 그리고 6.55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하고 대부분의 생태지위가 무주공산이 되자 포유류는 재빠르게 이를 채웠습니다. 그러나 신생대 상당 기간동안 여전히 잡아 먹는 놈은 포유류가 아니었고, 공룡의 후예인 새였습니다. 멸종의 후유증을 겪었던 팔레오세를 지나 에오세에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두 부류의 거대한 새가 등장했는데, 그게 바로 가르토르니스를 포함하는 gastorinithid와 '신생대 공포새(terror birds)'로 불리던 phorusrhacid였습니다. 가스토르니티드는 여전히 초식이냐 포식자냐를 놓고 논란이 많지만 포루스라키드는 완벽한 육식 조류였습니다. 이들은 유럽에서 발원하여 방산했고, 공포새는 남미에 이르러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 번성했습니다. 실제 남미가 오랜 시간 '섬'으로 존재할 때 남미의 최상위 포식자는 다름 아닌 공포새였습니다.

파타고니아에서 발견되어 2006년 명명된 Kelenken guillermoi는 71cm에 이르는 두개골에 부리만 47cm였고, 키가 3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한, 현생 개 정도의 포유류를 통째로 삼킬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유명한 Phorusrhacos longissimus 역시 두개골 크기가 40cm가 넘는 공포새였습니다. 공포새가 존재할 때 경쟁 상대는 유대류 포식자 - 틸라코스밀루스 같은 - 였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Titanis walleri
Phorusrhacos longissimus
(출처 :
http://en.wikipedia/wiki/)

만약 파나마 지협이 생성되지 않아 남미가 더 오랜 시간 섬으로 존재해 공포새가 살아 남았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정말 그랬다면 남미는 현재 오스트레일리아보다 특이한 생물상을 가졌고, 최소한 남미에서만큼은 날지 못하는 공포새가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지키지 않았을까요? 파나마 지협을 따라 북미로 들어간 일부 - Titanis - 가 좀 더 생존했지만, 결국 경쟁에서 밀려 도태된 것이 아쉽습니다.

정말 초기부터 조류가 번성해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지위를 지켰다면, 공룡시대정도는 아니겠지만, 공룡시대 시즌2에 해당할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즉, 포유류가 이렇게 모든 생태지위를 차지하며 번성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초원을 뛰어 다니는 타조가 아닌 초원에서 얼룩말을 쫓아 뛰어 다니는 공포새를 상상해 보세요. 사자가 사냥한 먹이를 빼앗는 공포새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공포새 무리가 코끼리를 사냥하는 그런... :)

어쨌든, 공룡의 후예는 육상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내놓은 채 새로운 생태지위를 차지했고, 이게 바로 익룡으로부터 물려 받은 하늘입니다. 여전히 공룡은 새롭게 적응하여 진화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by 꼬깔 | 2009/05/22 11:52 | 화석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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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원래그런놈 at 2009/05/22 11:56
그럼 공포새를 숭배하는 남미에 토템문화가.....

그나저나 우리는 아직도 공룡시대에 산다는 농담도 가능합니다. 조류가 포유류보다 훨씬 종이 다양하니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5
원래그런놈님// 하하하 :) 당연합니다. :) 그런데 그런 농담은 삼가시는 것이 좋답니다. 왜냐하면 창조주의자들이 곡해하거든요. ㅠ.ㅠ
Commented by 원래그런놈 at 2009/05/23 01:02
후덜덜~~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9/05/22 11:56
저 Titanis walleri 라는 녀석.....

http://pds7.egloos.com/pds/200711/18/55/d0054155_473fbd6f77f4e.jpg
지금 보니 나우시카에 나오는 이 '토리우마' 와 상당히 닮았군요.
그냥 타조정도 생각해서 적당히 디자인했다고 생각했는데 참조는 한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천재소녀 at 2009/05/22 16:28
와 그러네요! 알고보니 더 신기한 것 같아요.
Commented by aLmin at 2009/05/22 23:53
저도 포스트 보면서 나우시카 생각이 나더라구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6
가고일님// 그러고보니 :) 정말 닮았습니다. :)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5/22 12:04
신생대에 잠깐 반짝했던 조류 시대의 주인공이군요. 저런 존재들 틈에서 살아남아서 지금 우리를 있게 해준 포유류 선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6
Lee님// 대단하죠? :)
Commented by 가로세로 at 2009/05/22 12:32
훗훗..
terror birds를 볼 때마다..
T-Rex의 앞발 크기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거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건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6
가로세로님// 그러니 말입니다. :)
Commented by AlexMahone at 2009/05/22 12:35
날지 못하는 새인가요?

짤방을 보니 날개가 약해보여요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5/22 15:32
그렇습니다. 모두 나는 능력이 없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6
AlexMahone님// 날지 못하는 새랍니다.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5/22 12:39
포유류와 조류라는 뼈대있는 두 가문에서 공룡이 차지했던 대형 육상동물의 왕좌를 다투었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6
새벽안개님// 그렇습니다. :)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9/05/22 13:24
공포새가 진화했다면 그들 선조들의 모습으로 조금씩 되돌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부리에 이빨 비슷한 게 난다든가,꼬리가 다시 길어진다든가...-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7
존다리안님// 그런데 한번 없어진 형질이 다시 같은 과정을 통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흔히 돌로의 법칙이라 불리는...
Commented by 은현 at 2009/05/22 14:34
왜 신기한 것들은 다 멸종했는가?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9/05/22 14:37
사실 멸종해서 안보이는 것이니 신기한 거지요....ㅡㅡ;
요즘에야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생물들을 미디어로 계속 접하니 별로 안신기한데
존재를 몰랐다가 알게 된다면 엄청 신기한 것들 천지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7
은현님// 가고일님 말씀대로인 듯합니다. :) 없어졌기에 신기한 겁니다. :)
Commented by 3월의토끼 at 2009/05/24 11:43
현재 존재하는 오리너구리를 한번 보세요. 오리너구리만큼 신기한 포유류가 있을까요?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5/22 14:40
하지만 결국 homo속에 생물들에게 당할 것 같아요.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생물인 homo sapiens와 맞붙어 이길 생물은 없는 듯 싶군요. (물론 미생물 제외하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8
asianote님// 그럴 가능성도 있겠으나, 약간의 변화가 어떤 상황으로 몰고 갔을 지는 아무도 모를 듯합니다. :)
Commented by 靑山 at 2009/05/22 17:21
TV방송에 가끔 가다가 '부자들은 이렇게 산다'라는 내용이 방영될 때 부자들의 특별한 애완동물...이라고 소개될듯합니다..-_-;;;; 인간이라면 가능할거 같아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8
靑山님// 하하하 :)
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9/05/22 17:46
공포새가 현재까지 남아서 전세계적으로 분포한다면, 분명 중화요리에 공포새를 재료로 한 다양한 요리가 생겨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요... 뭐 다리달린 것중에 중국인이 못 먹는 건 의자밖에 없다고 하니까 말이죠... 만약 맛이 특히 뛰어났다고 한다면 적어도 중국 일대에선 멸종을 면키 어렵겠네요...^^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9/05/22 17:58
굳이 중화 아니라도 타조고기 요리도 많이 개발돼 있으니 먹을려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겠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8
불멸의 사학도님// 크크크
Commented by HINT at 2009/05/22 20:00
공포새가 현재까지 남아있다면..왠지 머리도 꽤 좋아보이는게 길들였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해보니 FF시리즈의 초코보[...] 그러고보면 생긴 것도 비슷한게 어쩌면 초코보의 모델일지도[..]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8
HINT님// 아호~ 그러고보니 초코보도 있군요!! :)
Commented by Epik high 메가랍토르 at 2009/05/22 20:24
조류 만세!!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3 00:59
메가랍토르님// :)
Commented by 카구츠치 at 2009/05/23 02:24
이른바 디아트리마 가 속해 있는 부류인가 보네요.
남미가 섬이 아니게 된 것과 이들의 멸망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밝혀져 있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4 13:44
카구츠치님// 디아트리마는 가스토르니스의 동물이명입니다. 그리고 남미와 북미의 만남으로 대량 생태계 교환이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공포새가 절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구이 at 2009/05/23 03:32
공포새는 BBC에서 매우 슬림한 모양으로 나온 걸 처음 보고 나서....
통통한 복원도를 보니 연결이 안되더군요...ㅋㅋ
공포새가 두루미랑 관계가 있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4 13:43
구이님// 그랬지요.
Commented by 구이 at 2009/05/23 03:34
아...제 블로그에 질문 하나 올려 놓을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4 13:43
구이님// 봤습니다. :)
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9/05/23 04:05
이제는 다 망한 게임인 라그나로크에 나오는 페코페코가 Titanis walleri랑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아마 디자인을 할 때 이녀석 복원도를 참조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건 그렇고 현재에도 날지 못하는 새로 타조가 있고 멸종한 모아같은 녀석도 있지만, 게임이나 만화에 등장시키려면 역시 타조처럼 길쭉하고 조막만한 머리보다는 통통한 몸집에 굵은 다리, 그리고 무엇보다 커다란 머리통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공포새들은 만화나 게임세계의 탈것에 적합하게 생긴 것 같습니다.(닭날개같은 앙증맞은 날개가 매력포인트!)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4 15:44
불멸의 사학도님// 그렇군요. :) 무서운 녀석들입니다. :)
Commented by 3월의토끼 at 2009/05/24 11:48
"프라이미벌primeval"이라는 영드에서 2주전 방송된 3시즌 6화에 저런 공포새가 등장했죠.
달리는 지프를 따라가 거대한 부리로 유리창을 부수고 사람을 공격하는,
데이노니쿠스 못지 않게 위험한 놈이었죠.
거기에 나온 공포새의 크기와 부리모양은 Kelenken guillermoi 같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24 13:42
3월의 토끼님// 일반적인 phorusrhacid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Kelenken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역시 가장 알려진 녀석은 Phorusrhacos니까요.
Commented by 다크랩터 at 2009/05/30 23:58
거기서 포로스라코스 가 지뢰를 맟아 폭팔했을땐 전율이 흘럿습니다
Commented by 다크랩터 at 2009/05/30 18:41
근데 요즘에 티타니스 왈레리<북미에살았던 포로스라코스과>가 요즘에 포로스라코스 왈레리로 재명명됐다는데 정말인가요?
Commented by 다크랩터 at 2009/05/30 23:56
제발좀 아르켜주세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5/31 00:49
다크랩터님// 재명명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관련 논문을 찾아볼 수 없네요. 본래 학명은 학자마다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티타니스를 포루스라코스의 동명으로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고 하지만, 관련 논문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몬헌유저 at 2010/06/16 00:20
얀쿡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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