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각류의 긴 목은 무얼 위한 진화일까?

어제, 아니 새벽에 쓴 '과연 용각류의 목 자세는 새와 같았을까?'에 대한 여러 댓글을 봤습니다. 많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확실히 현재 두 가지 설명 모두 맹점과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디플로도쿠스류(디플로도키드 혹은 디플로도코이드)만큼은 수평에 가까운 자세가 유리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긴 목이 높은 곳의 먹이를 먹기 위함이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 가능하냐라는 겁니다. 이는 확실히 기린이라고 하는 긴 목의 포유류가 있기에 더욱 궁금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용각류의 목 자세와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하나가 90년대 이전까지 설명되었던 목을 높이 들어 올린 자세이며, 다른 하나는 이후 주장인 수평에 가까운 자세 혹은 제한된 목의 움직임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백조처럼 목을 들어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다시 제시된 겁니다. 각각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용각류의 목 자세는 이렇게 변천했습니다.

1) 물 속에 살며 머리를 수직으로 들어 올렸고, 꼬리가 질질 끌리며 정수리 쪽에 콧구멍이 있어 이를 통해 호흡했다.
2) 육상에 서식했고, 꼬리는 땅에 끌리지 않았고 목은 수직으로 들어 올릴 수 있었다.
3) 육상에 서식했고, 꼬리는 땅에 끌리지 않았고 목은 수직으로 들어 올릴 수 없었다. 

1) 은 사실상 폐기된 주장입니다. 문제는 2)와 3)입니다. 여전히 두 의견은 학자들 간의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긴 목의 진화와 관련해서는 확실히 수직으로 높이 들어 올릴 수 있는 형태가 타당해 보입니다. 또한, 천적으로부터의 방어 측면에서도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지 않는 이런 자세가 합리적인 듯합니다. 그래서 2)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런 쪽을 부각시킵니다. 그러나 고개를 수직으로 들어 올릴 때, 혈압 문제는 여전히 설명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한, 이는 거대한 심장의 존재와도 맞물리게 되며, 갑작스런 혈압 변화로 말미암은 문제도 존재합니다.

혈압의 안정성 문제 측면에서 본다면 머리 움직임이 제한된 설명이 타당해 보입니다. 브라키오사우리드는 45도 남짓 고개를 들고 갑작스레 아래로 내려올 수 없는 형태이며, 디플로도키드는 거의 수평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며, 제한된 높이까지 머리를 들 수 있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이 설명은 긴 목의 진화와 관련한 의문점과 수각류의 공격으로부터의 방어 측면에서 공격을 받는 듯합니다. 2000년대 들어 Stevens가 DinoMorph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용각류 목 움직임으로 바탕으로 수평 형태 쪽의 복원을 했고, 이는 BBC의 WWD에 반영되었습니다.

어떤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모든 용각류에 동일한 설명이 적용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용각류 서식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디플로도키드는 사막에 가까운 환경에서 발견되며, 브라키오사우리드는 삼림에 가까운 환경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삼림에 가까운 환경에서는 분명히 높이 고개를 들 수 있는 모델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그러나 현재 모델로도 충분히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고, 안정된 혈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사막과 같은 환경에서는 고개를 드는 것은 설명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세이스모사우루스, 수페르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아파토사우루스 등은 다른 용각류보다 꼬리와 머리가 긴 편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자세는 수평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분명히 머리와 꼬리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척추에는 양 갈래로 갈라진 횡돌기가 있고, 이 횡돌기 사이로 근육이 아닌 인대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또한, 횡돌기는 골반 쪽으로 올수록 발달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학자들은 현수교와 같은 형태로 인대가 목과 꼬리를 지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인대는 근육과 달리 이를 지지하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므로 오히려 머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가 에너지 소모가 있고, 급격한 혈압 변화의 위험이 있다고 얘기합니다. 또한, 디플로도키드의 짧은 앞다리는 목을 들어 올리는 높은 자세보다는 오히려 골반 가까운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필요할 때 앞 다리를 들어 올리는 자세가 타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면 브라키오사우리드는 이미 거대한 앞다리가 있기에 목을 수직으로 들지 않아도 충분히 높은 위치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긴 목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본래 용각류의 긴 목은 이미 프로사우로포드(Prosauropoda : 고용각류)와 사우로포드(Sauropoda : 용각류)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초기에는 2족 보행이 가능했다가 차츰 거대화하면서 4족 보행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고용각류는 2족 보행을 유지했고, 용각류는 거대화 하면서 4족 보행을 하는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초기에는 분명히 먹이 경쟁에 유리한 방향으로 긴 목이 진화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점을 최대화 하면서 진화한 무리가 브라키오사우리드이며, 일부는 드문드문 있는 먹이를 작은 움직움으로 취할 수 있는 형태로 긴 목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는 그 때 그 때 땜질식으로도 나타납니다. 긴 목을 좌우 60도 정도의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들은 최소한의 몸 움직임으로 먹이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드시 긴 목이 높은 곳의 먹이 경쟁만을 위한 것일까요? 해양 파충류인 플레시오사우리아 역시 긴 목이 있지만, 이 들의 목이 물 속에서 높은 곳의 먹이를 먹는데 유리했을 리 없습니다. 오히려 먼 곳의 먹이를 취하는데 유리했을 겁니다. 디플로도키드의 긴 목이 이런 쪽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각류는 거대한 덩치만큼이나 많은 미스터리를 지닌 공룡입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주장이 나올 때마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장 역시 흥미롭지만, 그 대상을 디플로도키드로 설명했기에 이 부분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겁니다. 물론 이는 제 개인적인 의견일 따름이며, 전 아마추어에 불과합니다. 보다 많은 논쟁 속에 실제 용각류에 가까운 복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용각류는 분명히 비슷한 형태에서 출발했지만, 긴 꼬리와 목을 지닌 디플로도키드와 상대적으로 짧은 꼬리와 긴 앞다리, 높은 위치의 목을 지닌 브라키오사우리드, 그리고 기이한 이빨을 지닌 레베카사우리드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물론 여전히 베일에 싸인 티타노사우리아도 있고요. 그만큼 번성했던 용각류이기에 어떤 한 가지만으로 설명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P.S.) 아래 링크는 그간 용각류의 목 자세와 관련한 포스트입니다. 참고로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과연 용각류의 목 자세는 새와 같았을까?
공룡 이야기 - 용각류의 목 자세에 관한 고찰
용각류의 목 자세는 어땠을까?

by 꼬깔 | 2009/05/31 13:28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2)

트랙백 주소 : http://conodont.egloos.com/tb/23610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다크엘 at 2009/05/31 14:22
역시 타임머신이 필요하다니까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1 04:50
다크엘님// 하하하
Commented by 보름달 at 2009/05/31 15:00
골격구조로 45도 각도까지 머리를 치켜드는게 가능했다고 해도 그런 자세로 다녔을거같은 공룡은 목이 극도로 짧은 디크라이오사우루스 무리 정도밖엔 생각이 나지 않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1 04:51
보름달님// 저 역시 그렇게 밖에는... ㅠ.ㅠ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뻣뻣한 목과 디크라이오사우루스나 슈노사우루스 정도가 떠오를 따름입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5/31 17:03
역시 타임머신이 필요하다니까요(.. )(2)
아니면 쥬라기 공원이나..(..)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1 04:51
Allenait님// :)
Commented by 구이 at 2009/05/31 17:33
꼭 목이 긴 게 높은 걸 먹으려고 발달시켰다는 생각은 안듭니다....
그리고 제가 심심해서 본 결과, 목을 높이 들 수 있는 동물들도 걷거나 달릴 때는 척추를 수평에 가깝게 놓더군요..기린이나 타조는 좀 예외지만요...그러고 보니 타조도 높은 곳의 먹이를 먹는 동물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ㅋㅋ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1 04:51
구이님// :)
Commented by 카놀리니 at 2009/05/31 17:48
흠 목을 수직으로 들어올리지 않더라도 이들의 몸의 높이는 대부분의 포식자의 높이보다 높은 편이었죠 Allosaurus나 Torvosaurus조차도 높이가 4m이하인 반면에 수평을 유지하는 디플로도쿠스의 목도 거의 6m가량에 위치하였으니까 말입니다
Commented by Epik high 메가랍토르 at 2009/06/01 02:10
디플로도쿠스가.. 그렇게 높았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1 04:52
카놀리니님// 최대로 들어 올리면 그 정도겠지요. 뭐 포식자가 닿을 높이는 아닌 듯싶습니다.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5/31 23:30
머리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하나, 용각류는 덩치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하는데 풀뜯어 먹으러 걸어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한곳에서 멀리 있는 풀까지 닿을수 있게 목이 길어진 것이 아닐까요. 큰 덩치로 움직이면 에너지 소모도 수월찮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1 04:53
새벽안개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 본문에도 나온 것처럼 '몸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넓은 범위의 먹이를 취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라고나 할까요? :)
Commented by 야채 at 2009/06/01 05:39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역시 생각해 볼 점이 많은 문제군요. 저는 '용각류'라고 막연하게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디플로도쿠스 등을 모두 뭉뚱그려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상이 그 중에서도 디플로도쿠스 종류라면 더욱 문제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전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디플로도쿠스가 비슷한 지역에 산다고 생각했거든요. (WWD에서 같이 나오는 장면이 있잖습니까. 그걸 보고 그냥 그렇게 생각했죠.) 디플로도쿠스 종류의 독특한 이빨 모양이 어떤 종류의 먹이에 적합한가의 문제도 걸리겠고요.

여담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는 아마추어도 아닌 그냥 일반인이니까요...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더라도 '귀엽게'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브라키오사우루스 등의 용각류는 물을 안 마셨을 것 같습니다. 일단 파충류와 조류는 포유류보다 수분 필요량이 훨씬 적다고 알고 있습니다. 땀샘도 없고, 소변을 요소가 아닌 요산으로 배출하니까요. 새는 물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대형 초식공룡이라면 소화 기관이 새처럼 짧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신진대사도 덜 활발했을 테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디플로두쿠스 같은 종류라면 물을 마시는 게 가능했겠지만,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것들이 무리하게 목을 아래로 꺾어 가면서 물을 마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2 04:06
야채님// 재밌는 발상입니다. :)
Commented by 야채 at 2009/06/01 05:44
빠뜨린 내용입니다 - 디플로도쿠스의 이빨이 나뭇가지를 훑어서 벗겨먹기 위한 것이라면 위로 높이 움직일 수 있는 편이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숲에서 가늘고 잎이 많이 달린 나뭇가지라면 높은 곳에 많을 테니까요. (물론 다른 해석도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낮은 곳에 있는 먹이(극단적으로는 수초라거나...)를 먹기 위한 것이라면 굳이 위로 높이 들 필요는 없겠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2 04:06
야채님// 흠... 확실히 용각류의 이빨은 몇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그리고 디플로도키드의 것은 가장 부실한 편에 속합니다.
Commented by 다크랩터 at 2009/06/01 16:20
근데 이거와 상관없지만 최근에 구이님 블로그에 가보니까 미크로랍토르가 날지 않았다고 했는데 사실인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2 04:07
다크랩터님// ??
Commented by 구이 at 2009/06/01 20:46
다크랩터님// 제가 언제요?? 전 복엽 비행을 지지하긴 했지만 비행을 안했다고 한 적은 없는뎁쇼...;;
글을 제대로 보시기는 하신 건지..;;
Commented by 다크랩터 at 2009/06/09 20:08
이거와 관련없지만 이번에 한반도의공룡뒤이어 한반도의공룡이 나온다고하는군요http://blog.naver.com/ruwk143com/130049001461 재미있겟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9 20:22
다크랩터님// 재밌네요.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