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05일
러더퍼드와 지구물리학자
Rutherford가 한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Frey님의 글을 읽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All science is either physics or stamp collecting.
이 말은 분류학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고생물학자인 리처드 포티가 그의 저서인 '삼엽충(Trilobite!!)'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조분조분 얘기했지만, 포티의 책을 읽다보면 상당히 분노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러더퍼드가 어떤 의도로 이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러더퍼드가 함부로 분류학을 폄하하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물리학에 관한한 당대 최고였겠지만, 분류학에 관한한 문외한이었을테니까요.
포티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포티가 과거 대륙의 복원을 놓고 지구물리학자, 특히, 고지자기학자(paleomagnetician)와 의견이 달랐을 때의 얘기입니다.
결국 고지자기학자와 포티를 비롯한 고생물학자의 논쟁 - 포티는 연성 과학대 경성 과학, 화석 대 기계장치의 대결이라 했습니다. - 결과는 표준화석인 삼엽충 Merlinia가 승리했습니다. 즉, 고생물학자가 제시한 복원이 옳았던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고지자기 측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분야가 다른 쪽에 대해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고지자극 하나가 화석 1,000점보다 가치 있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제가 들어도 불쾌한 얘기네요. 지구과학은 분명히 여러 분야가 모여 있는 통합 과학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지질학, 대기과학, 해양학, 그리고 천문학(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포함시키는 걸로 압니다.)이라는 세부 분야로 나뉩니다. 그렇기에 이 분야를 공부하는데 필요한 기초과학인 물리와 화학 그리고 생물학은 필수입니다. 또한, 각 분야의 기초 과학 베이스가 다릅니다. 고생물학은 사실상 생물학에 가깝고, 지구물리학이나 대기과학, 그리고 해양학 등은 물리학에 가깝습니다. 또한, 암석학이나 광물학, 그리고 퇴적학(이는 물리, 화학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되기에 좀 복잡하지만요. Frey님께서 더욱 잘 아실 겁니다.)
모든 과학은 상호보완적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존재 이유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과학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답에 이르는 방법은 다양하며, 또한 호기심 역시 다양하기에 다양한 과학 과목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과학은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고등학교 과학 선택을 줄이면, 장담하건대 모든 선택은 화학과 생물로 집중될 겁니다. 현재 고등학생이 선택하는 과학 선택 과목의 응시자는 대략 이런 순서입니다.
화학Ⅰ>생물Ⅰ>지학Ⅰ>물리Ⅰ>생물Ⅱ>화학Ⅱ>물리Ⅱ>지학Ⅱ
그리고 사견이지만 지학Ⅱ 선택자수가 가장 적기에 - 사실 물리Ⅱ 선택자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 과목 축소 대상 0순위에 오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지구과학Ⅱ를 빼고, 여기에 기술가정(기가)을 넣다니요. 정말 기가 막히는 일 아닌가요?
All science is either physics or stamp collecting.
이 말은 분류학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고생물학자인 리처드 포티가 그의 저서인 '삼엽충(Trilobite!!)'에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비록 학명을 짓는 것이 장난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이름들은 진정한 지적인 목적에 봉사할 수 있다. ...(중략)... 유능한 분류학자들이 측정단위(종, 속 따위)를 정확히 정의하지 않았다면, 과거의 생명다양성을 어떻게 논의할 수 있었겠는가? 자신이 조사하는 종들이 어떤 것들인지 알지 못한다면, 진화를 어떻게 추측할 수 있었겠는가? 이 동물이 이 대륙에서 발견되고 저 동물이 저 대륙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을 알려줄 믿을 만한 꼬리표가 없다면 고대 생물의 지리학을 어떻게 추론할 수 있겠는가?
러더포드에게는 실례지만, 나는 완벽하게 온건한 우표수집 활동과 과학적 분류학은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표수집을 할 때에는 스탠리 기번스 연갑을 뒤적여서 우표의 발행연도와 색깔, 진품 여부, 천공 상태, 심지어 현재 가치 따위를 꼼꼼히 살펴본다. 거기에는 해당 우표의 정체를 말해주는 단 하나의 정답이 있다. 그러나 과학의 질문들은 모두 정답을 향한 여행이다.
조분조분 얘기했지만, 포티의 책을 읽다보면 상당히 분노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러더퍼드가 어떤 의도로 이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러더퍼드가 함부로 분류학을 폄하하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물리학에 관한한 당대 최고였겠지만, 분류학에 관한한 문외한이었을테니까요.
포티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포티가 과거 대륙의 복원을 놓고 지구물리학자, 특히, 고지자기학자(paleomagnetician)와 의견이 달랐을 때의 얘기입니다.
동료들은 고지자기학자(paleomagnetician)를 흔히 '고마법사(paleomagician)'라고 부르곤 한다. 빈정거림이 아주 약간 담겨 있긴 하지만, 그러나 과거로 더 올라갈수록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며, 삼엽충의 시대까지 가면 고지자극 측정값들 가운데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 ...(중략)... 고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과학만이 '경성' 과학이라고 선언한다. 언젠가 나는 '고지자극 하나가 화석 1,000점의 가치가 있다.'란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나는 그 과학자가 물리학자 한 명이 고생물학자 열두 명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 남을 오도시키는 데 선수가 아닌가.
결국 고지자기학자와 포티를 비롯한 고생물학자의 논쟁 - 포티는 연성 과학대 경성 과학, 화석 대 기계장치의 대결이라 했습니다. - 결과는 표준화석인 삼엽충 Merlinia가 승리했습니다. 즉, 고생물학자가 제시한 복원이 옳았던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고지자기 측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분야가 다른 쪽에 대해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고지자극 하나가 화석 1,000점보다 가치 있는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제가 들어도 불쾌한 얘기네요. 지구과학은 분명히 여러 분야가 모여 있는 통합 과학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지질학, 대기과학, 해양학, 그리고 천문학(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포함시키는 걸로 압니다.)이라는 세부 분야로 나뉩니다. 그렇기에 이 분야를 공부하는데 필요한 기초과학인 물리와 화학 그리고 생물학은 필수입니다. 또한, 각 분야의 기초 과학 베이스가 다릅니다. 고생물학은 사실상 생물학에 가깝고, 지구물리학이나 대기과학, 그리고 해양학 등은 물리학에 가깝습니다. 또한, 암석학이나 광물학, 그리고 퇴적학(이는 물리, 화학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되기에 좀 복잡하지만요. Frey님께서 더욱 잘 아실 겁니다.)
모든 과학은 상호보완적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존재 이유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과학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답에 이르는 방법은 다양하며, 또한 호기심 역시 다양하기에 다양한 과학 과목이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고등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과학은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고등학교 과학 선택을 줄이면, 장담하건대 모든 선택은 화학과 생물로 집중될 겁니다. 현재 고등학생이 선택하는 과학 선택 과목의 응시자는 대략 이런 순서입니다.
화학Ⅰ>생물Ⅰ>지학Ⅰ>물리Ⅰ>생물Ⅱ>화학Ⅱ>물리Ⅱ>지학Ⅱ
그리고 사견이지만 지학Ⅱ 선택자수가 가장 적기에 - 사실 물리Ⅱ 선택자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 과목 축소 대상 0순위에 오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지구과학Ⅱ를 빼고, 여기에 기술가정(기가)을 넣다니요. 정말 기가 막히는 일 아닌가요?
# by | 2009/06/05 10:59 | SCIENTIA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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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업과목도 중요하지만...
정말 기가 막히네요...
저희때만 해도 대부분 "화학-생물"을 선택했죠..
물리랑 화학 둘중에 하나는 필수로 해야하고.. 그래서 대부분 화학..
그리고 대부분 생물로 미는 분위기.. 그러나 저는 물리하고 화학을.. ㅋ
과거 힘좀 썼다~ 하는 국가들이 지구과학이 발달했죠...
그리고 러더포드경... 저런 일화가 좀 많은 걸로 압니다만..
아무튼 "교육과학기술"부에 "과학교육"은 없군요..
뭐 홈페이지 들어가봐도 영어교육부 이미지가 강하니..
.........뉴턴 이전엔 듣보잡이었던 주제들이!!!!!!!!(갑자기 열폭)
......그, 그래도, 컴퓨터 없이 현대 과학은 성립할 수 없다구요!! 엉엉 ㅠㅠ
하는 짓은 화학이 더 상대적으로 가깝다는..... (원소분석....)
뭐 요즘이야 biophysics 같은 상호보완적인 과도 나오고...러더퍼드 시절에 오직 겉의 모습만 보고 분류하던 시절에야 봐줄(?) 수 있더라도 유전학과 DNA를 바탕으로 한 분류의 등장으로 분류학자들을 우표수집가로 비유했다간 저 정도 온건한 반응이 안나옵니다. 갈아마시려고 할걸요?
저는 제가 사는 곳의 교육과정 때문에 고등학교 물리빼고 생물 화확만 하고 대학은 자연과학 전공으로 들어갔죠. (녹차) 그래서 공부하다가 물리지식 필요한 게 나오면 헤드뱅잉하면서 슬퍼할 뿐이고(...)
그런데 학사과정으로 물리하는 학생들 중에 저런 우월감에 빠진 사람들을 몇몇 봐요.
문제는, 그 이후 빠르게 발달한 물리가 다른 분야에 영향을 주면서 화생지 역시 20세를 거치며 "내적 정합성"을 다루는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이것이 더 이상 "물리만의 독보적 우월성" 이 아니게 된 것이지요. 오늘날에 와서는, 물리는 수학처럼 "지식 자체" 보다는 "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초과목으로서의 물리는 여전히 중요하고 오히려 그 중요성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물리만의 고유한 영역" 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점점 줄어듭니다.
사실 저도 포스팅에서 가끔 언급하지만, F=ma만 갖고 뭔가를 만병통치약처럼 설명가능하다는 식의 서술 자체가 일정 부분은 "물리 만능주의"와 닿아 있습니다. 저 자신이 물리쪽이지만 그런 식의 사고방식은 현상을 탐구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거든요...
좋은 말씀 잘 읽었네요. 그리고 재밌는 포스팅도 잘 보고 있답니다. :)
수학, 물리 전공자들은 그걸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만;
그냥 나누지 말고 역으로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이 있으면 안 될까요....ㅠ.ㅠ
우리의 소중한 지구를 버리지 말아주세요.(실제로 지구과학에서 다루는건 다르지만;;;)
사실 지구과학을 없앨정도로 고교 교육이 효율성을 추구한다면 생물학도 없어져야 마땅합니다. 사실 생물 2 커리큘럼에서 배운 내용을 대학교 생물학에서 적용시키는것보다, 화학 2에서 배우는 내용을 적용 시키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특히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가속화되었구요.
공부하면 할수록 분야를 나눈다는게 힘든게 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분화하고 다시만나게 되니까요. 구조조정시 1순위인 연구원, 비용삭감시 1순위인 연구비... 기초과학부분을 홀대하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언제쯤 윗분들이 이해하실까요. 그렇게 좋아하시는 경제는 과연 과학에 대한 투자없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