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7일
왜 사지동물은 4개의 부속지가 있을까?
오늘 모처럼 레드윙에 접속했는데, 쪽지가 하나 왔더군요. 가끔 확인하는데 이미 쪽지를 보내신지 꽤 된 것 같습니다. 흑... 어쨌든, 이런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재밌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했음직한 내용입니다. 사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가 아는 한도에서 답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본래 이와 관련한 전통적인 답변은 '4개의 다리가 육상 생활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란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많은 답변입니다. 왜 하필 4개의 다리인지, 그리고 4개의 다리가 지니는 잇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6개의 다리나 8개의 다리를 가지면 4개보다 유리하지 않느냐?'란 질문에 딱히 답변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4개의 다리와 관련해서는 육상으로 상륙하기 이전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즉, 어류의 지느러미를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소위 갑주어라 불리는 원시적인 무악류 - 턱 없는 녀석들 - 는 꼬리 지느러미(caudal fin) 밖에 없었지만, 이후 등지느러미(dorsal fin)이 생겼습니다. 대개 초기 어류는 물의 흐름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지느러미는 몸통의 중앙에 위치했고, 쌍을 이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턱을 지닌 물고기가 등장하면서 쌍을 이룬 가슴지느러미(pectoral fins)와 배지느러미(pelvic fins)가 나타났습니다. 현재 물고기의 지느러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꼬리지느러미(caudal)
등지느러미(dorsal)
가슴지느러미(pectoral) - 쌍을 이루며, 사지 동물의 앞다리와 상동
배지느러미(pelvic) - 쌍을 이루며, 사지 동물의 뒷다리와 상동
뒷지느러미(anal)


조기어류와 육기어류는 등지느러미의 개수와 지느러미의 구조가 다를 뿐 구성은 사실상 같습니다. 즉, 꼬리, 등, 가슴, 배, 뒷지느러미를 지녔으며, 가슴과 배지느러미가 쌍을 이룹니다. 또한, 쌍을 이루는 지느러미는 사지류의 다리와 상동입니다. 즉, 사지류는 조상인 육기어류의 지느러미 중 쌍을 이룬 가슴과 배지느러미를 사지로 진화시킨 것입니다. 또한, 사지는 처음부터 육상에서 몸통을 지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새로운 환경에서 기능이 변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상에 올라온 녀석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지느러미 중 헤엄을 치는데 필요한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등은 퇴화시켰고, 한동안 꼬리지느러미는 지녔고,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사지로 진화시킨 겁니다. 그렇기에 애당초 육상에 올라온 녀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4개의 부속지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만약 조상이 더 많은 쌍을 이룬 지느러미를 지녔다면 6개나 8개의 부속지가 있는 육상 척추동물이 살아 남았을 가능성이 충분하겠지요.
이런 지느러미의 발생은 Hox 유전자에 의한 것이며, 꼬리지느러미를 만든 Hox 유전자가 복제되면서 같은 구조의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뒷지느러미 등을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유악류 - 턱이 있는 물고기 - 로 오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쌍을 이룬 것으로 압니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쌍을 이루면서 물에서의 안정성이 좋아졌기에 쌍을 이룬 지느러미를 지녔던 녀석이 자연선택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육상에 상륙해서는 더이상 파격적인 구조의 변화는 없었고, 현생의 모든 육상 척추동물은 기본적으로 4개의 부속지를 지니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퇴화되거나 환경에 맞게 변화한 것입니다. 물론, 사지류의 Hox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부속지를 생성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은 기본 체제가 체절 단위로 반복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지만, 사지동물은 그렇지 않기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갑자기 새로운 다리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이 부분은 좀 더 찾아봐야 할 듯합니다.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답변은 "애당초 4개의 사지를 지니고 육상 생활을 시작했기에 4개의 다리를 지닌 것이다."란 겁니다.
질문하신 분의 연락처가 딱히 없어 포스팅으로 대신합니다.
P.S.) 내용이 조잡하오니 보충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보충 부탁드립니다. :)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사지의 진화와 관련한 글을 써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화론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 **라고 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쪽지를 보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사람 중 진화에 대해서 제일 잘 알고 있으신 분이 암만 생각해봐도 꼬깔님 같아서 이렇게 쪽지를 보냅니다. 제가 현재 다음에서 '진화론과 창조론' 이라는 카페에 있습니다. 그 중 인간의 2족 보행의 이유에 대해서 누군가 글을 썼는데, 어느 분이 이렇게 질문하시더군요. <왜 2족, 4족 보행인가? 6족이 될수도 있고 8족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하고 말이에요. 실제로 곤충중에는 다리 6개 이상 달고 있는 녀석들도 많은데, 유독 포유류, 양서류 등을 보면 4족 이상의 녀석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왜 4족보행(그게 아니어도 손두개, 다리2개인 녀석들)이 많은 걸까요? (그냥 공통조상이4개여서는 답이 안될거 같아요. 그러면 왜 4개만 빼고 없는건데 라고 물어볼거 같아서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런 질문 갑작스럽게 하여서 죄송합니다 ㅠㅠ
재밌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했음직한 내용입니다. 사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가 아는 한도에서 답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본래 이와 관련한 전통적인 답변은 '4개의 다리가 육상 생활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란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문제가 많은 답변입니다. 왜 하필 4개의 다리인지, 그리고 4개의 다리가 지니는 잇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6개의 다리나 8개의 다리를 가지면 4개보다 유리하지 않느냐?'란 질문에 딱히 답변하기 어려운 듯합니다.
4개의 다리와 관련해서는 육상으로 상륙하기 이전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 적절할 듯합니다. 즉, 어류의 지느러미를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소위 갑주어라 불리는 원시적인 무악류 - 턱 없는 녀석들 - 는 꼬리 지느러미(caudal fin) 밖에 없었지만, 이후 등지느러미(dorsal fin)이 생겼습니다. 대개 초기 어류는 물의 흐름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지느러미는 몸통의 중앙에 위치했고, 쌍을 이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턱을 지닌 물고기가 등장하면서 쌍을 이룬 가슴지느러미(pectoral fins)와 배지느러미(pelvic fins)가 나타났습니다. 현재 물고기의 지느러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꼬리지느러미(caudal)
등지느러미(dorsal)
가슴지느러미(pectoral) - 쌍을 이루며, 사지 동물의 앞다리와 상동
배지느러미(pelvic) - 쌍을 이루며, 사지 동물의 뒷다리와 상동
뒷지느러미(anal)

▶ 조기어류(ray-finned fish)의 지느러미
(출처 : http://www.lets-evo.net/wp/wp-content/uploads/2008/10/neptuno-submarine-fish-fins.jpg)
(출처 : http://www.lets-evo.net/wp/wp-content/uploads/2008/10/neptuno-submarine-fish-fins.jpg)

▶ 육기어류(lobe-finned fish)의 지느러미
(출처 : http://www.willsillin.com/Images/Illustrations/Latimeria-web.jpg)
(출처 : http://www.willsillin.com/Images/Illustrations/Latimeria-web.jpg)
조기어류와 육기어류는 등지느러미의 개수와 지느러미의 구조가 다를 뿐 구성은 사실상 같습니다. 즉, 꼬리, 등, 가슴, 배, 뒷지느러미를 지녔으며, 가슴과 배지느러미가 쌍을 이룹니다. 또한, 쌍을 이루는 지느러미는 사지류의 다리와 상동입니다. 즉, 사지류는 조상인 육기어류의 지느러미 중 쌍을 이룬 가슴과 배지느러미를 사지로 진화시킨 것입니다. 또한, 사지는 처음부터 육상에서 몸통을 지지하고자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새로운 환경에서 기능이 변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육상에 올라온 녀석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지느러미 중 헤엄을 치는데 필요한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 등은 퇴화시켰고, 한동안 꼬리지느러미는 지녔고,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는 사지로 진화시킨 겁니다. 그렇기에 애당초 육상에 올라온 녀석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4개의 부속지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만약 조상이 더 많은 쌍을 이룬 지느러미를 지녔다면 6개나 8개의 부속지가 있는 육상 척추동물이 살아 남았을 가능성이 충분하겠지요.
이런 지느러미의 발생은 Hox 유전자에 의한 것이며, 꼬리지느러미를 만든 Hox 유전자가 복제되면서 같은 구조의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뒷지느러미 등을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유악류 - 턱이 있는 물고기 - 로 오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쌍을 이룬 것으로 압니다.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쌍을 이루면서 물에서의 안정성이 좋아졌기에 쌍을 이룬 지느러미를 지녔던 녀석이 자연선택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육상에 상륙해서는 더이상 파격적인 구조의 변화는 없었고, 현생의 모든 육상 척추동물은 기본적으로 4개의 부속지를 지니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퇴화되거나 환경에 맞게 변화한 것입니다. 물론, 사지류의 Hox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부속지를 생성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은 기본 체제가 체절 단위로 반복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지만, 사지동물은 그렇지 않기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갑자기 새로운 다리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이 부분은 좀 더 찾아봐야 할 듯합니다. 어쨌든, 제가 할 수 있는 답변은 "애당초 4개의 사지를 지니고 육상 생활을 시작했기에 4개의 다리를 지닌 것이다."란 겁니다.
질문하신 분의 연락처가 딱히 없어 포스팅으로 대신합니다.
P.S.) 내용이 조잡하오니 보충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댓글로 보충 부탁드립니다. :) 다음에 기회가 되면 사지의 진화와 관련한 글을 써보겠습니다.
# by | 2009/06/17 21:18 | SCIENTIA | 트랙백(2) | 덧글(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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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결국 물고기 탓이군요(?!)
적절하군요 감사합니다
근데 저도 질문이 있는데 초기형태 사지동물로 자주 언급되는 아칸토스테가와 이크티오스테가 말입니다. 저책에서는 아칸토스테가가 사지동물의 초기형태를 유지한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했는데 이융남박사님의 글을 읽어보니 아칸토스테가가 이크티오스테가의 후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아칸토스테가는 지머의 말대로 초기사지동물의 형태를 간직한 살아있는 화석인지 아니면 고래의 경우처럼 이크티오스테가같은 동물이 물에서만 적응하기위해 진화된 형태인지 궁금합니다.
공통조상의 다리가 4개였다는 것만으로도 답이 충분히 되는데... 진화란 최대한의 가능성이 아니라 조상으로부터 조금씩 변해가는 형태이기 때문에,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늘어나는 것은 어렵지요.
p.s : 야담이지만..., 암만 봐도 조기 어류가 훨씬 잘생겼네요 ;;; -_-;
그렇군요.... ㅠㅠ
좌-우에 2개, 상-하에 2개, 근데 바닷속에서 후진할 일은 거의 없으니까 전-후는 그냥 꼬리지느러미 하나로 끝.
이런거 아닐까요...
그런데 또 궁금한건 척추동물이 알을 낳아서(난생) 부화시키는것과 새끼를 낳는것(태생,난태생)으로 나뉘는데 파충류,어류는 난태생을 하는 녀석이 있지만 왜 조류는 난태생을 하는 종이 없는지 궁금히네요..
양서류는 난태생을 하는 녀석이 있는지 모르겠고..
하지만 말씀하신대로 Devonian 시기의 Acanthostega 라던가 Ichthyostega 같은 대표적인 종류들이 7~8개 정도의 마디들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이후 carboniferous에 오면 결국 5개가 스텐다드로 정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고기 한마리를 맛있게 궈먹은 사죄로 물고기'님'이라고 칭하고 있습니다-_-;;)
가끔 손을 많이 쓰는 일을 할 때면 팔이 두개 뿐이라는 것에 불평을 하고 팔이 더 많았음 했는데 모두를
육기어류 탓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