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9일
새의 기원에 관한 논쟁과 Frameshift
Thomas Huxley이래 새의 기원과 관련한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창조주의자들은 이런 학자들의 의견 불일치로 창조주의를 선전하려고 혈안이 되기도 합니다. 쯔쯔) Huxley이래 공룡학자와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새의 공룡(수각류) 기원'을 주장했고, 대부분의 조류학자와 일부 고생물학자들은 '새의 지배파충류 기원'을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논쟁은 정말 치열했고, 반박과 재반박이 이뤄지면서 혈투를 벌였습니다. Gerhard Heilmann이 차골(furcula)이 공룡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으로 공룡학자들의 골머리를 썩혔지만, 반박되었습니다. 이후 깃털 공룡들이 발견되면서 공룡 기원이 힘을 얻었지만, 원시 깃털 자체를 피부 조직이 화석화되면서 나타나는 특징이라 맞서는 등 여러 가지 의견 대립을 보이며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마지막 전장이 바로 앞발의 발가락이었습니다. 즉, 주제는 '새의 앞발가락은 1, 2, 3번째일까? 2, 3, 4번째일까?'란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Mayr는 자신의 '진화란 무엇인가?'란 저서에서 '새의 지배파충류 기원' 쪽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 책의 147쪽에 '조류의 기원이 공룡이라는 가설에 대한 반박'으로 5가지를 내놓았는데... 아마추어인 제가 봐도 반박 가능한 것이 4가지는 되는 듯합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손가락'과 관련한 것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공룡의 세 개의 손가락은 1, 2, 3이고, 조류는 2, 3, 4이다. 따라서 조류의 손가락이 공룡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이 부분을 놓고 양 진영은 갑론을박했습니다. 새의 공룡 기원 진영(이하 공룡 진영)에서는 시조새의 앞발가락이 드로마이오사우리드와 같은 1, 2, 3이라는 것으로 바탕으로 새의 앞발가락도 1, 2, 3이란 주장을 폈고, 새의 지배파충류 기원 진영(이하 지배파충류 진영)에서는 새의 앞발가락이 1, 2, 3일 수가 없다는 주장으로 맞섰습니다. 그러던 1999년...
(출처 : http://www.pnas.org/content/96/9/5111/F2.medium.gif)

(출처 : http://www.sciencemag.org/content/vol280/issue5362/images/large/se1486399001.jpeg)

(출처 : http://8e.devbio.com/images/ch16/1604fig2.jpg)

(출처 : http://www.pnas.org/content/96/9/5111/F3.large.jpg)
새롭게 발견된 케라토사우리아인 Limusaurus에 대한 얘기는 다음으로 미룹니다. :) 사실 Limusaurus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이 포스팅이 필요했던 겁니다. 흑...
# by | 2009/06/19 10:45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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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기원 문제로 이처럼 치열한 반박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1-2-3-4 (코일로피시스) -> x-2-3-4 (리무사우루스) -> 프레임시프트 발생 -> x-2-3-4 이지만 외형은 1-2-3-x (테타누라이 이후) 이렇게 되었다는 것인가요?
Carl Zimmer의 Of Birds and Thumbs이라는 글을 보고 글을 작성했었는데요, 글에서는 프레임시프트라는 말이 한마디도 안 나왔지만 첨부된 분기도를 보니까 프레임시프트로 설명을 해놓은 것인지... 이크! 질문을 하면서 다시 읽어보니까 HoxD에 의한 shift가 발생하여 엄지 모양이 되었다는 내용이 언급되네요. 하마터면 헛걸 물어서 꼬깔님을 괴롭힐 뻔했습니다. 에구구...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전 제 글 얼른 고쳐야겠네요 ㅠㅠ
P.S.:무엇보다 털 달린 리무사우루스의 복원도는 정말 수긍하기 싫었습니다. 원시수각류에게 털이라니 이건 사치입니다!(?)
마이어는 그 책에서 새의 공룡 기원설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제 하에,
"그러나 그에 대한 반론 역시 매우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며 공룡기원설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들을 제시했죠.
그런데 어제 '리무사우루스 인엑스트리카빌리스'의 화석 발견 기사가 났길래 또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언론에 과학 기사가 나면 몇 년 정도는 지나봐야 신빙성이 가려진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이 기사는 얼마만큼 새로운 것이며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싶었는데, 그러던 차에 고깔님의 글을 읽어보니 전체적인 상이 좀 잡혀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공룡 기원설과 지배파충류 기원설의 논란이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고깔님의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저같이 취미 수준에서 잡다하게 과학 책을 즐기고 그것도 주로 번역본을 읽는 과학책 애호가들은 독서한 내용과 현재 과학계의 논의 사이의 거리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종종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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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란 무엇인가> 한글 번역본은 번역이 미심쩍은 대목이 종종 있어
가끔 아마존의 'search' 기능을 활용하여 원서와 대조해보아야 했는데 역시 이 대목(443쪽)도 그런 거 같네요.
"뿐만 아니라 공룡의 발가락 수는 2,3,4 개인데 조류의 ..."라는 문장을 보면, 우선 발가락 번호를 발가락 수라고 번역했, 공룡과 조류의 발가락 번호도 반대로 바뀐 거 같습니다.
(책 앞부분에도 오역이 종종 있어서 너무 많이 search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이 대목은 서비스되지 않는 건지, 어쨌거나 확인을 하지 못했어요)
1990년대 중반 이후 깃털 공룡 발견으로 새의 기원과 관련한 공룡 기원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지배파충류 기원을 제기하는 학자의 주장이 힘을 잃어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체적으로 공룡 기원설이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리고 번역 문제는... ㅠ.ㅠ 하나하나 따지면 오류가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ㅠ.ㅠ
**요즘 동네에서 포클레인이 거동하는 모습과 소리를 접할 때마다 중생대의 어느 풍경이 연상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