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허파와 부레의 진화 문제 (일부 수정)

[진화론 퀴즈] 허파와 부레의 진화 문제 by 새벽안개님

새벽안개님 댁에 들렀더니 '허파와 부레의 진화 문제'에 대한 문제가 있더군요. 우와~ 이거 상당히 전문적인 것이라 답변이 만만치 않을 듯 싶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간략하게 답변해보고자 합니다.

1. 물고기의 부레와 사지동물(Tetrapods)의 허파는 상동기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부레가 진화하여 허파가 된 것일까요? 아니면 허파가 진화하여 부레가 된 것일까요?
☞ 원시적인 폐 → 부레입니다. 폐와 부레는 분명히 상동기관입니다. 문제는 이 기관이 최초 어떤 기능을 수행했는가가 요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부레를 지닌 물고기는 예외 없이 조기어류(Actinopterygii)인 것으로 압니다. 연골어류의 대부분은 원시적인 폐가 퇴화했고, 사지류를 포함한 육기어류(Sarcopterygii)는 폐를 지닙니다. 또한, 일부 조기어류도 폐를 지닌다고 하지요. 즉, 계통적으로 보았을 때 원시적인 폐를 부레로 기능 전환해 진화시킨 무리가 조기어류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시적인 폐는 아마도 아가미로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기 어려울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한 호흡기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골어류(Chondrichthyes)는 대부분 원시적인 폐가 퇴화되었고, 경골어류는 폐와 부레로 진화시켰으리라 생각합니다.

2. 폐어(lungfish)는 허파를 가진 민물고기들로, 현재 호주, 아프리카, 남미의 아마존에 총6종이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물속에 사는 물고기로 아가미를 통해 물속에서 산소를 얻을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허파라는 공기호흡 기관을 진화시켰는가?
☞ 폐어가 등장한 데본기 무렵의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데본기는 전체적으로 기온이 높았고, 종종 습지가 메말랐던 환경이었습니다. 즉, 용존산소량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이를 보총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공기 중에 풍부한 산소를 이용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원시적인 형태의 폐를 보다 적극적인 호흡기관으로 진화시킨 것이 아닐까 싶네요.

3. 실라칸스는 데본기 화석 물고기와 닮은 심해에 사는 물고기이다. 이들은 심해에 살기 때문에, 부레 또는 허파가 공기 대신 지방(fat)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지방으로 찬 허파'를 가진 것인가? 아니면 '지방으로 찬 부레'를 가진 것인가?
☞ coelacanth는 육기어류이고 육기어류는 폐를 지녔기에 지방으로 채워진 폐라고 생각합니다.

4. 폐어 외에도 허파를 가진 물고기가 있는가? 있다면 예를 들어 보시오.
☞ 폐어를 비롯한 육기어류 외에도 폐를 지닌 물고기가 있습니다. 흔히 넓은 의미의 폐어로 불렸던 조기어류인 Polypterus, Calamoichthyes, 가피시(gar, Lepisosteus), 북미산 민물고기인 아미아(bowfin, Amia) 등이 있다고 합니다.

5. 보통 상어나 가오리를 포함하는 연골어류는 부레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왜 철갑상어는 부레를 가지고 있을까?
☞ 철갑상어는 조기어류에 속하는 경골어류입니다. 즉, 연골어류인 상어나 가오리와는 계통적으로 다른 녀석입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부레가 있습니다.

6. 모든 바닷물고기는 민물고기로부터 진화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바닷물고기는 민물고기의 후손이다. 이 말은 사실인가?
☞ 조금 생각을 다듬어 수정해보고자 합니다. 전 물음이 물고기의 기원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게 아닌 듯싶어서요.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척추동물로 어류가 등장한 곳은 바다였고, 이 중 일부가 민물로 진출했고, 이후 바다로 방산한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어류의 기원을 묻는 물음이라면 바다인 듯하고요, 육기어류에 한정한다면 바다에서 진화하고 민물로 되돌아온 것 같은데 말입니다.  부레와 폐를 연관지어 질문하신 것이 걸리거든요. :) 초기 어류는 부레와 폐의 기원이 되는 인두가 팽출된 공기 주머니가 없었고, (실제 먹장어류는 이런 공기 주머니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공기 주머니의 정확한 등장 시점은 모르겠지만, 화석상으로 판피어류는 존재가 확인된 것으로 압니다.) 이후 민물로 진출하면서 보조적인 호흡 기관으로 원시적인 폐가 등장했고, 이로부터 다시 바다로 진출한 물고기는 이를 부레로 진화시켰으며, 민물에 남은 녀석 중 육기어류가 진정한 의미의 폐로 진화시키면서 사지류로 이어졌다. 뭐 이런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장담은 못합니다. ㅠ.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일 뿐...

아무튼, 부레와 폐는 분명히 인두 쪽에서 팽출된 작은 주머니로부터 시작된 것이며, 일부는 균형을 잡고, 진동을 느끼는 기능으로, 일부는 공기호흡을 위한 호흡기관으로 진화시킨 것으로 압니다. 뭐 상세한 내용은 새벽안개님께서 설명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P.S.) 동갈치와 가피시가 혼동이 되어 동갈치 대신 가피시로 수정했습니다. ㅠ.ㅠ 역시 물고기는 어려워요... ㅠ.ㅠ
P.S.2) 6번 물음에 대한 답을 수정했습니다.

by 꼬깔 | 2009/07/08 02:49 | SCIENTIA | 트랙백(1)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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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안개속의 진실을 찾아서.. at 2009/07/09 20:16

제목 : 판피어(Placoderms)에도 허파가 있었는가?
[답안] 허파와 부레의 진화 문제 에서 차체 트랙백합니다. 제 나름대로 답안을 올리고 나서 꼬깔님의 답안(링크)을 살펴보던 중, 경골어류 이전에 판피어에도 허파가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얼핏 있더군요. 판피어는 연골어류 이전에 분지한 계통이라 깜짝 놀라 자료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그 중 "데본기 타임즈"라는 웹사이트에서 이런 해설자료을 발견하였습니다. An interesting side story concerns one antia......more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08 08:42
오호... 그렇군요.

6. 전 지금까지 바닷물고기에서 민물고기가 나온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8 09:36
Allenait님// 뭐 제 의견입니다. :) 그리고 바닷물고기에서 민물고기가 나온 것이라 쓴 겁니다. ㅠ.ㅠ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7/08 09:42
역시 대단하십니다 +_+ 대충 알고는 있는 사실들이었는데, 조리있게 설명할 자신은 없었거든요.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8 10:20
꼬깔님, 동갈치는 민물가피쉬(Gar)를 말씀하시는게 아닌가요? Belone은 바다에 사는 놈인데 바닷물고기 중에서 허파호흡을 하는종류가 있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8 10:34
새벽안개님// 에구... Belone를 콕 찝어 얘기하기는 어렵겠습니다. ㅠ.ㅠ 제가 착각을 한 듯합니다. 민물 동갈치일 듯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와 호흡하는 형태일테니까요. ㅠ.ㅠ 조금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8 11:19
새벽안개님// Lepisosteus를 Belone와 착각한 듯싶습니다. 이런... ㅠ.ㅠ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8 11:45
다행이네요. 바닷물고기중에 허파가 있으면 제 이론에 구멍이 나거든요. ㅎㅎ
(우리나라에는 없는 물고기라, 이름 번역들이 혼란스럽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8 11:49
새벽안개님//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도 허파 호흡은 민물에서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어떤 양서류도 담수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알거든요. 번역은 어려워요. ㅠ.ㅠ
Commented by 玉蔚亞育護 at 2009/07/08 11:25
저는 robe-finned fish를 한국말로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어느 사이트에 가보니 "총기어류"라고 되있길래 계속 총기어류라고 썼는데 꼬깔님이 "육기어류"라고 하시는걸 보고 0_0했답니다. 혹시 육기어류를 총기어류라고도 부르는지 아니면 총기어류라는 다른 물고기들이 있는건지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8 11:30
玉蔚亞育護님// 총기어류는 Crossopterygii로 과거 분류명으로 압니다. 즉, 과거에는 총기어류와 폐어류를 다른 계통으로 생각했으나 현재는 Dipnoi(폐어류)와 총기류를 묶어 육기어류라 부릅니다. 간혹 총기어류란 표현이 육기어류 중 폐어를 제외한 녀석들로 쓰이고 있으니 육기어류란 표현이 lobe-finned fish를 대표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8 15:17
화석생물은 문외한인데.....판피어도 공기주머니가 있나 보네요. 살펴봐야 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8 18:27
새벽안개님// 잘 봤습니다. :)
Commented by 뵨태오빠 at 2009/07/08 19:25

가피시라면 네오아틀란티스제국의 통상파괴용 잠수함이...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01:24
뵨태오빠님// 오잉??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9 20:21
꼬깔님, 판피어도 허파가 있는가 하는 문제는 흥미로운 주제이긴 한데, 화석 자료만으로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확인한 수준에서 정리하여 트랙백 했습니다. 링크는 중복이니 삭제하셔도 됩니다.
Commented by Epik high 메가랍토르 at 2009/07/10 00:22
그런데 또 궁금점이 있네요.. 포유류나 양서류는 성대가 발달해 목소리를 낼수 있는데
파충류는 왜 성대가 발달하지 못하여 목소리를 낼수 없는지 궁금하네요.. 조류도 발달하지 않았지만
기관의 울대가 발음장치고 그리고 어류는 성대 자체를 볼수 없는데 진화하면서 왜 발음기관이
생겼나요? 아 그리고 공룡은 과연 목소리를 낼수 있었는지 궁금..
Commented by 온한승 at 2009/07/11 12:03
폴립테루스 반갑네요^^ 우리집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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