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 학회의 비애

멸종 공룡 연구자도 '멸종 위기'

동아사이언스 뉴스 레터에 '멸종 공룡 연구자도 멸종 위기'란 제목의 기사가 있어 읽어 봤습니다. 사실 제목은 낚시에 가까운 것이고 한국의 고생물학 자체의 위기와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모교 관련한 내용도 보여 씁쓸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후진 양성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정년퇴임할 경우 다른 전공의 교수로 채우는 일이 최근 10여 년간 주요 대학에서 벌어졌다. 전공 교수가 자리를 떠나자 대학원 과정도 함께 사라졌다. 연세대의 경우 1990년대 고생물학 석사과정 학생이 20명이 넘었지만 현재는 한 명도 없다.
사실 연대는 1994년 이하영 선생님 작고 이후 지질학과의 체질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970~1980년대 코노돈트 스쿨이란 명성을 얻으며, 국내 고생물학계를 이끌었지만, 이하영 선생님 이후 새로운 고생물학 교수는 뽑지 않았고, 사실상 고생물방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애당초 척추고생물학 자체는 더욱 열악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공룡 연구의 선구자로 흔히 부산대의 김항묵 교수님이 거론되지만 실제 그 분의 전공은 층서학입니다. 부경고사우루스를 발견한 부경대학교의 백인성 교수님 역시 층서학 전공이신 분입니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현재 척추고생물을 전공하는 교수는 전남대의 허민 교수님 밖에 없습니다. 전남대 허민 교수님과 외국에서 학위를 얻어 국내로 들어오신 이융남 박사님과 임종덕 박사님 정도가 사실상 우리나라 척추고생물학계의 전공자라고나 할까요?

몇 달 전 고생물학회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로부터 회원 자격을 준회원으로 강등한다는 통보를 받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도 역시 그 내용이 나오네요.

올 초 고생물학회는 이공계 학술지원단체인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로부터 회원 자격을 준회원으로 한 단계 강등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준회원으로 강등되면 학회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과총은 “학회에서 활동하는 학자가 적고 발표되는 논문 수도 적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고생물학회는 얼마 전 구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등재학술지 후보에서도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에 등록된 세계적 학술지를 펴내는 이웃 일본, 중국 학계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상황은 사실 더 좋지 않습니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가카께서 고생물학 따위 신경 쓸 일도 없을테고, 사실상 고생물학 자체에서 실용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높지 않으니 말입니다. 위에 언급된 아이가 커서 한국에서 공룡과 관련한 공부를 할 가능성은 정말 높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커가면서 생각도 많이 바뀔테고, 부모가 이를 허락하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 만약 정말 이를 악물로 덤벼든다고 해도 외국에 나가야 할 겁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이란 과목 자체가 멸종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사실상 고생물학을 비롯한 지질학 관련 학문의 도태 가능성이 매우 높지요. 정말 비단 공룡학 뿐만이 아닙니다. 고생물학 뿐만이 아닙니다. 지질학 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순수과학 자체의 위기일 겁니다.

by 꼬깔 | 2009/07/09 19:26 | SCIENTIA | 트랙백 | 덧글(51)

트랙백 주소 : http://conodont.egloos.com/tb/239134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구이 at 2009/07/09 19:32
음.......한국 공룡을 외국 학자가 연구한다거나...ㅠㅠ;;
가카께서는 개신교시니....진화 운운하는 고생물학 따윈 버리라고 할 지도...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0
구이님//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ㅠ.ㅠ
Commented by 부전나비 at 2009/07/09 19:36
저번에 이 기사를 보고 걱정한 순수과학의 현실을 꼬깔님도 걱정하시네요.
(사실 이 고민은 이공계 전체의 고민이기도 하죠.)

실용의 저편에 있는 순수과학의 가치를 가카가 아실련지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0
부전나비님// 말씀처럼 이공계 전체의 고민이 아니겠습니까? ㅠ.ㅠ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7/09 19:47
헉, 제가 듣보잡이라고 한 정도를 넘어서 멸종 위기였군요. 판다군의 위기만큼 심각한 상황인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1
asianote님// 심각한... ㅠ.ㅠ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7/09 22:15
하지만 판다군은 중국 정부에서 특별 관리를 해 주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7/09 19:50
안타까운 이야기 입니다. 고생물학 없이는 조상도 알수 없고 역사도 알수 없는데 말입니다. ㅠ 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1
새벽안개님// 그러니까요. 진화를 빼버리면 생물학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고생물학이 없으면 생물의 역사 역시 알 수 없는 겁니다. ㅠ.ㅠ
Commented by 반쪽사서-엔세스 at 2009/07/09 20:01
방주를 타지 못해 멸종한 생물 따위 연구해서 뭐하겠습니까.

......물론 농담입니다만, 이걸 시작으로 순수과학계의 몰락이 시작될 것 같아 답답하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1
반쪽사서-엔세스님// 흑...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9/07/09 20:03
지못미......... Frey!!!!!!!!!!!!!!!!!!!!!!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2
아브공군님// 아아아...
Commented by 예영 at 2009/07/09 20:23
과학도 그 사회 전체가 키우고 가꾸는 산물이니, 결국 우리 사회가 순수(!) 과학을 키울 마음이 없다는 거겠지요.......
이래서 우리나라가 아직도 노벨 과학상을 못 탄 거 같습니다. 걱정스럽네요.

공룡 좋아하는 어린이는 많지만, 어른들은 의사 되어라~ 부자 되어라~ 말씀만 하시죠. 그만큼 우리나라에 여유가 없고 살기가 각박하다는 이야기......

이러다 장래에는 공룡과 인간이 같은 시대에 살았다고 믿는 국민이 쏟아져나올까봐 걱정입니다. 지금도 그렇게 아는 분들 계신데 말이지요. 하긴 뭐 미국에도 그렇게 믿는 분들 적지 않다고 합니다만.......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2
예영님// 그러니까 말입니다. 말씀처럼 어릴 적과 컸을 때는 달라질테니 말입니다. 환경도 그렇고요. 정말 말씀처럼 공룡과 인간이 같은 시대에 살았따고 믿는 국민이 쏟아져 나올까 걱정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곤충 at 2009/07/09 21:02
어차피 돈도 안 되는 연구잖습니까?(....orz) 어릴때는 보면서 꿈과 희망을 마구마구 키웠는데, 머리가 조금만 굵어져도 가기가 망설여지니까요.
앞으로 한국학회는 '투잡/스리잡'으로 이것저것 연구하면서 여기저기에 다른 학문에 대한 논문을 게제라도 했으면..... 합니다.

........말은 이렇게 써놓고 또 고개 파묻고 웁니다. 제발 지구과학 좀 살렸으면... 프랑스나 옆동네들은 거의 눈을 뒤집고 춤추던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3
곤충님// 흑.. 정말 슬픈 현실입니다.
Commented by Frey at 2009/07/09 21:14
박사급 연구원이 36명이나 되는지는 몰랐네요.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고생물학을 연구하시는 교수님은 다섯 내지는 여섯 정도일겁니다. 예전에 한 번 세봤는데 잊어버렸군요. 박사급으로 내리면 좀 많아지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36명까지는 안될겁니다. 유학 가신 분이나 박사를 졸업하셨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미국의 모 대학 하나만 해도 고생물학을 전공하시는 교수님이 다섯 분이나 계시죠. 참 씁쓸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3
Frey님// 정말 심각한 수준인 듯합니다. ㅠ.ㅠ
Commented by 원래그런놈 at 2009/07/09 21:25
하나의 학문이 그 맥을 잊지 못하고 끊겨가는 모습을 보다니.... 그것도 시대의 조류 때문도 아니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3
원래그런놈님// 휴... ㅠ.ㅠ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09/07/09 21:39
고생물학이 돈 되는 학문은 아니라지만 꼭 필요한 학문일텐데...
비단 고생물학만 이런 꼴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겠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4
함부르거님// 돈이 되는 학문만 남는다면 이는 눈앞에 있는 물고기를 모두 잡아 버리고, 치어까지 잡아 버리는 꼴이겠지요.
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9/07/09 21:42
아는 선배 한분이 고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셨는데...교수 등쌀을 견디다 못해 박사학위 받는 그날로 이 후 공부를 때려쳐버리셨지요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14
엘레시엘님// 저런... ㅠ.ㅠ
Commented by flan at 2009/07/09 22:24
고생물학뿐만아니라 생물 분류학도 가히 안습수준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25
flan님// 그러게요. 기본이 되는 분류학이 ㅠ.ㅠ
Commented by 玉蔚亞育護 at 2009/07/09 22:34
저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한국인들은 성질이 급해서 장기간투자를 해야하는 자연과학보다는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응용과학이 더 맞는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한국이 자연과학은 안습인데 공학쪽은 크게 발달한걸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41
玉蔚亞育護님// 그런 듯합니다. 확실히 자연과학이 발달할 그런 토양이 없는 듯해서 씁쓸하지요... ㅠ.ㅠ
Commented by 김남용 at 2009/07/10 00:28
제가 보기에 이건 아닙니다.
한국인이 성질이 급한게 아니라 윗사람들이 성질이 급해서 자연과학보다 응용과학쪽에 더 투자를 하는거죠.
윗사람들은 일단 돈을 뽑아내야 하니까...

돈 뽑기에 혈안이 된 유명한분도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응용과학이 발전이니 어쩌니 해도 공대 출신 공학도들은 월화수목금금금...

이건 성질이 급해서 그렇다고 말할 꺼리가 아니라 봅니다.

(차라리 한국에 자리 차지하는 사람들은 돈을 밝혀서..... 쪽이.... ㅡ_ㅡa)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09 22:35
...솔직히 이건 고생물학뿐만이 아니라 속칭 '돈이 안되는' 학문에 다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제 전공도 세부로 들어가면 돈 되는거랑 안되는 거랑 극명하게 갈리는데 지원자도 그렇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41
Allenait님// 그러게요. 지질학 쪽에서도 환경관련한 쪽을 제외하고는 거의 안습이 아닌가 싶어요.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7/09 22:38
'돈이 안되는' 학문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줘야 할텐데 이런 기사를 보면 참 암담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09 22:41
소시민님// ㅠ.ㅠ
Commented by Epik high 메가랍토르 at 2009/07/10 00:11
예전에 한 찌질이가 온라인에서 이렇게 내뱉은적이 있습니다.

"멸종한 생물 따위 알아서 뭐할려고.ㅋㅋ"

저놈의 목아지를 꺾어블라..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7/10 00:14
그런 생물은 멸종시켜 주면 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10 09:31
메가랍토르님// 뿌린대로 거둘 것이라는...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7/10 00:14
순수과학은 '돈을 쓰는' 학문인데, '돈을 벌려고' 하는 것부터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돈으로 지식을 만드는 것이 과학이고 지식으로 돈을 만드는 것이 공학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10 09:31
Bloodstone님// 그러니까요. 투자는 하지 않고 벌어들이기만 하겠다는 거 압닙니까? ㅠ.ㅠ
Commented by 모모 at 2009/07/10 01:20
순수과학을 죽이는 나라에서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OTL
빨리 한국을 뜨던지 해야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10 09:31
모모님// ㅠ.ㅠ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7/10 10:07
뜹시다앗!+_+(...)
Commented by 정직한 at 2009/07/10 06:37
음... 뭐라 할 말이..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10 09:31
정직한님// 흑... 그 곳에서 자리 잡으세요. ㅠ.ㅠ
Commented by Frey at 2009/07/10 11:36
고생하십니다;;;
Commented by Frey at 2009/07/10 11:40
이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해봤는데, 사실 요즘도 고생물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매우 편중되어 있죠 -_-; 다들 공룡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10 13:01
Frey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실제 화석으로 소중한 가치를 지닌 무수한 것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에휴...
Commented by 정직한 at 2009/07/10 13:22
대부분 공룡을 통해 고생물학에 관심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랬고. 고생물학을 실제로 공부하게 되면 그 안에 공룡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될테니 괜찮을 듯. 문제는 기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척추동물 고생물학이든 무척추동물 고생물학이든 공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남아 있을 것인지겠죠. 제가 있는 학교의 고생물학 교수가 네 명이고, 고생물학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지난 학기에 20 명 가까이 됐으니 한국 전체하고 맞먹는 규모인 건가요.. orz

저는 웬만하면 한국이 아닌 곳에 자리잡을 계획으로 나왔기 때문에 일단은 한국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를 희망합니다만, 그래도 예전에 몸담았던 곳의 향후 전망이 어둡다는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솔직히 고생물학 그렇게 돈이 많이 드는 학문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10 18:15
정직한님// 확실히 관심을 끄는 대상은 역시 공룡인 듯합니다. 그리고 말씀처럼 공룡으로부터 다른 관심을 찾게 되는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고생물학 교수가 네 명이라니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ㅠ.ㅠ 그리고 모쪼록 그 곳에서 잘 정착하시길 기원할게요. 꾸준히 소식 전해주시고요. :)
Commented by 온한승 at 2009/07/11 11:57
음....생태학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고생물학인데... 대학 들어갈때 고생물쪽으로 전공을 바꿔 우리나라의 지구과학을 부활시키.....이런 생각도 해봤는데 아예 지구과학자체가 없는 대학들이 많더라구요 ㅠㅠ 그냥 생물학과 가야할듯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7/11 19:54
온한승님// 에구... 지구과학 관련 학과는 아주 드물어요... ㅠ.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