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제류의 몰락, 그리고...

Metamynodon

K-T 대멸종이 있고, 약 1,000만 년 정도가 지났을 때 기제류(Perissodactyla)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기제류는 올리고세 무렵 다양성이 절정에 달해 지배적인 초식동물이었습니다. 코끼리보다 큰 코뿔소 조상인 인드리코테리움/파라케라테리움(Indricotherium/Paraceratherium), 코뿔소를 닮았지만 말과 더 가까웠던 거대한 브론토테리움(Brontotherium), 말과 고릴라를 섞어놓은 듯한 기이한 형태의 거인인 칼리코테리움(Chalicotherium), 그리고 하마를 닮은 메타미노돈(Metamynodon)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최대 15개의 과(family)에 이르렀던 다양성은 현재 3개의 과 - 말과, 코뿔소과, 맥과 - 만 살아남았고, 약 2,000만 년 전인 마이오세 이후 그 주도권을 우제류 - 소, 기린, 낙타, 하마, 돼지, 사슴 등 - 에 빼았겼습니다. 식물상이 바뀌며 기제류는 쇠퇴했고, 현재 말과, 코뿔소과, 맥과 등 3개 과와 1개의 말 속(Equus), 4개의 코뿔소 속(Diceratotherium, Diceros, Rhinoceros, Dicerorhinus), 1개의 맥 속(Tapirus)만 남아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입니다. 생존자 중 가장 넓은 분포를 보이며, 가장 많은 개체수가 보존된 것은 역시 말이겠지요. 코뿔소나 맥은 한 때 전 세계적으로 흔한 동물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에 생존한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급격하게 우제류가 번성하고 기제류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이유는 무얼까요? 대부분의 학자는 식물상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 생각합니다. 즉, 마이오세에 풀이 등장하면서 그간 기제류가 먹던 여린 잎이나 과일보다는 거친 풀이 대세를 이뤘고, 보다 복잡한 소화기관을 지닌 우제류가 생존해 적응방산했다는 얘기입니다. 장이 예민해 뻑하면 장염에나 걸리는 꼬깔도 걱정이 됩니...
Brontotherium

만약 기제류가 식물상 변화에 잘 대처해 에오세 무렵의 다양성이 보존되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현재는 우제류가 기제류의 자리를 이어받아 엄청난 다양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쨌든, 기제류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우제류는 번성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제류의 쇠퇴와 함께 기제류는 이제 '말'로 대표되는 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말세, 즉, 말들의 세상인 겁니다. 만약 시간이 흘러 코뿔소와 맥이 멸종하면 결국 말만 남게된다면 정말 말세겠죠? 뭐 지금도 돌아가는 꼴을 보면 충분히 말세지만 말입니다. 흑...

P.S.) 몸이 좀 추스려지면 신생대 고생물 카테고리도 더 채워볼 생각입니다.

by 꼬깔 | 2009/08/28 09:43 | 신생대 고생물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4)

트랙백 주소 : http://conodont.egloos.com/tb/242651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9/08/28 09:44
말세가 맞군요..... OTL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0:04
아브공군님// 맞습니다. :)
Commented by 漁夫 at 2009/08/28 10:00
하지만 적어도 현재는 '척박한 환경에 대응'한다는 의미에서는 우제류보다 말과 쪽이 더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제류의 복잡한 소화 기관은 어느 정도 이하인 '저질의' 식물을 소화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0:04
어부님// 말씀처럼 말과의 동물은 분명히 우제류보다 척박한 환경에 잘 적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Equus만 생존한 셈이겠지요. ㅠ.ㅠ 결국... 결국... 그래서 말세입니다. 흑...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8/28 10:18
괜찮아요. 말보다 우제류인 소나 돼지를 식용으로 더 많이 쓰니 밸런스가 언젠가는 맞..
아. 꼬선생님은 고기 안 잡수시지 참...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31
Lee님// 오호~ ㅋㅋㅋ
Commented by Sanai at 2009/08/28 10:21
어, 꼬깔님도 채식주의자신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31
Sanai님// 엇~ 아닙니다. 단지 먹지 못할 뿐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뽀도르 at 2009/08/28 10:51
말은 사람 덕분에 생존했다는 시각도 있더군요. 얼룩말은 별도로 치고 야생마가 거의 없는 현실을 보면 그렇기도 하겠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31
뽀도르님// 말씀처럼 얼룩말을 별로도 야생마가 적은 것으로만 본다면 그런 측면도 있겠지요.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8/28 10:51
포유동물의 진화에 관심이 많은지라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저 메타미노돈은 정말 하마를 꼭 닮았는데 하마가 아니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30
새벽안개님// 그렇죠? 물론 복원도니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기제류가 현생 우제류의 니치를 대부분 점했었을 것이란 점입니다.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8/28 10:52
현세는 소*시대......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29
Ya펭귄님// 아아아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8/28 11:27
그러고 보니 공룡의 멸종 원인도 식물상의 변화 때문이라는 이론도 있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29
Allenait님// 그런 얘기도 있습니다. :)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8/28 11:28
지금은 인간의 시대니 인세...법인세,주민세를 잘 냅시...(퍽!)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8/28 11:30
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29
위장효과님// ㅋㅋㅋ
Commented by 윙후사르 at 2009/08/28 11:36
사실은 말도 한때 멸종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겨우 우크라이나에서 몽골에 이르는 스텝지역에만 간간히 생존했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멸종... 근데 우크라이나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말을 길들이고 전쟁, 운송용으로 사용하면서 번성하게 됬다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24
윙후사르님// 말씀처럼 Equus caballus(지금은 Equus ferus cballus라 하는 듯합니다.)만을 놓고 본다면 기원한 대륙인 북미에서 절멸하고 이들이 베링기아를 통해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일부가 길들여져 Equus ferus caballus가 된 거겠지요. Equus caballus 역시 인간에 의해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개체수의 감소가 왔을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얼룩말로 대표되는 야생마가 코뿔소나 맥보다는 절멸의 가능성이 적지 않을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8/28 11:46
저도 말은 사람 덕분에 겨우 멸종을 면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윙후사르님 말씀처럼 다른 지역의 말들은 거의 다 죽고,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의 말들만 사람에게 간택받아서 살게 되었다고요. 그래서 몽고에 사는 프셰발스키말이 말의 공통조상과 제일 가깝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말은 먹이를 까다롭게 따지는 동물이지요. 경주마나 군마는 사람이 먹는 곡물을 먹여야 제 힘을 내는 걸 봐도, 사람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말도 멸종의 길을 가지 않았을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12:28
네비아찌님// 말의 공통조상이라 하심은 Equus 속의 공통조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얼핏 들은 바로는 Equus의 공통조상은 얼룩말에 가까운 형태였을 것이란 얘길 들은 거 같아서요. 아무튼, Equus는 기원한 북미에서는 멸종하고 다른 대륙에서 살아남아 다시 인간에 의해 북미로 들여진 것임에는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경주마나 군마가 말을 대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흑... 사람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말 중에서 Equus ferus는 멸종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얼룩말과 당나귀가 있지 않겠습니까? :) 전 인간이 영향을 줬겠지만 멸종을 막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8/28 12:35
이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 지존을 점하는 말(Equus)의 위력을 모르시나이까???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8/28 12:42
고로 한국은 이미 말세!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20:19
asianote님// :)
Commented by Niveus at 2009/08/28 12:37
아악... 말세라니!!!
사실 지금은 서세인겁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20:19
Niveus님// 아아아... 서세... ㅠ.ㅠ
Commented by sinis at 2009/09/01 10:22
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그래서 지금은 자세(子世)자이고, 우리모두 "자세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듀오백 만세!!!!

PS : 늦여름 더위를 먹었더니....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8/28 13:28
과연 말이 야생화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도 흥미있는 주제가 되겠군요.
20세기 초 독일의 식민지였던 독일령남서아프리카-그러니까 지금의 나미비아 공화국-에 독일군에 의해 도입된 군마들이 1차대전와중에 도망쳐서 야생화되어 지금까지 번식중인데 워낙 나미비아란 나라의 토양이 척박한지라 그렇게 많은 개체수로 확대되지는 않았답니다. 하지만 지금도 소수의 개체가 계속 대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이들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8/28 13:43
북미 대평원의 야생마가 그런 케이스지요. 아메리카 대륙에서 말이 멸종했다가 스페인인이 건너오면서 데려온 말들 중에 도망쳐서 야생화 된 말들이 수백년 후에는 북미 대평원에서 크게 번성하고, 대평원 인디언들이 이에 적응해서 반 기마민족화 하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20:19
위장효과님// 그렇지요. 북미에서 성공한 것처럼 아시아 쪽에서도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8/28 14:12
밸런스를 위해서 제가 열심히 소고기, 돼지고기를 섭취하겠.... 이게 아닌 것 같은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20:20
아일턴님// 하하하 :)
Commented by Sanai at 2009/08/28 16:05
저도 고기를 못먹어서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OTL)
Commented by Sanai at 2009/08/28 16:05
집안 남자 전부가 고기를 먹지 못하는 특이한 유전자가...OTL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8 20:20
Sanai님// 엇!! 그러십니까? 이런 동지를 만나뵙게 될줄이야!! :)
Commented by Epik high 메가랍토르 at 2009/08/28 20:34
전 고기,채소 다 잘먹는..
그러고 보니 초기의 우제류가 동남아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우제류의 기원이
동남아시아 인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9 00:21
메가랍토르님// 여러 책을 뒤적여봤는데, 명확한 것은 나오지 않더군요. 원시적인 녀석이 아시아쪽에도 나오지만 유럽쪽에도 나온다고 압니다. 그리고 실제 기원 자체가 기제류와 차이가 나지 않으니 비슷할 듯합니다.
Commented by 고르헥스 at 2009/08/28 23:18
코뿔소는 멸종위기고 맥도 비슷하다 하니 곧 말세가 오겠군요.
.....그 전에 말도 멸종하면 소세가 오나요 돈세가 오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9 00:21
고르헥스님// :)
Commented by 카놀리니 at 2009/08/28 23:21
갑자기 Brontotheriidae나 Chalicotheriidae에 관한 포스팅을 하고싶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8/29 00:22
카놀리니님// 기대해볼게요. :)
Commented by 온한승 at 2009/08/30 15:33
개량이 많이 된 아랍마나 유럽마들이야 먹이를 가리지 제주조랑말이나 몽고마들은 아무 풀이나 잘 먹는걸로 압니다. 참고로 야생마보다는 야생나귀가 개체수가 훨씬 적다네요.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