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인류 -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책

올 것이 왔구나!!
다현이에게 질문을 받은 후 'Why? 인류'를 읽었습니다. 만화라서 금세 읽었는데, 흠... 정말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더군요. 책 전체적으로는 진화적인 쪽의 이야기를 하는데 결론은 창조와 진화 모두 맞다라는 당황스런 결론... 일단 머릿말부터 심상치 않더군요.

과연 인류는 신에 의해 창조된 걸까요, 아니면 사로 다르게 진화한 걸까요? 창조와 진화, 인류의 탄생에 대한 논쟁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거듭되는 연구와 이론을 증거하는 화석이 발견되면서 진화론이 힘을 얻는 만큼, 창조론도 새로운 이론을 더하면서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만화에 나오는 - Why? 시리즈의 주인공은 꼼지와 엄지가 고정입니다. - 꼼지와 엄지에 대한 소개를 보면...

꼼지 - 호기심 많고 엉뚱한 개구쟁이. 엄지를 사이에 두고 얼뚱이와 토닥거리지만 인류 기원 탐사를 통해 정이 든다.
엄지 - 꼼지의 절친한 친구로 똑똑하고 너그럽지만 창조론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 만큼 믿음이 강하다.

흠... '창조론만은 절대 양보하지 않을 만큼 믿음이 강하다.'라는 표현... ㅠ.ㅠ 사실 이 만화 내내 엄지의 캐릭터는 시종일관입니다. 흑... 예를 들면 꼼지의 외삼촌이 우리나라 마고 여신 신화를 얘기하자 꼼지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엄지 - 그래도 신화랑 성경을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꼼지 - 신화는 어느 민족이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나타내려고 꾸민 얘기야. 성경도 비슷하다고!
엄지 - 아냐! 성경은 모두 사실이고 진리야.

그런데 소위 인류학자라는 외삼촌도 어정쩡한 캐릭터입니다. 이 두 사람 대화에 끼어들어 한다는 소리가...

신화를 무조건 지어낸 얘기라고 무시하는 건 잘못이야. (꼼지 두둔)
또 성경의 창조론을 다른 신화와 비교하는 것도 곤란해. (엄지 두둔)

게다가 인류학자란 사람이 한다는 소리가 다른 생명과 관련한 주장을 얘기하면서 창조주의 외에 범종설로 얘기를 이끌다가 갑작스레 두둥... 지적설계론이란 것은 등장시킵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길 합니다.

신이 세상 만물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직접 만들었다는 창조론과 누군가 생명체의 진화까지 미리 계획했다는 지적 설계론은 약간 달라.

지적설계론이야 낡은 턱시도를 걸친 창조주의란 말까지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이런 얘기도 합니다.

이렇듯 생명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이 나왔지만, 창조론과 진화론만큼 설득력을 갖지는 못하지.

헉... 그렇습니까? 아이들, 특히 초등학생들이 읽는 책인데 '창조론은 설득력 있는 주장'이란 뉘앙스로 설명하고 있답니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걱정되었던 부분입니다. 그렇게 인류 기원에 대한 얘기가 나오다가 마지막에 황당한 결론이 등장합니다.

꼼지 - 난 막연히 진화론을 믿으면서 원숭이가 인간의 조상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건 오해였지. 그리고 탐사를 하면서 두 가설이 부분적으로 옳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선 현생 인류를 포함해서 모든 생명체가 진화를 해 왔다는 이론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창조론에 무조건 반대하지도 않아.

얼뚱이 - 그럼 인류는 인류대로, 원숭이는 원숭이대로 어떤 존재에 의해 창조되어 진화했다는 뜻?

꼼지 - 그렇지!

휴... 이 황당한 결론... 이거 글쓴이의 자기 생각을 맘대로 써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정말 글을 쓴 이광웅이란 분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따름입니다. 물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양반께서 화석편도 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경수라고 하는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께서 감수하셨다고 나오는데, 정말 감수하신 것인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냥 이름만 올려 놓은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고요.

다현이가 저 책을 읽고 책 내용 그대로를 받아들일까 두려울 따름입니다. 이젠 읽었으니 다현이와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아직 진화니 창조니 하는 것을 잘 모르는데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그리 권하고 싶지 않은 책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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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깔 | 2009/09/15 00:06 | creatio problematica | 트랙백 | 덧글(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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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9/15 00:08
글을 쓰신 분이 과학법칙을 무시할 만큼 아주 독실한 신자거나, 교회에 욕 안 받고 교회 다니는 분들께 팔아먹으려고 XXX을 X는 글을 썼거나 둘 중 하나인 듯 합니다-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51
슈타인호프님// 아아아... ㅠ.ㅠ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9/15 00:08
Why?시리즈가 저연령층 아동 대상으로 괜찮은 서적이라는 이야기를 몇번 들었는데, 이걸 보니 그냥 정신이 아스트랄계로 날아가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50
byontae님// Why? 기생충이 나와야 하는데 말입니다. :) 아~ Why? 미생물은 나왔을 겁니다. 다현이가 있는지는 확인해봐야겠군요.
Commented by 반쪽사서-엔세스 at 2009/09/15 00:08
......이 책이 과학적인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9
반쪽사서-엔세스님// 괜찮은 것도 있어요.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9/15 00:11
할 수 없습니다. 꼬깔님이 직접 가르치셔야. 도서관에 좋은 책 많으니까 그림 위주로 된 책을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십시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9
asianote님// 에구... 정말... ㅠ.ㅠ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9/15 00:13
..미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 듭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8
Allenait님// 흑...
Commented by Niveus at 2009/09/15 00:20
안되겠어 이거 빨리 어떻게 하지 않으면...
...딱 이 기분이로군요(...;;;)
어릴때 보는 책의 영향이 얼마나 깊게 박히는지 몸으로 체험한지라(...)
-네 어릴때 무진장 즐겨보던 역사학습만화에 환국얘기가 아~주 자세히 나와있었습니다 OTL
-물론 국딩때 사실을 깨닳았지만말이죠 ㅠ.ㅠ
아무튼간에 꼬깔님의 자세하고 친근한 진화 강습시간을 가지셨겠군요.
나중에 정리해서 올려주셔서 많은 후학(..)들의 귀감이 되시길 바랍니다. (...일거리 던지지마!?)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7
Niveus님// 휴...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Why 역사 시리즈도 나온 것으로 압니다. ㅠ.ㅠ
Commented by 궁상각치우 at 2009/09/15 00:21
결국 지적설계론으로 결론을 내버리네요? ㄷㄷㄷ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6
궁상각치우님// 흑... 그런 셈이지요.
Commented by 부전나비 at 2009/09/15 00:24
안되겠어 이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이 정말 어울리네요-ㅅ-;;;
하지만 웬지 포스팅거리가 생긴듯한 좋은 예감?(...)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6
부전나비님// ㅠ.ㅠ
Commented by hotdol at 2009/09/15 00:25
창조론에 새로운 이론을 더할 게 있나요? 그래도 그쪽도 나름대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건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6
hotdol님// ㅠ.ㅠ
Commented by 행1 at 2009/09/15 00:45
이거 사촌집에 있어서 대충 보니 UFO관련 음모론에 관한 책도 하나 있던데 또 다른 골 때리는 권이 있었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6
행1님// 아... 그 UFO도 있습니다. 아... 이 것 역시 미스터리 신봉자의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에 불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9/09/15 00:48
안되겠어 이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X2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5
나인테일님// ㅠ.ㅠ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9/15 00:50
위험한 줄다리기라기보단, 새로운 억지이론을 창조-_-;;해 버렸군요.
교회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이 비슷한 걸 물어보면 저는 최대한 순화시켜서 '신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고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해 줍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5
Bloodstone님// 에휴... 그러게요...
Commented by 데지코 at 2009/09/15 00:54
죄송합니다. 욕좀 쓰겠습니다.
완전히 ㅆㅂ 같은 책이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5
데지코님// ㅠ.ㅠ
Commented by 마노 at 2009/09/15 01:28
사실 why시리즈 자체는 굉장히 훌륭한 책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과학에 대한 기초가 부족한 일반인이 보아도 될 정도로 말이죠.

제 생각에는 어떻게든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창조론을 빼면 난리날거 같으니 넣은 거겠죠. 그렇다고 창조론이 틀리다는 느낌이 들면 더 큰 반발이 올테니, 어쩔 수 없이 그런 결론을 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쓴이가 힘이 어디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이렇게 하면 안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바꿔라 했겠죠.(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분명 그럴거라고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5
마노님// 그런 면이 있어요. 저도 20권 이상의 책이 있는데, 내용이 알차고 좋은 것은 상당히 좋고 그렇지 못한 것은 저렇네요... ㅠ.ㅠ 말씀처럼 출판사가 손을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Resi at 2009/09/15 02:17
헐, 이 시리즈 우수선정도서 시리즈로 꼽히지 않았었나요..? 저것들만 보면 저건 위험한 줄다리기 이상인 것 같은데요;; 애들 캐릭터야 배우는 입장의 아이들을 상징하는 캐릭터려니 해도 삼촌 캐릭터가 "또 성경의 창조론을 다른 신화와 비교하는 것도 곤란해"라는 건 흠좀..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4
Resi님// 괜찮은 것은 참 괜찮은데 이 책은 아닌 듯싶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아케르나르 at 2009/09/15 06:45
내용으로 봐선 진화론과 창조론 양쪽을 지지하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청조론에 무게추를 두고 있네요...

이건 과학책이 아닙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4
아케르나르님// ㅠ.ㅠ
Commented by daewonyoon at 2009/09/15 08:31
저자 약력이 어떻게 되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4
daewonyoon님// Why? 시리즈에서 흔히 보이는 분인데 소설가인 듯합니다.

이광웅서울에서 태어나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아 문단에 나온 후, <불춤> <늪새> <야망> 등 1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였으며, <대조영과 발해> 등 수십 편의 어린이 위인전기, 어린이 역사소설, 어린이 고전소설, 창작동화 들을 발표하였습니다.
Commented by .... at 2009/09/15 09:24
예림당 사장이 기독교인이라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2
....님// 그렇습니까? ㅠ.ㅠ
Commented by 漁夫 at 2009/09/15 09:35
아마 집에 있을 텐데 뒤져 봐야 하겠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42
어부님// 한 번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Commented by 루디안 at 2009/09/15 09:48
딸넴이 보기 전에 빨리 분리수거해야겠습니다. '인류'편은 아직 안 본 것 같으니까요...
새삼스레 느끼는 게, 아이들 책도 꼭 부모가 읽어봐야겠군요... 와이 시리즈는 괜찮겠거니 했는데(3-4권 봤습니다.) 전권 독파해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09:53
루디안님// 아무래도 따님이 보기 전에 미리미리 내용을 살펴보실 필요가 있을 듯싶습니다. 저도 요즘 Why? 시리즈를 다시 확인 중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카나코 at 2009/09/15 10:07
위험한 줄다리기가 아니라 그냥 망한 책이네요(...)
애들 보는 책에 저딴 짓거리를 해놓는 게 가장 몹쓸 짓입니다.
예림당 어렸을때부터 애용하던 출판사건만 못쓰겠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0:53
카나코님// 흑...
Commented by 玉蔚亞育護 at 2009/09/15 10:48
혹시 미래에서 온 원숭이도 나오나요? 그렇다면 꼬깔님이 써놓으신 내용을 보니 저도 읽었던 책같네요. 저도 처음에 읽을때 인류진화에 관한 이야기인데 창조이야기는 왜 집어넣나?하고 의아해했었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0:53
玉蔚亞育護님// 나옵니다. :) 아이큐 200짜리 원숭이인 얼뚱이... ㅋㅋ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9/15 11:29
결론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추론과정이 엉터리네요. 전혀 논증적이지 않고 얼버무리는 태도는 과학책이 아니죠. 게다가 인간은 아직도 유인원의 일종이라는 나의 주장은 전혀 소개하지도 않코 말이야.....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8
새벽안개님// 그렇지요. 에휴...
Commented by FREEBird at 2009/09/15 12:13
양쪽에서 욕 먹기 싫어서 얼버무린 것 같지만, 그럼으로서 책 내용 자체를 잡탕으로 만들어 버린 것 같군요.
불쏘시개로 불리는 책은 판타지 소설만으로도 충분하건만 왜 이리 늘어날려고 하는건지..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8
FREEBird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말 에구...
Commented by 실피드 at 2009/09/15 13:53
애들한테 책 읽히기 무섭군요... ㅠㅠ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사전검열'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집니....
(애들한테 읽히기 전에 검열이라는 ^^)

아는 분이 우리나라 토론에서 양비론이나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식이 자주 나오는 걸 보고 한 얘기가..
'"쟤도 옳고 너도 옳다"는 태도가 도덕책에 실리는 나라잖아?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9
실피드님// 정말 애들에게는 읽히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ㅠ.ㅠ
Commented at 2009/09/15 21: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구이 at 2009/09/15 21:58
책 표지 안의 저자 약력을 확인해야 합니다...없다면....답이 없군요...
Commented by 秦越人 at 2009/09/16 03:59
새로나온 판타지만화책인가요?
재밌어 보입니다....
잘때 목침대신 베개로 삼기에도 괜찮을듯하군요.
겨울엔 불쏘시개로...

개인적으로 3류만화책을 돈주고 사는 것보다 아까울것 같습니다.
3류만화책은 그나마 지가 흥미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솔직히 말이라도 하죠.
이건 학습만화라고 썡구라를 치면서,
거꾸로 뉴런에다 100만볼트를 쌔려주시네요...

내가 이래서 FSM을 못끊습니다. -ㅅㅡ;;
빌어X을 창조론....
Commented by Darwinist at 2009/09/18 10:46
전경수 교수님은 생물인류학 전공이 아니니, 창조론이 설득력 있다고 쓴 문장도 별로 문제 없다고 넘어간 것 같습니다. 뭐 인류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인류학이 왜 과학이어야 하냐고 생각하기도 하는 실정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죠. 저 WHY 시리즈가 베스트셀러라고 들었는데 기가 막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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