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와 문어 다리의 진화

오징어 다리는 몇 개일까?

오징어 다리와 관련해 가볍게 쓴 글이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오징어는 8개의 다리와 2개의 촉완이 있으며, 촉완은 나머지 다리와 전혀 다른 기능을 하니 관점에 따라 오징어 다리는 8개라고 할 수 있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징어 다리와 문어 다리의 진화와 관련해 간단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두족류의 계통과 관련해서는 차후에 글을 쓸 생각입니다. 여기서는 오징어와 문어가 포함되는 초형류(초형아강 : Subclass Coleoidea)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기본적으로 초형류는 다시 화석종인 벨렘노이드(Belemnoidea)와 현생종인 네오콜레오이드(Neocoleoidea)로 분기됩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공유형질을 지닙니다.

1. 패각(껍질)이 내부에 존재하거나 퇴화됨
2. 외투막을 이용해 제트 추진 방식으로 수영하거나 호흡
3. 흡반이나 갈고리가 달린 10개의 다리(arms)
4. 머리에 지느러미 존재 (일부는 퇴화)
5. 색소포(chromatopore)를 이용해 위장이 가능
6. 먹물 주머니
7. 렌즈형 눈 (앵무조개는 바늘구멍 눈)

물론 이 중 일부는 멸종한 벨렘노이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볼 것은 바로 3번입니다. 즉, 이들의 기본 체제는 10개의 다리(arms)라는 겁니다. 또한, 이들 다리는 등쪽에서 배쪽으로 번호를 매깁니다. 즉, 5쌍의 다리가 있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가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 오징어의 배쪽 모습
(출처 : http://cas.bellarmine.edu/tietjen/images/Image32.gif)

벨렘노이드는 기본적으로 같은 길이의 다리가 10개 있었고, 이들은 일반적으로 흡반이 아닌 갈고리가 붙은 다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Solenhofen에서 보존된 벨렌나이트인 Acanthoteuthis로부터 확인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과 분기된 neocoleoid는 일부 다리를 특화시켰습니다. 그 중 한 그룹이 바로 Decapodiformes에 해당하는 - 오징어와 갑오징어가 포함되는 - 부류이며, 다른 쪽은 Octopodiformes - 문어, 낙지, 흡혈오징어 - 입니다. 이 중 Decapodiformes는 네 번째 다리를 촉완(tentacle)로 진화시켰습니다. 이는 오징어의 대표적인 특징 - 물론 일부 오징어에서는 촉완이 성장하면서 사라지는 부류도 있지만 - 입니다.

반면 Octopodiformes는 두 번째 다리가 특화되거나 퇴화되었습니다. 흡혈오징어류(Vampyromorpha)는 두 번째 다리가 특화되어 가느다란 형태가 되었고, 이는 먹이를 사냥할 때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반면 문어와 낙지는 두 번째 다리가 퇴화되어 8개의 다리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흡반도 오징어와 문어가 좀 다른데 Decapodiformes는 일반적으로 갈고리가 달린 형태이며, Octopodiformes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또한, 수컷은 다리를 정자낭을 암컷의 외투막에 전달하는 생식기 역할도 하는데, 이를 생식완(hectocotylus)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오징어의 생식완은 왼쪽 5번 다리(촉완이 4번)이며, 문어는 오른쪽 4번 다리(즉, 세 번째 다리 - 2번 다리가 퇴화되었으므로)입니다.(玉蔚亞育護님! 맞네요. ^^) 결국 오징어는 왼손잡이, 문어는 오른손잡이(야...)

다시 오징어 다리 개수 문제로 돌아가서 촉완은 腕이 팔을 뜻하니 팔이기에 다리는 8개다라고 한다면... 문어는 팔이 8개가 됩니다. 흔히 문어와 낙지를 팔완목이라 부르니까요. ㅠ.ㅠ 또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문어는 8개 다리 중 2개만 걷는데 쓰고 6개는 손처럼 쓴다는데 그렇다면 이 것도 구분해야 하는걸까요? ㅠ.ㅠ 그리고 오징어 수놈은 팔 2개, 생식기 1개, 그리고 다리 7개가 되는걸까요?

어쨌든, 일반적으로 오징어의 부속지(limb)가 10개, 문어나 낙지가 8개이므로 통상적인 의미로는 오징어는 다리가 10개, 문어와 낙지는 8개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겠습니까?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좀 길어졌습니다. ㅠ.ㅠ

by 꼬깔 | 2009/09/15 14:02 | SCIENTIA | 트랙백(1) | 덧글(29)

트랙백 주소 : http://conodont.egloos.com/tb/243825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Parasitic Re.. at 2009/09/16 01:05

제목 : 문어도 손과 발이 있을까?
오징어와 문어 다리의 진화 문어의 다리(혹은 손?) 같은 경우에는 근육을 지지해줄 골격 구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다양한 움직임과 기능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몇년 전인가 한국에서도 신문지상에 잠시 소개되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러한 연구들 중 우리의 흥미를 가장 자극하는 것은 아마도 '문어도 손과 발이 있을까?'하는 질문일 것이다. 사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오른쪽인지 ......more

Commented by 대도서관 at 2009/09/15 14:05
진화란 여러 사람 참 헷갈리게 합니다 ㅇ<-<
오징어같은 연체동물도 화석이 남는군요...흠좀무-_-;;
(랄까, 피카..뭐 어쩌구도 화석이 있다지요-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3
대도서관님// 하하하 :)
Commented by 회색사과 at 2009/09/15 14:30
음 오징어나 문어 다리 먹다보면

오징어 흡반은 자꾸 입에 걸리는데 문어 흡반은 그냥 씹어지는게

느낌차이가 아니었군요! 정말 갈고리가 있어서 딱딱한거였나봅니다 (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3
회색사과님// 아하~ 그러셨습니까? :)
Commented by 원래부터 at 2009/09/15 14:34
언제나 신비한 진화의 세계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3
원래부터님// :)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9/09/15 15:09
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정말 어렵고도 신기한 분야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3
늑대별님// 별 말씀을요~ :)
Commented by Bloodstone at 2009/09/15 15:29
아하, 다리 여덟 개인 쪽이 derived character였군요. 형질을 획득하는 것보다는 상실하는 현상이 더 쉽게 일어난다는 설명을 들어서 분명히 알고 있는데, 정말 자주 헷갈립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4
Bloodstone님// 그런 셈입니다. :)
Commented by 반쪽사서-엔세스 at 2009/09/15 16:38
오징어랑 문어 입장에서보면 자기네들 다리가지고 왜 싸우는지 이해 못할 짓이지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4
반쪽사서-엔세스님// ㅋㅋㅋ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9/15 17:05
재미있는 이야기 입니다. 뭔가 homeobox 유전자 관련된 이야기 같은데.... 요즘 살펴볼 겨를이 없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4
새벽안개님//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8개 다리가 있는 오징어도 있고, 게다가 발생 과정에서의 유전자 문제라고는 하지만 다리 6개 짜리 문어도 등장한 것 아니겠습니까? :)
Commented by 아즈모 at 2009/09/15 17:12
거시기![...]로 손 쓰듯 사용하면 안되지요!
그래서 오징어는 오른손 잡이 문어는 왼손 잡이 [...]

진화란 참으로 재밌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4
아즈모님// ㅋㅋㅋ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9/15 17:14
사실은 같은 공통조상의 생물이었군요. 전 예전에는 다른 줄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5 18:05
Allenait님// 그럼요~ 암모나이트와도 공통조상을 지니는 녀석입니다. :)
Commented by Leia-Heron at 2009/09/15 21:20
오징어 회 먹는데 빨판이 깨물더라고요.....ㄷㄷ;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7 00:33
Leia-Heron님// ㅋㅋㅋ
Commented by 은수저군 at 2009/09/15 22:17
음, 오징어와 문어다리 중에 거시기한게 있었군요.
앞으로 마른 오징어의 왼쪽 5번다리는 안 먹을지도 모르겠네요.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7 00:33
은수저군님// 하하하
Commented by 漁夫 at 2009/09/15 22:33
저야 뭐 오징어/문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들의 눈은 정말 흥미롭죠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7 00:34
어부님// ㅋㅋㅋ 맞습니다. 정말 놀랍고 흥미로운 눈이지요.
Commented by 玉蔚亞育護 at 2009/09/15 23:10
역시 문어의 세번째 다리는 생식기였군요. 잘 읽었습니다. 근데 문어만 설명해주고 사람의 세번째 다리는(퍽퍽X);;;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7 00:34
玉蔚亞育護님// ㅋㅋㅋ
Commented by infiniti at 2009/09/17 11:34
잘 읽었습니다. 그냥 별 생각없이 드린 (댓글 겸) 질문이었는데, 포스팅을 재미있게 하셨네요.
역시 괴수 블로거분들은 다른가 봅니다. ^^
그러나 저러나 연체동물도 화석이 남는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오늘도 새로운 사실을 하나 익히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18 01:43
infiniti님/// 어머머~ 별 말씀을요. :) 드물지만 그렇게 남는 경우도 있는가 봅니다. 좋은꿈 꾸세요!
Commented by Epik high 메가랍토르 at 2009/09/22 02:19
흥미로운건 이들의 지능...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