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드립 3단 콤보

저녁에 강의가 있어 4시 쯤 지하철 7호선을 탔습니다. 마침 자리가 있어 앉아 프린트를 좀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분 쯤 지났을까? 옆에 계신 어르신께서 말을 거십니다.

어르신 : 뭘 재밌게 보고 있습니까?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꼬깔 : 아 좀 볼 게 있어서요. 제가 좀 급하게 봐야하는 겁니다.
어르신 : 요즘 애들 배우는 수준이 어떤가 궁금해서 그럽니다.
꼬깔 : 제가 좀 급하게 읽어야 하는데...
어르신 : 저도 대학 나온 사람입니다.
꼬깔 : 그럼 한 장만 보세요.
어르신 : (돋보기를 꺼내 쓰신 후 뭔가 열심히 살핀 후) 수준이 아주 낮군요.
꼬깔 :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어르신 : 한자가 하나도 없고 모두 한글이네요.
꼬깔 : 그게 무슨 상관이 있지요?
어르신 : 용어들을 한자로 쓰면 바로 뜻을 알 수 있는데...
꼬깔 : (뭔가 이상하다)
어르신 : 그러니 요즘 애들 배우는 수준이 아주 형편 없어.
꼬깔 : 한자와 수준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어르신 :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는 한자를 써야 하는데 우리만 쓰지 않으니 떨어지는 거지요.
꼬깔 : (점점 청국장 생각이 났습니다.) 한자 쓰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어르신 : 한자를 보면 척 이해가 되는데, 한자를 모르니 외우는 거 아닙니까?
꼬깔 : 전 그냥 읽고 있었습니다.
어르신 : 한자를 모르니 외우고 앉아 있지.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똑같아.


이후 몇 차례 더 대화가 오갔는데, 결국 청국장으로 수렴하더라고요. 결론은 한자를 배우지 않으니 수준이 떨어진다는 식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던 프린트는 '물과 수소결합, 그리고 생명현상' 관련 지문이었습니다. 도대체 한자와 무슨... 그리고 단순히 한자가 없다는 것으로 '수준이 낮다'고 단정 짓는 모습을 보면서 한 숨만 나오더라고요. 결국 프린트 읽기를 포기하고 무시하기 신공을 발휘해 눈을 감았습니다. 옆에서 계속 궁시렁궁시렁... ㅠ.ㅠ 그리고 내리시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십니다.

한자를 배우세요. 그러면 모든 것이 이해됩니다.

그렇게 멍한 상태로 어르신을 보낸 후 '혹시 저 분이 청국장 아닐까?'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서서히 다가오는 아줌마 목소리...

주님을 영접하시어 천국에 가시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성경책(헉)을 든 아줌마가 열심히 주님을 믿으라 설교하십니다. ㅠ.ㅠ 잠깐 사이에 정말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두산은 조정훈에게 설교를 듣고 말았던 겁니다. ㅠ.ㅠ

정말 그 어르신은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인지라 언성을 높여 얘기할 수도 없었기에 그냥 저분 아들이 아닌 것에 감사하는 마음 뿐이었다는... 그러게 지하철 타면서 Frey님께 얻은 Anchiornis 논문이 읽고 싶더라니까요. 그 논문도 한자가 한 개도 없거든요. 영어 논문이니까요. ㅠ.ㅠ

by 꼬깔 | 2009/09/29 23:49 | RES PROBLEMATICA | 트랙백 | 핑백(3) | 덧글(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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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ref="http://conodont.egloos.com/2447586" target="_blank">설교 드립 3단 콤보</a>예전에도 조갑제라는 노인네께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고 알고 있다. 노인네들이 특히나 이런 사고방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무작정 노인네가 말이 안통한다고 하기 이전에 왜 노인네들은 이런 헛소리를 지껄이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고찰해야 할 것이다.노인네들의 입에서 이런 헛소리가 계속 나오는 것은 크게 세가지로 나 ... more

Linked at ★ 별과 화석 : 왜 청국장은.. at 2009/10/09 09:49

... 학밸리에 올라오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청국장 냄새가... 어쩌면 주장하는 논리 - 논리랄 것도 없습니다. - 가 지하철에서 만났던 어르신 - 설교 드립 3단 콤보- 과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 논리대로라면 노벨상 타기 참 쉽겠지요 잉? 그런데 궁금한 것이 말입니다. 왜 한자도 많이 쓰시는데 노벨문학상은?? ... more

Linked at ★ Stella et Foss.. at 2009/10/22 23:55

... 예전에 지하철에서 만났던 그 분께서 보셨던 아주 수준 낮은 내용 - 설교 드립 3단 콤보 - 을 보여드립니다. 한자가 한 개도 없는 아주 수준 낮은 그런 하찮은 내용이지요. 그래도 영어 알파벳이 몇 개 있었는데 무시 당한 듯싶습니다. ㅠ.ㅠ 뭐 청국장님이 ... more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9/29 23:53
저도 한문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만 한자를 배우면 모든 것을 이해한다니......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8
asianote님// 한자를 많이 배우면 좋죠. 당연히 저도 아이들에게 그렇게 얘기하고요. 그럼에도 한자가 모든 것은 아니란 점입니다.
Commented at 2009/09/29 23: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7
비공개님// 흑...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9/09/29 23:56
아하하...마지막 "Frey님께 얻은 Anchiornis 논문이 읽고 싶더라니까요. 그 논문도 한자가 한 개도 없거든요. 영어 논문이니까요. ㅠ.ㅠ"에서 그만...ㅋㅋ 아마 저 어르신이라면 그 것도 한자가 없어서..중얼중얼 하실거라는 데 한표 드립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7
늑대별님// 흑... 정말 어젠 짜증이 많이 났답니다. ㅠ.ㅠ 사실 요즘 책에도 한자를 병기한 것이 드문 데 어쩌겠습니까? ㅠ.ㅠ 저 어르신께서는 병용이 아닌 전용을 바라는 듯했습니다.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9/09/29 23:58
하지만 한자만 쓰는 중국의 인권 수준은 어째서..(.....)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6
나인테일님// 헉...
Commented by Niveus at 2009/09/30 10:30
그건 정통한자가 아니라 사이비 유사 한자라 우기실겁니다(...아놔)
Commented by The Nerd at 2009/09/30 00:02
어디 100년이나 200년쯤 전에서 오신 분인가 보군요. ㅎㅎㅎ
한자로 된 책 중에 좋은 과학책이 있으면 한자 외울텐데 그런 책 없잖아. 한자는 안될거야 아마.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6
Lee님// ㅠ.ㅠ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9/09/30 00:11
다음부터는 영어 논문을 가지고 다니세요. ㅋㅋ

한자가 없어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니..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5
organizer™님// 그러니까 고민했다니까요. :) 흑...
Commented by pink at 2009/09/30 00:12
고루한 분이군요. 저런 분들이 은근히 많긴 한데 굳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까지 저렇게 간섭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한자만 알고 한글은 모르는 분이라면 반전이었을텐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5
pink님// 하하하
Commented by Esperos at 2009/09/30 00:22
별 희한한 트집이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5
Esperos님// 그러니까요.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9/30 00:24
...트집 잡을게 저리도 없나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5
Allenait님// ㅠ.ㅠ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9/09/30 00:31
정말 병X 쩌는군요. 저였으면 아마 일부러 폭발했을 겁니다. ^^;

NOT DiGITAL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4
NOT_DiGITAL님// 많이 짜증났더랬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9/30 00:53
그저 어이가...-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4
슈타인호프님// ㅠ.ㅠ
Commented by 궁상각치우 at 2009/09/30 00:59
음..한문학회쪽에서는 항상 국어교과서 개정할때마다 한자전용으로 해야한다고 공문을 발신합니다. 교수님께서 쓰게 웃으시면서 뒷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참 저도 입에서 쓴맛이 나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4
궁상각치우님// ㅠ.ㅠ
Commented by 실피드 at 2009/09/30 01:10
음.. 영어 논문을 갖고 다니면서 읽으면 예방이 되는거군요! 익스큐즈미~ 아캔스픽코리안~

내용상의 수준과 언어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를 못하시는 분 같아요. =_=
그 분이 생각하는 언어 수준의 등급을 매겨보면 어떤 순서로 나올지..
한자 (중국어? 일어? 대만?) > 영어 > 유럽어 > 한글 (?)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4
실피드님// 하하하 :) 문제는 말씀처럼 내용상의 수준과 한자의 포함 여부를 연관 지었다는 겁니다. ㅠ.ㅠ
Commented by 후훗 at 2009/09/30 01:45
한자를 좀 알면 공부하기 좋은 건 사실이죠...
상당수의 용어들이 한자어니...공부에 관심이 있다면야 어떻게든 이해하니 상관없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과학교과서는 대충 짐작조차 안 가는 단어 집합으로 보이는 게 아닌가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가뜩이나 재미 없는데 쏼라쏼라하는 주문처럼 들리는 단어 듣다보면
더 재미 없겠죠. '실무율' 쯤 되면...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3
후훗님// 그건 어찌보면 당연하지요. 기본적으로 용어가 한자어니까요. 문제는 한자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식의 뉘앙스였던 것 같습니다. ㅠ.ㅠ 실무율은 반대로 영어식 용어를 그대로 풀어 번역한 경우도 봤는데요 뭐... ㅠ.ㅠ
Commented by byontae at 2009/09/30 02:05
숫제 영단어를 직역한 단어들이 페이지의 2/3를 채우고 있는 대학 생화학 교재 같은걸 보면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해지지도 않네요 :D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05:43
byontae님// ㅠ.ㅠ 그러게나요...
Commented by 少雪緣 at 2009/09/30 08:14
모판사의 명판결(A4지 4장짜리 한문장)에도 한자는 없었던걸로 기억합니다만-_-;;;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0
少雪緣님// 하하하 :)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9/09/30 08:33
갑제옹이나 이글루의 모 소설가가 생각나는 일화네요.
이상하게 '한자를 알고 있음=지식인=애국자' 라는 이상한 관념을 가지신 분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0
아브공군님// 그러니까요. 청국장님의 진한 체취가 느껴졌답니다.
Commented by dARTH jADE at 2009/09/30 08:45
중학교 때 한문선생님이 하시던 말씀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1
dARTH jADE님// 혹시 그 선생님 아니셨던 걸까요? :)
Commented by BigTrain at 2009/09/30 08:46
어르신 참 오지랖도 넓네요. 나름 대학까지 나왔는데, 무슨 내용인지 못알아보니 괜히 트집잡은게 아니려나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1
BigTrain님// 하하하 :)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9/30 08:50
전 설교라니까 처음에 기독교 관련 분인줄...(...)

어쨌든 이번 경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1
소시민님// 그러니까요.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9/30 08:52
그러니까 영어논문이 최고의 실드...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1
위장효과님// 그런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勇者皇帝東方不敗 at 2009/09/30 09:14
한문을 어느정도 알긴해야겠지만 책에 한자 없다고 수준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그건 좀.....;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2
勇者皇帝東方不敗님// 그러니까 말입니다. 저 역시 분명히 한문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건 좀 심했답니다. ㅠ.ㅠ
Commented by ranigud at 2009/09/30 09:18
전 반대로 지하철에서 노란머리 미국인에게 '여긴 한국이야! 한국말로 해!' 라고 윽박지르는 아저씨를 봤다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2
ranigud님// 헉... 그랬습니까? ㅠ.ㅠ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9/30 09:26
ㅡㅡ;;;;;; 정줄이 가출하는듯한 기분이셨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2
이네스님// ㅠ.ㅠ
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9/09/30 09:27
읽어보고 아는 척은 하고 싶었는데~
내용에 아는게 없을 뿐이고~
트집잡을 거리는 한글 뿐이었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2
엘레시엘님// :)
Commented by Niveus at 2009/09/30 10:32
자 이제 저처럼 원서만 들고 다니시는겁니다. (어이!?)
Commented by 꼬깔 at 2009/09/30 21:13
Niveus님// 그래야겠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구이 at 2009/09/30 22:00
그럼 왜 국내 신문은 그 많던 한자를 다 없애버렸을까요~?신문사의 수준이 떨어져서 인가요...?
암튼 수고하셨습니다...ㅠㅠ;;
Commented by 온한승 at 2009/09/30 22:47
엣날 사대부들이 하던 생각을 하시는군요....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10/01 09:44
그럴땐 얼른 영어로된 논문을 꺼내면서 유머로 응답하셔야죠. "이건 한자가 하나도 없어서 도저히 이해할수 없군!"
Commented at 2009/10/01 11: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마노 at 2009/10/01 12:40
얼마전까지 이곳에서 노시던 분이 생각나네요. 한자 안써서 우리가 노벨상을 못탄다나 어쩌나 하셨던 분. 과학밸리에서 노시다가 쫒겨나셔서 현재는 도서 밸리에 간간히 출현하고 있으시더군요. 여전히 한자 안쓰는 것은 매국노라는 주장을 하더군요.
Commented by akpil at 2009/10/01 15:21
중국 양자역학 교재 있는데 .. 그분께 드려볼까요 ?
일본 양자역학 책도 있는데 ...

어려서부터 맞아가며 한자를 배웠기에 어지간한 한자는 읽고 쓰는데 지장은 없습니다만 ...
중국에서 나온 양자역학 교재 읽는데, '한자'를 알아보는 것 외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더군요. 처라리 순수 한글로 된 송희성 양자역학책은 도움이 잘 되던데 ...

예전에 비슷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서 '간자체'로 되어 있는 책을 던져 줬더니 '공산당이 만든 글씨는 안 본다.' 라며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논어'를 쭉 긁어서 뿌려주고 해석해보라고 했더니 못 읽더군요. 한자공부는 아마도 천자문 겨우 외우고 무지하게 아는 체한다는 것에 올인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가로세로 at 2009/10/05 10:51
akpil님 결론에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ENCZEL at 2009/10/09 11:10
이상한 어르신(?) 만나셔서 고생하셨습니다.

날씨가 추워져 옵니다. 소외된 우리의 이웃(이라고 하기엔 좀 민폐스럽지만 아무튼)들에게 따뜻한 관심 1g씩을 보내야 할 듯 싶습니다.

재밌는 건, 저런 분들에게 영어드립치면 거의 100% 확률로 방패막이에 성공한다는 듯.
즉, 영어 --> 오오 수준높은 언어 오오 // 100% 한글 --> 질떨어져서 못 보겠네 ^^
이런 거라죠?

쓰고 나도 좀 뭔가가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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