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ceratops"야 네가 고생이 많구나

뿔이 두 개인 각룡의 학명 이야기 by 보름달님

본래 학명은 새로운 연구 결과에 의해 재명명되기도 하고 기존의 것에 합쳐지기도 합니다. 또한, 아직 자료가 부족한 이름 - 소위 의문명(nomia dubia) - 은 새로운 연구에 의해 nomen dubium이란 딱지를 떼기도 합니다. 또한, 명명한 이름이 이미 사용된 경우(preoccupied)도 상당수입니다. 특히, 동물을 명명할 때는 그렇습니다. 양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곤충이 있으니까요. "Diceratops hatcheri"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본래 1905년 Richard Swan Lull이 명명했던 이 녀석은 트리케라톱스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다소 작고 눈 위의 뿔(brow horns)은 잘 발달되었으니 코 위의 뿔(nasal horn)은 두드러지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Lull은 "두 개의 뿔을 가진 얼굴"이란 뜻으로 Diceratops로 명명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에 접어들어 문제가 생겼습니다. 1869년 이미 벌 중 하나가 Diceratops로 명명된 사실이 밝혀졌고(역시 곤충은 무서워 ㄷㄷㄷ) 2008년 Mateus는 새롭게 Diceratus로 재명명했습니다. (개명한 공룡들 - Diceratus, Microceratus)그렇게 별 문제 없는 듯했는데... 2009년 1월 영어권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Ukrainsky가 이미 2007년 디케라톱스를 Nedoceratops로 재명명했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선취권 우선의 원칙에 의해 이 공룡이 유효하다면 Nedoceratops hatcheri라 불러야 하며 Diceratus는 명명한지 1년만에 동물이명(junior synonym)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명명 센스로만 본다면 디케라투스가 깔끔하고 이전의 느낌을 이어받았지만 아무리 센스있게 명명해도 먼저 명명하고 발표하는 것이 장땡인지라 결국... 그렇다면 Nedoceratops는 어떤 뜻일까요?

사실 저도 궁금해서 검색해봤습니다. nedo-란 접두어가 익숙치 않았거든요. 그런데... nedo-란 접두어가 러시아어로 '불충분한'이란 뜻의 단어로부터 파생한 것이랍니다. 즉, '불충분한 트리케라톱스' 쯤 되겠습니다. 물론, 직역한다면 '불충분한 뿔을 가진 얼굴'이 되겠지만요. 만약 우리말로 명명한다면 "Mojaraniceratops hatcheri" (야...)

사실 여전히 네도케라톱스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어떤 학자들은 단지 덜 자란 트리케라톱스라 주장하고 어떤 학자들은 트리케라톱스의 신종이라 주장하며 또 어떤 학자들은 전혀 다른 각룡이라 - 즉, 네도케라톱스 - 주장합니다. 결국 얼마나 인용되냐 그리고 학자들의 검증을 받느냐에 따라 네도케라톱스의 운명은 결정되겠지요. :) 토로사우루스가 트리케라톱스의 다 자란 녀석이란 주장도 있으니 만약 이 녀석이 아성체쯤으로 판명된다면 네도케라톱스 역시 유효하지 않은 학명이 되는 겁니다. 아무튼, "Diceratops"는 참으로 복잡한 녀석입니다. :) 이 녀석의 일대기를 보니...

Nedoceratops hatcheri (Lull, 1905)
Diceratops hatcheri: Lull in Hatcher, 1905, p. 417.
Diceratops hatcheri: Lull, 1905, p. 420; Forster, 1996, p. 259; Dodson, 1996, p. 80; Dodson et al., 2004, p. 496.
Triceratops (Diceratops) hatcheri: Lull, 1933, p. 126.
Triceratops horridus: Dodson et Currie, 1990, p. 612.
Nedoceratops hatcheri: Ukrainsky, 2007, p. 292.
Diceratus hatcheri: Mateus, 2008, p. 423.


"Diceratops"야 네가 고생이 많구나...그래도 동물명명규약(ICZN)에서는 재명명해도 종명은 변하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식물명명규약(IBZN)에서는 종명까지 세트로 변하는데 말입니다.

Refs
1.
http://www.springerlink.com/content/k0u4421677v6t171/fulltext.pdf
2. http://www.thescelosaurus.com/ceratopsinae.htm

by 꼬깔 | 2009/11/03 11:19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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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릴르 at 2009/11/03 11:23
왜 뿔을 달질 못하니, 이렇게 뿔을 가져왔는데 왜 뿔을 달지 못하고 웅크려 있니, 모자라니세라톱스!(야!)

...남의 블로그에서 이게 참 뭣짓인가 싶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었;;;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04 00:18
시릴르님// ㅋㅋㅋ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1/03 11:34
..불충분한 트리케라톱스(...) 저런. 어째 불쌍한 학명이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04 00:18
Allenait님// 좀 그렇죠? :)
Commented by 보름달 at 2009/11/03 12:59
이제 정리가 되는 느낌입니다. 역시 일이 그렇게 된 것이군요.. 게다가 학명까지 러시아어 혼합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04 00:18
보름달님// 저도 요즘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되었습니다. :)
Commented by 구이 at 2009/11/03 21:30
오도 가도 못하는 디테라투스...아니....네도케라톱스...??
http://paper.sirini.net/?so=tag&st=%EA%B3%B5%EB%A3%A1+%EC%9D%B4%EC%95%BC%EA%B8%B0
이 블로그에 꼬깔님과 보름달님의 글이 링크되어 있던데, 그렇게 해도 된다고 허가하신 것잇가요..ㅇㅅㅇ??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04 00:19
구이님// RSS 구독하는가 보군요. 에휴..
Commented by 고르헥스 at 2009/11/03 23:29
.......불충분한......
트리케라톱스와 유사한데 코뿔이 없단 점은 그런면에서 적절해보이지만...

어쨌든 네도케라톱스야 너도 고생이 참 많구ㄴ.......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04 00:19
고르헥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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