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온혈 동물인가? (1)

레드윙에 올라온 질문 - 공룡은 온혈성인가?

며칠 전 레드윙에 공룡의 온혈성과 관련한 질문이 올라왔다는 포스팅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글을 쓰겠노라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 이제야 끼적이게 되었습니다. 질문 내용은 이랬습니다.
"공룡은 온혈 동물인가?"

이 질문은 지금까지도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되는 질문입니다. 또한, 증거를 발견하기도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단편적인 골격이 화석화되어 발견되기에 이를 바탕으로 당시 공룡의 생리적인 면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룡은 파충류이고 현생 파충류처럼 완벽한 냉혈 동물(cold-blooded animals)이다.
2. 공룡은 현생 조류나 포유류와 같은 생리 기능을 지닌 온혈 동물(warm-blooded animals)이다.
3. 공룡은 냉혈 동물도 온혈 동물도 아닌 현생 동물과는 다른 체온 체계를 지녔다.

20세기 초까지 대부분 학자는 1번을 지지했습니다. 즉, 공룡이 파충류이기에 당연히 도마뱀과 같은 냉혈 동물일 것이란 의견이었지요. 그러나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Russel(1965)이 공룡의 온혈성을 주장했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Bakker(1972, 1975, 1986)가 공룡의 온혈성을 지지하는 주장을 펼치며 여러 간접적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것은 다음에 다룰 생각입니다.) 그리고 현재 많은 학자는 이런 공룡 온혈성을 지지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Ricqlès(1974)이 냉혈성도 온혈성도 아닌 다른 체온 체계를 지닌 동물이라 주장했고, Regal과 Gans(1980)가 이를 널리 알렸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2번과 3번 주장의 대립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공룡의 온혈성 여부를 얘기하기 전 온혈성(warm-blooded)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말로 단순히 온혈성, 냉혈성이란 표현은 오해를 낳기 쉽습니다. 즉, 뱀이나 도마뱀, 개구리처럼 찬 피를 지닌 녀석은 냉혈성이며 곰이나 닭처럼 따뜻한 피를 지닌 녀석은 온혈성이라 정의하는 것은 그리 정확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엘리게이터 악어는 체온이 33~34℃에 이르기도 하며 심지어 사막 이구아나인 Dipsosaurus는 닭과 비슷한 수준인 40~42℃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공류(오리너구리, 가시두더지)와 늘보류의 체온은 28~30℃에 불과합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따뜻한 피와 차가운 피란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생리적인 면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1) 정온성(homoiothermy/homeothermy)과 변온성(poikilothermy)
2) 내온성(endothermy)과 외온성(ectothermy)
3) 빠른 대사(tachymetabolism)과 느린 대사(bradymetabolism)

아시다시피 1) 정온성과 변온성은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따른 분류입니다. 현생 동물 중 조류와 포유류는 일반적으로 정온성이며, 파충류와 양서류 등은 변온성입니다. 그리고 2) 내온성과 외온성은 주된 열의 근원이 어디인가에 따른 분류입니다. 물론 조류와 포유류는 내온성이며 파충류 양서류는 외온성입니다. 마지막으로 3) 은 말 그대로 물질대사 속도에 따른 분류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온혈성과 냉혈성을 정온성과 변온성의 동의어로 해석하곤 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온혈 동물은 피가 따뜻하냐의 문제가 아닌 정온성, 내온성, 빠른 대사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동물을 말하며 냉혈 동물은 변온성, 외온성, 그리고 느린 대사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동물을 말하는 겁니다. 결국, 엄격한 의미에서 공룡이 온혈 동물이 되려면 정온성과 내온성, 그리고 빠른 대사가 가능해야 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현생 조류와 포유류는 대부분 온혈 동물의 조건을 갖추지만 일부 체온 유지 면에서 변화 폭이 큰 변온성도 있고 반대로 냉혈 동물로 알려진 파충류 중에서도 비교적 덩치가 큰 녀석들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정온성이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공룡이 온혈 동물이란 주장과 이에 대한 간접적인 증거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by 꼬깔 | 2009/11/28 14:56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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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9/11/28 14:58
온혈/냉혈의 정의도 아주 복잡하군요. 처음 알았는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29 00:09
아브공군님// :)
Commented by Frey at 2009/11/28 15:53
공룡의 후손인 새가 온혈동물이기 때문에 공룡이 온혈동물이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요. 진화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서 온혈의 형질을 획득했는지 참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29 00:10
Frey님//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긴 한데 가장 확실한 것은 시조새를 전후한 시점인 듯합니다. 어떤 학자는 시조새도 마니랍토라 공룡과 비슷한 수준의 생리였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는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온혈은 코일루로사우리아의 어느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명확한 답을 찾으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할 듯싶어요.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1/28 15:54
오.. 온혈/냉혈 정의가 이런 거였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29 00:11
Allenait님// 그리 쉬운 정의는 아니랍니다. :)
Commented by 마노 at 2009/11/28 16:18
공룡이 온혈성이라는 이야기는 언젠가 들어본적이 있어요. 그때, 파충류주제에 온혈성이라니, 간지나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제가 뭔가 잘못 오해하고 있었나보네요. ^^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29 00:11
마노님// :)
Commented by 온한승 at 2009/11/28 18:17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는 이체온동물로 분류된다고 과학도서에서 읽었는데, 이체온동물은 무엇인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28 18:55
온한승님// 의미상으로 본다면 항온성 내지는 정온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점을 얘기하는 듯합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안 체온이 낮아지고 대사율 역시 떨어지니 말입니다. 아주 엄격한 의미에서 그런 동물은 warm-blooded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으니까요.
Commented by ☆ExtraD at 2009/11/28 18:17
화석정보에서 어떻게 생리에 대해 읽어낼 수 있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다음 포스팅 기대할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29 00:12
ExtraD님// 조악한 글입니다만 아는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11/28 22:14
오 온혈성이라는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로군요. 잘 배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11/29 00:13
asianote님// 꼭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12/02 19:07
온혈 냉혈이란게 정의(definition) 부터 만만치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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