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온혈 동물인가? (2)

공룡은 온혈 동물인가? (1)

처음으로 공룡의 온혈성을 주장한 학자는 누구일까요? 고생물학계 이단아로 알려진 Bakker일까요? 사실 처음으로 공룡의 온혈성을 주장했던 학자는 '공룡'이란 용어를 만든 Owen 경입니다. 오언 경은 공룡 다리가 직립형인 것에 착안해 기존의 파충류와는 달리 활발한 신진대사를 갖춘 동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19세기 말까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공룡은 파충류와 같은 신진대사를 지닌 느리고 거대한 동물로 표현되었습니다. 즉,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모습의 고전적 모습이 바로 냉혈성의 공룡 모습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Bakker를 중심으로 공룡의 온혈성이 재조명되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깃털공룡이 발견되면서 공룡은 새의 조상으로 새와 같은 온혈성 동물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공룡의 온혈성 여부를 놓고 학자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오늘은 공룡의 온혈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론은 다음 포스트에 정리해보겠습니다.

★ 공룡 온혈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증거
ⓐ 고기후학(Palaeoclimatology)적 증거
☞ 1960년대 처음으로 Alaska에서 극 지방 공룡이 발견된 이후 다양한 종류의 공룡(백악기)이 북극과 남극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공룡이 고위도에서 생존 가능했다는 것이며 이는 공룡이 온혈성이었음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 포식자-피식자 비율 (Predator-prey ratios)
☞ 일반적으로 현생 포유류 포식자-피식자 비율(P/P ratios, 이하 P/P로 표현하겠습니다.)이 대략 5% 정도를 차지하지만, 파충류는 30-50%에 이른다고 합니다. Bakker는 이런 것에 착안해 여러 환경에서의 P/P를 조사했습니다.

- 초기 단궁류 (basal synapsids - 주로 반룡류) : 25-30% (냉혈성)
- 수궁류 (therapsids) : 10-20% (냉혈성과 온혈성의 중간)
- Pseudosuchia (Crurotarsi - 악어형 발목을 지닌 지배파충류) : 10-20% (냉혈성과 온혈성의 중간)
- 공룡 : 0.5-3.5% (온혈성)
- 포유류 : 0.5-4.5% (온혈성)

결과적으로 이런 P/P는 공룡이 활동적인 온혈성 동물이란 것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 직립형 보행과 빠른 속도 (Erect gait and high-speeds)
☞ Owen 경이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즉, 현생 동물 중 포유류와 조류만이 직립형 자세를 지니며 온혈성이므로 공룡 역시 온혈성이라는 주장입니다. 1993년 (1994년인가?) 개봉한 쥐라기공원에서 티렉스가 자동차를 쫓아 역동적으로 달리는 모습과 역동적인 모습의 벨로키랍토르가 바로 이런 맥락이라 생각하시면 될 듯싶습니다.

ⓓ Haemodynamics
☞ 현생 파충류를 비롯한 냉혈성 동물은 모두 심장과 머리의 높이 차이가 1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만약 1미터 이상이 되면 더욱 큰 혈압을 낼 수 있는 심장이 필요하며 이런 심장 구조는 2심방 2심실 형태라는 겁니다. 따라서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비롯한 거대한 용각류나 거대한 조각류, 수각류 등은 2심방 2심실 구조의 큰 심장이 필요하고 이는 온혈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 골조직학(Bone histology)적 증거
☞ 흔히 공룡 입문 서적이나 공룡 관련 책에서 볼 수 있던 내용이실 겁니다. 공룡 뼈의 단면을 보면 많은 혈관이 지나간 흔적이 발견되는데 - 흔히, 하버스관(Haversian bone, system)이라 합니다. - 이는 현생 포유류와 조류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라는 겁니다. 즉, 많은 혈관이 빠른 신진대사를 위한 것이란 주장입니다. 또한, 뼈의 생장선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fibrolamellar 구조가 공룡 뼈에서 나타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생장이 느린 파충류는 lamellar-zone 구조 (생장선이 두드러진 구조)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사진에서 A가 lamellar-zonal bone이며, B가 fibrolamellar bone입니다. A에는 수많은 생장선이 보이지만 B에서는 거의 없거나 적은 수만 나타나는데 화살표 한 부분이 생장선입니다.

ⓔ 빠른 생장 속도 (High growth rates)
☞ 일반적으로 파충류는 생장 속도가 느리며 온혈성인 포유류와 조류는 생장 속도가 빠릅니다. 즉, 이런 것을 바탕으로 공룡의 생장 속도를 조사한 결과 거대한 용각류조차도 10-15년 정도 지나면 성체 크기까지 자란다는 겁니다. 이런 것이 곧 공룡이 온혈성을 지녔다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 깃털 (Feathers)
☞ Bakker는 공룡 온혈성과 관련해 일부 공룡은 깃털을 지닐 것이란 주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1996년 중화용조 (Sinosauropteryx)의 발견으로 이런 주장의 타당성이 증명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깃털공룡이 발견되면서 이는 공룡 온혈성의 중요한 증거로 자리 잡았습니다.

ⓖ 중심부와 말단부 온도 차이 (Core and peripheral temperatures)
☞ 온도에 따라 18O/16O가 달라진다는 것을 바탕으로 티렉스 갈비뼈, 등뼈와 말단부인 꼬리뼈, 다리뼈에서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약 4℃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말단부와 중심부 온도 차가 거의 없다는 것은 온혈성의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많은 증거를 바탕으로 많은 학자는 공룡 온혈성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는 겁니다. :) 그래서 여전히 논쟁은 진행형입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에 대한 반론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Refs
1. Michael J. Benton (2004) Vertebrate Palaeontology, Wiley-Blackwell. 219-223.
2.
Thomas R. Holtz, Jr. (2007) Dinosaurs: The Most Complete, Up-to-Date Encyclopedia for Dinosaur Lovers of All Ages, Random House Books. 311-320.

by 꼬깔 | 2009/12/02 12:42 | 공룡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1)

트랙백 주소 : http://conodont.egloos.com/tb/248679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12/02 13:32
전 무슨 골수 이야기를 들어본 것 같습니다. 골수가 온혈동물의 것과 비슷하다 어쩌구 하는 이야기더군요
Commented by shaind at 2009/12/02 13:37
그게 아마 하버스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00:49
Allenait님// shaind님 말씀처럼 하버스관과 관련한 내용일 겁니다. :)
Commented by 북두의사나이 at 2009/12/02 13:39
정말 공룡이 온혈인지 아닌지는 타임머신이라도 발명되서 공룡 체온이라도 재지 않는 한 영원히 풀리지 않을 떡방인 것 같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00:49
북두의사나이님// 결국 필요한 것은 타임머신!!
Commented by 역설 at 2009/12/02 13:45
중요한 것은 피가 차갑냐 뜨겁냐가 아닙니다!
그들이 자기 여자에겐 따뜻했는지가 중요합니...... (끌려간다)

흥미진진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온혈동물이라는 쪽이 더 로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넵 로망)
Commented by sinis at 2009/12/02 14:51
난 차가운 도시공룡, 그러나 내 암컷에겐 따듯하겠지~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00:49
역설님// ㅋㅋㅋ
Commented by AyakO at 2009/12/02 15:28
그나저나 저 맨 위의 그림의 케라토사우러스는... 손가락이 어째 3개로 보이네요 -_-;;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00:50
AyaKO님// 당시에는 티렉스도 3개로 표현했으니까요. :)
Commented by AyakO at 2009/12/02 15:29
아, 20여 년 전의 공룍덕후-_-로서 링크신고드립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00:50
AyaKO님// 반갑습니다. :)
Commented by Map the Soul at 2009/12/02 20:39
아 처음 온혈성을 주장한게 Owan인주 몰랐군요. 그런데 용각류는 성적성숙은 빠르고 성체로 자라는기간은 느리지 않나요? 아파토사우루스가 70년이 지나야 성체가 되고 알라모사우루스의 경우도 40년정도가 지나야 성체가 되는것이라고 들은적이 있는데..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2 23:32
Map the Soul님// 사실 생장 속도와 관련한 부분은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측정 방법에 따라 오차도 크고요. 이 글은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온혈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증거로 내세운 겁니다. 다음 편에는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올 거고요.

용각류 생장 속도와 관련해서는 짤막하게 따로 포스팅 할 수도 있겠지만, 상황을 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던 손경수 at 2009/12/02 22:37
묘하군요. 오언 경의 이구아노돈 복원을 생각하니 더 묘하군요. 그나저나 19세기에는 온혈성 주장이 나왔던 공룡이 20세기에 둔한 동물 취급을 받은걸 보면 역시 시대가 흘러도 모든 것이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00:51
지나가던 손경수님// 이구아노돈의 초기 복원은 정말 기묘했지요. :) 결국 주장은 돌고 도느 듯합니다. :)
Commented by goldenbug at 2009/12/03 07:36
중간 뼈사진 반대로 설명하신 것 아닌지요?
예전에 어떤 다큐에서 티렉스 뼈사진 단면이 나왔는데, 왼쪽것처럼 나오던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08:30
goldenbug님// 사진 설명은 이상 없습니다. 단지 티라노사우루스의 생장이 빠른 시기와 느린 시기가 있거나 공룡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부분 역시 다음 포스트로...
Commented by goldenbug at 2009/12/04 21:45
정말 이상하네요. 다큐를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구이 at 2009/12/03 17:48
Owen경이 온혈설을 주장했었군요? 전 데이노니쿠스를 언급하며 온혈설을 주장한(누구였죠?) 그게 처음 주장인 줄 알았거든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12/03 23:16
구이님// 말씀하신 분은 오스트롬 박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 아닌가요? 새와의 관련성을 데이노니쿠스로 주장하신 분은 오스트롬 박사고 공룡 온혈설을 본격적으로 주장하신 분은 베커 박사!!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