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공룡과 사지 물고기

데본기 중기 사지류 보행렬 발견

얼마 전 폴란드에서 발견된 데본기 중기 사지류 보행렬과 발자국 화석에 관한 논문을 읽었습니다. 사실 포스팅 하면서 어떤 제목으로 붙일까 고민하다가 붙인 제목이 결국 "깃털 공룡과 사지 물고기 (Feathered Dinosaurs and Tetrapod-like Fishes)"였습니다. 이렇게 제목을 붙인 이유는 어류의 상륙 작전이 마치 공룡의 비행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글의 말미에 얘기토록 하겠습니다.

폴란드 남동쪽 Łysogo´ry의 Holy Cross Mountains (Go´ry S´wie˛tokrzyskie)에서 데본기 중기 - 약 3억 9천 7백만 년 전 - 사지류의 보행렬과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사지 동물 화석이 데본기 후기인 3억 8천만 년 남짓인 것을 감안한다면 - 일반적으로 초기 사지류인 IchthyostegaAcanthostega가 대략 3억 6천 5백만 년 남짓입니다. - 실로 엄청난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발견된 지역이 로라시아 남쪽 해안의 조간대 내지는 석호 지역이었을 거란 점입니다. 이제까지 양서류의 기원은 늪지나 호수, 또는 강가로 생각했으니까요. 생명이 바다에서 잉태된 것처럼 사지류 역시 민물이 아닌 바다로부터 로라시아 상륙 작전을 감행한 셈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지역의 층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이 지역의 층서는 코노돈트 미화석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잘 정의되어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논문에서는 2개의 보행렬 (Muz. PGI 1728.II.15, Muz. PGI 1728.II.16) 과 3개의 발자국 화석 (Muz. PGI 1728.II.1, Muz. PGI 1728.II.2, Muz. PGI 1728.II.3) 에 대한 이미지가 나와 있습니다. 보행렬에서는 발가락이 구분되지 않지만, 발자국 화석에서는 발가락이 명확하게 구분된다고 합니다.
a : Muz. PGI 1728.II.16, c : Muz. PGI 1728.II.15

보행렬 중 하나는 앞다리와 뒷다리의 발자국 크기가 다르지만, 다른 하나는 구분되지 않으며, 사다리 형태를 나타냅니다. 위 그림에서 사지동물은 익티오스테가와 아칸토스테가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며, 사지동물을 닮은 물고기 - Panderichthys, Tiktaalik 등으로 elpistostegids라 하며, 머리는 사지동물, 몸통은 물고기에 가까운 동물입니다. - 를 바탕으로 복원한 것입니다. 이런 보행렬을 남긴 녀석은 대략 40~50cm 정도 크기였다고 합니다.
a : Muz. PGI 1728.II.3, b : Muz. PGI 1728.II.2
a : Muz. PGI 1728.II.1의 laser surface scanning 이미지, b, c : IchthyostegaAcanthosatega 뒷다리

보행렬과 달리 발자국 화석은 상대적으로 이 녀석들의 덩치가 컸음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발자국 폭은 약 15cm 정도로 가장 잘 보존된 익티오스테가의 2배가 넘으며,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크기는 대략 2.5m에 이른다고 합니다. 특히, 가장 큰 표본 (Muz. PGI 1728.II.5)은 무려 26cm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보행렬이 발견되기 전까지 학계의 정설은 "사지류는 데본기 말 민물에서 기원했다."는 겁니다. 특히, 물고기와 사지류의 중간 형태를 나타내는 elpistostegids는 대략 3억 7천만 년을 기점으로 절멸했고, 이 시기 원시적인 사지류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판데릭티스와 틱타알릭과 같은 elpistostegids는 비교적 짧은 시간 번성한 무리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사지류는 데본기 중기 바다로부터 기원했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된 것입니다. 우선 분지도를 보시기 바랍니다.
 
a는 보행렬 발견 이전의 분지도이며, b는 보행렬의 발견을 바탕으로 새롭게 그려진 분지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습니다. 단지 사지류의 분지 시점이 약 2천만 년 정도 당겨졌다는 것과 elpistostegids가 불안정한 중간 형태의 물고기 (혹은 사지동물) 가 아닌 비교적 안정적으로 초기 사지류와 공존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깃털이 달렸고, 심지어 초보적인 비행이 가능했던 깃털 공룡과 원시 조류가 비교적 오랜 시간 공존했던 것과 비슷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데본기 중기의 사지류 화석이 발견된다면 이 분지도는 보다 명확해지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이유로 트로오돈님게서 말씀하셨던 "여러 차례 사지류가 상륙하지 않았을까?"란 내용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척추동물이 여러 차례 비행을 시도해 독립적으로 창공을 날 수 있었지만, 날개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는 것보다 부속지를 획득해 육상으로 진출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임을 감안한다면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육상 진출을 했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도 끊임 없이 사지반에서 제대를 꿈꾸는 군인 아저씨들이 계시지만요. (야...)

Refs
1. Grzegorz Niedźwiedzki, Piotr Szrek, Katarzyna Narkiewicz, Marek Narkiewicz, Per E. Ahlberg (2010). "Tetrapod
trackways from the early Middle Devonian period of Poland". Nature 463: 43–48. doi:10.1038/nature08623

by 꼬깔 | 2010/01/21 15:28 | 화석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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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10/01/21 15:43
흠 그렇다면 여러차례 육상진출을 한게 아니라 생각보다 일찍 육상진출을 한거겠군요. 그렇다면 틱타알릭은 생각보다 일찍 출연한 동물 내지는 선조의 형태를 보유한 후손쯤 되는건가요;;
Commented by Frey at 2010/01/21 15:44
선조의 형태를 보유한 후손에 가깝겠죠^^;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3
트로오돈님// Frey님 말씀처럼 선조의 형질을 나타내는 후손이라 보는 것이 적절할 듯싶습니다.
Commented by Frey at 2010/01/21 15:43
저 논문을 읽으면서 elpistostegids가 F-F boundary를 경계로 멸종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비게 된 niche를 초기 사지류가 차지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3
Frey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참 재밌게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10/01/21 16:13
여러모로 흥미로운 발견이라 생각됩니다. 최초의 사지동물은 갯벌에서 진화했는지 아니면 민물에서 진화했는지 궁금증이 더해지네요. 그리고 2천만년이라면 짧은 시간이 아닌데, 앞으로 발자국 주인공 물고기 화석이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3
새벽안개님// 그렇습니다. 약 2천만 년의 갭을 메울 수 있는 화석이 나타나면 금상첨화겠지요. :)
Commented by Resi at 2010/01/21 16:39
여러 차례 강가에서 올라왔다는 건 굉장히 드라마틱한 관점 아닐까요? KBS, NHK 다큐 생명 그 영원한 신비에서도 민물고기가 숨도 못 쉬면서 (..) 자살행위 해가며 육상으로 올라온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는 모습에 인간을 비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가미가제도 아니고 o<-<
분지도나 지층 얘기는.. 창조과학 배웠단 사람한테는 보여줘도 아무 소용도 없는 거겠죠..? o<-< "민물이 기원이 아니라 바다가 기원일지도 모른다"는 얘길 하면 "거봐 너넨 맨날 말 고치잖아" 같은 답변만 돌아오고.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4
Resi님//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엄청 드라마틱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
Commented by Niveus at 2010/01/21 16:52
과연 진실은 어떨지....
자그마한 단서들을 가지고 추론하는걸 보면 어떤의미 가장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4
Niveus님// 그렇지요. 그래서 고생물학자를 흔히 탐정에 비유하지 않습니까? :)
Commented by 뇌의가호 at 2010/01/21 18:28
공룡의 비행과 물고기의 상륙이라...
좋은, 멋진 비교입네다. 애앤~드!

이 글의 논점과는 조금 얘기디만,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리 요즘 '환경타령'이 유행하니끼니 무조건 과학기술을 비판하는
자들에 대해 제가 준비한 궁극의 반박과도 연관이 있디요.
저는 이렇게 말합네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은 끝없이 개척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바닷속에서 시작한 생명이 애초 지상에 올라와 더러운 유기질을 퍼뜨린 것(유기분해)부터가
환경오염의 시작이었다. 더 근본을 보자면 대기를 '산소로 오염'시킨 것부터가 그렇지만.
부정적으로 보자면 끝도 없다."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4
박코스님// ㅋㅋㅋ
Commented by chatmate at 2010/01/21 19:51
어제 집근처 샵에서 본 우파루파가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10/01/22 10:55
사실 국내명은 멕시코도롱뇽 내지는 아홀로틀(악솔로틀)이 더 적절한듯 싶습니다. 우파루파는 일본명칭인데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대로 일본명칭을 쓰는거거든요;;
Commented by chatmate at 2010/01/22 11:42
그럼 점원이 저한테 제대로 가르쳐준게 맞군요. 여기 일본이라서요.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2
chatmate님// 하하하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우파루파라고 팔기도 하더라고요. 그 의미가 무언지는 잘 모르겠고,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지만요. :)
Commented by 두막루 at 2010/01/21 20:56
전문적인 자료로군요. 고생물에 손을 못댄지 얼마나 되었던가...ㅠㅠ
칼 짐머의 [진화] 책에서 사지류가 바다에서 진화했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나는데, 구체적으로 이렇게 논의가 진행되었군요. 암튼 잘 배워갑니다.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10/01/22 10:56
그러고보니 사지류의 선조격에 해당하는 육기어류 중에서 고고나수스가 바다에서 살았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5
두막루님// 그렇지요. :) 그럼에도 학계의 정설은 민물로부터의 진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구이 at 2010/01/22 01:07
망둥어가 생각나네요...ㅎ-ㅎ 바다에서 올라온 사지류..ㅋㅋ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5
구이님// 아하! 망둑어! 그런데 망둑어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올라왔고, 이 녀석을 사지류라 할 수는 없으니까요. ㅋㅋ
Commented by ENCZEL at 2010/01/22 02:06
물고기 중에도 물 밖의 세상으로 나오고 싶었던 녀석들이 있긴 있었군요! ㅎㅎ
Commented by 꼬깔 at 2010/01/22 11:56
ENCZEL님// 어느 세상에나 그런 녀석들이.. :)
Commented by 에디아카라 at 2010/01/22 15:29
그럼 앞으로 앞당겨진 연대의 전이형 화석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Commented by 온한승 at 2010/01/29 20:21
아칸토스테가와 이크티오스테가의 다리가 수중 장애물을 '헤치기'위해 발달되었다면 이녀석의 발달목적은 무었이었을까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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