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류와 유대류

 
지금으로부터 300 ~ 9,000만 년 전까지 남미 대륙은 오스트레일리아처럼 고립된 대륙이었습니다. 또한, 이 대륙은 오스트레일리아 못지않은, 아니 어쩌면 더욱 다양하고 특이한 생물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르마딜로와 같은 특이한 녀석들과 날지 못하는 거대 조류,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양한 '유대류'가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포식자의 경우는 거의 예외 없이 '유대류'였다고 하지요. 포유류의 '발산 진화(적응 방산)'가 활발하던 시기에 각각의 생태계를 포유류가 적절하게 차지하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왜 남미의 생물상이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처참하게' 사라진 것일까요? 이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저도 처음에는 '유대류'는 현생의 태반을 가진 포유류보다 '열등' 내지는 '하등' 한 존재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제가 교육을 그렇게 받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남미 생태계의 파괴를 이렇게 생각을 했었지요.
 
'파나마 지협이 생성되면서 북미 쪽과 남미 쪽의 생물들이 섞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우월한 태반류가 유대류와 거대 조류를 제압하고 생태계의 높은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질 시대 내내 고립된 대륙으로 존재했던 오스트레일리아는 그들만의 생물상을 유지하게 되었다. 즉, 오스트레일리아와 남미는 유대류의 도피처였다.'
 
즉, 우월한 존재인 태반류가 유대류를 제압하고 생태계 내의 높은 지위를 차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내용에는 '태반을 가진 것은 우월하고 완전한 존재'이며 '외부적인 주머니를 가진 유대류는 열등하고 불완전한 존재'란 '선입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후 많은 책을 접하게 되면서 기존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닫게 되었지요. 물론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동안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제가 부끄러웠지요. 실제 유대류와 태반류는 자신들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것에 불과한 것이며, 각자 적절한 방향으로 자신들의 번식을 극대화했던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이는 태반류와 유대류의 문제가 아닌 '자연의 시험'을 겪은 무리와 '자연 속에서 안주한' 무리 간의 경쟁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삶을 유지해온 유대류가 경쟁에서 밀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이는 우리가 조선말 폐쇄적인 쇄국으로 인해 현재에 이른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요?
 
자연은 끊임없이 시험을 합니다. 또한, 그런 시험 속에서 많은 생물이 절멸하고 솎아내어집니다. 종은 영원할 수 없으며 절대적으로 우월한 종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모든 생물들은 주어진 현재의 환경에 적절하게 적응하여 살아남은 것이겠지요. 자연은 끊임없이 생물들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으며 우리는 그 시험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by 꼬깔 | 2007/05/28 09:16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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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5/28 09:25
일단 지금 살아있는 생명체들이야말로 경이롭고 존경받을만한 존재들이죠...(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니...) 사실 저도 내심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라 많을 걸 느끼고 배웠습니다.(사실 부끄러움이 9할;;;)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ㅅ')/
Commented by 타치코마 at 2007/05/28 10:46
인간도 시험 당하는 날이 오는 것일 까요...
Commented by Mizar at 2007/05/28 11:24
현재의 상태는 현재의 환경에 최적화 된 것일 뿐이지요..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아니라 단지 선택 당시의 환경에 최적화된 것이 선택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환경이 바뀌면 그 최적화 된 상태도 다시 영향을 받게 됩니다.
현재의 생명체들도 언젠가 환경이 격변하게 되면 다시 선택의 시험대에 올라서게 될겁니다.
그때 선택되지 못한다면 열등한 것으로 낙인찍혀야 할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8 11:39
날씨좋다님// 저도 그랬고요, 많은 분들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부끄러워 하실 것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부끄러운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8 11:39
타치코마님//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험을 하는 주체는 자연 아니겠습니까?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8 11:41
미자르님// 사실 자연선책 되지 못한 것들이 열등하다는 식의 사고도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그 당시 환경에 최적화내지는 상대적으로 적합했던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DDH at 2007/05/28 11:41
저런 선입견 말고도, 옛날에 살았던 생물이 지금 살았던 생물보다 우월하다는 선입견도 있지요. 사실 생명을 우월한 것과 열등한 것으로 나누고 인간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짓이죠. 그 바탕엔 인간이 다른 모든 생물보다 우월하다는 정말 위험한 생각이 깔려있을거구요.
Commented by Frey at 2007/05/28 12:13
저 그림은 생태학때도 봤었던 것 같네요. 일반적인 포유류와 유대류가 각각의 생태적 지위에서 얼마나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그림이었지요?
생물을 과연 우월/열등의 조건에 따라 나눌 수 있을지는 상당한 의문이 듭니다만, 진화의 방향성이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인간이 박테리아보다는 더 진화한 것도 사실이겠죠. 하지만 박테리아도 자신의 환경에 최적화된 형태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꼭 그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좀더 논의할 여지가 많겠지요?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5/28 12:40
언제나 그렇지만 아무리 강하고 우월하고 뛰어나도 자식새끼 건사 못하면 무능하고 약하고 게을러도 자식새끼 많이 나아서 잘 퍼뜨리는 놈한텐 못 당한다니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8 12:49
DDH님// 그러니 재밌지요?^^ 막연한 것에 대한 동경 및 경외심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우열은 인간의 잣대라 할 수 있지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8 12:50
Frey님// 그렇지요.^^ 아마도 유대류가 갖지 못했던 생태 지위는 해양 유대류(고래와 같은)와 영장류를 닮은 유대류가 아닐까란 생각입니다. 아~ 있다 있어... 유대인이 있었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8 12:50
제절초님// 아하하 그렇네요. 결국 생물은 번식을 위해 존재하니 번식 잘 시키면 훌륭한 것이겠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5/28 13:25
음....유대류가 사실 유태반류보다 한 가지는 확실히 좀 뒤떨어진 면은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건 둘째 치고라도 새끼를 키우는 데 있어서 많이 불리하니까요. 똑같이 미성숙한 새끼를 가지고 있을 때 유대류는 몸 밖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데 유태반류는 뱃속에 넣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유대인이라...무지 징그럽겠는데요. 사람 몸에 캥거루처럼 자루가 달려 있을 걸 생각하니...^^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8 15:29
슈타인호프님// 부분적인 것과 전체적인 면을 고려해야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요. 또한 과연 주머니가 있는 포유류가 새끼를 가지고 있었을 때(미성숙) 많이 불리했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분명 출산적인 면에서 유대류는 어미에 부담을 덜 주는 장점이 있고, 어미 입장에서도 잘못되었을 때의 손실이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존이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유대류의 번식도 아주 훌륭한 전략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트로오돈 at 2007/05/28 22:28
저는 머나먼 미래에는 어쩌면 유대류가 태반류를 밀어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아 그리고 주머니두더지는 두더지보다는 황금두더지와 더 생활사가 비슷하지 않나요?

P.S.:듀걸 딕슨의 저서 '에프터 맨'에서는 유대류 돼지와 유대류 원숭이도 나오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5/29 02:02
트로오돈님// 그런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도 그랬던 것 같고요. 그냥 포괄적으로 저런 그림을 그렸을 것 같네요.
Commented by Ya펭귄 at 2009/01/22 09:25
(아직도 잘 버티고 있는)무적의 박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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