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란노사우루스의 적혈구와 연조직 관련 이야기

 
2005년 8월 14일에 썼던 글입니다. 엠파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었는데, 창조론자들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가를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총대는 이웅상이로군요.
 
며칠 전 아는 분의 블로그에서 창조주의자 이웅상 교수(명지대 생명과학과)의 '티란노사우루스 관련 주장'(국민일보)을 보았습니다. 어이없기도 하고, 저 역시 궁금해서 이런저런 것들을 뒤적여 보았습니다. 창조주의자들의 주장은 대략 2가지입니다.
 
ⓐ 적혈구 관련 주장
☞ Schweitzer박사가 1997년 화석화되지 않은 티란노사우루스 뼈로부터 헤모글로빈과 적혈구의 흔적을 발견. 이는 공룡이 수백만 년 전이 아닌 최근 절멸했다는 증거이며, 지구가 매우 젊다란 것을 알려준다.
 
<반박 내용>
☞ Schweitzer박사는 헤모글로빈과 적혈구를 발견한 것이 아니며, 손상된 헤모글로빈 조각과 구조를 발견 했으며 이는 적혈구 성분 일부가 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또한, 이것들은 상당히 모호하며 지질학적 작용이나 기타 오염 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발견된 뼈는 '완전히 화석화되지 않은 것'이며, 주변 광물질에 의한 '충전(permineralization)'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광물질에 의한 충전이 되지 않은 것이 '화석화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DNA를 추출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DNA를 추출하려면 10000년 정도에서 최대 30만 년 이내의 것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공룡은 이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에 (기대를 하기는 하지만) DNA의 추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하네요.
 
이 같은 주장은 AiG(Answer in Genesis - 띠링띠링이 아닙니다.)의 Wieland란 사람이 한 것이고요, 우리나라의 창조주의자들이 이런 주장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Wieland의 경우는 - 대개 창조주의자들이 그렇듯 - 사실을 상당히 왜곡한다는데 있습니다. 다음의 두가지 내용을 비교해보시길 바랍니다.
 
"미세한 구조가 혈관 내와 혈관 벽에 나타난다. 이 구조는 난형(卵形)으로 불투명한 핵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성숙한 타조와 닭의 유핵성 적혈구와 크기 및 형태에서 일치하는 듯하다." (Schweitzer)
 
"이런 현미경 구조는 몇몇 혈관으로부터 짜낼 수 있고, '세포와 같은 형태를 볼 수 있다.'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Wieland의 인용)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실제 학자들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말을 한다고 하지요. 언제 어떻게 왜곡된 내용으로 탈바꿈할지 모르니까요.
 
ⓑ 탄력성이 있는 조직과 완전한 혈관 발견 주장
☞ 티란노사우루스의 뼈를 절개해서 탄력성이 있는 조직과 완전한 혈관, 그리고 혈구 세포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런 보존은 수백만 년 전이 아닌 수천 년 전 뼈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반박 내용>
☞ 연조직(soft tissue)란 표현은 상당히 선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직은 본래부터 연하지도 않고 유연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조직은 뼈 주변의 광물질들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수화 작용에 의한 것이며, 이런 연조직이 실제 성분인지 아닌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 합니다. 핵을 가진 세포와 탄력성이 있는 조직 화석은 이전에도 발견되었으나, 본래 성분은 보존된 적이 없다고 하는군요.
 
문제는 화석의 생성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되었느냐?'가 아닌 '어떤 조건하에서 보존되었느냐?'라는 것입니다. 비근한 예로 통토의 땅에서 발견된 매머드의 경우는 썰매를 끄는 개에게 먹였을 정도로(코끼리로 오인) 보존 상태가 좋고, 호박 속에서 발견되는 곤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런 것들 역시 수천 년 전에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되겠지요.
 
과연 이웅상 교수가 얼마나 지질학적 지식이 있는지, 그리고 고생물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인지 묻고 싶네요. 앵무새처럼 이미 반박된 사실을 진실인 양 퍼뜨리는 것이 오히려 신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요?
 
티란노사우루스와 관련된 부분들은 저 역시 좀 더 찾아보고 확인해볼까 합니다. 창조주의는 신념이며 진화론은 과학적 이론입니다. 그리고 진화는 사실입니다.
 
P.S.) 그리고 창조주의자들이 그렇게 보존 상태가 좋은 것들을 근거로 젊은 지구를 주장하면서 반대의 경우(대부분의 화석)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참으로 일방적인 처사라 할 수 있겠지요.
 

by 꼬깔 | 2007/08/24 11:46 | creatio problematica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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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타치코마 at 2007/08/24 11:51
액체질소에라도 들어가 있었던 건가요... 연조직하고 혈관, 혈구세포가 발견되다니...
Commented by Reibark at 2007/08/24 12:01
모르는 사람들은 넘어가기 딱 좋은 정도의 사기이지요. 이런 거 일일히 찾아 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니....
Commented by D-cat at 2007/08/24 13:06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버리는 건군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구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4 13:16
타치코마님// 그러게요. 정말 의도와 다르게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 같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4 13:17
레이바크님// 그렇습니다. 상당히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해서 현혹하니까요. 흠...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4 13:18
D-cat님// 그러게요. 자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인용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답니다. 도킨스도 한번 당한 적이 있었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Frey at 2007/08/24 16:04
똑같은게 창조전시관에도 있었습니다 -_-;;;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4 16:55
Frey님// 글쿤요... 어느정도 예상은 했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almaren at 2007/08/24 18:53
a는 잘 모르는 말이고,,,,,
b는 조직학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문구내요. 원문의 해석이 잘되었는지도 의문이고 또 용어의 정의가 분명히 정해진 한자용어를 단순히 한자뜻으로만 풀어서 자의적 해석을 한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탄력성이 있는 연조직과 완전한 혈관"이란 말이 원래 영어로 어떻게 써져 있었을까요. -_-a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4 19:30
알마렌님// 엇~ 제가 실수를 했나요? 음... 일단 주장 내용은 이 것이었습니다. 지금보니 연조직이란 표현이 아니라 그냥 조직이었네요. ㅠ.ㅠ

Soft, flexible tissue, complete blood vessels, and apparently intact cells were found when a Tyrannosaurus bone was broken open (Schweitzer et al. 2005). Such preservation indicates that the bones are only a few thousand years old, not millions of years.
Commented by 존다리안 at 2007/08/24 21:48
이런 걸 보면 진짜 "만들어진 신"의 논지를 받아들여야 할지도 -그 과격성에도 불구하고...-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almaren at 2007/08/26 20:51
"Soft tissue"라 함은 통상 상피, 신경 등 실질조직을 지탱해주는 소위 결합조직으로 주로 섬유아세포, 내피세포, 콜라겐, 레티큘린, 탄력섬유 등으로 구성되고 넓은 의미에서 연골, 뼈조차도 포함됩니다. 윗글에서 그런의미로 쓰인건지 아니면 바로뒤에 "flexible"이라는 일반형용사가 있는것으로 봐서 단순히 "연한 조직"이라는 사전적 의미인지 잘 모르겠내요. "Schweitzer et al. 2005" 원문에서는 어떻게 쓰여있었는지 모르겠고 "discussion"에 추측성으로 써놓은 문장을 위의 교수란 양반이 자의적 해석을 해석을 한건 아닌지,,,,, -_-a
그리고 뼈를 부셔 단면을 보면 그냥 맨눈으로 보이는 스펀지같은 공간은 조혈세포, 혈액으로 차있는 공간이고 단단한 뼈부분도 현미경적인 공간이나 터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 혈관과 골세포가 살고있지요. 그러면 윗글은 당연한 이야기를 한것 같기도 합니다. 또 "apparently intact cells"에서는 무슨 세포인지는 말이 없고 "intact"만 강조하고 있내요.

윗글은 조직, 세포학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불성실한 문장입니다. 단 화석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저는 완전 깡통입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6 23:41
알마렌님// 오~ 그렇군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반적으로 화석화 되는 것이 실질적인 경골임을 생각할 때 그 이외의 것을 칭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말씀처럼 flexible이란 표현이 어떤 의미였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석화되는 과정에서 뼈의 단면은 많이 변하고 그런 빈공간으로 광물질이 침투할테니 특별한 조건으로 화석화되지 않는한 그런 구조를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직접 논문을 본 것이 아니라 뭐라 얘기하기 어렵네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6 23:42
존다리안님// 흠... 그러게나 말입니다.
Commented by 쭈니21 at 2009/01/04 19:36
science/vol 261/9 july 1993에 관련기사가 나와있군요.
골내강이 완전히 석회화되지 않고 유기질을 함유하였답니다.
Horner는 뼈가 충분히 두꺼웠기 때문에 물과 산소로부터 내재된 세포구조(아마도 유전물질까지도)를 보호할 수 있었을 거라고 가설을 세웠다는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9/01/05 01:50
쭈니21님// 그렇군요. 그런데 이후 이게 박테리아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며 세포구조가 아니란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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