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lociraptor의 며느리발톱?

3년 전쯤에 포스팅을 했던 것입니다. 당시 신문기사를 읽고 '벨로키랍토르(기자는 벨로시랩터라고 표기함)의 며느리발톱'이란 표현이 있어 의아한 마음에 포스팅 했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3년이 지난 일이로군요... 그 기자는 잘 다니고 있을까 궁금하네요.
(출처 :
http://daphne.palomar.edu/mlane/DRAWINGS/velociraptor.JPG)
 
오랜만에 공룡과 관련된 신문 기사 내용을 접했습니다. 2달쯤 지난 기사지만 흥미로운 것이었습니다. 즉, 벨로키랍토르의 공포의 발톱이 그리 위력이 있지 않을 것이란 얘기지요.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맨체스터대학 맨체스터박물관의 필 매닝 소장 등이 영국과학원의 생물학회지 바이올러지 레터스 최신호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략)...
고생물학자인 매닝은 방탄복 등을 만드는데 쓰는 강한 합성섬유와 탄소섬유로 코팅 처리한 알루미늄 발톱을 죽은 동물의 시신에 찔러봤으나 동물의 시신에는 당초 기대했던 만큼 큰 상처는 나지 않았다.'
 
본래 데이노니코사우리아의 강력한 뒷발톱은 먹이의 배를 가르거나 과다한 출혈을 유발해 먹이를 사냥하는 데 사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란 내용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벨로키랍토르가 킬러냐 아니냐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기자가 쓴 글 중에 '며느리발톱'이란 표현 때문이지요. 일단 내용을 살펴볼까요?
 
'BBC 인터넷 판은 발빠른 공룡 벨로시랩터의 두 번째 발가락에 달린 커다란 며느리발톱이 먹이의 배를 가르는데 사용된 것이 아니라 단지 먹이를 제압하는데 쓰였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2일 보도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왜 느닷없이 '며느리발톱'이란 표현이 등장했는지 궁금합니다. 흔히 벨로키랍토르의 발톱(뒷발의 2번째 발톱)은 killer claw로 불릴 정도로 위력적이라고 합니다. 원본(아래쪽 링크 참조)에 보면 'disembowelling claw'란 표현을 썼습니다. '창자를 들어낼 정도의 위력을 가진 발톱'이란 의미쯤 될 텐데 이를 기자는 '며느리발톱'으로 표현한 셈이 되었네요. 며느리발톱을 가지고 사냥감을 한 방에 끝낸다?^^
 
그렇다면, 며느리발톱이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며느리발톱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1. 날짐승의 수컷의 발 뒤쪽으로 튀어나온 발톱 같은 돌기.
2. 소나 말 따위 길짐승의 뒷발에 달린 발톱. 거(距).
 
닭발을 보면 4개의 발가락 이외에 뒤쪽으로 돌출된 뾰족한 부위가 있습니다. 흔히 이를 며느리발톱이라고 부르는데 실제 발톱은 아닙니다. 이는 사실 척골(발바닥뼈)의 일부가 돌출된 것이지요. 그리고 닭싸움을 즐기는 나라에서는 이곳에 '칼날'을 부착해서 싸움을 하게 하지요. 이를 영어 단어로는 흔히 'spur'라고 부릅니다.
▶ 닭의 며느리발톱(spur)
 
이와는 달리 소나 말 등은 뒷발 쪽에 그리고 개나 고양이 등은 앞발 쪽에 액세서리처럼 부착된 발톱이 있습니다. 퇴화된 발가락에 있는 발톱으로 이를 'dewclaw'라고 합니다. 이것은 진짜 발톱입니다.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며느리발톱은 이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룡 중 수각류의 경우도 첫 번째 발가락이 퇴화되었지만 흔적이 남아 'dewclaw'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는 벨로키랍토르의 강력한 발톱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또한, 며느리발톱의 어원을 살펴보면 더욱 어이가 없어집니다. 본래 며느리란 말이 '기생하는 것, 여분의 것'이란 의미가 있는 말인 '며늘'로부터 유래한다고 하네요. 즉, 며느리발톱이란 '여분의, 또는 기생하는 발톱'의 의미가 되지요.
▶ 치타의 며느리발톱(dewclaw)
 
▶ 개의 며느리발톱(dewclaw) 첫 번째
▶ 개의 며느리발톱(dewclaw) 두 번째
 
그렇다면, 왜 이 기자 양반은 '며느리발톱'이란 표현을 썼을까요? 개인적인 추정은 이렇습니다. 벨로키랍토르의 뒷발에 있는 발톱의 의미로 '뒷발톱'이란 단어를 떠올렸고, 이에 대한 맞춤법 검사나 사전상의 의미를 찾아보니 적절한 단어가 아니란 것을 확인했을 겁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확인해볼까요?
 
뒷―발톱[명사] ‘며느리발톱’의 잘못.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뒷발톱이란 '며느리발톱'의 잘못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뒷발톱이란 단어를 '며느리발톱'으로 대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럼 적절하게 대치된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사실 데이노니쿠스의 발톱은 뒷발에 있는 발톱이지(이 역시 사람을 팔과 다리로 구분하면서 생긴 문제라 생각됩니다. 사람에게는 손톱과 발톱밖에 없지요. 즉, 사람에게 뒷다리나 뒷발은 존재하지 않겠지요.^^) '뒷발톱'이 아닙니다.
 
기사는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며느리발톱이란 부분은 명백한 오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 재밌는 기자 양반이네요. 역시 과학 기자 아무나 하는군요. 벨로키랍토르는 며느리발톱과 killer claw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확인해보세요. 
 
 

by 꼬깔 | 2007/08/29 10:40 | RES PROBLEMATICA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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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8/29 10:49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 과학기사는 잘 안보는 편입니다 ㄱ-;;;
(그냥 멍하니 읽었다간 바보가 되기 쉬운지라...)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8/29 10:52
흠 안 베어진다라...그런데 실제로 사자나 호랑이의 발톱은 먹이동물을 할퀴어서 상처를 낼 수 있지 않습니까? 걔네들보다 큰 발톱에, 충분한 근육이 붙어있다면 배를 갈라버리는 것도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말이죠.
Commented by leygo at 2007/08/29 10:54
벨로키랍토르... 가 정확한 명칭이군요.
보통 벨로시랩터 라고들 부릅니다만. (적어도 제 주위에서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9 11:19
날씨좋다님// 흠... 저도 그래서 원전을 뒤적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9 11:20
슈타인호프님// 저도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실험과 실제 상황이 어떻게 다를지도 모르겠고요. 말씀처럼 사자나 호랑이도 가죽을 벗겨낸다고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9 11:21
leygo님// 아마도 쥐라기공원의 영향일 겁니다. 이후 벨로시랩터, 혹은 줄여서 랩터라 부르니까요... 학명을 라틴표기할 경우 벨로키랍토르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Commented by BigTrain at 2007/08/29 11:41
실험의 자세한 내용이 공표되야 논란이 종식될 것 같네요. 발톱의 재질이나 시체에 가한 힘, 생존시와 사후 경직도의 차이도 있을 수 있고 혹 저 실험에서 다룬 부분이 부드러운 배 부분이 아닐 수도 있으니...

쥐라기 공원 소설판에서는 "벨로시랍토르"로 표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랩터'로 영씨개명-_- 되더군요.
Commented by D-cat at 2007/08/29 15:14
며느리 발톱하니까 ..왠지 랩터가 굉장히 순박해 보이는 군요. 풋
잘못된 해석이라지만요. ㅎㅎ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9 15:37
빅트레인님// 그러게요. 저도 정확한 내용을 잘 몰라서... 원작 소설에서는 벨로시랍토르라 했었군요. 흠... 암튼 영씨 개명 되는 것 많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9 15:37
D-cat님// 아하하^^
Commented by 박코술 at 2007/08/29 15:58
랍토르를 '랍토르답게' 하는 발톱을 며느리발톱이라니... 저 발톱이 뒷전이란 말인가?
오히려 이런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지 => 시어머니발톱.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29 16:43
박코스님// 크크크
Commented by 디메트로돈 at 2007/08/29 23:53
'과일파리' 수준의 오역이로군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0 02:02
디메트로돈님// 아하하 초파리...
Commented by 구이 at 2009/01/17 01:33
아직 Killng claw로 찢는 그림 그려도 되는거죠..ㅠ_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9/01/17 01:50
구이님// 확실한 것은 없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Commented by 구이 at 2009/01/17 16:58
네~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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