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주어(ostracoderm)와 판피어(placoderm)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고생물학에서 용어의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편하게 생각하고 쉽게 사용한 용어가 의외로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 대표적인 예가 '갑주어(甲胄魚)'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일반적인 지질학 사전을 확인해보면 갑주어는 고생대 표준 화석 중 갑주어아강(Subclass Ostracodermi)에 속하는 무악어(無顎魚)입니다.

그런데 최초의 턱을 가진 어류에 속하는 판피어(板皮魚)란 녀석이 있는데 이 녀석 역시 단단한 골판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문제는 판피어와 갑주어는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을 하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이 둘을 동일시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어찌보면 판피어를 갑주어로 둔갑을 시키고 있지요.  고등학교 교과서나 자습서, 참고서에 인용된 그림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그림을 인용하는데 그 상상도는 갑주어가 아닌 '판피어'입니다. 얼핏 보면 비슷하게 골편으로 몸이 싸여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지요. 갑주어는 '무악어강(Class Agnatha)' 즉, 턱이 없는 녀석이며 판피어는 '턱'이 장착된 녀석으로 어상강의 4대 강 중 하나입니다.(판피어강 - Class Placodermi) 현재 교과서 상에 인용되는 그림은 거의 예외 없이 판피어의 한 속인 Pterichthyodes입니다. 요즘은 갑주어의 머리라고 하면서 Dunkleosteus란 거대 판피어 사진을 인용하더군요. 

▶  Pterichthyodes의 상상도
(출처 : http://www.fettes.com/orkney/Fossils/Images/Pmdraw1.jpg)
▶ 여러가지 갑주어
(출처 : http://tolweb.org/tree/ToLimages/heterostraci.gif)

비록 두 부류 모두 '갑주'를 가지고 있지만, 판이하게 다른 부류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는 이 둘을 동일시 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심각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일반적인 고등학생에게 프테릭티오데스의 상상도를 보여주면 '갑주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생물 쪽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에게 상상도를 보여주면 대개 '판피어'라 할 겁니다. 사소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갑주어와 판피어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여우와 늑대, 아니 거북과 아르마딜로를 동일시 하는 것 이상의 오류일 수 있습니다. 이런 오류가 바로잡히기를 바라는 것은 저만의 희망사항일까요?

by 꼬깔 | 2007/08/31 00:58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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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ee at 2007/08/31 02:47
둔클레오스테우스 멋지네요.
기초적인 분류학, 하다 못해 척추동물 쪽의 계통이 어떻게 되는지만 알아도 저런 오류는 줄어들 거 같네요.
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08/31 08:04
아악! 전 속고 있었어요...o>-< (고생물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orz)
날씨좋다-판피어를 갑주어로 알고있었다-파문...(퍽)
Commented by devestator at 2007/08/31 08:44
두 종이 서로 다르게 분류되었군요. 옛날에 본 (이름은 기억안나는) 공룡도감(이라고 해야하나)에서 갑주어라고 써놓은 부분에 두 녀석 모두 들어가서 갑주어는 그냥 딱딱한 거 뒤집어 쓰고 있으면 모두 갑주어라고 부르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좋은 거 알고갑니다. :)
Commented by leygo at 2007/08/31 08:47
속고 있었던 사람 한명 추가요~ (랄까 전 판피어 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 문과라서?)
그럼 대체 갑주어는 어떻게 생긴 물건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처음 보는 그림이...
이거 맞겠죠?
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6&dir_id=601&eid=2xDPiGqrBvLERnTFlBIx0JDiTF0smZ+7&qb=sKnB1r7u
꼬깔님께서 갑주어 그림까지 제시해 주셨으면 저같은 무식쟁이들한테 더 좋은 포스팅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제절초 at 2007/08/31 08:48
아무리 생긴게 비슷해도 턱이 있는 놈이랑 없는 놈을 동일시 하는건 말이 안되죠. 그런 오류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는겁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2:18
Lee님// 그러게 말입니다. 어찌보면 사소한 오류처럼 보이지만 치명적이라 생각을 하거든요. 제가 까다로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2:19
날씨좋다님// 충분히 그러실 수 있다니까요. 날씨좋다님의 잘 못이 아니고 교과서의 문제입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2:20
devestator님// 반갑습니다. 제 생각에도 갑주 비슷한 것을 뒤집어 쓴 물고기를 뭉뚱그려서 갑주어라 칭한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2:22
leygo님// 아~ 그러셨군요.^^ 갑주어 상상도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링크하신 그림, 갑주어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갑주어는 지느러미가 발달하지 않았고 단순한 원통형 모습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상당히 원시적인 어류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2:22
제절초님// 그러게요. ㅠ.ㅠ 그나저나 이글루 로그인이 장애로 안 되네요. 저만의 문제인지 이글루 전체의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비로그인으로 댓글을 달기는 첨이네요.
Commented by ★고로쇠★ at 2007/08/31 12:38
저는 맨 위 그림인 Dunkleosteus의 두개골 사진만 봤을때 점토로 만든 열받은 앵무새인 줄 알았습니다orz. 아니군요 ㅋㅋ
학문이란 여러의미로 정의될 수 있지만 이것과 저것의 다른점(異同)을 설명하는 것이 학문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무자격자들이 대충 만든 학문이 가장 오류가 없어야 할 초중등학생들의 교재에 언급되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 이하의 학생들이 보는 교재야말로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중 다수는 그 과목을 학문으로 전공하지 않을 것이니까 고등학교이하의 학교에 다닐때 배운 지식이 그 과목에 대해서는 어쩌면 최종지식일텐데 그게 틀리면 안되는 거죠..
Commented by Mizar at 2007/08/31 12:40
갑주어랑 판피어랑 혼동하는 건 개인적으로도 좀이해가 안가긴하는데 뭐.. 의외로 많이 보이는 것은 아무래도 관련 서적에서부터 오류가 있는 것이 많아서 그런가봅니다.

그나저나 꼬깔님 로그인이 안되시나보군요..;;
Commented by 디메트로돈 at 2007/08/31 13:53
부끄러운건 사실 저도 1년전까지만 해도 저 둘을 혼동했었다는 겁니다.
분명 확연히 다른 부류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여러 서적에서 판피어를 갑주어의 하위개념 정도로 두고 있더군요.
항상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도 당연한 듯이 기재되어 있는 내용들이라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5:34
고로쇠님// 아하하^^ 열받은 앵무새라~^^ 저 역시 중고등학생, 그리고 초등학생이 보는 교재에서의 오류는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고 잘못된 정보 투성이로 아무렇게나 쓴 경우는 심각한 것이라 생각을 하고요. 에휴...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5:35
미자르님// 어찌보면 용어상의 혼동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다시 포스팅을 해봐야겠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5:36
디메트로돈님// 충분히 그럴 수 있답니다. 사실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요. 가끔은 당연한 듯 기재되어 있는 개념에 수긍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다이노옵션에서도 말한 것처럼 '절'이란 개념을 당연하게 '세'로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D.D.H at 2007/08/31 17:06
교과서에 나오는 녀석은 Pterichthyodes였군요! 전 Bothriolepis인 줄 알았는데..ㅡㅡ; 판피어들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하게 생겨서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08/31 17:34
D.D.H님// 오랜만이네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생겼는데 프테릭티오데스인 것 같더라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푸른소나무숲 at 2010/12/07 10:33
속고있던 사람 추가요...
관련포스트(http://chamsol4.blogspot.com/2010/12/gill-and-lung.html)에서 다른분의 지적으로 찾아보니 전혀 다른 종이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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