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브리아 폭발과 관련한 짤막한 글

굴드의 'Wonderful Life'에 대한 포스팅을 한 후 2개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1) 캄브리아 폭발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2)
도킨스의 '악마의 사도'에 수록된 서평 - Wonderful Life -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제가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이 아는 것도 아니기에 뻔뻔스럽게 답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만 답변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1) 캄브리아 폭발의 원인은 아직도 논란이 있으며 - 사실 캄브리아 폭발 자체를 놓고도 논란이 있답니다. - 대략 2가지 관점에서의 설명이 있습니다.

ⓐ 외부적인 요인
☞ 지구 환경의 변화와 같은 생물 외적인 영향. 대표적인 설명으로 눈덩이 지구 이론이 있습니다.
ⓑ 내부적인 요인
☞ 유전자의 변화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생태 환경과 관련한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눈의 탄생'이란 책에서 Parker는 캄브리아기에 원시적인 삼엽충이 '눈'을 만든 사건이 캄브리아 폭발을 일으켰다고 설명을 합니다. 즉, 눈을 갖춘 강력한 포식자로부터 살아 남고자 단순한 모양(튜브와 같은 단순한 형태)으로 존재했던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방어 수단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설명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타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2) 개인적으로는 굴드의 책을 먼저 읽었고, 이후 도킨스의 '악마의 사도(A Devil's Chaplain)'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Wonderful Life'의 서평을 보았답니다. 서평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와, 정말 엄청 까대네.'란 것이었지요.^^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도킨스의 서평 중 상당 부분은 공감이 가더군요. 결론적으로 본다면 둘 다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고, 또한 완전히 옳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 이런 건방지게 제가 도킨스와 굴드를 평가하는군요... ㅠ.ㅠ - 어찌 보면 이는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굴드와 도킨스의 견해차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또한 이는 생물학자와 고생물학자의 대결 구도까지 이끌어내는 것 같더군요.

굴드의 단속 평형론과 도킨스의 점진론의 대립이라고나 할까요? 이미 공개적인 토론에서도 두 사람은 치열한 논쟁을 했었지요.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 도킨스가 굴드의 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했던 것 같네요. 그리고 굴드의 책 자체도 많은 약점이 있었기에 이런 공격을 받은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굴드는 비교적 화려하고 대중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재주가 있고, 도킨스는 논리 정연하고 직설적으로 명료함을 주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굴드가 대중을 위해 완곡하게 표현한 것을 도킨스가 직설적으로 공격한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로 본다면 이런 것 같습니다.

1) 굴드는 캄브리아 폭발을 내부적 체제의 변화 즉, 문의 탄생으로 보았는데, 이 부분은 굴드의 오류인 듯합니다.
2) 도킨스는 캄브리아 폭발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을 하는데, 이 부분이 도킨스의 오류인 듯합니다.

최근의 분자 생물학적 증거는 상당히 오래전에 동물의 다양한 분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도킨스는 또 다른 그의 역작 '조상이야기'에서 역설 합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굴드의 생각은 적절치 못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이미 선캄브리아 시대에 분화가 일어나서 현재의 동물문을 포함하는 모든 체제를 만들었지만 외형적 유사성을 가지고 존재하다가 캄브리아기에 다양한 외형적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을 합니다. Parker는 전자를 '선캄브리아 밀물', 후자를 '캄브리아 폭발'이라는 멋진 용어로 설명을 합니다.

결국 캄브리아 폭발 자체를 굴드는 외형적 변화를 내부적 체제 변화까지 설명하려 했던 것이고, 도킨스는 이 부분을 지적했던 것 같습니다.

고생물학자는 전통적으로 눈에 보이는 화석을 바탕으로 과거를 복원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형적 차이와 특징을 중시했고, 굴드 역시 이런 측면에서 접근했던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고생물학자가 말하는 종의 개념과 생물학자가 말하는 종의 개념은 좀 다르지 않을까요? 과연 화석을 통해 명명한 여러 가지 공룡이 우리 의도처럼 다른 종이었을까란 의문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랍니다.

전 오랜 시간 굴드의 팬이었고,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또한 도킨스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또한 악마의 사도에서 '헤비급 다윈주의자와의 서신'이란 부분에서 도킨스와 굴드의 우정을 확인했고요. 재밌는 것은 굴드와 도킨스는 각각 미국과 영국, 하버드와 옥스퍼드, 고생물학과 생물학, 단속 평형과 점진론 등 대응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갑이었다는 것이지요. 같은 해에 이렇게 위대한 학자 두 명이 태어났다는 것은 '축복'이었을 겁니다.

내용상의 오류가 존재할 수 있으니 필요한 부분만 참고하시면 됩니다. :) 휴일 잘 보내세요.

P.S.) 이글루에서의 600번째 포스팅이네요.

by 꼬깔 | 2007/10/03 12:35 | SCIENTIA | 트랙백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conodont.egloos.com/tb/82031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7/10/03 12:38
캄브리아 폭발이라...어디선가, '하필 그 무렵부터' 생물체들이 화석에 남기 쉬운 부분을 형성하기 시작해서 이전에 비해 화석이 대량 생성해서 그렇게 보이는거다 - 라는 설도 어디선가 읽었었는데 말이죠 '_'a
Commented by Reibark at 2007/10/03 12:50
화석에 의한 간접적 관찰이라는 것이 참 골치아픈 것 같습니다. 지금 관찰한 결과가 당시의 현상 그 자체인지, 화석의 형성 조건에 의해 왜곡된 결과인지 구별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거든요.
Commented by Frey at 2007/10/03 14:42
캄브리아 폭발은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분자유전학이라는 학문도 정확하지 않은 측면도 많고요. 말씀하신 부분을 분명히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 어느 권에서 봤던 것 같은데, 어딘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유전자와 외형간의 상관관계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건 가능성은 있지만, 내부 구조가 문 단위에서 달라졌는데 외부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오히려 가능성이 떨어지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그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보았지만 약간은 답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무튼 골치아픈 문제지요 하하;
Commented by 꼬깔 at 2007/10/03 14:52
엘레시엘님// 아마 일반적인 점진론자의 관점일 겁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10/03 14:52
레이바크님// 어렵지요. 많이 어렵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10/03 15:04
Frey님// 아마도 오파비니아 시리즈 중 '눈의 탄생'에서 보셨을 겁니다. 전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만약 큰 환경적 자극 요인이 없다면 살아가는데 최적의 형태를 가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시대의 효율적인 모습은 단순한 튜브 형태가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커의 관점이 개인적으로는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이런 관점이 '단속 평형'의 개념이 아닌가요? 제가 잘 못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악어 역시 유전적으로는 상당한 변화를 보였지만 외형적 변화가 거의 없고, 오리너구리는 역시 그랬다고 알고 있거든요. 아무튼 이 부분은 정말 쉽지 않은 부분인 것 같네요.
Commented by 코아틀 at 2007/10/04 00:48
아... 어지러워요 (털썩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0/04 02:23
보름달님// 왜 이러세요~ 어여 인나세요.^^
Commented by byontae at 2007/10/04 04:36
사실 어느 하나에 의해 캄브리아 폭발이 일어났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났다고 생각하는쪽이 더 괜찮은것 같아요. 물론 대체적으로 가장 간단한 설명이 옳은 설명이기는 하지만요 :D
그리고 지금까지 축적해온 분자생물학적인 데이터들은 대부분 확률적으로 의존하는 비율이 높으니 100% 그렇다 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요.
Commented by Darwinist at 2007/10/04 08:36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 이 책이 우리나라의 몇몇 사람들에게는 사회생물학의 적응주의 패러다임을 격파(?)하는 굴드의 신탁으로 떠받혀지고 있는 것에 대해 항상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던지라...
Commented by 꼬깔 at 2007/10/04 11:07
byontae님// 말씀처럼 어떤 한가지가 원인이 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주된 요인과 부차적인 것이 존재하겠지요. 그래서 분자 데이터를 믿는 도킨스와 화석 증거를 믿는 굴드 모두 올바르다라고 얘기하긴 어려울 것 같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0/04 11:09
Darwinist님// 그런 일이 있군요. 어차피 한 번 정리해봐야지라고 생각을 했던 주제였으니까요.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인터노바 at 2007/10/05 00:14
감사합니다. 어리석은 질문에 이렇게 별도의 글까지 올려주셔서.
개인적으로 좀 더 자료들을 한 번 찾아보고, 궁금한 점 있으면 또 여쭙겠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0/05 01:17
인터노바님// 별 말씀을요. 한번 쯤 정리하고 싶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좋은 꿈 꾸시고요.
Commented by 새벽안개 at 2009/06/05 12:02
이게 다 산소혁명의 결과라능.
Commented by 꼬깔 at 2009/06/05 13:13
새벽안개님// 그렇지요. 뭔가 지구의 대기가 안정상태를 벗어날 때마다 생물계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 재밌는 일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