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제도에 관한 단상

교육, 특히, 대입은 영원한 떡밥이며, 풀리지 않는 숙제인 듯합니다. 몇 년 전 한참 고교 등급제 때문에 시끌시끌했었고,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도 나왔었고... 어찌 보면 이런 문제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대입 전형은 일선 교사조차도 아이들에게 정확한 진학 지도를 어렵게 만든다고 하지요. 몇 년 전에 터진 고교 등급제 관련 문제의 요점은 '고교 평준화에 반하는 학교별 차별적 점수 부여'라고 할 수 있었고요. 기본적으로 교육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 3가지가 있으며, 이를 '3不'이라 합니다.
 
1. 고교 등급화 금지
2. 본고사 전형 금지
3. 기여 입학제 금지
 
이런 입시 제도는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도 최대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지요. 또한, 후보마다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입시 제도는 손대면 댈수록 덧나는 상처가 아닌는지... 그렇다면, 80년대부터 대입 전형은 어떻게 변화해온 것일까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변천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 80년대 ~ 1993년 입시 - 학력고사
☞ 80년대 초반 '학력고사'란 입시 전형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예비고사 + 본고사의 시스템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요. 저 역시 학력고사 세대입니다. 사실 학력고사 전형은 아주 간단합니다. 단순히 '학력고사 점수(340점 만점) + 내신(15등급)' 으로 합격자를 선별하는 것입니다. 내신의 비율은 30~40% 선으로 오르락내리락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간혹 논술고사(86년 ~ 87년)를 병행하고 88년부터는 선지원 후시험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골격은 변함없었습니다. 그런데 1992년 학력고사부터 갑작스럽게 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93년까지 시험을 본 후 폐지되었습니다.
 
▷ 1994년 ~ 1996년 입시 - 수능(200점 만점)
☞ 소위 문민정부 때부터 '대학 수학 능력 평가 시험'이란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능'이란 것입니다. 1994년에는 6월과 12월에 2차례 시험을 치렀고 계열을 구분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1회 시행으로 바뀌고 계열을 구별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수능 문제는 상당히 독창적이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많이 생각해야 했고, 문제 지문이 길어졌으며, 4지 선다형에서 5지 선다형으로 바뀌었지요. 그리고 이 때는 대학별 고사를 허용해서 '수능 + 대학별 고사'의 시스템으로 학생을 선발했으며, '특차 입학'이란 제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평균 점수는 상당히 낮아서 일반적으로 150점 선이면 연고대, 160점 선이면 서울대 지원이 가능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 1997년 ~ 2001년 입시 - 수능(400점 만점)
☞ 1997년부터 400점 만점으로 바뀐 후 1997년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수능으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전형 방식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때 평균 점수가 역사상 가장 쉬웠다는 수능인 2001년 수능보다 100점 낮았었습니다. 290점대 정도면 연고대 지원이 가능했었지요. 제 기억으로는 330점 선이면 원하는 어떤 학과도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8년부터 쉬워지더니 2001년에는 최상위권 학과를 가려면 397점 선을 받아야 하는 일이 벌어졌고 또한 2001년 당시 원점수로 400점 만점자가 66명쯤 나왔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변환 표준 점수로는 20명이었고요. 정말 심각할 정도로 변별력이 떨어진 시험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제가 과학 문제 32문제를 푸는데 10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때 유명한 말들도 있었습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틀린다.'라는... 실제 지나치게 쉽게 답이 나와 다시 생각하면서 답을 고쳐 틀린 학생들이 다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험이었습니다.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 수준이라 혹평하고 싶은 시험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때 과학고 여학생 중 한 명(2학년으로 기억)이 하버드와 MIT에 동시 합격(맞나?)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이 여학생은 당시 시험 제도로는 서울대를 진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씁쓸한 뉴스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기억이 가물 가물하네요...
 
▷ 2002년 입시 ~ 2004년 입시 - 수능(400점 만점, 9등급제 일명 스테나인)
☞ 이때부터 유명한 세대가 등장합니다. 바로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이해찬 씨의 교육 개혁으로 등장한 소위 '이해찬 세대'지요. 이 때 자율학습 금지, 보충 학습 금지, 다양한 입시 전형,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교 갈 수 있는 전형 등이 마구마구 등장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중학생들보다도 일찍 집에 왔고 내신등급은 평어라는 '수우미양가'가 등장하게 됩니다. 각 학교는 시험을 무지하게 쉽게 내기 시작했습니다. 첫해 **여고는 학교 평균이 88점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90점이란 점수는 더이상 잘하는 수준의 잣대가 되지 못했고 '실수는 곧 나락'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학생들의 수준을 급락시켰고, 각 세대는 다음과 같은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1. 이해찬 1세대 : 단군 유사 이래 최악의 세대
2. 이해찬 2세대 : 천지개벽 이래 최악의 세대
3. 이해찬 3세대 : 빅뱅 이래 최악의 세대

기본 방향은 훌륭했지만, 일선 고교에는 그런 정책을 받아들일 인프라가 확보되지 못한 상태였고, 결과적으로 취지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2005년 입시 ~ 2007년 입시 - 수능(1,000점 만점)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해찬 씨 이후부터는 교육제도가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2005년 입시부터는 소위 7차 교육 과정으로 인문계열 학생은 '과학'을 하지 않아도 되고, 자연계열 학생은 '사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전형이 되었습니다. 또한, 아예 원점수는 발표하지 않고, 표준화한 점수만 표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과학 과목과 사회 과목은 학생이 선택하게 되었죠. 이 정책으로 지구과학은 죽었습니다. ㅠ.ㅠ
 
▷ 2008학년도 이후 - 수능과 내신의 등급화
☞ 문제가 되는 2008학년도 입시 제도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신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누고 평어를 없앤다.
2. 수능 성적을 9등급으로 나누고 점수 표기를 없앤다.
 
내신 성적이 상대 평가가 되면서, 내신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학생이 생겼고, 몇 년 전에는 고1 학생들이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를 시도했던 일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대학은 내신과 수능을 단순히 등급을 가지고 선별하여 옥석을 가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1등급이 4%란 것입니다. 4% 내의 모든 학생들을 딱히 선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한때 고대 쪽에서 선택한 방법은 '본고사에 준하는 시험을 보겠다.'란 것이고, 연대 쪽은 묵시적으로 '고교 등급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올해부터 각 대학은 '수능 100% 전형'이란 것을 만들었고, 이는 학생부의 효과를 약화시킨 격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이 과정에서 각 대학과 교육부의 마찰은 불가피했고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데, 대개 집권하는 사람에 따라 취사선택 되는 것이 아닌가란 씁쓸함이 있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또 교육정책은 손보겠죠? 그리고 그 상처는 다시 덧나는 것은 아닌가란 걱정이 듭니다. ㅠ.ㅠ

모쪼록 수능을 앞둔 수험생께서는 온 힘을 다해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꼬깔 | 2007/11/14 11:27 | 날적이 | 트랙백 | 덧글(16)

트랙백 주소 : http://conodont.egloos.com/tb/99606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날씨좋다 at 2007/11/14 11:36
별 수있나요... 맞춰 살아야지 ㅠㅠ
Commented by 나비랑 at 2007/11/14 11:38
우리나라 대입제도 변천사를 보면 정말 교육이 백년지대계인가 라는 생각이 들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4 13:41
날씨좋다님// 그래서 서글픈 겁니다.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4 13:42
나비랑님// 반갑습니다. :) 그러게요. 정말 저런 변천사를 보면 정말 교육이 백년지대계가 맞나란 생각이 들곤 합니다. ㅠ.ㅠ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제갈교 at 2007/11/14 15:17
2005년 수능 세대...
그러고보니 제가 고등학교 입학할 즈음인가 제 1년 선배 때부터인가 실업계로 공부 잘 하는 애들이 가고 오히려 인문계에 공부 못한다는 애들이 가는 사태가 발생했지요.(그나저나 인문계 실업계가 언제부터 공부 잘하고 못하고로 나뉜거지?)
Commented by Lee at 2007/11/14 15:57
지구과학 ㅠㅠ

그래도 저는 05년 수능에서 꿋꿋이 지구과학을 쳤답니다.;;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4 16:17
제갈교님// 그러시군요. :) 에구... 요즘은 더 심한 것 같아요. 또한, 말씀처럼 실업계와 인문계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기준으로 정해진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ㅠ.ㅠ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4 16:17
Lee님// 오~ 그러셨군요. :)
Commented by 나르샤™ at 2007/11/14 16:21
영원한 떡밥이라는 표현에 웃었습니다 ㅠㅠ

저는, 고등학교 시절 지구과학이 너무 재미 있어서.. 지구과학2를 배우고 싶었는데 ㅠㅠ
결국 독학해서 수능 쳤지요..
지금 생각해도, 지구과학2가 죽은 것은 너무 안타깝네요.. 저에겐 너무 매력적인 과목인데 말입니다 ㅜㅜ

교육제도 정리해 둔 글 너무 잘 보았습니다 ^^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4 16:39
나르샤™님// 반갑습니다. :) 사실 개인적으로 지구과학Ⅱ가 죽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답니다. ㅠ.ㅠ 그리고 말씀처럼 지구과학Ⅱ를 따로 공부해서 수능 보는 분도 계시긴 하지요. :) 좋은 하루 되세요.
Commented by 반월판 at 2007/11/14 16:54
전 2학년(작년)-3학년(올해)에 걸쳐서 지학 1, 2를 배웠는데 말이죠.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4 17:55
반월판님// 오~ 그러시군요. :) 모쪼록 힘내시고요~
Commented by 문다 at 2007/11/14 22:42
내일 시험치러 가는 학생입니다. 자기 전 잠깐 들린 이글루스 메인에서 이 글을 보게 되었네요. 입시 제도라면 또 주절주절 말 많아지는 당사자(...)입니다만 짤막하게 그냥, 글 잘 읽었습니다, 라고 하고 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등급제가 문제가 많은 제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문제가 오로지 변별력에 있는 건 아닙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등급은 4%지요. 올해 수험생이 58만명 가량되니 꽤 많은 숫자로 보일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언외수+탐구4과목의 All 1등급은 얼마 되지 않아요. 문과 기준으로 문제가 어려울땐 4~5백명 선에서 쉬우면 7~8백명 정도랍니다. 이과도 3백명을 채 넘지 않는다네요. 서울대 정원은 넘치고도 남죠. 심지어 서울대는 이 수능 성적을 1차 시험의 전형으로만 삼고 2차 시험부턴 수능을 배제한 면접+논술로만 시험을 치릅니다. 1차 시험에서 2배수를 거르는데 대충 언수외 1급정도면 1차 시험은 통과할 거라고 예측하고 있구요. 연고대로 오면 얘기가 좀 달라져요. 아시는 것처럼 연고대는 정원의 반수를 수능 100% 전형으로 우선선발을 뽑고 있죠. 그런데 수능 우선 선발로 뽑힌 학생의 일부는 틀림없이 서울대의 합격자와 겹치게 되는데, 두 학교 다 붙으면 98% 서울대로 갈 텐데 그렇게 빠져나간 '우선 선발'의 정원을 따로 추가하진 않더군요. 그러니 일반 전형에서 충원되는 이상한 시스템이죠.

어머 짧게 쓴다는게 주절주절 말이 길어졌네요. 쓴걸 다시 잃어보니 뭘 쓰려는 건지. 다른 분 블로그서 실례되는 행동이 아닐까 염려되네요. 좋은 밤 되세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4 23:15
문다님// 예~ 셤 잘보고 오시고요. 제가 짤막하게 글을 썼기 때문에 그 부분이 빠졌네요. 말씀처럼 All 1등급은 전체의 약 0.38%정도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조합해서 판단을 하면 당연히 변별력은 생깁니다. 그러나 굉장히 복잡해지는 시스템이 되긴 하죠. 그리고 서울대는 1차 시험 통과를 하는데 수능이 필요하지만 이후 수능은 zero base가 되어 의미가 없어지죠. 어떤 말씀을 하시려는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 아무튼, 시험제도는 최근 들어 굉장히 복잡해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적절하게 잘 맞춰 가면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있지만, 골고루 잘 보고도 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지요. ㅠ.ㅠ

모쪼록 푹 주무시고, 좋은 성적 거두시길 바랄께요. 힘내세요~!
Commented by 불멸의 사학도 at 2007/11/15 10:22
이해찬 세대 말년인 저는 빅뱅 이래 최악의 세대인 건가요? 졸지에 대우주적인 역사의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저는 문과생이었고, 수학은 생각하기도 싫어하던 사람이었지만, 과학쪽은 그럭저럭 흥미가 있어서 3학년 초 까지는 그럭저럭 1등급 가까이 유지를 했었는데, 역시 베이스인 수학이 전혀 안 받쳐주니 과탐 점수도 점점 떨어지더라구요...

그래도 그 중에서 지구과학은 흥미가 있어서 그럭저럭 점수가 나왔던 것 같네요...
Commented by 꼬깔 at 2007/11/15 10:32
불멸의 사학도님// 오호~ 그러시군요. :) 어찌보면 당시 저런 이야기는 우스개 소리 반, 걱정하는 목소리 반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나보고 나면 그렇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 지구과학을 좋아하신 분이 제법 되네요.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