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HAM 이야기

handle 이야기

아마추어무선을 하다보면 외국과 교신을 위한 별명을 만듭니다. 흔히 handle이라 불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추어무선사 시험에 합격한 후 동아리 내에서 OP(operator)로서 자격 검증을 받고, 선배의 참관 하 첫 교신이 이뤄집니다. :) 그리고 교신 전 자신만의 핸들을 만듭니다. 대개는 간단하게 만들어 사용하는데, 자기 이름과 가깝게 영어화하거나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만들기도 합니다. 자기가 만들기도 하고 선배가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제 경우는 이미 아이디 이야기에서 밝힌 것처럼 3년 선배께서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제 핸들은 Gra였습니다.

이 Gra란 핸들은 나라별로 다양하게 발음되어 , 그레이, 그라, 그레이엄(이건 뭐냐 ㅠ.ㅠ), 구라 등으로 불렸습니다. 그런데 가장 많이 듣는 것은 역시 가장 흔하게 교신했던 일본 햄이 불러주던 '구라' - 미스터 구라, 구라상 - 였습니다. ㅠ.ㅠ 그래서 전 이미 아마추어무선을 하던 당시부터 '구라쟁이'였던 겁니다. 흑...

흔히 교신을 하다보면 QSL Card란 교신확인증을 주고받습니다. 대개는 그 나라에 가입된 연맹(우리나라는 KARL)을 통해 주고 받습니다. 물론 그 QSL 카드를 꼭 받고 싶다면 다이렉트로 주소를 받아 반송용 IRC나 달러를 넣어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흔히 연맹을 통해 보내주겠다는 표현으로 via the bureau라고 합니다. 그런데 간혹 QSL 매니저를 두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via ***란 식으로 표현했지요. 그런데... 그런데... 만약 제가 QSL 매니저를 했다면... 이런 표현이 사용되었을 겁니다.

via Gra
 

그리고 당시 학교 앞 민속주점 이름이 '그래그래'였는데, 농담삼아 '저 Gra Gra는 내가 나중에 인수해야겠어.'란 말을 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없어졌을텐데 말입니다. :) 그런데 지금 같으면 그래그래란 술집이 아닌 Pfizer를 인수해야... (야...)
 
아무튼, 잘못 만들어진 핸들이 참 익숙한 것이 되어버렸답니다. 다시 아마추어무선을 시작해도 역시 Gra란 핸들로 교신을 할 거고요.

by 꼬깔 | 2009/03/03 01:47 | HAM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3)

Cross mode 교신의 추억

아마추어무선의 교신 모드는 일반적으로 음성(phone - SSB, FM)과 전신(CW)이 있습니다. 음성은 말 그대로 말로 교신하는 것이고, 전신은 모스부호를 통해 교신하는 겁니다. 그런데 교신이 익숙치 않으면 무전기 상에서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교신을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져 쉽게 들리지만요. 그런데 드물게 상대방의 소리를 잘 들리는데, 내 목소리를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곤 합니다. 대개 이런 상황이면 교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제가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
 
유럽 쪽의 어떤 햄과 교신 중이었는데, 갑자기 전파상태가 나빠지더니 상대의 소리는 잘 들리는데, 상대가 제 소리를 듣지 못하더군요. 대개 이러면 주파수를 살짝 옮깁니다. 그래서 미리 주파수를 살피고 'Please QSY(주파수 변경을 뜻하는 Q부호) 30 up'이라 외쳤지요. 그리고 상대를 불렀는데, 역시 상대는 제 소릴 듣지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최후의 수단으로 CW로 상대를 호출했습니다. 사실 상대가 CW를 못한다면 방법이 없었지만, 다행히 상대방이 제 CW에 응답하더군요. 그렇게 잠시 전 CW로 송신하고, 상대방은 phone으로 송신하면서 교신이 이뤄졌고, 이후 전파 상태가 더 나빠지면서 서로 CW로 전환해서 교신을 마쳤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이 한 번 더 벌어졌는데, 그 때는 상대가 CW를 하지 못했던지라 결국 교신을 하지 못했던 기억도 나네요. 아무튼, 지금 생각해도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by 꼬깔 | 2008/11/12 13:26 | HAM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1)

교신의 추억 - 아마추어 정신을 잊지마라!!

지금은 옛이야기가 되었지만 87년 당시에는 구소련 붕괴 이전, 독일 통일 이전의 소위 냉전 시대였습니다. 그렇기에 아마추어무선으로도 교신할 수 없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미수교국이란 이름으로 만약 해당 미수교국 -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 중국, 북한, 쿠바 등 - 과 교신하면 벌점을 먹고 당해년도에 3번 이상 걸리면 폐국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런 벌점은 1년 단위로 관리되어 12월 말에는 작정하고 벌점 먹으면서 미수교국과 교신해서 교신확인 국가를 늘리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어느날, 유럽 쪽 교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럽 쪽의 전파 상태는 독일부터 트여 영국에 이르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Q를 내자 엄청나게 몰려드는 구소련 HAM, 그리고 파묻혀 미미하게 들리는 서독(당시),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의 국가. 당연히 벌점을 먹지 않고자 신호가 강한 구소련을 외면하고 약한 신호의 서유럽 국가를 걸러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집요하게 부르는 동독의 햄, 몇 번이고 외면하면서 교신했고, 대략 10개 이상의 교신에 성공하고 다시 CQ를 냈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의 햄과 교신을 시작하는 순간,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 동독의 HAM이었습니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의 한 마디를 던지고 갔는데, 그게 바로 "아마추어 정신을 잊지마라."란 것으로 기억합니다. 순간 멍해져 어떻게 잉글랜드 햄과 교신을 마무리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 때는 그런 시절이었고, 88올림픽을 앞두고 헝가리를 필두로 동구권과 수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과 교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편하게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루마니아, 헝가리 등과 교신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벌써 20년 전의 일입니다. 아마추어 정신은 정치, 종교, 인종을 초월하는 것인데 정치적으로 자신과의 교신을 피한 저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아마추어의 본문을 망각하지 말라.'고 일갈했던 것 같습니다.

블로깅을 하면서도 사람을 만나면서도 되도록 정치적인 부분은 표현하지 않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흥미롭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임에도 정치적인 미묘함이 어색함을 만들고 선입견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스포츠밸리에 올라온 장미란 선수와 좌빨 운운하는 얘기를 읽으면서 20년 전의 동독 HAM의 일갈이 귓전을 때리는군요.

by 꼬깔 | 2008/08/18 23:15 | HAM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26)

아마추어 무선의 추억 - 인사말

외국어를 한다는 것. by 기불이님

20개국어를 한다는 분의 기사를 보고 저도 기불이님과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20개국어를 한다는 것이 무얼까?'란 것이지요. 얼만큼 하면 20개국어를 한다고 할까? 예전에 우스개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지요.

꼬깔 - 우리도 대개 몇 개국어 쓸 수 있지 않니?
아이들 - ??
꼬깔 - 한국어, 한자를 쓰니까 중국어(이런 억지하고는), 아라비아 숫자를 쓰니까 아랍어(그거 인도 숫자잖아), 로마숫자를 쓰니까 라틴어, 영어, 그리고 수학 시간에 알파, 시그마 이런 거 배웠으니까 그리스어... 최소한 6개국어는 하는군.
아이들 - ...

물론 이런 것이 외국어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요. ㅠ.ㅠ 아무튼, 20개국어를 한다는 분의 열정 하나만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얘기가 좀 샜습니다. 대학시절 아마추어 무선이란 것을 하면서 귀동냥으로 그 나라의 인사말을 배워서 따라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개 헤어질 때의 인사말이었습니다. 기억나는 것이 이탈리아, 러시아, 인도네시아,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이네요.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지만 들리는대로 따라서 화답해주면 상대방이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교신을 하면 제일 먼저 그 나라 인사말을 물었던 기억도 나고요. :)

아직도 기억나는 가장 재밌는 인사말은 인도네시아어였습니다. 교신상 들었던 것은 '삼뻬이 줌빨라기'였습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사람과 교신하고 헤어질 때면 항상 '삼뻬이 줌빨라기'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찾아보니 'Sampai Jumpa lagi'네요. 뭐 '삼파이 줌팔 라기'를 그렇게 들었던 것 같아요. :) 또한, 당시 교신이 어려웠던 구소련과의 교신이 허용된 후 러시아 사람과 교신할 때 인사말도 배워서 많이 써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듣고 말했던 것은 '다시비다냐'였는데, 찾아보니 До свидания (Do svidanija)로군요.

대학생활에 있어 HAM(아마추어 무선)은 사실상 전부였기에 여전히 아마추어 무선과 관련한 추억은 아련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20개국어를 하는 분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생각나서 몇 자 끼적였습니다.

by 꼬깔 | 2008/07/25 10:18 | HAM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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